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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영덕 팔각산 단풍,대중교통

 

2024년 신간 《그 산에 그 꽃이 핀다》가 출시되었다.

 

‘산’이라는 캔버스 속 

‘꽃’이라는 팔레트

아름다운 천연의 빛깔을 만나 보자.

 

 

 

필자의 산행과 여행에는 늘 들풀꽃나무와 함께했지만

이번 《그 산에 그 꽃이 핀다》에서는 특히나 그 산에서 피어나는 야생화에 초점을 맞췄다.

 

몇 년 뒤면 공항이 생겨 접근성이 좋아질 울릉도는 특산식물과 희귀식물의 집합체로

그 모든 것이 고유종과 희귀함으로 연결된다.

이른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가덕도와 비금도는 바다를 낀 그림 같은 풍경에 압도당하게 된다.

가덕도 역시 신공항이 생길 지역이라 달라질 모습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함께 뒤따르게 된다.

야생화로 유명한 석병산과 보현산, 덕유산과 소백산, 화악산 등 그 산지마다의 시그니처 같은

야생화 이야기 그리고 미스터리한 숲, 높은 산지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식생이 즐비한

평창 대덕사 계곡도 담겼다.

 

- ‘책을 내면서’ 중

 

 

 

 

어느 곳 하나 소중하지 않고 야생화 만발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그래도 가장 많은 비중을 두어 엮은 것은 울릉도다.

성인봉과 나리분지, 그리고 독도와 관음도 일대를 4월과 6월 두 차례 다녀오며 

육지에서는 접하지 못하는 울릉도만의 특수한 매력을 가득 담을 수 있었다.

 

 

 

 

울릉도 하면 떠오르는 호박엿이 원래는 호박엿이 아닌 이 나무 이름이 잘못 알려진 유래와

보지 못할 뻔했던 헐떡이풀을 어렵게 만난 사연도 전한다.

 

멸종위기종 만큼이나 만나기가 어려워진 우산제비꽃과

울릉도 주민에게 한시적으로 채취가 허용된 울릉산마늘에 대한 이야기

나리분지와 섬말나리 이름이 생기게 된 이야기 등도 실렸다.

울릉도만으로 책 한권을 따로 만들어야 할만큼 이야기가 풍성하다.

 

 

 

 

희귀식물의 보고, 석병산은 한 계절만으로 표현하기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

4월의 석병산 그리고 꽃쟁이들이 가장 많이들 찾는  여름 야생화 편으로 나눠 구성했다.

특히나 여름철 석병산은 말 그대로 희귀식물의 교본이고 집합소를 이룬다.

 

책을 내고나면 늘 아쉬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2024년 신간《그산에 그꽃이 핀다》는 그런 아쉬움을 채우려 최대한 불필요한 요소들은 줄이고,

나날이 달라지는 식물체계에 대해 게을리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야생화 이야기에 집중하려 했다.

산과 여행, 야생화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2024년 2월 덧붙임)

