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신간 《그 산에 그 꽃이 핀다》가 출시되었다.
‘산’이라는 캔버스 속
‘꽃’이라는 팔레트
아름다운 천연의 빛깔을 만나 보자.
필자의 산행과 여행에는 늘 들풀꽃나무와 함께했지만
이번 《그 산에 그 꽃이 핀다》에서는 특히나 그 산에서 피어나는 야생화에 초점을 맞췄다.
몇 년 뒤면 공항이 생겨 접근성이 좋아질 울릉도는 특산식물과 희귀식물의 집합체로
그 모든 것이 고유종과 희귀함으로 연결된다.
이른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가덕도와 비금도는 바다를 낀 그림 같은 풍경에 압도당하게 된다.
가덕도 역시 신공항이 생길 지역이라 달라질 모습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함께 뒤따르게 된다.
야생화로 유명한 석병산과 보현산, 덕유산과 소백산, 화악산 등 그 산지마다의 시그니처 같은
야생화 이야기 그리고 미스터리한 숲, 높은 산지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식생이 즐비한
평창 대덕사 계곡도 담겼다.
- ‘책을 내면서’ 중
어느 곳 하나 소중하지 않고 야생화 만발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그래도 가장 많은 비중을 두어 엮은 것은 울릉도다.
성인봉과 나리분지, 그리고 독도와 관음도 일대를 4월과 6월 두 차례 다녀오며
육지에서는 접하지 못하는 울릉도만의 특수한 매력을 가득 담을 수 있었다.
울릉도 하면 떠오르는 호박엿이 원래는 호박엿이 아닌 이 나무 이름이 잘못 알려진 유래와
보지 못할 뻔했던 헐떡이풀을 어렵게 만난 사연도 전한다.
멸종위기종 만큼이나 만나기가 어려워진 우산제비꽃과
울릉도 주민에게 한시적으로 채취가 허용된 울릉산마늘에 대한 이야기
나리분지와 섬말나리 이름이 생기게 된 이야기 등도 실렸다.
울릉도만으로 책 한권을 따로 만들어야 할만큼 이야기가 풍성하다.
희귀식물의 보고, 석병산은 한 계절만으로 표현하기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
4월의 석병산 그리고 꽃쟁이들이 가장 많이들 찾는 여름 야생화 편으로 나눠 구성했다.
특히나 여름철 석병산은 말 그대로 희귀식물의 교본이고 집합소를 이룬다.
책을 내고나면 늘 아쉬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2024년 신간《그산에 그꽃이 핀다》는 그런 아쉬움을 채우려 최대한 불필요한 요소들은 줄이고,
나날이 달라지는 식물체계에 대해 게을리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야생화 이야기에 집중하려 했다.
산과 여행, 야생화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2024년 2월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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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떠나지 못하는 날, 만족도로는 북한산을 따라올 곳이 없다.
너무 자주 다녀 식상한 코스 말고
몇 년 전에 딱 한번밖에 가보지 않아 새롭고 신선한 기자촌능선에 가보려 한다.
연신내역 3번출구 연서시장 정류장에서 7211번 버스를 타고
은평노인종합복지관이나 기자촌11단지앞에서 하차하면 된다. 701번, 720번을 타도 된다.
나는 은평노인복지관에서 내려 기자촌교회쪽으로 오른다. 기자촌교회에서 근린공원으로 이어지고
기자촌배수지와 기자촌공원지킴터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향로봉 가는 등산로가 시작된다.
기자촌배수지 앞에서 향로봉까지는 2km다.
코스는 기자촌교회~기자촌공원지킴터~기자촌능선~향로봉~비봉~진관사로 약 7km쯤 될까 싶다.
어차피 암봉 산행지라 거리는 크게 의미가 없겠다.
기자촌능선이다.
조금만 올라가도 바로 암릉을 타게 되니, 코스는 짧지만 알찬 바위산행이 될 것이다.
기자촌능선은 왠지 북한산과는 또 다른 느낌이라 새로워 좋기도 하다.▲
기자촌공원지킴터에서 8분 정도 올라서니 암릉이 시작되는데
암벽길은 홈을 파 계단처럼 만들어 놓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콧수염이 난 어느 남성의 옆모습을 닮았다 생각한 이 바위도 아주 인상적이다.
