2024년 신간 《그 산에 그 꽃이 핀다》가 출시되었다.
‘산’이라는 캔버스 속
‘꽃’이라는 팔레트
아름다운 천연의 빛깔을 만나 보자.
필자의 산행과 여행에는 늘 들풀꽃나무와 함께했지만
이번 《그 산에 그 꽃이 핀다》에서는 특히나 그 산에서 피어나는 야생화에 초점을 맞췄다.
몇 년 뒤면 공항이 생겨 접근성이 좋아질 울릉도는 특산식물과 희귀식물의 집합체로
그 모든 것이 고유종과 희귀함으로 연결된다.
이른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가덕도와 비금도는 바다를 낀 그림 같은 풍경에 압도당하게 된다.
가덕도 역시 신공항이 생길 지역이라 달라질 모습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함께 뒤따르게 된다.
야생화로 유명한 석병산과 보현산, 덕유산과 소백산, 화악산 등 그 산지마다의 시그니처 같은
야생화 이야기 그리고 미스터리한 숲, 높은 산지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식생이 즐비한
평창 대덕사 계곡도 담겼다.
- ‘책을 내면서’ 중
어느 곳 하나 소중하지 않고 야생화 만발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그래도 가장 많은 비중을 두어 엮은 것은 울릉도다.
성인봉과 나리분지, 그리고 독도와 관음도 일대를 4월과 6월 두 차례 다녀오며
육지에서는 접하지 못하는 울릉도만의 특수한 매력을 가득 담을 수 있었다.
울릉도 하면 떠오르는 호박엿이 원래는 호박엿이 아닌 이 나무 이름이 잘못 알려진 유래와
보지 못할 뻔했던 헐떡이풀을 어렵게 만난 사연도 전한다.
멸종위기종 만큼이나 만나기가 어려워진 우산제비꽃과
울릉도 주민에게 한시적으로 채취가 허용된 울릉산마늘에 대한 이야기
나리분지와 섬말나리 이름이 생기게 된 이야기 등도 실렸다.
모든게 새롭고 신비한 울릉도.. 울릉도만으로 책 한권을 따로 만들어야 할만큼 이야기가 풍성하다.
희귀식물의 보고, 이 제목이 딱 어울리는 석병산이다.
석병산은 한 계절만으로 표현하기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
4월의 석병산 그리고 꽃쟁이들이 가장 많이들 찾는 여름 야생화 편으로 나눠 구성했다.
특히나 여름철 석병산은 말 그대로 희귀식물의 교본이고 집합소를 이룬다.
책을 내고나면 늘 아쉬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2024년 신간《그산에 그꽃이 핀다》는 그런 아쉬움을 채우려 최대한 불필요한 요소들은 줄이고,
나날이 달라지는 식물체계에 대해 게을리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야생화 이야기에 집중하려 했다.
산과 여행, 야생화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한다. (2024년 2월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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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엔 좋은 산들이 많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 당일로 다녀오기에는 버스시간 맞추기가 힘들다.
금원산과 기백산이야 두어번 다녀왔지만
당일로는 시간이 부족해 현성산부터는 이어본 적이 없다.
서울역에서 아침 5시 5분 동대구행 KTX를 탄다 하여도 대구에서 거창 가는 버스를 놓칠 확률이 커지게 되니
어쩔 수 없이 강남고속터미널에서 심야 01시 30분 버스를 타고 동대구로 내려간다.
동대구역에서 대구서부정류장으로 이동해 7시 14분 버스를 타고 거창으로 간다.
거창 시내버스 타는 곳은 시외터미널 뒤편에 서흥여객이라고 따로 있다.
(버스시간은 코로나 등으로 수시 변경될 수도 있음을 말해둔다.)
산행코스 : 금원산자연휴양림 주차장~미폭~현성산~금원산~누룩덤~기백산~장수사일주문
(약 15~16km로 7시간 40분쯤 소요)
서너번 와 본 적이 있던 서흥여객이라 어색하지가 않다.
거창은 가볼만한 산지가 참으로 많은 지역이다.
서흥여객에서 8시 20분 차를 타고 금원산으로 간다.
금원산휴양림 종점에 내리니 계곡에도 물소리 우렁차다. ▲
금원산휴양림쪽으로 올라가면 금원산이나 기백산으로 바로 오를 수 있고
유안청계곡이나 현성산 문바위 코스도 관리사무소 방향으로 가면 된다.
나는 왔던 길로 50~100m쯤 뒤로 내려와 미폭 옆길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옛날, 폭포 위 암자에서 쌀을 씻은 물이 뿌옇게 흘러내렸다 하여 미폭포라 하기도 하고
폭포수 흐르는 모습이 쌀이 흘러 내리는 듯하여 미폭이라 이름 붙여졌다고도 한다.
바윗결은 아름다우나 수량이 많지 않으니 폭포 느낌은 별로 없다.
미폭에서 조금 올라서자 간간이 조망이 트이기 시작하고 바윗길과 목책이 한동안 이어진다.
더 올라가면 어떤 바위와 암봉이 기다리고 있을지 암릉산행지라는 기대감을 품어보기 충분했다.▲
남도는 남도다.
오늘 산행 중 수차례 눈맞춤을 하게 되는 아이다.
토종 블루베리라 부르는 정금나무다. 주로 남쪽에 와야 만날 수 있다.▲
충청 이남 주로 남부에서 만날 수 있는 대팻집나무다.
열매 색이 바래 그 특유의 색감이 살아나지 않는다.
이따 진행하면서 원없이 만나게 된다. 그때 다시 논해보기로 하자.▲
어느 정도 고도를 높이니 눈 앞에 대슬랩봉이 나타난다.