 

~~~~~~~~~~~~~~~~~~~~~~~~~~~~~~~~~~~~~♧♥

 

 

팔각산을 대중교통으로 다녀오기는 그리 쉽지만은 않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영덕 가는 7시 첫차가 있고 4시간 30분 소요된다 하지만

시간은 초과될 확률이 커지니 영덕에서 팔각산 가는 11시 30분 버스를 놓칠 확률 역시 커지게 된다.

 

어쩔수없이 동서울에서 안동 가는 6시 첫차를 타고 안동에서 9시 23분 영덕 가는 버스를 탄다.

영덕에 도착하니 20분 정도 여유가 생겼다. 안동에서 영덕까지는 1시간 45분 정도 소요되었다.

영덕에서 옥계행 버스는 6시 50분, 9시, 11시 30분, 13시 40분...

옥계에서 영덕 돌아오는 버스는 오후에 5시와 6시 50분에 있다.

 

등산코스 : 팔각산장 주차장~1봉~2봉~3봉~4봉~5봉~6봉~7봉~8봉(팔각산 정상)~팔각산장 주차장.

(5km가 채 되지 않는 짧은 거리지만 암봉을 오르내려야 해서 거리에 비해 시간은 더 걸리는 편이고

암봉 산행을 제대로 즐겨보자 한다면 여유롭게 돌아보는게 좋겠다.)

**원래는 산성계곡쪽으로 크게 돌고 싶었다. 시간이 여의치 않아 원점회귀해야 했지만,

1봉~8봉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산행이었다.

 

 

11시 30분차를 타고 옥계로 간다.

처음엔 산성계곡 생태공원에서 내리려 했는데 기사님께 팔각산 간다 말씀드리니

옥계리(옥계유원지)를 막 지나 팔각산장 등산로 입구에서 내려주신다. 

시간이 너무 타이트했는데 잘 되었다 싶었다.

 

 

버스 타고 오다보니 아직도 녹음이 더 짙어 너무 이르게 찾았나

살짝 서운한 마음마저 들고 있었는데 역시 계곡은 가을이 일찍 찾아들고 있었다.

이따 하산해 만나는 옥계계곡 그 바위 형태들 또한 아주 일품이었다.

 

 

 

벌써 12시 30분이다. .계곡을 더 둘러보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주차장에 들어서니 

병풍처럼 뒤를 두른 암봉들과 단풍의 어우러짐은 자체로 볼거리가 되었다.

내가 너무 늦은 탓인지 차량은 좀 있었지만 

막 등로로 들어선 두분을 빼고 산중에서 사람을 본 것은 한 팀밖에 없었다.

우측으로 올랐다가 좌측 방향에서 내려올 것이다.

암봉이고 사람이 많을땐 위험하다 생각해서인지 등산로와 하산로를 유도해놓고 있었다.

 

 

 

그렇게 등산로 초입에 막 들어서니 와우~

더 오르지 않아도 될만큼 처음부터 감탄사로 첫 발을 내딛는다.

이제 시작된 단풍임에도 이 정도 감탄사 터져나오니, 조금 더 익어갈때면

얼마나 비경을 만들어 낼지 이 깊이에 비해 덜 알려진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옥계계곡을 옆에 끼고 철계단을 따라 본격적으로 산행은 시작된다.

수량이 많을때라면 더욱이나 활기 넘치는 초입이겠다.

 

 

 

거리는 짧지만 처음부터 108계단을 따라 숨가픈 바위와 깔딱을 오르게 된다.

옥계 거의 다와서 중간에 같은 버스를 타셨던 한 여성분도 앞서거니 하면서 걷는다.

근처에 사시는거라 하셨다.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어떡할지 걱정을 하셨다는데

내가 산에 오르는 것을 보고 다행이라 생각하셨다 한다.

 

 

 

철계단 오르며 뒤돌아 본 길도 아름답기 그지 없다.

그저 바위 사이에 난 메마른 길, 그리고 주차장의 건물이 전부지만

바위 사이로 들어차는 이 황금빛 앞에서는 모든게 무력화되고 만다. 일주일 뒤면 정말 아름답겠다.

 

 

 

아~바람에 휘청이는 구절초도

청초하기 이를데 없어라.

 

 

이 계절에 개쑥부쟁이만큼 어여쁜게 또 있을까 모르겠다.▲