뒤로는 올라온 길과 은평뉴타운아파트 단지와 우측으로 양주시 덕양구 일대도 들어온다.
비가 자주 내린 탓인지 뜨거운 날 치고는 시야도 나쁘지 않다.▲
바로 옆으론 실한 암릉이 웅장함을 더하고
저 건너편으론 북한산 조망처로도 유명한 노고산이 가까이 드러났다.
왼쪽 소나무 뒤로 한옥마을도 들어온다.
이따 진관사로 하산해 한옥마을 건너편에서 버스를 탈 것이다.▲
조금 더 올라서니 뒤로 응봉능선과 그 뒷줄 바위들 총집결한 의상능선이 펼쳐지고
맨 중앙 뒤로 빼꼼 북한산 총사령부 백운대도 살짜기 얼굴을 내민다.
백운대 좌측으로는 염초봉과 원효봉으로~
백운대 앞줄 우측으로는 의상봉과 용출봉 용혈봉 등으로 의상능선이 이어진다.
좌측 아래로는 유명한 천년사찰 진관사가 자리한다.
오늘은 응봉능선 대신 비봉 갔다가 진관사계곡으로 내려설 계획이다.▲
여기서 가깝게 보이는 순서는 응봉능선, 의상능선, 맨 뒤로 백운대.
백운대 옆으로 있을 만경대와 노적봉 용암봉 등은 이따가 제대로 보일때 살펴보자.
백운대 앞줄 우측으로 의상봉, 용출봉, 용혈봉, 증취봉, 나월봉, 나한봉,
맨 우측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의상능선이다.▲
올라야 할 대머리바위다.▲
나무가 자라지 않는 민둥산이라 대머리라는 이름이 붙여졌을 것이다.
바위라기보다는 딱딱히 굳은 모래성 같았다.
시선을 진행 방향 우측으로 돌려보면 선림사 위에 있는 바윗길도 보인다.▲
선림슬랩(선림릿지)이라 부르는데 예전엔 어찌어찌해 올라갔지만 지금은 겁이 나 가지 못한다.
나이를 먹는 것인지, 예전엔 겁이 없었던 것인지 어쨌든 다음에 생각이 나면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선림릿지 위로 솟은 바위 봉우리, 족두리봉도 보인다.
대머리바위에 올라서니 모래 사막이라 해도 믿을것만 같았다.
저 너머로 주능선들이 보이지 않았다면 북한산이 아니라는 착각마저 들었을지도 모른다.▲
대머리바위는 잘 부서지는 모래 형태로, 마치 어느 해외 모래 언덕에 와 있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계속 깍이고 있는 사암이라 먼 미래에도 이 모습이 남아 있을지는 모르겠다.
네이버 지도엔 이곳을 발바닥바위라 표시하고 있다.▲
이곳에 올라 드는 생각은 그래~역시 북한산이다.
그저 뒤로 펼쳐지는 저 암봉들의 행렬만으로도 가슴 뿌듯해지는 북한산이다.
사람 하나 없는 넓은 광장에 선 사람처럼, 어느 낯선 관광지에 선 사람처럼
보통의 산에서 느끼는 것과는 조금 다른 대머리바위에서의 소회였다.▲
좌측의 튼실한 암봉이 이따 진행 할 진관봉이다. 우측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향로봉이다.▲
대머리바위를 지나 저 앞 기자봉으로 향한다.
그러니까 오늘 진행할 순서는 대머리바위~기자봉~진관봉~715봉(삼각점봉)~향로봉~비봉 순이다.
좌측은 향로봉, 우측으로 솟은 족두리봉도 보인다.
불광역에서 오를 수 있는 대표적인 암봉이 저 족두리봉이다.▲
만화속의 햇님이 잠을 청하는듯한 바위도 보이고▲
고개를 뒤로 젖히고 포효하는듯한 형상 하나.
물론 보는 이에 따라 그 모습은 제각기 다르게 보여질 것이다.▲
이 길의 명물 곰발바닥바위다. 표정이 살아 있는것만 같다.
