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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충주 남산~계명산

'효빈 길을 나서다'의 네번째 책 《오늘의 명산, 절경따라 걷는 길》이 출간되었습니다.

 

산에도 유명세를 타고 유행을 쫒는 산지들이 있기 마련이다.

요즘은 사진 스팟이나 핫 플레이스가 되는 산행지들이 인기이기도 하다.

 

 

 

강이나 천을 따라 산줄기가 아름다운 산지,

산중 출렁다리가 생긴 후 유명세를 타고 이슈가 된 산지들,

박진감 넘치는 대슬랩 산지들을 선정했다.

 

 

 

《오늘의 명산, 절경따라 걷는 길》 

새롭게 개장하거나 달라질 정보들도 많이 담겼고

사진과 글을 곁들여 함께 거닌듯 생생하고 재미있게 보실수 있을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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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못하는 님들께, 산과 자연, 여행에 관심있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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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명산, 절경따라 걷는 길

2023년 1월, '효빈 길을 나서다'의 네번째 책 《오늘의 명산, 절경따라 걷는 길》이 출간되었습니다. 산에도 유명세를 타고 유행을 쫒는 산지들이 있기 마련이다. 요즘은 사진 스팟이나 핫 플레이

0709i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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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코스 : 남산주차장~남산공원입구~깔딱고개~남산(금봉산)~북문터~마즈막재~계명산~

종민2통경로당~충주댐정류장(약 12km로 5시간 10분쯤)

 

서울에서 아침 6시 30분차를 타고 충주 도착해 택시를 타고 남산공원 주차장으로 간다.

보통때는 택시를 잘 이용하지 않는 편이지만 시내버스 타는 곳도 두 정거장쯤 떨어져 있는데다

그리 멀지 않아 택시를 타는게 나을듯 했다. 택시비는 6천원쯤 나왔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도심의 산이라 그런지 

이르게 산에 다녀오신 분들이 하나둘 내려오고 있었다.

남산은 시민들 산책 삼아 주말 오전 다녀오기 딱 좋은 곳이었다.

 

 

 

 

주차장에서 남산 초입으로 올라가다 뒤돌아보니 충주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청명한 하늘 아래 시내가 보이는 이 시간이 가장 아름답게 다가왔다.

산에서는 뜨거운 햇살과 오존으로 시야가 그리 좋지 못해

이 길을 걸을때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기도 했다.

 

 

 

 

입구에 도착하니 웬 젊은 친구들이 서너명 나와 있다. 

운동 나온 사람들에게 생수와 사탕, 과자를 나눠준다.

아까 주차장으로 올라올 때 교회가 한 둘 보이더니 그 교회 사람들인 것인지 아닌지 어쨌든

무거운게 싫어 간식거리 하나라도 줄여 가지고 다니는 형편이라 받기가 난처하지만

어린 학생이 친절히 건네는데 사양하기도 그래서 받아 넣었다.

 

 

 

 

 

등로에 들어서니 돌탑 몇 기와 남산(금봉산) 안내도가 하나 세워져 있다.

체육시설을 지나 깔딱고개로 올라갈 것이다.

 

 

 

 

쭉쭉 잘 뻗은 나무들로 인해 숲은 더없이 좋다.

멀리서 찾아 온 외지인보다는 대부분은 근처 시민들이 산책을 나와 있다.

남산은 깔딱고개를 조금 오르고 나면 정상까지 딱히 힘든 곳이 없어

슬슬 걷기에 좋은 곳이었다.

 

 

 

 

이렇게 오랜 세월 잘 자라준 나무들을 보면 신령스럽기까지 하다.

 

 

 

 

어느새 이르게 익어가고 있는 산사나무 열매가 보인다.

산에서 나는 사과라 산사,

산속의  절에 가는 길에 만나는 나무라 산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하고..

여튼 사과꽃을 닮았고 산중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것도 맞다.

술 산사춘의 재료가 이 산사나무였다.

유렵에서는 메이플라워라 하여 5월의 꽃이었고 행복의 상징이기도 했다.

아테네 여인들은 결혼식때 머리를 장식하는데도 이용했다고 한다.▲

 

 

 

 

무릇도 하나 둘 개화를 하였고

 

 

 

 

개갓냉이가 8월에도 한창이다.

비숫한 속속이풀은 잎이 깃꼴 모양으로 깊게 갈라져(결각) 있는 반면

개갓냉이는 불규칙한 톱니 모양이 있을 뿐 갈라짐은 거의 없는 편이다.