현성산 정상인가 싶지만 정상 가기전 전위봉이다. 정상은 좌측 뒤로 숨었다.
이 전위봉의 바위들 볼거리가 많다.▲
큰 바위지대가 시작되면서 잠시 숨을 고르고 멈추니, 안개와 구름이 걷히지 않은 거창군 위천면이
푸른 들판과 더불어 여운 가득한 모습으로 다가와 준다.
완전한 푸름도, 그렇다고 황금들녘도 아닌 것이 참으로 매력적인 포인트였다.
날이 걷히지 않아 뒤로 있을 가야산,우두산, 비계산, 오도산,숙성산 등이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이 순간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다.▲
대슬랩이 시작되고 계단따라 올라서니 현성산의 수려함이 자태를 드러낸다.
바위 곳곳엔 분재 같은 소나무들이 자릴 잡았고
저 깨끗한 구름과 하늘까지 합세하니 기분은 정말 날아갈것만 같다.
계단이 생기기 전에는 밧줄 하나에 의지해야 했던 스릴도 대단했겠다.▲
바위 틈새를 비집고 나와 풍성히 자라 원 주인인양 행세하는 너도,
그 자리를 양보해 준 바위도 참으로 대견들 하다.▲
그렇게 조망처 너른 바위에 올라서니 뒤로는 가야 할 현성산이 자태 드러내고
좌측으로는 금원산으로 이어지게 된다.
내 뒤가 현성산, 우측은 현성산 전위봉이다.
가는내내 바위와 볼거리들이 넘쳐나니 나는 금원 기백보다 현성산에 마음을 더 빼앗겼던것 같다.
더군다나 이렇게 깨끗하고 맑은 하늘은 현성산 가는 방향으로만,
그것도 현성산 지나면서는 볼 수 없었던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가운데 금원산과 그 아래에 금빛나는 원숭이를 가뒀다는 금원암이라는 바위도 보인다.
현성산에서 금원산 가는 길이 조금은 길고도 지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금원산 지나 좌측으로 기백산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그 아래엔 임도길도 길게 이어진다.▲
두개의 누룩덤이 있는 기백산이다. 좌측 아래로는 금원산휴양림으로 연결된다.
금원산휴양림은 현성산과 금원 기백을 모두 아우르는 것이다.▲
현성산 전위봉으로 오르는 길엔 온갖 바위들이 이어지게 된다.
내리깔은 작은 눈에 웃음이 난다.
라마냐, 아님 낙타냐, 멍멍이인지 양인지 어쨌든 얼굴상 같은 바위도 지나고
안에서 심청이라도 튀어 나올듯 커다란 연꽃을 보는것도 같았다.
대형 만두같은 이 바위가 아주 인상적이다.▲
이 바위는 다양한 시선으로 보이겠지만 나는 늘렸다 폈다 기어가는 달팽이처럼 느껴졌다.▲
이 바위 뒤로는 조망 감상하며 간식 먹으며 쉬어가기 좋은 공간이 나온다.
바위에 앉아 현성산 정상과 금원 기백으로 펼쳐지는 능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절로 마음 편안한 얼굴을 하게 된다.▲
수많은 바위를 만나지만 가장 눈길이 가는것은 외눈박이 같은 바위다.
투구바위나 구멍바위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저 구멍안에 들어가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을만큼 생각보다 커다란 바위다.
어느 영화에서 본듯한 선과 악이 동시에 떠오르는 묘한 형상을 그리고 있었다.▲
전위봉의 커다란 슬랩을 따라 올라서니
가야 할 현성산 정상과 그 우측으로 서문가바위가 나타난다.
이제 정상으로 가보자. 다른거 다 필요없다.
나는 지금 흰구름 두둥실 깨끗한 저 하늘만으로도 감동이다.▲
거기에 스릴 넘치는 이런 바위들을 원없이 누려볼 수 있으니
심야버스 타고 대구로, 다시 거창으로, 금원산휴양림으로 힘들게 내려온
보상과 보람은 이미 받고도 남음이 있었다.
현성산은 기백산 금원산에 비해 덜 알려졌고, 저평가되는건 아닌지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어느새 붉게 변해가는 나뭇잎 몇개에 가을이 오고 있음을 느낀다.
그 찜통 무더위는 온간데없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진 요즘,
정작 가을이 온다하니 괜스레 마음에 요상한 울림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뭇잎들 뒤로 서문가바위가 있다. 서문가바위 우측은 필봉 능선이다.
현성산에서 필봉으로 그리고 수승대까지 이어 걷기도 한다.▲
필봉 능선 아래로는 수승대관광지가 자리하고 건너편에 보이는 산은 거창의 호음산이다.
이 일대는 어딜 둘러봐도 명산들이 포진해 있는데 좀체로 안개가 걷히질 않는다.
우측 뒤로는 수도산과 양각산 흰대미산 단지봉과 가야산으로 향하고
좌측 뒤로는 삼도봉과 삼봉산, 지봉, 귀봉의 덕유산권으로 향하는 대간 능선이 있는 곳이다.
조금만 걷히면 보일듯도 한데 애를 태운다.▲
올라온 길을 뒤돌아보니 지나온 암릉은 아주 소소하게 느껴지지만
정작 그 길을 걸을땐 아주 알찬 바윗길이다.
시야가 좋다면 뒤로 풍력발전기가 있는 거창의 감악산도 황매산도 보일텐데
안개와 햇살이 뒤섞여 뿌옇게 반사되어 버린다.아래 서덕지와 상천저수지도 보인다.