곰보 자국이 있는 찌그러진 사람 얼굴 같기도 하고, 못생긴 물고기 형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저승에서 온 한 많은 사람처럼도 느껴졌다.
위에서 볼때는 곰발바닥 모양이 나온다 하여 곰발바닥바위라 하기도 하고, 그냥 발바닥바위,
어느 분들은 말바위, 저금통바위, 우럭바위, 괴물바위.. 등등 수많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뭐가 되었든 이 길의 명물이고, 저 표정엔 왠지모를 측은한 마음까지 든다.▲
곰발바닥바위에서 기자봉으로 이어지는 기다란 암릉길.
기자봉으로 이어지는 이 길을 낙타바위(낙타등)라 부르는 사람들도 한다.
정해진 이름은 아니다. 그러다 널리 불려지면 정식 이름이 되기도 할 것이다.▲
조금 고도를 높여 올라오니, 북한산 수뇌부도 조금 더 존재감을 드러내셨다.
가운데 뒤로 가장 높이 솟은 백운대와 그 우측으로 쌍벽을 이루는 만경대다.
백운대와 만경대 사이 쑥 꺼진 곳에 백운봉암문이 자리한다.
일제때부터 그리 불러 우리에게 익숙했던 위문의 원래 이름이 백운봉암문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당연한 듯 위문으로 불러왔다가 제 이름을 찾게 된 것이다.
그 앞줄은 의상능선이다.▲
앞쪽으로 커다란 암봉인 진관봉 구간이 시작되면서 북한산 주능선들은
뒤쪽으로 가려져간다.▲
매료되지 않을수 없는 멋진 기자촌능선이다.▲
올라왔던 은평뉴타운아파트 뒤로는 멀리 강화의 산너울들도 넘실거린다.
깊게 당겨보면 마니산과 해명산.진강산,혈구산,고려산,별립산,문수산 등도 제대로 잡히겠다.
우측으로 평평한듯 기다란 암봉은 선림릿지라 부른다.
여기 기자촌능선 대신 선림사~진관사 코스로 한바퀴 돌아보기도 하고
불광역에서 족두리봉 거쳐 저 선림릿지를 타기도 한다.
뒤로는 인천쪽이다. 늦은 오후의 강렬한 햇살에 멀리의 산하는 잘 잡히지 않는다.▲
이제 끝물인 털중나리는 마지막 진한 색을 뿜어내고▲
털중나리가 지는 자리엔 원추리(무슨 원추리인지 구별하지 않음)가 대신하고 있다.
샛노란 원추리 피어난 걸 보니 새삼 여름이구나 싶다.▲
향로봉을 향한 팥배나무다.
서울 바위산에 특히 많이 보이는 팥배나무도 어느새 열매를 달았다.
붉게 익어갈때면 팥을 닮아 있을 것이다.▲
암수딴그루인 산초나무는 연녹색의 꽃을 터트리고 있다.
산초나무는 가시가 어긋나고, 비슷한 초피나무는 가시가 마주나기 하여 구별된다.▲
아주 튼실한 진관봉과 우측으로 있는 봉우리를 어떤 이들은 515봉,
어떤 이들은 삼각점봉이라 부르기도 한다.
기자봉이나 진관봉 역시 해발을 붙여 몇미터봉이라고도 부르는데
해발은 각기 다를 수 있어 그저 기자봉 진관봉이라 칭한다.
다른 북한산 봉우리들처럼 이름이 걸려 있지 않으니 제각각 칭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진관봉 오름길에 우측으로 살짝 튀어나온 곳이 김신조가 피신했다는 굴이 있는 곳이다.▲
진관봉과 삼각점봉(515봉)과 우측으로 향로봉이다.▲
진관봉으로 오르며 뒤돌아 본 기자봉과 대머리바위다.
대머리바위는 점점 깍여가는게 확연히 느껴진다.▲
선림릿지는 이제 기자봉 뒤로 반쯤 모습을 감추었다.
암릉길과 도심의 조화로움이 아름다우니 몇걸음 가다말고 자꾸만 뒤돌아보게 된다.
강화도와 인천 너머로는 서해 바다가 넘실거리고 있을 것이다.