 

 

 

 

어느새 진하게 익어가는 생강나무도 있다.

이 무더위가 언제 가나 하고 있는데, 이 아이들은 벌써 가을을 맞고 있는것만 같다.

 

 

 

 

긴 계단 따라 깔딱고개로 올라서니 철봉 및 시설 몇 개가 있고 시민들 운동을 하고 계셨다.

남산에서는 깔딱고개까지가 그나마 힘든 오름길이다.

깔딱고개를 지나 충주산성 방향으로 가면 된다. 딱히 힘든 곳도 없고 나무들도 울창하다.

 

 

 

 

 

잠깐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두룽산 수주팔봉 너머로 가운데 박달산이 보인다.

시계가 좋지 못한 날이라 다 짚어보기도 마땅치 않고 시원하지도 않지만

뒤로는 백화산 희양산이며 악휘봉 칠보산 군자산 등

충북과 경북의 경계에 있는 고산준봉들이 장쾌하게 펼쳐지는 곳이다.

어렴풋 좌측 뒤로는 희양산과 구왕봉의 형태가 보이기는 한다.

 

 

 

 

가운데 뒤로 박달산, 앞쪽 우측으로 수주팔봉 두룽산이다.

물 위에 선 여덟개의 봉우리.. 충주시 살미면에 있는 수주팔봉은

수려한 계곡 위로 구름다리가 있고 경관이 아름다워 한번쯤 가볼만한 곳이다.

조선시대 철종이 여덟개의 봉우리가 비치는 물가에서 노는 꿈을 꾼 후 

수소문하여 찾은 곳이 달천과 석문동천이 만나는 지점의 수주팔봉이었다 한다.

수주팔봉은 캠핑과 차박이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희미하지만 뒤로 주흘산군을 지나 조령산을 거쳐 백화산과 희양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도 잡힌다.

좌측으로 있을 주흘산 영봉쪽은 아직 잡히지 않는다.

 

 

 

 

잘못하면 이곳에서 바로 마즈막재로 진행하게 된다.

남산 정상석은 지금 서서 사진 찍는 뒤로 조금 올라야 있다.

계명산을 가려면 남산 정상에서 내려와 다시 마즈막재 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

 

 

 

 

충주시 안림동과 직동,살미면 일대에 걸쳐 있는 남산(636m)은

걷기 좋은 육산으로 현지인들이 애용하는 도심의 힐링 산책로이자 휴식처다.

금봉산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예전에 봉황이 살았던 상서로운 산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충주산성을 금봉산성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산 산정을 휘감는 충주산성은 역사와 이야기가 함께하는 운치가 있는 길이기도 하다.

남산은 마즈막재를 사이에 두고 북쪽의 계명산과 마주하게 된다.

남산과 계명산을 연계하는 경우도 많다.

 

 

 

 

 

맨 뒤로 솟은 주흘산 영봉부터 부봉, 마패봉, 신선봉, 조령산, 황학산과 백화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이다. 물론 백두대간에서 살짝 비켜 지나는 곳들도 있다.

강한 햇살과 구름이 뒤섞여 제대로 짚어보지 못하겠지만 시야가 좋을때라면 아주 기가 막히겠다.

 

 

 

 

주흘산부터 부봉으로, 마패봉과 신선봉으로~그리고 조령산과 백화산으로~

가운데 앞쪽으로 뿔처럼 뾰족 솟은 두 봉우리는 어디일까.

처음엔 북바위산과 박쥐봉이 아닐까도 했지만 형태나 거리상 악어봉(악어섬)이 있는

대미산으로 추정해 본다. 그러니까 북바위산과 박쥐봉은 그 뒷줄이겠다.

 

 

 

 

정상을 내려와 마즈막재로 길을 잡으니

충주산성 성벽과 뒤로 가야 할 계명산이 보인다. 좌측으론 충주시내가 보이고

 

 

 

 

충주 시내와 남한강 사이에는 좌측으로 기다랗게  탄금대가 자리하고 있다.

충주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도 탄금대는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악성으로 불리던 우륵이 가야금을 탔다는 곳이다.

신라 552년(진흥왕때) 가야국 사람이던 우륵은 가야가 멸망할 것을 예견하고 신라로 귀화하게 되는데

진흥왕은 반기며 국원(충주)에 머물게 하고, 우륵으로 인해 음악을 배우고 장려하게 한다.