상천저수지 위는 오두봉이라고 기백산에서 뻗어 내린 능선이다.▲
목 뒤로 고개를 돌린듯한 독특한 형상의 바위를 지나고▲
검은 화강암의 산, 그 마지막 바위지대를 오르면 정상에 이르게 된다.
오로지 나밖에 없는 벅찬 현성산을 만나는 것이다.▲
기와 모양으로 지붕을 올린 거창군 위천면 상천리 소재의 현성산 정상에 선다.
거창한 거창답게 정상석도 큼지막하다.
현성산(960m)은 검은색 화강암반이 주를 이루는 산으로 거무시 또는 거무성으로 불려 온 산이다.
현성산은 검고 성스럽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높고 성스러움을 뜻하는 "감"의 한문 표기가
"현"이 되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해진다.
정상석 아래엔 조그맣게 또 다른 정상석 하나가 세워져 있고 거무시라고도 새겨 놓았다.
위로는 현성산의 모산이 되는 우측 금원산에서 좌측 기백산으로 완만한 능선을 그어간다.
금원산휴양림에서 들날머리를 삼을 수 있어 원점회귀 하기 좋은 산지들이다.
이쪽엔 금원산휴양림이 있다면 저 너머에는 용추계곡이 있어
황석산 거망산과 더불어 4산(황.거.금.기)을 돌아보기 좋은 거점이 된다.▲
한달 뒤쯤이면 저 들녘도 황금빛으로 넘쳐나고 일을 것이다.
여전히 위천면 방향으로는 안개와 구름이 걷히질 않는다.
가야산, 비계산, 우두산, 두무산, 오도산, 숙성산, 감악산, 황매산 등이 넘실거릴텐데
오늘 이쪽 방향의 먼 조망은 포기를 해야할 것 같다.▲
그러나 조금도 아쉬워할게 없다.
서문가바위쪽으로 요동치는 하늘빛이 어찌나 멋스럽던지
정상을 독차지한 최상의 기분을 원없이 만끽할 수 있었다.
내 머리 위로는 서문가바위가 이 암산의 위상을 조금 더 채워주고 있고
더군다나 뒤로는 덕유산이 이리도 가까이 나열해 있으니 더 바랄것도 없다.
안개구름이 뒤섞여 있기는 하지만 그 형태만은 충분히 알아볼만 하다.
맨 좌측 무룡산에서 가운데서 바로 우측으로 백암봉과 중봉 향적봉이 구름과 한몸이 되어 있다.
그리고 귀봉과 지봉으로 백두대간 덕유산권이 이어지게 된다.▲
내 우측으로 무룡산, 맨 좌측 뒤는 남덕유산이다.
그러니까 내 등 뒤로는 삿갓대피소가 있는 삿갓봉이다.
여름이면 온갖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나고 무룡산 일대의 원추리 군락도
덕유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중 하나다.
날아갈듯한 거센 바람과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깊은 눈길을 뚫고 어두워서야
삿갓봉대피소를 찾아들었던 기억도 새삼 그립기만 하다.▲
중도 포기를 해야하나 싶을만큼의 극한의 날씨도 그 설화와 파란하늘의 최극치인 아름다움엔
혼자라도 러셀을 하며 그 길을 뚫게하는 힘이 있었다.
그런 뒤에 맛보는 짜릿함이 있어 겨울산을 찾을 것이다.
그 남덕유와 삿갓봉 무룡산이다.
우측 서문가바위에서 좌측으로는 이따 진행할 금원산 가는 능선이다.
갈길이 먼데 현성산에서 너무 죽치고 있었다. 이제 그만 저 서문가바위로 가보자.▲
와우~
저 먹구름 낀 하늘에 더불어 바위도 소나무도 고고하기만 하여라.
우리나라 산이 좋은 이유 하나,
어딜 가나 소나무와 멋드러진 바위가 이리도 많고도 많다는 것이다.
특히나 현성산은 명성에 비해 암산의 진면목을 제대로 갖춘 산이기도 하다. ▲
내려선 현성산 정상과▲
가야 할 서문가바위다. 서문가바위는 연꽃을 닮았다 하여 연화봉이라고도 부른다.
그 좌측으로 있는 봉우리를 요즘은 연화봉 상봉이라고도 하나 보았다.
누군가 이름을 붙이고 걸어두면 원래부터 있던 이름처럼 불리기도 하고
없는 이름을 자꾸 만들어 내 걸어두는 것에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름도 특이한 서문가바위.. ▲
내려오는 얘기에 의하면 임진왜란때 한 여인이 서씨와 문씨의 성을 가진 남자와 함께
이 일대 바위로 피난을 왔는데 아이를 출산한 것이다.
아이 아버지가 누구인지 정확히 몰라 두 남자의 성을 하나씩 따서 서문씨가 됐고
서문가바위로 불리는 전설이 되었다 한다.
아버지와 어미니 성을 모두 쓰는 경우는 봤어도 두 남자의 성을 붙일 수가 있나~
여튼 전설이다.
또 다른 설로는 고려말의 충신인 서문기가 이성계의 부름을 거절하고
이 바위에서 살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일대에는 이정공 서문기의 유허지로 그 자손들이 학문을 하던 곳도 남아 있어
신빙성을 더해준다고 한다.
참으로 독특하지 않은가.
잔가지가 번데기처럼 가로로 주름이 져 있다. 모여났던 잎의 흔적이다(엽흔).
초반에 잠깐 만났던 대팻집나무(감탕나무과 감탕나무속)다.▲
대팻집나무는 암수딴그루로 꽃과 열매가 달리는 것이 암그루다.▲
꽃보다는 이 계절의 열매가 더 인상적인 나무로 이따 다닥다닥 제대로 된 대팻집나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영롱한 정금나무도 이 길에선 원없이 만나게 된다.