조금 높이 올라왔을 뿐인데도 가슴이 트이는것만 같다.▲
좌측 향로봉과 우측 족두리봉 너머로 인왕산과 안산이 들어오고
뒤로 청계산과 관악산, 삼성산도 한 액자에 담겼다.
수도권 사람들이 애용하는 명산들이다.
인왕산의 단짝인 북악산은 좀 더 올라서면 보여질 것이다.▲
향로봉과 우측 인왕산.
인왕산 좌측 뒤로 청계산, 우측 뒤로 관악산이다.▲
지나온 기자촌능선 기자봉과 대머리바위는 북한산 주능선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능선이다.▲
기자촌이라는 이름이 생긴 것은 1960년대, 정부에서는 언론인 집단마을을 형성하려 했는데
한국기자협회에서는 가격도 저렴하고 부지도 넓은 북한산 아래 가파른
진관외리(지금의 진관동)를 택하게 된다. 격변기였던 80년대로 오면서 내노라 하는 언론인들이
기자촌을 거쳐갔고 기자 출신 문인들도 많이 배출하게 된다.
시대는 변해갔고, 2000년대 뉴타운사업이 시작되고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면서
그린벨트로 묶여 있던 기자촌도 결국 은평뉴타운이 건립되면서 철거된다.
그 기자촌으로 생겨난 이름이 기자촌능선이다.
북한산의 다른 이름들보다 정감이 가는 능선 이름이다.
진관봉에 오르니 아고~
벗고 계신 모습에 보기가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등산객을 거의 만나지 못했는데 오늘 특이하신 분들을 만난다.
어느 분은 이 더운 날, 한겨울 패딩을 입고 오르셨다.
그 분은 땀을 내려 일부러 그러거나 아님 어디가 아파서 그러실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도 들었다.▲
암릉 산지엔 야생화 보기가 어렵다.
바위 주변이나 조금 습한 곳에서 잘 자라는 바위채송화와▲
이 시기, 바위채송화와 단짝을 이루는 돌양지꽃이 그나마 바위산지에 활력이 되어준다.▲
향로봉이다. 향로봉은 암릉이 위험하다 하여 우회하게 되어 있다.
우회하더라도 정상부쪽으로 올라가 볼 수 있다.
물론 그 루트를 잘 알아 암릉타고 오르는 사람들도 있다.▲
한강 너머로 가운데, 북한산 어디에서나 지표처럼 알아보기 쉬운 인천의 계양산이다.▲
저 아저씨 바로 위로 보이는 바위가 관봉이다. 어느 주봉들 못지않게 조망이 뛰어난 곳이다.
관봉 바로 좌측으로는 비봉, 맨 좌측 짤린 곳은 보현봉이다.▲
조망 좋고 쉬어 가기 좋은 관봉과 좌측 비봉으로 이어지는 비봉능선이다.▲
올라 온 기자촌능선이다.▲
하늘은 연한 수채화처럼 부드럽기 이를데 없고
북한산 수뇌부까지 깊숙이 드러나니 이제부터는 북한산다운 진짜 모습을 대면하게 된다.
아름다운 날, 아름다운 북한산이다. 향로봉에 오른 것이다.▲
뒤로 백운대와 만경대가 우뚝 솟았고, 그 앞으론 의상봉부터 우측으로 용출봉, 용혈봉, 증취봉,
나한봉, 문수봉으로 의상능선이 쫙 펼쳐진다.
맨 우측의 봉우리는 문수봉으로 통칭하기도 하지만, 칠성봉과 연화봉으로 구별해 부르기도 한다.
맨 우측 문수봉 앞줄에 승가봉과 사모바위가 있고, 그 좌측으로는 응봉능선이다.
그러니까 사모바위에서 응봉능선 거치면 진관사나 삼천사로 하산할 수가 있다.▲
언제봐도 늠름한 북한산 수뇌부 백운대와 그 우측으로 만경대와 용암봉.
인수봉은 백운대 뒤로 숨어 보일듯말듯 하다.