 

대문산이라는 나지막한 산에 탄금대가 자리하는데 탄금대는

남한강과 달천이 합류하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평야와 강가의 풍경이 내려다 보이는 곳이니 

그 시절에는 얼마나 아름다웠을지 가히 짐작이 되는 대목이다.

우륵이 켜는 미묘한 가야금 소리에 사람들이 몰려드니 그 주변에는 마을이 형성되었고

가야금과 관련한 지명들도 여럿 남아 있다.

 

 

 

 

아까 그 갈림길에서 내려온 돌계단이다. 성벽위를 걷고 있는 것이다.

 

 

 

 

충주산성(충청북도 기념물 제31호)은 석축산성으로 6세기 중엽 이후 삼국시대에

축성된 것으로 추정된단다.

전설에 의하면 삼한시대 마고선녀가 7일만에 쌓았다고 하여 마고성이라도 한다는데

대야산과 둔덕산의 마귀할미통시바위에도 마귀 이야기가 나오고

옛 이야기 곳곳엔 마고 이야기가 빠지질 않는다.

거리상의 차이는 있으나 「신증동국여지승람」의 충주목 고적조에서 말하는

「동악성」일 가능성도 있다 한다.

 

 

 

 

산성길은 부드러운 양탄자 같고, 잘 가꾸어 놓은 잔디밭을 걷는 기분이다.

산성 초지위에 늦여름과 초가을 꽃인 무릇(백합과)이 수를 놓아간다.

징글징글한 찜통 더위가 이어지지만 벌써 입추가 지났고 말복도 지났다.

언제나 끝은 있기 마련이었다.

 

 

 

 

쑥부쟁이도 종류가 많고 복잡하니 설상화나 총포 등도 깊게 따져봐야겠지만

이 아이는 잎의 형태상 아무 수식 붙지 않는 그냥 쑥부쟁이로 보인다.

높은 산정에선 주로 갯쑥부쟁이(그동안 개쑥부쟁이로 잘못 오동정하여 불리던 아이)가

주로 보인다면 나지막한 산이나 들가엔 쑥부쟁이가 많다.

 

 

 

 

여기저기 미나리아재비도 앙증맞게 피어나고

 

 

 

 

관심 갖지 않던 방동사니도 오늘은 새삼 우아하게까지 보인다.

사초과 방동사니속 아이들도 종류가 많고 복잡하다.

이런 형태는 참방동사니와 금방동사니 둘 중의 하나로 보이는데

비닐조각 끝이 둔하면 참방동사니, 뾰족하면 금방동사니다. 더 확인이 필요하겠다.

 

 

 

 

충주 시내와 가운데 기다랗게 늘어선 대문산 능선에 탄금대가 있다.

탄금대는 남한강과 달천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계명지맥이 맥을 다하는 곳이기도 하다.

남한강 줄기는 좌측의 달천과 합류하게 된다.

우측 뒤로 선명하진 않지만 충주 원통산과 국망산 보련산 일대다.

 

 

 

 

북문터와 좌측의 계명산.

 

 

 

 

이제 북문터를 내려가 마즈막재로 간다.

마즈막재를 지나면 계명산으로 진입하게 된다.

 

 

 

 

한가로운 휴식에 보는 이도 편안해지는 풍경이다.

 

 

 

 

북문터를 내려오면 나무 계단과 첫 임도길을 만나고

마즈막재로 가는 길은 임도와 산길로 나뉘어지는데 한 두번은 산길로 나머지는 임도를 따라 걸었다.

어느 길로 가도 무방하다. 대부분 시민들은 임도따라 걷고 계셨다.

힘들이지 않아도 되는 길이라 슬슬 걷기에 참 좋은 남산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로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만한 남산이었다.

 

 

 

 

임도길 곳곳엔 몽고와의 전쟁때 큰 활약을 한 김윤후 장군과

조선시대 왜군과의 전투에서 패한 후 투신한 신립장군,

충주 출신 임경업 장군 이야기 등도 안내되어 있다.

 

 

 

 

툭 튀어 나온 줄기 마디가 마치 소의 무릎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쇠무릎이다.

우슬이라 하여 무릎 관절염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쇠무릎이라 말하는 것은 대부분 털쇠무릎이고,

쇠무릎은 제주나 일부 해안 지역에만 자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 굳이 구별하자면 이 아이도 털쇠무릎이라 해야 맞을 것이다.

털쇠무릎은 잎이나 줄기 등 전체에 털이 많지만. 쇠무릎은 털이 거의 없어 매끈한 편이다.