정금나무, 모새나무, 들쭉나무를 흔히 토종 블루베리 3총사라 부르는데
모두 남부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들이다.
모새나무는 남부중에서도 주로 전남쪽에 많고, 들쭉나무는 제주도 한라산과 금강산 이북이 서식지니
실질적으로 한라산과 백두산에서나 만날 수가 있다.
북한의 술 들쭉술이라고 들어봤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들쭉나무 열매가 주재료인 것이다.▲
생강나무(녹나무과 생강나무속)도 붉게 익어간다.
얼핏 같은 생강나무속에 속하는 비목나무나 감태나무 열매와도 흡사하게 생겼지만 잎에서 차이를 보인다.
비목나무나 감태나무는 잎이 두텁고 광택이 나면서 길쭉한 편이지만
생강나무 잎은 이렇게 넓데데하면서 달걀 모양이고,
잎맥엔 삼출엽이 뚜렷하고 잎 끝은 삼지창처럼 갈라지기도 한다.▲
잎에 겹톱니가 날카로운 팥배나무다.
언제 이렇게 나뭇잎까지 갈색으로 변했을까. 하루하루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었구나.▲
서문가바위에 오르는 길도 갈빛으로 변한 나뭇잎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가 있다.
힐링하며 걷기엔 육산이 좋기도 하지만, 그래도 적당한 긴장감과 스릴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역시나 바윗길이 그만이다. 바위산은 타고 오르는 손맛과 호기심이 있어 좋다. ▲
좌측 지나온 현성산과 가운데는 기백산이다.▲
서문가바위에 올라 부는 바람만큼이나 시원한 통쾌함도 누려보았다.
현성산도 서문가바위에도 사람 한명이 없다.
이따 금원산 기백산에서는 금원산휴양림에서 올라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주로 홀산을 조용한 날 하는 나에게는 사람 없는 산길이 익숙하지만 그래도 조금 안타까울때도 있다.
너무 이 산의 진면목을 몰라주는게 아녀~
아녀, 덕분에 이런 호젓한 길을 걷는 특권을 누리고 있잖여.
진행할 능선 뒤로 남덕유산과 삿갓봉, 무룡산이 뚜렷한 자태로 함께한다.▲
덕유산 향적봉과 중봉, 백암봉, 귀봉과 지봉, 대봉, 갈미봉쪽으로는 여전이 구름이 많지만
그래도 대충 꿀렁거리는 너울을 알아볼 수 있으니 괜찮다.
중봉과 향적봉을 빼고는 모두 백두대간이 지나는 길이다.
바로 앞의 산자락은 필봉 능선이다. 금원산으로 가지 않고 필봉과 모리산 거쳐 수승대로 하산할 수 있다.▲
서문가바위를 뒤로 하고 금원산으로 향한다.
서문가바위 오르지 않고 우회해 바로 금원산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아~참으로 영롱도 하다.
마치 연말연시 사랑의 열매를 닮지 않았는가.
누군가에게 사랑의 손길을 뻗쳐야 할것만 같고, 뜨거운 마음을 나눠야 할것만 같다.
오면서 두어차례 소개한 대팻집나무다.
나무 다듬기에 쓰이는 기구중에 표면을 마무리해주는게 대패의 몫이다.
대팻집나무는 대팻날을 보호해주고 깎을 나무와 바로 맞닿는 대팻집을 만드는 나무란 뜻이다.
목재는 단단하고 치밀하고 건조후에도 갈라지지 않아 대팻집으로 쓰기 적당한 나무라
예로부터 목수들이 가장 아끼는 나무중에 하나였다 한다.▲
감탕나무과의 낙엽활엽 소교목인 대팻집나무는
속리산과 계룡산 이남의 산기슭에, 주로 전남 경남의 남부쪽에 자생한다.
암수딴그루로 주름이 진듯한 짧은 가지에 열매가 뭉쳐 달리는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다.
가는 길 곳곳에 주렁주렁 큰 볼거리가 되었다.▲
서문가바위를 지나 다음 봉우리로 향하는 길도 바위군들이 이어지고 그리 호락한 길은 아니다.
적당한 스릴과 긴장의 끈도 놓지 않으면서
한두번씩은 길이 맞나 확인도 해가며 바위지대를 지난다.▲
지나온 서문가바위와 현성산 정상도 조금씩 멀어진다.▲
현성산에서 금원산까지는 4.9km로 오르고 또 오르고 상당히 길게 느껴지는 구간이었다.
특히나 서문가바위 지나면서는 오름들이 비슷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바위군을 지날때엔 잘 모르겠더니 숲으로 들어서자 전날까지 비가 왔던지 이슬에 거미줄이 장난 아니다.
게다가 지나간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이건 걷는 것보다 스틱을 휘두르는게 더 일이다.
휴양림 삼거리를 만나고 금원산 가는 거리도 많이 줄어들었다.
이제부터는 조금은 습한 육산으로 결실들과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났고 특히 큰참나물이 많이 보였다.
세 장의 잎은 얼핏 참나물과 비슷하나 참나물의 흰 꽃과 다르게 자주색 꽃을 피우고
특히나 열매가 참나물과는 다르게 생겼다.
주로 만난 곳은 남도와 강원도였다.
흔히 약초 캐시는 분들이나 방송에 나오는 자연인들이 진삼이라고 말하는 주인공이다.▲
꽃이 지고 열매로 변하는 큰참나물이다.▲
매끄럽고 둥그런 타원형인 참나물 열매와 달리 큰참나물은 납작한 타원형으로 얕은 날개와 능선이 있다.