만경대 앞쪽으로 마치 인수봉인듯한 민머리 바위가 노적봉이다.▲
북한산 정상부인 백운대 만경대부터 의상능선과 응봉능선, 그리고 맨 우측으로
기 세기로 유명한 보현봉까지..▲
비석 하나 서 있는 비봉과 좌측은 북한산에서 기가 가장 세다는 보현봉이다.
그래서인지 보현봉에 가면 무속인들의 기도처와 흔적들이 많이 있고
심심찮게 기도하는 사람들도 만날 수가 있다.
보현봉이 험하지 않은데도 비탐이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
무속인이며 다양한 분들의 기도처가 되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촛불을 켜 놓고 있어 위험하기도 해서일 것이다. 비봉 우측으로는 잉어바위다.▲
탕춘대능선, 비봉남능선, 사자능선, 형제봉능선 등이 갈기갈기 뻗어 있다.
가운데서 우측으로 일자로 길다랗게 뻗은 능선은 청와대가 있는 백악산이다.
완만한 능선 위로 북악스카이웨이가 시야에 들어오고, 한양도성길 성곽도 뚜렷하다.
저 너머로는 남양주와 하남의 산들도 시야에 들어온다.
좌측 뒤로 어렴풋 쑥 들어간 팔당호 두물머리 일대를 기준으로 좌측에 예빈산,예봉산,
운길산 방향이고 우측에 검단산과 남한산성 청량산으로 이어진다.
그 앞 라인은 아차산.용마산이다.
가운데 뒤 기다란 남한산성 앞으로 잠실타워는 흐릿하게 보인다.▲
향로봉 암릉쪽으로 조금 내려가보면 조망이 기가 막히다.
맨질맨질한 길에서 알 수 있듯, 위험해 보이지만 다 오를 수 있는 루트는 있었다.
바위에 꼿꼿이 자라고 있는 소나무 하나도 멋스럽기만 하다.
우측으로는 족두리봉이다.
뒤로는 인왕산과 안산, 백련산의 산줄기가 홍제동과 세검정, 부암동, 옥인동 일대로 뻗어 있다.
종로구와 서대문구 일대의 이 마을들 이름을 들으면 마치 역사속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것만 같다.▲
좌측 완만하게 이어지는 북악스카이웨이와 북악산,
가운데서 바로 우측으로는 인왕산. 맨 우측이 안산이다.
저 세 산을 연계하여도 좋고, 북악산(백악산)과 인왕산만을 연계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까 북악산과 인왕산은 청와대 뒷산이다.
삼청동, 청운효자동, 경복궁과 청와대, 창의문, 자하문고개, 윤동주문학관과
유명한 경복고등학교와 경기상고가 있고 겸재 정선의 길이 있는 곳..
과거의 한 페이지속에 들어가 있는듯한 역사의 현장들이다.
북악산과 인왕산 뒤로 조그마한 남산도 보이고, 가운데 맨 뒤로는 청계산, 우측은 관악산이다.
청계산과 관악산 사이로 수원의 광교산과 백운산 일대도 들어온다.▲
어느 곳이나 너른 바위가 즐비하니 앉으면 명당이 되고 쉼터가 되는 참 좋은 북한산이다.
그러나 이 좋은 풍광을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오늘은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어느 집이나 그러하듯 부모가 연로하시면 걱정거리 하나둘씩 생기기 마련이다.
노환도 걱정이지만 형제 많은 집의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서로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
체증이 내려가지 않아 가슴이 막힌것 같은 그런 며칠이 지나간다.
향로봉을 내려와 관봉과 비봉으로 간다.
이정표에서 사모바위 방향으로 가면 된다.▲
우측이 비봉, 그 좌측으로 보현봉, 문수봉, 그리고 의상능선이 이어진다.
내가 처음 북한산을 알았을때 가장 조망이 좋고 아름답다 느낀 곳은
백운대나 그 일대 주능선이 아닌 이 곳 관봉이었다.
이곳에서 맞는 설경은 또 어찌나 아름답던지 최고의 북한산 조망처라 꼽았다.▲
물론 산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할때,
샌들 신고 올랐던 첫 기억이 오래도록 남은 영향도 컸을 것이다.
관봉 너른 바위에 앉으면 바로 앞으로 북한산의 모든 바위들이 몰려드는것만 같았다.