 

 

 

 

 

세잎쥐손이다.

잎은 세가닥으로 깊게 갈라지고 가운데 잎이 유독 큰 특징을 가지고 있다.

쥐손이풀은 줄기나 잎에도 털이 많지만, 세잎쥐손이는 털이 거의 없이 매끈한 편이다.

경기 북부, 화악산과 명지산 일대엔 둥근이질풀과 비슷한 큰세잎쥐손이도 있다.

 

 

 

 

이질풀이다.

이질풀은 야트막한 산 초입이나 밭가, 들에서 만날 수 있다.

그에 비해 둥근이질풀은 천미터급 높은 산에 올라야 볼 수 있는 꽃이다.

 

 

 

 

처음엔 쥐손이풀인가 했는데 흰이질풀이 아닌가 의심해 본다.

흰이질풀은 하나의 꽃대에 두개의 꽃이 피는 반면

쥐손이풀은 보통 긴 꽃대 위로 하나씩 달리고,

아래쪽으론 2개의 꽃자루가 갈라져 각각 1개씩 달리는 편이다.

흰이질풀은 줄기의 털이 옆을 향하고 쥐손이풀은 털끝이 아래를 향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쥐손이풀과 이질풀은 여전히 어려운 아이들이다.

 

 

 

 

어느새 산수유도 하나 둘 붉게 익어가는 아이들이 보인다.

얼핏 산수유 열매는 구기자와 너무 비슷하게 생겼는데 

수피가 벗겨지는 모습을 보면 금새 산수유라 추정해 볼 수가 있다.

 

 

 

 

크게 자란 뚝갈이다.

뚝갈 중에는 뚝갈과 마타리 교잡종이라는 긴뚝갈도 있다.

 

 

 

 

영아자(초롱꽃과)다.

이 아이도 어린 순일때는 나물로도 먹는단다.

내가 먹지 않는 것은 왠지 나물로 보이지가 않는다.

 

 

 

 

만날때마다 들깨풀인가 쥐깨풀인가 한다. 이것은 들깨풀이겠다.

들깨풀은 꽃차례 바로 아래의 잎엔 잎자루가 거의 없고, 화축이며 줄기에 백색의 잔털이 많다.

들깨풀 잎엔 6~13개의 톱니가 있는 반면 쥐깨풀은 7개 미만으로

대부분은 3~5개로 잎의 톱니가 적은 편이다.

쥐깨풀은 꽃차례 바로 아래의 잎에도 잎자루가 있는 편이다.

들깨풀과 쥐깨풀 모두 꿀풀과의 쥐깨속에 속한다.

 

 

 

 

흰색의 들깨풀도 은근 많이 보였다.

 

 

 

 

흔한 잡초지만 그 진한 색감에 늘 걸음을 멈추게 된다.

닭의장풀이다.

연한 색의 닭의장풀은 마치 물 적신 습자지에 먹물 한 방울을 떨어트린것만 같다.

닭의장풀속에도 종류가 여럿이다. 좀닭의장풀, 애기닭의장풀, 고깔닭의장풀 등.

 

 

 

 

꿀풀과의 탑꽃속은 참 어렵고 복잡하다.

탑꽃이나 애기탑꽃, 산층층이가 비슷하게 생겼고 산층층이는 층층이꽃(꽃층층이꽃)과 이름마저 닮았다.

산층층이에 비해 탑꽃이나 애기탑꽃은 포가 없거나 미미한 수준인 반면

산층층이 포는 꽃자루보다 긴 편이다. 이 아이는 산층층이로 동정해 본다.

 

 

 

 

 

임도가 끝나면서 마즈막재가 보이고 대몽항쟁기념탑이 우뚝 세워져 있다.

마즈막재를 건너면 계명산이 시작된다.

 

 

 

 

안녕~ 더운데 너도 고생이 많다.

 

 

 

 

남산과 계명산의 경계에 있는 마즈막재다.

마즈막재 주차장은 충주호 종댕이길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충주호의 시원한 물줄기를 내려다보며 숲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힐링의 길이다.

우측 도로따라 내려서면 충주 시내다.

 

옛날에 청풍과 단양의 죄수들이 사형 선고를 받기 위해서는 충주로 들어와야 했는데

반드시 이 고개를 넘어가야 했단다. 이 고개를 넘으면 이젠 살아 돌아가지 못하는 고개라 하여

마지막재가 되었다고도 하고 또 다른 설로는

마즈막재는 원래 마슴과 목에서 나와 마슴목재였다고 한다.