다른 참나물들처럼 처음엔 참나물속이었다가 묏미나리속으로 변경,
그리고 다시 큰참나물속으로 따로 분류가 되었다.
열매의 특징이 분류학적 변경에 영향을 많이 미쳤을 것이다.
참나물이나 큰참나물이나 세장의 잎에서는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열매로 변한 모습을 보면 쉬 구별이 된다.
왼쪽 털이 없이 매꼬롬한 열매는 참나물, 오른쪽은 납작한 타원형에 날개와 능선이 있는 큰참나물 열매다.▲
잎은 좁은 난형으로 포엽에는 가시가 많지 않은 꽃며느리밥풀이다.▲
꽃며느리밥풀은 꽃이 성글게 달리는 편이다.
계절이 또 바뀌고 있다. 어느새 단풍취도 꽃을 피웠으니
이 아이들은 해마다 철이 되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이끼가 자라는 습한 바위 주변에는 바위떡풀도 한껏 뽐을 내고 있다.
내린 비를 아직도 품고 있으니 더욱이나 상큼함이 전해진다.▲
한반도 고유종인 산앵도나무 열매다.
어느 정도 높은 능선에 올라서야 볼 수 있는 진달래과의 관목이다.▲
산박하다. 오리방풀과 비슷하지만 오리방풀은 잎 끝이 길게 뾰족 튀어나와 구별된다.
산박하는 전체적으로도 오리방풀보다 소담한 느낌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
수없이 만나고 이별하지만 때맞춰 피어나는 아이들을 보면 여전히 신기하기 이를데가 없다.
미역취도 곳곳에서 꽃을 피웠다.▲
은분취로 추정해 보는 아이다.
잎 뒷면은 백색이고 총포며 줄기에 거미줄 같은 흰 털로 덮혀 있다.
분취는 총포 포편이 6줄 이하(3줄이라고도 한다), 가야산은분취는 보통 6~7줄, 은분취는 8~11줄이라는데
그 포조각 갯수도 참 어렵기만 하다. 분취는 은분취에 비해 꽃이 좀 큰 편이다.
가야산은분취는 별도 종으로 분류되어 있었는데 이제 통합하여 보는 분위기다.
여튼 분취속은 참 복잡하고 어려운게 사실이다.▲
습한 바위 주변으로 바위떡풀과 까치고들빼기가 같이 서식하고 있다.▲
꽃잎(설상화)가 보통 5장인 까치고들빼기다.
잎줄기(엽축)에 날개가 발달한 지리고들빼기는 꽃잎이 보통 6~9장으로 구별된다.
까치고들빼기는 바닥에 붙어 자그마하지만, 지리고들빼기는 전체적으로 큰 편이다.▲
아~이 아이를 만나니 정말 가을이구나 싶다.
청보라의 진한 색감에 매료되지 않을수가 없다.
용담과 달리 꽃이 다 피어도 화관이 활짝 다 열리지 않는 과남풀(용담과 용담속)이다.
꽃받침 열편이 길고 뒤로 완전히 젖혀지는 용담과 달리 과남풀은 짧고 바로 서는 편이다.
용담 꽃받침에는 돌기가 있어 껄끄러워 보이지만, 과남풀 꽃받침엔 돌기 없이 매끈한 편이다.▲
곳곳에 꽃이 지고 열매를 단 참나물도 자주 만나게 된다.
올해는 소금을 뿌려놓은듯한 새하얀 참나물 꽃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여름이 지났다.
예전처럼 매주 산행을 하지 못한 이유가 클 것이다.▲
바람이 부니 사진은 썩 좋지 못하지만 하나하나 담아보고
특징들도 중얼중얼 거려보고 시비를 건네보는 일도 이 길을 걷는 큰 즐거움이다.
모시대도 반가워라.
모시대 역시 올해 첫 눈맞춤이니 꽃이 지는지 피는지도 잊고 있었다.
이미 져가고 있는데다 간밤에 내린 비에 흐물거림도 심해졌다.
도라지모시대는 변이의 연속일 수 있어 굳이 구별하지 않으려 한다.▲
흰고려엉겅퀴 잎이 유난히 넓다.
이런 흰색 꽃을 피우는 것엔 흰고려엉겅퀴와 정영엉겅퀴가 아주 비슷하다.
정영엉겅퀴는 잎 가장자리에 결각이 심한 편이지만, 흰고려엉겅퀴는 결각이 얕고 일정한 편이다.
곤드레나물이라고 들어봤는가. 그 곤드레 정명이 고려엉겅퀴다.
고려엉겅퀴는 자주색으로 피고, 흰색의 꽃을 피우는 것을 흰고려엉겅퀴라 한다.
고려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이따 가시가 많고 톱니가 심한 정영엉겅퀴 만나며 다시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재미골 갈림길을 지나고 금원산 정상에 도착한다.
야생화에 정신을 놓고 있어 어찌 금원산에 왔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그냥 지나칠뻔도 했다.
경남 거창군 위천면과 북상면, 함양군 안의면을 경계로 둔 금원산(1353m)은
기백산에서 능선으로 이어진 북서쪽 끝자락에 솟은 산으로 남덕유산이 모산이다.
옛날 이 산속에 금빛나는 원숭이가 날뛰어 한 도사가 바위속에 가두었다는 전설에 따라
금원산으로 부르게 되었단다.
현성산과는 달리 전형적인 육산이고, 그 아래 좋은 계곡이 많은데
유안청계곡과 유안청폭포도 시원한 물줄기로 유명하다.
남부군이라는 소설에서 빨치산 500여명이 이 곳에서 목욕을 했다고도 한다.
금원산에 오르니 나무 그늘 곳곳에서 사람들 소리가 들린다. 단체로 보인다.