모두 져버리고 한송이 남은 아이가 더없이 쓸쓸하지만 상큼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사실 이 개쑥부쟁이에 대한 말들이 많다.

야생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가장 흔하게 만나던 개쑥부쟁이는

갯쑥부쟁이의 오동정이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은듯 해 논란의 대상이 되는 아이들이다. 나 역시 습관처럼 개쑥부쟁이라

표현해왔다. 머리 아프니 자세한 것은 패스하겠다. 그저 이 계절에 남아준 아이들이 기특할 뿐이다.

 

 

 

곳곳에는 이렇게 산악위치표지판이 세워져

어디쯤 왔는지 짚어보기도 좋다. 

 

오늘 가야할 주봉우리들이 올려다 보인다.

맨 우측으로 1봉과 2봉은 아주 조그마하고 나무들에 둘러싸여 잘 부각되지 않는다.

우측의 큰 바위봉 두개가 헷갈릴수도 있다. 저 두봉을 모두 3봉이라 칭하고 있다.

3봉 정상부는 위험하다 하여 우회하게 만들어 놓았는데 조심하면 올라갈만 하였다.

가운데 4봉과 5봉 6봉이 가까이 이어져 있고, 

좌측의 큰 암봉이 7봉이다. 정상부에서 가장 긴 능선을 가진 곳이 7봉이었다.

맨 좌측으로 육산으로 보이는 곳이 팔각산 정상인 8봉이다.

 

 

 

거리는 짧지만, 처음부터 경사가 좀 있는 편이고

바위와 흙길을 지나오면 첫번쨰 1봉을 만나게 된다.

봉우리가 맞나 싶게 가는 도중, 조금은 쌩뚱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뒤로 우뚝 솟은 바위의 상징 때문에도 1봉이 주어졌을거란 생각도 들었다.

1봉에서 3봉까지는 정상석을 놓칠수도 있으니 너무 앞만 보고 정신없이 진행하지 말아야겠다.

 

인근에 사신다는 저 분 어렸을때 등로가 거의 나지 않았을때도 친구들과 올랐던 곳이 팔각산이라 한다.

일대 여기저기에 대해 말씀도 많이 해주셨는데 저 분이야 워낙 자주 오신 곳이니

봉우리 정상은 들르지 않으시고 사진도 담지 않으신다.

더 기다리시면 안될것 같아 2봉쯤에서 양해를 구하고 나는 늑장을 부리며 천천히 진행했다.

 

 

1봉 뒤로 솟은 바위를 뒤로 하고 2봉으로 간다.

팔각산이니 1봉 2봉 대신 1각 2각 했으면 어떠했을까. 이상했으려나.

오봉산, 팔봉산, 구봉산 등등 다른 산에도 1봉 2봉 3봉... 워낙 봉우리 이름들이 같으니

이곳엔 1각이요, 2각이요~했으면 색다르게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이름값을 하는 붉나무다.▲

다른 나무들보다도 더 이르게 붉음을 뿜어내니 그 이름 붙을만 하였다.

 

 

근처를 지나니 어릴때 맡던 쑥 비슷한 국화 향기가 퍼져난다. 산국이다.▲

우리 어렸을땐 이렇게 향이 진한 가을꽃은 모두 들국화라 불렀다~^^

 

 

2봉으로 가는 길, 거리는 짧지만 전체적으로 바위산이라 육산 산행보다 

체력소모는 더 큰 편이다. 이런 산은 내달리지 말고 조금 여유롭게 둘러보는게 좋겠다.

 

 

 

팔각산은 우회로 표시를 많이 해놓았다.

유도해 놓은 등로 표시만 보고 가다보면 바로 뒤에 있는 2봉 정상석을 놓치고 갈수도 있다.

바위뒤에 숨어 있는 2봉이다. 뒤로는 가야 할 봉우리들이다.

1봉과 2봉은 멀리서 봐도, 오르면서 봐도 잘 부각이 되지 않는 편이다.

 

 

 

가야할 3봉에서 7봉까지 암봉들이 단풍과 어우러져 수려하기 이를데 없다.

3봉은 2개의 봉우리를 가지고 있다. 우측으로 큰 두개의 암봉이 3봉, 세번째가 4봉이고

5봉과 6봉은 4봉과 겹쳐져 잘 드러나지 않는다. 맨 좌측이 7봉.

이따 반대편에서 바라보면 3봉은 마치 설악산 달마봉 같은 모습도 있었다.

 

 

 

우측이 4봉 그 뒤로 5봉과 6봉이 겹쳐져 있고

좌측이 팔각중에 가장 긴 암봉을 자랑하는 7봉이다.