만나거나 헤어질 떄 마음속 감정이 목까지 복받쳐 오른다는 뜻이다.

그 마슴목이 마스목, 마스막이 되었다가  마즈막이라 표기된 것이라 한다.

만나거나 헤어질 때 감정이 목까지 복받쳐 오른다~

그런 심오한 뜻이 있었구나.

 

 

 

 

 

도로를 건너니 계명산쪽에도 작은 주차장이 있고

운동 시설과 대몽항쟁 안내문이 하나 세워져 있다.

무엇보다 화사하게 핀 배롱나무에 시선이 간다.

 

 

 

 

옛 사람들은 배롱나무를 백일홍나무, 또는 목백일홍이라 많이들 불렀다.

백일동안 피는 꽃이라 하여 백일홍이라 하였지만 한 송이가 백일동안 피는게 아니라 

꽃 하나하나가 이어달리기 하는 식으로 피므로 백일동안 피는 꽃으로 보여졌을 것이다.

도종환 시인은 그 오래 피는 배롱나무를 시 한수에 잘 담아내었다.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게 아니라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우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나무는 환한 것이다.

 

-도종환 '백일홍'-

 

 

 

 

배롱나무 핀 마즈막재에서 대몽항쟁전승기념탑쪽으로 올라 계명산 산행은 시작된다.

 

 

 

 

오늘 충주 시내는 높은 산정에서보다 산 초입에서 바라볼 때 더 아름답게 다가왔다.

우측으로 탄금대다.

 

 

 

 

대몽항쟁전승기념탑이다.

충주에도 고려시대 몽고의 침입이 여러차례 있었는데 특히 5차 침입시 

충주성에서 70일간 전개 된 치열한 공방전이 있었다.

식량이 바닥나는 위기에 처했음에도 방호별감 김윤후의 뛰어난 지도력과 

노비를 포함한 충주민 모두의 단합된 힘으로 죽음을 무릅쓰며 몽고군을 격퇴할 수 있었다.

이에 충주인들의 항전 의지를 기리고 역사적 귀감으로 삼고자 이 비를 세우게 되었다 한다.

 

 

 

 

마즈막재의 종댕이길 주차장이 보이고, 충주호 물줄기도 살짝 드러난다.

위로는 남산이다.

 

 

 

 

순한 남산길과는 다르게 계명산은 처음부터 깔딱이 이어지고, 돌길이 섞여 걷기에도 남산보다 못하다. 

등산인들에겐 남산보다 계명산이 더 잘 알려진 것과 달리

시민들은 남산을 더 애용하고 있었다. 

산책로처럼 시민들 오가던 남산과는 다르게 계명산은 아주 조용했다.

 

 

 

 

열매를 단 사위질빵이다.

 

 

 

 

아구~귀여운 것.

얼핏 맥문동처럼 보이지만 맥문동보다 꽃의 색도 연하고

키도 작고 왜소한 개맥문동이다.

원래의 것보다 작거나 못하다는 뜻으로 개~라는 접두사가 붙었지만

나는 맥문동보다 훨 아름답다 생각하곤 한다.

 

 

 

 

이 아이를 만나니 다시금 계절을 느낀다. 산박하다.

비슷한 오리방풀은 풀거북꼬리처럼 잎 끝이 툭 튀어 나오고,

전체적인 느낌도 산박하에 비해 큰 편이다.

 

 

 

 

가막살나무 열매가 익어가고 있다.

비슷한 덜꿩나무는 타원형의 길쭉한 잎을 가졌다면,

가막살나무 잎은 둥글다가 끝이 갑자기 뾰족해지는 편이고

덜꿩나무 잎자루는 짧은데 비해 가막살나무(산가막살나무) 잎자루는 긴 편이다. 

가막살나무 잎 끝이 꼬리처럼 길게 뻗은 것을 산가막살나무라 구별하고 있다.

 

 

 

 

잎줄기에 날개가 있는 붉나무다.

초가을이면 이르게 물들어 단풍 부럽지 않을만큼 붉은 잎을 자랑한다.

붉나무를 소금 나무라 칭하기도 하는데

붉나무 열매엔 짭짜름한 소금기가 있어 예전엔 소금 대용으로 쓰이기도 했다.

 

 

 

 

그렇게 전망대 쉼터에 올라서니 두세분이 쉬고 계신다.