금원산은 정상보다 동봉 조망이 좋다. 커다란 정상석만 간단히 찍고 바로 이동한다.
다시 만나는 큰참나물.▲
어느새 둥굴레도 결실이 제법이나 탐스럽다. 둥굴레속은 은근 복잡하고 종류도 많다.
이 아이는 둥굴레속의 죽대로 보인다.▲
금원산 정상을 지나니 바로 헬기장이 나오고, 저 위로 금원산 동봉이 보인다.
헬기장 주변으로는 개쑥부쟁이가 지천으로 피어났다.▲
습관처럼 개쑥부쟁이라 말하지만, 그동안 산지며 들가에서 흔히 접할 수 있었던 개쑥부쟁이는
갯쑥부쟁이였다는 것은 관심 있는 사람들에겐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갯이라는 접두사가 들어가니 갯쑥부쟁이는 바닷가 근처에서만 자랄것 같은 편견도 한몫했을 것이고
잘못 오동정되어 왔기 때문에 다들 개쑥부쟁이로 인식하고 불러왔던 것이다.
뒤집어 총포 등을 확인해 보고, 꽃잎을 따보고 해봐야 그 세세한 차이를 알 수 있으니
사실 지나치며 육안으로 그 속속을 다 알아보기는 어려운 일이다.
어쨌든 설악 일대 일부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에 개쑥부쟁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다.▲
동봉에 올라서니 지나온 금원산 정상과 아래 헬리포트가 보인다.
뒤로는 남덕유에서 무룡산으로 향하는 능선이다.▲
무룡산에서 가운데 덕유산, 그 우측으로는 귀봉 지봉 갈미봉 삼봉산으로 이어지는 대간길이다.▲
우측 남덕유에서 좌측으로 수리덤(칼날봉)과 월봉산으로 그리고 금원산으로 이어지는데
남덕유산이 금원산의 모산이라는 얘기가 이해되는 샷이기도 하다.
좌측 월봉산은 겨울 설경도 멋진 곳이다.
수망령에서 이어지는 임도도 선명히 보인다. 금원 기백도 그렇고 일대엔 임도가 참 많다.▲
월봉산에서 좌측으로는 거망산으로 이어지게 된다.
아래 사진 맨 좌측이 거망산이다. 거망산에서는 다시 황석산으로 이어지게 된다.
뒤로는 대봉산이며, 백운산, 장안산, 팔공산, 천상데미, 선각산, 덕태산, 성수산 등으로
함양과 장수, 진안의 고산들이 광활하게 줄지어 섰는데
날은 흐린데다 햇살은 강렬해 좀체로 시야 확보가 되질 않는다. 그저 뿌연 너울들로 짐작을 해 볼 뿐이다.▲
가야 할 기백산 능선이다. 누룩덤을 두 곳 지날 것이다.
뒤로는 감악산이며 황매산 정수산, 둔철산, 웅석봉 등이 보이는데
가운데서 우측 뒤로 가까이 있는 저 황석산 능선마저 흐릿하니 오늘은 어쩔수가 없다.
황석산, 거망산, 금원산, 기백산은 늘 세트처럼 함께하는 산지들이다.
두 산씩 따로, 또는 한꺼번에 돌기도 한다.▲
억새가 피고 있으니 정말 가을 냄새가 난다. 이제 저 기백산으로 가보자.
금원산 기백산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역시나 누룩덤이다.
기백산 정상 가기전에 두 군데의 누룩덤을 만나게 되지만
정상 가까이의 두번째 누룩덤이 더 볼만하다.▲
좌측으로 황석산, 가운데 거망산이다.
웬만한 날이라면 황석산 뒤로 지리산도 두둥실 걸려 있을 것이다.
희미하게나마 우측 뒤로 백운산과 장안산 능선이 들어온다.
아까 오면서 흰고려엉겅퀴를 보았을 것이다.
흰고려엉겅퀴와 꽃은 비슷하지만 잎의 패임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것이 정영엉겅퀴다.
정영엉겅퀴는 정녕(^^) 잎이 엉겅퀴처럼 결각이 심하고 톱니가 고르지 못한 특징이 있다.
그에 반해 흰고려엉겅퀴는 잎의 패임이 거의 없고 톱니가 비교적 고른 편이다.
원줄기 끝에 꽃이 하나씩 피면 흰고려엉겅퀴, 3~4개가 모여 피면 정영엉겅퀴.
흰고려엉겅퀴와 정영엉겅퀴 특징이 뚜렷하지 않아 혼동스러운 것들도 만나기 마련이다.
정영엉겅퀴는 지리산 정령치에서 처음 발견되어 붙여진 이름이고
정영엉겅퀴와 고려엉겅퀴 모두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이것이 흰고려엉겅퀴다.
잎의 결각이 심하지 않고, 톱니는 고른 편이다.
전체적으로도 정영엉겅퀴에 비하면 억세지 않고 소담한 느낌이다.▲
가을을 알리는 꽃들이 여기저기서 함박 웃음을 짓는다. 구절초와 갯쑥부쟁이다.▲
마타리도 피어났고, 회오리 모양으로 피는 송이풀도 올해는 이제야 첫 눈맞춤을 한다.▲
삼거리 쉼터 정자에는 수망령으로 향하는 임도가 이어지고, 기백산은 다시 산길로 오르면 된다.▲
저고들빼기 No. 이고들빼기예요~^^.
고들빼기, 두메고들빼기, 이고들빼기 등 고들빼기 종류는 잎자루(엽병)가 줄기를 감싸고,
씀바귀 종류는 감싸지 않는다.▲
잎이 줄기를 감싸는 두메고들빼기다.▲
잎이 줄기를 감싸지 않는 산씀바귀다.