저 기암들 속을 거닐때도 좋지만,
북한산 바위들의 총집합이 이 곳에 섰을때 가장 아름답게 보였던 것이다.
가운데 뒤로 우뚝 솟은 백운대와 만경대, 그리고 인수봉을 닮은 민머리 노적봉.
그 앞줄은 의상능선과 한 줄 더 앞줄은 응봉능선이다.
응봉능선 앞쪽으로는 진관사로 향하는 진관계곡으로 이어지게 된다.▲
아래 바위는 웨딩바위다. 웨딩바위로 내려서볼까도 했지만
오르는거라면 몰라도 내려가는 것은 자신이 없다. 다음엔 웨딩바위를 타보려 한다.
웨딩바위 역시 저 아래 진관사계곡에서 시작하면 된다.
북한산 왼쪽 너머론 노고산(앞줄)과 고령산(뒷줄)이 언제나처럼 저 자릴 지키고 있다.▲
봐도봐도 멋지다.
백운대와 만경대 사이로 움푹 들어간 백암봉암문이 있고, 맨 우측은 용암문이다
만경대 앞으로 온통 바위산인 민머리 노적봉이다.
만경대와 노적봉 용암문 일대는 비탐으로 묶여 있지만 그렇게 험한 느낌은 아닌데다
워낙 바위가 좋아 알게모르게 찾는 이들도 많이 있다.▲
이제 비봉으로 가보자.
진흥왕순수비 세워진 것이 뚜렷이 보인다. 우측은 잉어를 닮았다고 잉어바위라 부른다.▲
비봉에 올랐다가 이곳으로 돌아와 진관공원지킴터로 하산할 것이다.
비봉까지 200~300m 갔다가 되돌아오면 된다.▲
북한산엔 다른 꿩의다리보다는 자주꿩의다리가 많이 보인다.
자주꿩의다리는 흰 빛이 도는 자주색을 띠지만 음지에서 자라는 것들은 흰색에 가깝게 피어난다.
잎은 물론 수술이 곤봉 모양인지 아닌지 등을 기본적으로 자세히 알아야겠지만
일단 자주꿩의다리는 꿩의다리나 산꿩의다리, 은꿩의다리 등에 비하면 아주 작고 연약한 편이다.▲
볼링핀 또는 곤봉 모양을 하는 자주꿩의다리다.
꽃이 시들해질때면 끝의 뭉툭한 꽃밥이 떨어져 곤봉 모양이 사라지니
다른 꿩의다리로 착각할 수도 있다.▲
맑은대쑥.▲
꽃며느리밥풀.▲
북한산에 산딸나무가 참 많다.
꽃이 크다보니 몇송이만 피어도 주변이 다 환해진다.
꽃잎처럼 보이는 바람개비 같은 흰색은 포라는 것이고, 꽃잎은 그 안쪽에 너무 조그마해
잘 보이지 않으니 대신 벌과 나비를 유인해주고 있을 것이다.
각 생명체마다 생을 연장시키고 종족을 번식시키는 노하우가 놀라울 뿐이다.
이제 꽃은 시들고 대부분 열매로 변하고 있다.▲
비봉 꼭대기는 그냥 패스하고 하산할까 하다가
올라서 바라보는 풍경을 무시할 수 없으니 오랜만에 비봉의 스릴을 맛본다.
바위의 홈이 더 패여진 듯, 거의 길처럼 나 있다.
그러나 저리 쉬워 보여도 그리 만만한 오름길은 아니다. 조금은 후덜거리며 비봉으로 오른다.▲
비봉 오름길에 있는 코뿔소바위다.
코뿔소를 닮기도 했는데 나는 늘 돼지를 닮았다 생각했다.
요즘 사육하는 흰돼지 말고, 그렇다고 제주 흙돼지도 말고
옛날 시골집에서 키우던 정말 큰 돼지를 아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다.
털은 어찌나 빳빳한지 바늘이나 고슴도치의 털 같았던 영물같은 돼지 말이다.
이 바위를 보면 나는 그 시골집의 수명도 길었던 돼지가 떠오르곤 한다.▲
비봉 꼭대기까지 올라가기 힘들다면 이곳에서 주변을 둘러보는 맛도 괜찮다.