계명산휴양림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이기도 하다.

마즈막재에서 겨우 900m 올라왔는데 몇 키로는 걸은 기분이다.

남산을 너무 가볍게 걷다 보니 비교되는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전망대에는 그래도 월악산 방향으로 한쪽면이 드러나 준다.

시야는 그리 깨끗하지 않지만 충주호가 내려다 보이고

우측으로 우뚝 솟은 봉우리는 어디에서나 그 존재 부각이 되는 월악산 영봉이다.

영봉 바로 좌측 뒤로는 대미산과 하설산, 메두막봉, 영봉 우측으로는 만수봉과 포암산으로 이어진다.

맨 우측 포암산을 지나면 주흘산으로 연결된다.

화면 가운데 충주호 바로 뒤로 등곡산도 보인다.

 

 

 

 

충주호와 우측은 등곡산이다. (뾰족뾰족한 등곡산과 황학산 떡갈봉 일대가 겹쳐 보인다.)

등곡산은 황학산과 또는 월형산과 떡갈봉을 연계해 돌아보는 코스도 괜찮다.

맨 우측 뒤로는 희미하게나마 하설산과 메두막봉 문수봉 형태가 잡힌다.

좌측에서 가운데 뒤로는 소백산 너울이 보일텐데 오늘은 시계가 좋지 않다.

 

 

 

 

시계가 좋지 않아도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월악산 영봉과 우측은 만수봉과 포암산.

영봉 좌측 뒤로는 대미산과 문수봉과 메두막봉 하설산이다.

 

 

 

 

뒤로는 뾰족 올라온 주흘산 영봉부터 부봉, 마패봉, 신선봉 그리고 조령산과 백화산으로 

더 우측으로는 희양산 악휘봉 칠보산 군자산으로 백두대간이며 충북의 명산들이

시원히 펼쳐질텐데 오늘은 자세히 살펴볼 수는 없겠다.

 

 

 

 

다시 숨을 헐떡거리며 정상으로 향한다.

누군가에게는 거리도 짧고 쉬운 길일텐데 요즘의 나에게는 
가도가도 정상이 나오지 않는 느낌이었다. 

 

 

 

 

조망이 없으면 없는대로~ 이 아이들과의 눈맞춤으로 충분한 보상이 된다.

어느새 익어가는 노린재나무 열매다.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라 시시하다 할 수도 있지만

예로부터 쓰임새도 많았고 서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나무다.

 

 

 

 

붉나무 열매에는 소금기가 있다면 개옻나무 열매엔 털이 많다.

 

 

 

 

나뭇가지 사이로 간간이 월악산쪽으로 조망이 트인다.

 

 

 

 

 

크고 화려한 바위 대신 육산에 굴러다닐법한 갈라지고 쪼개진 그런 바위 지대도 지난다.

바위 좋은 산지에선 바위라 여기지도 않으며 지나쳤겠지만

어디 그런 산만이 또 멋진 산이었겠는가.

이 산의 매력, 숲이 좋고 은근 식생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쉬어갈 명분으로 셀카도 날려보고 작은 바윗길들을 지나간다.

 

 

 

 

 

유독 한 아이만이 벌써 진하게 익었다. 둥굴레 열매다.

 

 

 

 

반가운 아이도 만난다.

꽃받침이 장구 모양처럼 생겨서, 또는 장구의 채와 닮았다 하여 이름 지어진

장구채(석죽과 장구채속)다. 장구채에는 애기장구채, 끈끈이장구채,

가는끈끈이장구채, 주로 바위 절벽에 서식하는 희귀한 분홍장구채, 

설악산처럼 고산지대에서 볼 수 있는 가는다리장구채가 있고

숲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가는장구채 등이 있다.

희귀하다는 장구채들을 찾아다니기도 했었는데 이젠 많이 게을러져 

그저 산길을 걷다 우연히 만나는 아이들에게 더 정감이 간다.

 

 

 

 

 

계명산 정상에 오른다.

두개의 정상석에 하나는 774m, 하나엔 775m라 새겨져 있다.

계명산은 충주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남산과 마주하고 있다.

옛날에 이 산에 지네가 많아 지네의 상극인 닭들을 풀어 지네를 퇴치하게 되었고

그 이후 계족산이라 부르게 되었는데, 충주지방에 큰 부자가 없는 것은

산이 닭발 형상이고 이름도 좋지 않아 '닭 울음 소리가 여명을 알린다'는 뜻으로

희망을 얘기하는 계명산으로 바꾸게 되었다 한다.