다 아름답지만 5봉에서 7봉 가는 길이 가장 수려하다 느꼈다.

 

 

 

3봉으로 가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굽이 도는 옥계계곡과 

하늘색 지붕이 인상적인 영덕군 달산면 옥산3리 마을도 포착된다.

우측으로 더 돌아가면 옥계유원지와 첫 들머리였던 팔각산장쪽이 나오고,

좌측으로는 새로 조성해 깨끗한 산성계곡 생태공원 방향이다.

 

그러니까 내 첫 계획은 산성계곡에서 올라 들머리였던 팔각산장으로 내려서거나

아님 반대로 산성계곡으로 가는 것이었지만

시간이 너무 빠듯해 포기를 하고 1봉에서 8봉까지를 제대로 즐겨보기로 한 것이다.

산성계곡으로 가자면 못갈것도 없지만 그러자면 시간에 쫒기게 되고,

주 봉우리들에서도 마음 편히 노닐진 못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3봉으로 가는 길도 곱게 물들어간다. 저 바위는 산을 향해 오르는 집게발 같고,

옛날 치과에서 이를 뽑던 무자비하게 생겼던 기구를 보는것만 같았다.

 

 

 

최고의 절경이라 생각한 곳 중 한곳이 바로 이곳,

고사목이 된 노송과 그 아래 옥산리가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었다.

녹음과 붉음이 뒤섞여가며 이 계절을 말해주고 있었으니 가히 절경이 따로 없어라.

더 물들어갈때면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이 가는 대목이다.

 

 

 

노송 아래로는 아찔한 낭떠러지... 뿌리 내릴 곳은 바위와 낭떠러지밖에 없었으니

여지껏 살아준것도 대견할 노릇이다. 이 아이마저 아래로 빨려내려가지 않은것도 다행이었다.

좌측 뒤로 보이는 뾰족한 산은 이름도 독특한 바데산이고,

맨 우측 뒤로는 동대산으로 이어지는 내연지맥길이다.

 

 

 

첫번째 3봉 커다란 바위 앞에 서니 등산로 폐쇄라는 팻말과 함께,

좌측으로 우회하라는 안내문이 쓰여져 있고 산이 좋아 산에 살고 싶어한다는

한 사람의 추모비가 조그맣게 세워져 있다. 여러 산악인의 길잡이가 되어달라는 말과 함께..

늘 준비하고 위험을 최소화하려 노력하지만 산에 다니는 누구에게나 일어날수 있는 일이다. 

그런 각오를 하며 나서는 길이기도 한다. 이곳에서 사망사고가 난 뒤에 등산로를 폐쇄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측 아래쪽으로 밧줄이 연결되어 있고 길이 보인다. 

정말 위험하다면 모를까 웬만한 곳은 오를수 있을 것 같아 내려가본다.

등산화 바닥이 닳아 내리막길의 낙엽이 미끄러워 조금 고전해야 했지만 다른 불편함은 없었다.

 

 

 

내려섰다가 다시 오름길이 나온다. 그러니까 3봉을 뒤쪽에서 오르는 등로였다. 

토굴 같기도 하고, 3형제 같은 바위들을 지나니 첫번째 바위가 나온다. 

뒤쪽은 땅에 좀 뭍혀서인지 앞에서보다 암봉은 아주 작아보였다.

 

 

 

그렇게 첫번째 추모비가 있던 3봉에 올라서니 중앙에 가야 할 4봉과

좌측은 7봉, 우측으론 5봉이다. 6봉은 5봉 뒤에 겹쳐져 있다.

4봉 바로 앞에 나즈막하게 또 다른 3봉이 겹쳐 보인다. 

대부분이 참나무류와 소나무가 섞인 길이라 단풍나무의 붉음은 아니지만

물들어가는 모든게 아름답고 우리네 산하만의 정겨움이 있어 좋다.

 

 

 

첩첩산중 골짜기에 굽이져 흐르는 옥계계곡과 옥계유원지가 있는 일대의 풍경이다.

좌측 뒤 두번째 뾰족한 봉우리는 동대산으로, 아래 옥계유원지에서 들머리를 삼을수 있다.

조망보다는 올라가며 만나는 계곡과 소가 아름다운 곳이다. 

가운데서 우측 뒤론 내연산의 향로봉이겠다.

서울서 당일 대중교통으로 다녀오긴 너무 힘든 곳이라, 가본지도 오래되었다.