하기야 북한산 어딘들 바위 좋지 않고, 조망 좋지 않은 곳이 있기나 하겠는가.▲
진흥왕순수비가 세워진 비봉이다.▲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오르기 힘들었을 그 옛날, 이 높은 암봉에
진흥왕순수비를 세운 그 기지도 놀라움이고
신라의 활발한 영토확장과 그 당시의 시대상이 이 하나로 읽히는것만 같다.
진짜 진흥왕순수비는 중앙국립박물관에 국보 제3호로 모셔져 있고
순수비가 있던 자리는 사적 제228호로 지정되었고 2006년 복제비가 세워졌다.
마모되어 글자는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어려운 한자라 내가 본들 잘 알진 못하겠지만 말이다.
이 봉우리 이름이 비봉이 된것도 순수비를 세워둔 것에서 기인한 것이다.▲
진흥왕순수비는 진흥왕(540~576)이 영토확장을 한 뒤 그 지역들을 두루 살피고
돌아다닌 것을 기념하여 세운 비석이다.
우리나라엔 지금 창녕 진흥왕척경비(국보 제33호)와 북한산의 진흥왕순수비가 남아있고
나머지 두 점은 북한에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비봉에 서면 백운대 뒤로 인수봉까지 드러나니 본 이름처럼 삼각을 이루었다.
백운대와 만경대, 인수봉이 삼각 모양으로 보인다 해 원래 북한산 이름이 삼각산이었다.
맨 앞줄은 사모바위에서 진관사로 내려설 수 있는 응봉능선이다.
그러니까 북한산 수뇌부와 응봉능선 사이 중간에 의상능선 봉우리들이 이어지고 있다.▲
가운데 뒤로 기다란 남한산성과 그 앞 잠실타워가 보인다. 서울 살아도 아직 가보지 못했다.
하기야 63빌딩도 조카들이 서울 왔을때 딱 한번 가본것이 전부였다.
좌측 뒤는 예봉산 예빈산과 두물머리가 있는 팔당댐, 팔당댐 우측은 검단산이다.
좌측 앞줄 선명하게 기다란 능선이 아차산과 용마산이다.▲
아래는 구기동으로 뻗어 내리는 비봉남능선이다.
릿지산행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스릴만점의 구간이기도 하다.
좌 북악산(백악산), 가운데 인왕산, 우측 안산으로 언제나 세트처럼 함께하는 세 봉우리다.
저 일대는 서울 한양도성이라 하여 한양을 둘러싼 조선시대의 도성이 이어진다.
북악구간과 인왕산구간, 숭례문구간, 남산구간(목멱산구간), 흥인지문구간,
낙산구간으로 나뉘게 되는데, 역사와 이야기가 있고 산과 성곽, 도심을 거쳐갈 수 있어
옛 풍경과 사람들을 상상하며 한번쯤 걸어보면 좋을 길이다.▲
좌측 북악산 뒤로 윗입술 모양 남산과 맨 뒤로 청계산과 관악산도 함께한다.
청계산과 관악산 사이로 광교산 백운산 너울이다.
내 모자 옆 큰 건물이 이북오도청이다.▲
흐물흐물 생기다 만 생명체 같은 비봉의 바위들은
마치 산청 대성산 둔철산의 와석총(달팽이무덤)을 닮았다고도 생각했다.
화면 가운데 사각 종이봉투를 쓴듯한 사모바위, 우측 아래로 파란색 지붕은 승가사다.
옛 문무관리들의 복장을 사모관대라 하였는데
저 바위가 머리에 쓰던 사모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
내 머리 위로 사모바위다. ▲
아~ 이 통쾌한 비봉에 서니 오늘은 내가 마치 진흥왕이라도 된 것처럼
호연지기라도 뿜어져 나올것만 같다. 저 암봉들의 호쾌한 기운도 듬뿍 받고 싶어라.