 

 

 

 

 

정상은 막혀 있어 조망은 별로지만 멋진 소나무들과 그늘이 있어 여름철 쉬어가기 제격이다.

정상에 있던 두세분들은 차를 세워뒀다는 마즈막재로 다시 내려가셨고

나도 그럴까 고민을 하다가 충주댐쪽으로 가기로 한다.

계명산에서는 마즈막재와 막은대미재, 그리고 충주댐이 있는 범골(범동)로 하산할 수가 있다.

 

 

 

 

 

정상 조망은 충주호가 보이는 이 정도다.

맨 좌측 뒤로 아주 희미하게 금수산 자락이 들어오고

그 우측으로 말목산이며 제비봉이 실루엣만을 걸쳤을 뿐이다.

여름철이라 나무들이 울창해 다른 계절보다 조망이 더 못한 편이다.

오히려 진행하다 보면 더 나은 조망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지라

미련 두지 않고 계명산 정상을 떠난다.

 

 

 

 

 

하산길 이정표에 충주댐이라고는 나오지 않는다.

하종이란 곳으로 빠지지 말고 쭉 직진해 가면 되겠다.

다음 이정표에서는 종민2통경로당과 충주댐으로 하산하려면 범골 방향을 따라 가면 된다.

 

 

 

 

 

양 옆으로 활짝 벌린 소나무와 바윗길에 이르면 

정상보다 훨 나은 조망처들이 두어군데 나온다.

 

 

 

 

이 곳에 와서야 충주호도 시원스레 내려다 보인다.

충주댐도 보이기 시작한다. 하산 지점이 가까워졌다는 얘기다.

충주호 뒤로는 좌 관모봉과 우측은 부대산이다.

관모봉 뒤, 그러니까 가운데서 좌측은 면위산(부산)이다. 

가운데서 우측 뒤로 올록볼록 두 봉우리가 보이는데 남근석으로 유명한 작성산과 동산이지 싶다.

그렇다면 맨 우측 뒤로는 금수산이다. 맞다 금수산.

 

 

 

 

 

충주호 바로 뒤로는 충주호를 감싸는 좌 관모봉과 우 부대산, 주봉산이다.

그 뒤로는 좌측 면위산(부산), 가운데 작성산과 동산 그리고 금수산 라인이 선을 그었다.

금수산 우측 뒤로 있을 소백산까지는 무리인 날이다.

충주호 건너편 가운데 건물은 기업은행 충주연수원이다.

그 앞에 충주나루 휴게소가 있다.

 

 

 

 

 

작성산 동산과 금수산 그리고 우측으로 하설산과 대미산, 월악산 영봉까지.

시계 안 좋은 날 그래도 이 정도로 명산들을 찾아볼 수 있었으니 충분히 만족이다.

 

 

 

 

우측 아래 충주 시내 방향으로 사선으로 뻗은 줄기는 대미막재 능선이다.

저 능선을 따라 남한강과 달천의 합수점인 탄금대 탄금교에서 계명지맥은 맥을 다하게 된다.

가운데 충주시내 뒤로 기다란 탄금대가 보인다.

 

 

 

 

마지막 조망을 즐기다 범골 방향으로 간다.

주말이지만 이쪽으론 사람 한 명을 만나기 어렵다.

하기야 계명산 정상도 서너명이 전부였으니 남산처럼 편하게 거닐 수 있는 산이 아니어서일 것이다.

그렇다고 험한 산도 아니다.

저 부대산 능선 뒤로는 청풍호반 케이블카와 모노레일이 있는 청풍면 문화재단지가 있을 것이다.

청풍 문화재단지를 넘으면 저기 작성산과 동산 금수산에 이르는 것이다.

 

 

 

 

 

우측으로 뾰족 솟은 봉우리가 내려온 계명산이다.

 

 

 

 

어느 집 정원에 있음직한 소나무 하나를 지나고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쉬다가 종민2통(봉골마을)으로 내려가는데 길도 잘 나 있었다. 

어쩌다보니 나는 임도길로 빠졌는데 하산해 보니 산길 등산로도 있었다.

 

 

 

 

 

아무 수식 붙지 않는 싸리다.

비슷한 참싸리는 꽃자루 없이 줄기에 바짝 붙어 피어난다.

 

 

 

 

아~ 어딘가에서 독특한 향이 퍼지고 있다. 