그냥 씀바귀는 이렇게 줄기가 굵직하지 않고 크기도 작고 연약한 편이다.▲
세잎꿩의비름이다. 잎 겨드랑이마다 주아(구슬눈, 살눈)가 달리면 새끼꿩의비름이다.
세잎꿩의비름이나 새끼꿩의비름이나 잎은 세장 또는 네장이 돌려나기 하기도 하고
마주나거나 어긋나기하기도 한다.▲
열매를 맺는 뚝갈.▲
넓은잎외잎쑥이다.
잎은 긴 타원형에 가장자리는 깃꼴 모양으로 갈라진다.▲
벌써 까실쑥부쟁이가 피었구나.
내 나이 먹는 것만 알지, 다른 사람 나이 먹은 것은 신기하다더니 딱 그 짝이다.
이 아이들이 피고 지는 속도를 따라잡지도 못하겠다.
비슷한 참취가 지고나면 가을의 꽃 까실쑥부쟁이가 피는 것이다.
참취는 잎이 둥글넓적하다면 까실쑥부쟁이는 타원형으로 길쭉한 편이다.▲
이 아이는 솜나물 가을형이다.
혹, 봄에 솜털로 뒤덮힌 솜나물을 아시는 분이라면 이게 무슨 솜나물이야 하실 것이다.
특히나 잎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자라 있어 생소하게 보일 수 있다.
솜나물은 봄에 꽃이 피지만 가을에도 폐쇄화를 피운다.
성숙해도 꽃부리가 열리지 않고 자화수분을 하는 열매를 맺는 꽃이라 보면 되겠다.▲
숲에서는 노린재나무를 빼놓을 수가 없다. 이곳의 노린재나무 열매는 빈약하다.▲
산형과의 꽃은 다 그게 그것처럼 보이니 잎이나 줄기 등을 보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처음엔 기름나물인가 하고 그냥 지나칠뻔 했다.
기름나물은 줄기에 붉은 반점이 있고 잎도 조금 다르게 생겼다.
묏미나리와도 많이 닮은 이건 신감채겠다.
묏미나리는 잎에 가는 톱니가 있고 잎이 두꺼워 보이는 반면,
신감채는 잎에 결각상 거치(큰 톱니)가 있어 구별된다. 잎이 깊게 패이는 이것은 신감채겠다.▲
잎은 잎자루 없이 줄기에 바짝 붙어 자라고, 곳곳에 검은 반점이 있는 고추나물이다.▲
등로 내내 이어지는 들풀꽃들에 고개를 들 시간이 없었다.
어느새 누룩덤 두 기가 보이고 기백산 정상도 가까이 다가왔다.
정상 직전에 있는 누룩덤이 더 볼만하고, 제대로 올라 즐겨보기도 좋다.▲
우측으로 머리를 쑥 내민 거북이 한마리와
야는 능실능실, 능청스러운게 왠지 좀 징그럽게도 생겼다. 굼뱅이? 애벌레? ▲
날은 더 흐려졌고 바람은 심히 불어댄다. 비라도 한바탕 쏟아질것만 같다.
하늘이 아쉬운만큼 길가의 식생들에 더 눈길을 보냈으니 흐린게 나쁜 것만도 아니다.
덥지 않으니 산행 하기에는 최적의 날이기도 하다.
지나온 금원산 능선이다. 뒤로는 덕유산 능선마저 흐릿해졌다.
금원산과 기백산은 지리산과 덕유산 사이에 위치해 있고 해발도 높아 조망이 아주 좋은 곳이다.▲
첫번째 누룩덤으로 가는 길, 습한 바위지대를 지날때 구절초가 예쁘게 길을 인도한다.
모든게 촉촉해 좋은 날이다.▲
마치 손가락을 핀듯한 산부추도 연약하게 피어났다.▲
첫번째 작은 누룩덤이다.
첫번째 누룩덤은 완전히 위까지 올라가기 조금 애매하고 오르는 길도 그리 좋지는 못하다.
조금 올라가다 옆으로 지나 두번째 누룩덤으로 간다.▲
다시 만나는 과남풀▲
기백산하면 떠오르는 누룩덤이다. 아까보다 큰 누룩덤이다.
켜켜히 쌓인 바위가 마치 누룩더미처럼 생겼다 해서 누룩덤이라 부르고
책을 쌓아 놓은듯 보인다 해서 책바위라 부르기도 한다.▲
누룩덤 아래쪽을 지날때 보니
차곡차곡 단을 맞춰 쌓여진 모습은 석공이 일부러 만든 작품처럼 보였다.
거기에 이끼가 낀 모습은 더욱이나 아름답게 보인다.▲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진 모두 올라본다.▲
길이 나 있고 바위도 넓어 그닥 위험하진 않다.
세월이 만들어 낸 자연스런 형태와 문양들은
옛 선조들이 새겨놓은 것처럼 고고하기까지 하다.
재차 강조해도 지나치지가 않으니 자연만큼 위대한게 없음이다.
안쪽으로 넘어오니 이렇게 넓고도 아늑한 공간도 있었다.
기백산 정상은 누룩덤만 내려가면 바로 지척에 있으니
나만의 세상이 된 지금, 너른 반석에 누워 이 시간을 즐겨도 보았다.
나도 한때 꽃으로 피어
예쁜 잎 자랑하며
그대 앞에 폼잡고 서 있었지
꽃이 졌다고 울지 않는다
햇살은 여전히 곱고
초가을 여린 꽃씨는 아직이지만
꽃은 봄에게 주고
잎은 여름에게 주고
낙엽은 외로움에게 주겠네
그대여!