답답했던 마음에 한 줄기 상쾌한 바람이 들어온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진관공원지킴터로 하산하며 뒤돌아 본 비봉이다.▲
응봉능선을 옆에 끼고 진관사계곡으로 내려서는 길,
어느 코스를 밟든 북한산은 암릉과 암봉에 휩싸이게 되니
잠시 잠깐 멈추는 모든 곳이 최고의 포토존이 되어준다.▲
웨딩바위와 좌측 위로는 조망 좋은 관봉이다.
다음 북한산행은 아마도 이 웨딩바위를 오르고 있을것만 같다.▲
키도 작고 줄기가 연약한 자주꿩의다리다.▲
큰까치수염이다. 큰까치수염은 잎 겨드랑이에 붉은 반점이 있고,
아무 수식 붙지 않는 까치수염은 붉은 무늬가 없다.
요즘은 그냥 까치수염은 만나기가 쉽지 않다.▲
꽃봉오리 터트리기 시작한 누리장나무다.
누린내가 난다하여 붙여진 이름이지만, 이 옆을 지날때 나는 늘 백합 향이 난다 느끼곤 한다.
물론 군락으로 피어난 곳을 지날땐 약간 지릿한 냄새가 나긴 한다.▲
하나 둘 열매로 익어가는 미역줄나무다.
미역줄나무는 꽃이었을때보다 붉은 열매가 더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위만큼 멋스러운 화분이 있을까.
이 계절의 노란 꽃 하면 바위채송화, 돌양지꽃과 더불어 기린초도 빼놓을 수 없겠다.
꽃은 마지막, 기린초도 대부분 열매로 변해가고 있다.▲
진관사계곡의 시원한 물줄기를 보니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더위는 다 사라진것만 같다.
한 여름이면 더욱이나 인기가 좋은 진관사계곡이다.
국립공원이다 보니 원칙적으로는 출입이 금지된 곳이다.▲
진관사 하면 메스컴에서도 여러번 소개된 적 있는 독립운동과 빛 바랜 태극기가 먼저 떠오르게 된다.
진관사는 예로부터 "서쪽은 진관사"라 하여 서울 근교 4대 명찰로 손꼽히는 유명한 사찰이었다.
1010년 고려 현종이 왕위 계승 과정에서 자신을 구해준 진관대사를 위해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1397년 조선 태조는 진관사에 행차에 수륙사를 짓고 국행수륙재를 설행하게 하였고
1442년 세종은 사가독서당을 진관사에 두고 집현전 학사들을 보내 은밀히 한글을 연구토록 했다.
나한전과 칠성각, 독성전 3동만을 남기고 대부분 전각들이 한국전쟁때 소실되었는데
2009년 칠성각 해체복원 과정에서 독립운동가 백초월 스님이 숨겨둔 태극기와
20여점의 독립신문 등이 발견되어 독립운동의 거점임이 확인되었다.
1920년초, 백초월 스님은 일제에 체포되기 직전 긴박했던 순간에
진관사 내의 한적했던 건물(칠성각) 벽속에 중요 물건들을 숨겨 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빛이 차단된 밀폐 공간에서 90년의 시간을 기적적으로 보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늦은 시간, 대웅전 앞마당의 푸릇한 잔디와
잉크 뿌려놓은듯한 하늘빛의 조화가 참으로 운치 있게 다가온다.
진관사는 템플스테이체험, 사찰음식체험, 전통문화체험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북한산 코스별 초입에는 사찰이 참 많다.
삼천사, 백화사, 선림사, 불광사, 정진사, 용화사, 화계사 등등...
어느 코스든 북한산은 실망을 안겨주지 않는다.
701번, 7211번, 7723번을 타면 연신내역이나 불광역, 구파발역으로 나갈 수가 있다.
진관사를 둘러보고 한옥마을 건너편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날은 벌써 어둑해졌다.
정류장에서 바라본 북한산의 밤기운은 낮의 그것과는 또 다른 감정으로 다가온다.
마음 둘 곳 없이 답답할때 가까이에 이런 산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오르고 올라도 무궁무진한, 존재만으로도 고마운 북한산이었다.
**다음 블로그가 2022년 9월이면 영원히 종료된다는 통보에
수많은 자료들이 사라질까 두려워 급하게 티스토리로 옮기니
수백명씩 남겨주신 많은 댓글과 공감도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
그동안 함께해주셨던 님들께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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