분명 근처에 이 아이들이 군락으로 피어 있을거란 짐작은 틀리지 않았다.

어사화를 닮은듯한 마편초과의 누린내풀이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불쾌한 냄새 노린내가 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지만 나는 늘 

불쾌한 냄새 대신 이 아이들만이 주는 진하지 않은 독특한 향에 매료되어 버린다.

오랜만에 사방으로 꽃대를 올린 누린내풀 자체로 감동이다.

자연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예측하지 못한 순간 피고 지는 다양한 식생들과 눈맞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저 우연한 만남이 좋은 것이다.

 

 

 

 

 

한줄기 시원한 소나기가 반가운 8월엔

소나기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만나면 그렇게 반가운 얼굴이 되고 

만나면 시원한 대화에 흠뻑 젖어버리는 

우리의 모습이면 얼마나 좋으랴? 

 

푸름이 하늘까지 차고 넘치는 8월에 

호젓이 붉은 나무 백일홍 밑에 누우면 

바람이 와서 나를 간지럽게 하는가 

아님 꽃잎으로 다가온 여인의 향기인가 

붉은 입술의 키스는 얼마나 달콤하랴?

 

8월엔 꿈이어도 좋다. 

아리온의 하프소리를 듣고 찾아온 돌고래같이 

그리워 부르는 노래를 듣고 

보고픈 그 님이 백조를 타고 

먼먼 밤하늘을 가로질러 찾아왔으면,

 

-오광수 '8월의 소망'-

 

 

 

 

길따라 직진해 내려가니 임도가 나오고 등산로 초입이 나온다.

위로 보이는 산은 지등산과 관모봉으로 보인다.

지등산에서 관모봉 거쳐 아까 충주호 위로 보였던 부대산과 주봉산으로 이어 걸어도 좋다.

 

 

 

 

나는 임도를 따라 내려왔는데 이런 등산로가 있었다.

내가 조금 돌아서 내려온 모양이었다. 어찌되었든 잘 맞게 내려왔다.

 

 

 

 

남산 들머리에도 사과밭이 보이더니만

역시나 충주답게 여기에도 사과가 주렁주렁 많이도 달렸다.

벌써 붉게 익어가는 사과들이 보인다.

밭고랑으로도 멀쩡하게 떨어진 사과가 많으니, 그것마저도 탐스러워 보인다.

 

 

 

 

 

아기자기한 마을로 내려서니 곳곳에 등산로 표시가 되어 있어

이곳에서 들머리를 삼는다 해도 어렵지 않게 올라설 수 있겠다.

 

 

 

 

늘 하산길은 다 끝났다는 후련함(?) 때문인지 여유가 생겨난다.

무사히 잘 마쳤다는 뿌듯함과 편해진 마음이 있어서일 것이다.

 

 

 

 

마을길 따라 내려오니 종민2통경로당이 나오고

길 따라 더 내려가면 충주댐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충주댐 버스정류장에서 충주 나가는 버스는 3시, 4시 5분쯤에 있다 한다.

도로에서 우측으로 올라가면 충주댐휴게소와 충주댐전망대가 나온다.

좌측은 남한강 따라 충주 시내로 이어진다.

 

 

 

 

3시 버스를 타려면 조금 여유가 있어 슬슬 길 따라 걸어 내려갔다.

충주댐에서 남한강으로 흐르는 시원한 물줄기가 보고싶어서다.

유유자적 강가 따라 걷는 길에 묘한 운치가 너무 좋아서고

새로운 길은 늘 걸어보고 싶어서기도 하다.

저 끝에 충주댐이 있다. 그 앞 버스정류장에서 걸어 내려온 것이다.

 

 

 

 

간간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사람들도 보였다.

걷다 보니 결국은 3시차가 아닌 4시 차를 타고 충주로 나갈 수 있었다.

오전보다 하늘도 더 깨끗해졌고 강가 따라 그냥 걷고 싶었다.

 

공원 같은 편안한 산책로부터 산행다운 조금은 빡센 오름길까지 

다양한 산길을 누려볼 수 있고, 남한강과 충주호를 내려다보며 조망과 식생마저 풍부하니 

한번쯤 꼭 찾아봐도 좋을 충주 남산과 계명산이었다.

 

**다음 블로그가 2022년 9월이면 영원히 종료된다는 통보에

수많은 자료들이 사라질까 두려워 급하게 티스토리로 옮기니

수백명씩 남겨주신 많은 댓글과 공감도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

그동안 함께해주셨던 님들께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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