빨간 열매는 그대에게 주리니
내 빈 가지는 말라도 좋겠네
-이채 '9월의 노래' -
누룩덤을 내려오니 바로 기백산(1331m) 정상에 이른다.
두 경계에 있음을 말해주듯 함양의 정상석과 뒤로는 거창에서 안내도를 세워두었다.
거창과 함양의 경계에 있는 기백산은 수량이 풍부하고 크고 깊은 계곡과 폭포가 많아
사계절 시원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경남의 명소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용추계곡과 용추폭포, 심원정도 유명하다.
**기백산의 기는 별자리 28수 중의 하나로 청룡이 다스리는 동쪽의 7번째 별자리고,
백은 음양에서 남성을 뜻하는 양으로, 여성을 뜻하는 금원산과 비교해 지었다는 설도 전해진단다.
조선시대에는 비가 을 것을 미리 알 수 있다라는 뜻의 지우산이라 불렀다 하고
그 이름을 뒷받침해주듯 용추계곡의 물이 내려와 지우천으로 흐르게 된다.
여튼 하늘의 음양오행에 관련된 산이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일주문 방향으로 길을 잡으니 목책 전망대가 하나 있다.
시야 좋을때라면 아주 기가 막히겠다.
다시 금원산휴양림 방향으로 원점회귀하겠다면 매바위 방향으로 하산해야 한다.
용추계곡과 용추폭포쪽은 장수사일주문 방향으로 가면 된다.▲
날은 흐려도 해는 떠 있었다는걸 반증이라도 하려는 듯 황석산과 거망산 위로 강렬한 햇살이 뿜어져 나온다.
예전에 황석산 거망산은 유동마을과 장수사 일주문에서 올랐던 기억이 있다.
황석산성에 서린 많은 이들의 핏빛 영향 때문인지 함양 일대 정상석들은 붉은 글씨체로 강렬하게 새겨져 있다.
어느날 갑자기 또 만나러 올 것이다. 그때까지 잘 있어라.▲
지나온 금원산부터 작은 누룩덤과 큰 누룩덤 두 기를 지나 기백산 정상에 이른 길이 보인다.
좌측 뒤 반야봉처럼 생긴 쌍봉이 금원산이다.▲
누룩덤과 기백산 정상을 뒤돌아보고 일주문 방향으로 내려선다.
금원산에서 기백산까지는 4km, 기백산에서 일주문까지는 4.2km다.▲
하산하는 습한 길 주변으로 줄기에 얼룩덜룩한 무늬가 있는 점박이천남성을 만난다.
잎은 양쪽으로 두개로 나오고 소엽은 5~14개다.
천남성 중엔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아이다. ▲
은꿩의다리다.▲
큰 폭포와 소가 아닌 이상, 계곡은 마른 모습을 많이 보이기 마련인데
여기 계곡은 위에서부터 물소리 끊이지 않는다.
땀을 많이 흘리진 않았지만 그래도 물을 보는 것 자체로 반가운 일이다.
등로에서 조금 벗어나면 더 큰 소와 폭포도 만날 수 있겠지만 이 정도면 부족하지도 않다.
가볍게 계곡물을 적시고 한결 편해진 길을 따라 일주문으로 마지막 힘을 낸다.
지도에는 이 계곡을 도숫골이라 표기하고 있다.▲
옛 장수사터로 내려선다.▲
용추사와 용추계곡으로 가는 초입이고
기백산과 금원산 뿐 아니라 황석산과 거망산의 들날머리가 되는 곳이라 유명한 곳이다.
용추사 일주문이라 불리지만 현판의 본 이름은 '덕유산장수사조계문'(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54호)이다.
이 일주문은 1702년(숙종 28년)에 건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장수사는 1500여년 전인 신라 소지왕 9년(서기 487년)에 각연조사에 의해 창건된 고찰로
신라시대 원효나 의상을 비롯해 조선시대의 무학, 서산 등 고승들이 수도한 이름 있는 사찰이었다.
지리산과 덕유산에 산재한 많은 사찰을 말사로 거느리고 근처 어디에서나 염불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만큼
계곡 일대에만도 열개가 넘는 암자를 둔 큰 사찰이었다 한다.
해인사에 버금갈 정도였다 하니 그 규모가 얼마나 대단했을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전쟁때 저 일주문 뒤로 있었을 주요 건물들과 계곡마다 즐비했을 암자들은 모두 소실되고
작은 암자였던 용추사만이 1959년 중건하여 지금의 이름난 사찰로 남은 것이다.
용추사가 복원되면서 용추사 일주문으로 불리게 되었다.
용추사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4시 30분이다. 사방으로 계곡이 좋은 용추니 어디든 물소리 귀하지가 않다.
4시 50분쯤 들어온 버스를 타고 안의로 나간다.
거창과 안의로 나가는 버스는 90~105분 간격이라 한다.
오랜만에 들른 안의터미널도 감회가 새롭기만 하다.
안의에서 5시 20분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올 수 있었다.
심야버스를 타고 시작한 일정이 조금 고되게도 느껴졌지만
길을 걷다 흐드러지게 핀 들꽃들과의 눈맞춤은 큰 기쁨이 되고
감미로운 바람을 누릴 수 있는 산정에서의 시간은 힘들게 떠나온 이유를 설명해주기 충분했다.
대슬랩과 누룩덤 등 볼거리 많은 현성산~기백산이었다.
**다음 블로그가 2022년 9월이면 영원히 종료된다는 통보에
수많은 자료들이 사라질까 두려워 급하게 티스토리로 옮기니
수백명씩 남겨주신 많은 댓글과 공감도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
그동안 함께해주셨던 님들께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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