올해는 코로나 영향으로 어느 지역이든 버스들이 많이 줄어 대중교통편도 더 나빠졌다.

 

 

그 바위를 내려오니 3봉 정상석이 아래에 세워져 있다.

곳곳 바위 오름길엔 위험하여 통제한다고 되어 있는데,

어느 산이나 그러하듯 조심한다면 어렵지않게 오를수 있어 보였다.

 

 

 

또 다른 3봉으로 오르는 바위도 잠시 올라본다.

끊어진듯 삭아버린 밧줄이 있긴 하지만 바위는 미끄럽지 않았다.

 

 

 

가운데는 가야 할 4봉이다. 4봉 골쪽으로 올라가는 철계단도 슬쩍 보인다.

좌측부터 7봉, 가운데 4봉, 우측으로 5봉이다.

 

 

 

이 계절엔 특별한 무엇이 없어도 모든게 그림같은 풍경이 된다.

계절이 바뀔때만 누릴수 있는 특혜이기도 하고, 한번씩 내려오기 힘든 곳이니

먼 거리의 피곤함도 감수할만큼 뿌듯함은 크게 다가왔다.

갈빛은 덤이요, 요즘같은때 사람 없는 산중 이만한 호사가 어디 있겠는가.

 

 

 

곳곳에 멋드러지게 자리한 소나무길을 뒤로 하고, 철계단이 있는 저기 4봉으로 간다.

하나하나 멋지지 않은 봉우리가 없다.

 

 

 

갯쑥부쟁이~너도 이뻐욤. .▲

 

 

 

4봉 오르는 길이 좀 숨가쁘긴 하지만 그래도 철계단 발판이 좁지 않으니

위험하지 않아 오를만 하다. 저리 색색이 물들어가는데 잠시 힘든것도 잊을수밖에 없다.

 

 

 

4봉에 올라서니 무엇보다 고사목이 된 소나무 하나가 압권이다.

마치 자기가 갈빛 옷을 입은듯 주변 아이들을 모두 품은것만 같다.

뒤로 우뚝 솟은 산은 포항과 영덕 청송의 경계에 있는 바데산이다.

다음엔 바데산과 동대산을 연계해봐야겠다.

 

 

지나온 3봉이다.

 

 

 

캬~멋지다.

가야 할 5봉과 좌측은 7봉이다.

 

 

 

바위틈에서 뿌리를 드러낸 소나무마저도 생동감이 느껴지니

살아 움직이는 도룡농 한마리 같았다.

 

 

 

옥계계곡 줄기는 저 대서천과 만나게 되고, 다시 오십천과 합류하게 될 것이다.

맨 뒤로 동해바다 푸른 물결이 넘실거렸을 것이고

영덕풍력발전단지도 알아볼수 있었을텐데, 오늘은 시야가 좋지 못하다.

 

 

 

뭐 하나 버릴만한 샷이 없다.

사진이 좋아서가 아닌 가을만이 주는 저 색감 때문이다.

언제는 연녹음이 좋다 호들갑을 떨다가도, 언제 그랬냐는듯 새롭게 갈아입은 갈빛에 환호한다.

사람이 간사하다 할수도 있지만 이게 자연이 주는 특혜이니 어쩌겠는가.

사계가 있는 이 땅에 살고 있음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어릴땐 느끼지도 보이지도 않았던 일들이다.

 

 

 

 

지나온 3봉과 4봉이다.

 

 

 

원없이 사진 놀음도 해보고 5봉에 서니 건너편 6봉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아이와 엄마가 보였다.

초입에서 혼자 오르셨던 남자 한분과 인근 주민이라 하셨던 그 여성분을 본 뒤,

유일하게 오늘 산중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다.

그 남자 한분과 여자분은 이미 정상에 가고도 남을 시간이다.

 

 

 

 

5봉부터는 암릉이 정말 멋지게 이어진다.

우측이 6봉이고 좌측이 7봉, 그 뒤로 육산이 8봉인 팔각산 정상이다.

가는 길은 어느 봉우리나 다 스릴 있고 멋졌지만 봉우리 자체에서는 이 5봉에 섰을때가

가장 아름답게 느끼고 있었다. 물론 6봉에서 7봉 가는 길도 스릴 짱, 완전 멋진 길이었다. 

 

산성계곡쪽으로 길게 돌겠다는 계획을 접고 나니, 오히려 이 능선길이 더욱 즐거워졌다.

빠른 포기가 여유로움을 가져온 것이다.

좀 빡빡하지만 원 계획대로 산성계곡으로 가려 했다면 얼마나 정신없이 진행하고 있었을지

대충 사진 한장 남기고 뛰어다니기 바빴을 것이다.

그러니 여유로움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이나 아름답게 다가왔다.

 

 

 

6봉으로 가보자.

달콤한 점심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6봉은 정상석만 담고 조용히 내려왔다.

보통은 엄마가 가자해서 어쩔수없이 따라왔다 하여도 아직 멀었느냐며 찡얼거리기 마련인데 나중에 7봉을 향해 오면서도 엄마를 챙기는 아이가 너무 기특해 보였다. 중간중간 밧줄을 잡아야 하고 살짝 위험한 구간들도 있는데 아이가 남편처럼 듬직해 보이기까지 했다. 벌써 자연의 맛을 알아버린 것이라니. 아님 산정에서 맛보는 맛난 점심에 반한거라니~ 어찌되었든 훗날 좋은 추억으로 기억될거란다.

 

 

 

뒤로는 청송 주왕산군이다. 당겨보면 주봉우리들도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청송과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고 둘 다 읍내지만 영덕과 청송 사이에는 직접 오가는 버스가 없었다.

영덕에서 청송을 가려면 진보라는 곳에 가서 청송 가는 버스를 타야 할 만큼

근처 교통이 썩 좋지 못한 편이다.

몇년전에도 영덕이나 청송에서 1박을 하고 근처 산들을 모두 돌아보려 했지만

교통이 바로바로 연결되지 않으니 이래저래 불편함들이 있었다.

 

 

 

주왕산은 눈을 즐겁게 해준다면, 팔각산은 직접 오르내리는 맛이 더 좋은 산이다.

스릴 있고 야생의 날것 같은 느낌이 좋다. 밧줄도 잘 되어 있어 위험하진 않았다.

산은 언제나 몰리는 산에만 몰리게 되어 있다.

팔각산이 아직은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고, 

인근의 주왕산에 많이 몰리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덕분에 나에게는 최고로 호사스러운 날이 되었다.

특히나 하산해 계곡에서 보는 그 기암들은 청량산이나 주왕산 못지 않았다. 

 

 

 

내려선 6봉과

 

 

 

가야할 7봉이다. 

아이를 감싸는 엄마의 모습처럼 포근해 보이기도 하고, 두꺼운 재질의 갑옷처럼 보이기도 했다.

7봉은 다른 봉우리들보다 긴 암릉으로 되어 있다.

밧줄을 잡고 간간이 아주 조금은 조심해야 할 길도 나온다. 그러나 무서워할만큼의 길은 아니다.

가장 재미있는 길이 될 것이다.

 

 

 

7봉으로 가면서 뒤돌아 본 암봉들의 행렬에는 잠시 멈춰서지 않을수가 없다.

멋지지라.

이곳에 갈빛으로 모두 채워진다면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지나온 3봉부터 4봉 5봉 6봉이다.

 

 

 

6봉과 5봉이다.

 

 

 

오늘 가을산과 들녘과 물을 보고 왔습니다.
산골 깊은 곳 작은 마을 지나고 
작은 개울들 건널 때 
당신 생각 간절했습니다.

산의 품에 들고 싶었어요. 깊숙이

물의 끝을 따라 가고 싶었어요. 
물소리랑 당신이랑 한없이 

늘 보고 싶어요.
늘 이야기하고 싶어요. 
당신에겐 모든 것이 말이 되어요.

십일월 초하루 단풍 물든 산자락 끝이나 
물굽이마다에서 
당신이 보고 싶어서, 
당신이 보고 싶어서 가슴 저렸어요

오늘 가을산과 물을 보고 하루 왼종일 당신을 보았습니다.

 

-김용택 "늘 보고 싶어요"-

 

학창시절엔 좋아하던 선생님의 영향으로 서정윤의 시를 좋아했고,

아무래도 사랑이라는 감정에 충실했던 20~30대엔 김용택의 시를 좋아했다.

요즘은 시도 노래도 딱히 무엇이 좋다기보다는 그날의 기분에 따라

문득문득 들어오는 구절들이 있으면 잊지 않으려 바로 메모를 해놓는 편이다.

좋은 풍경 앞에선 누군가 떠오르는 사람이 있을때가 그래도 행복했다는 생각도 든다.

 

 

 

이젠 잊기로해요.

이젠 잊어야해요.
사람없는 성당에서 무릎꿇고 기도했던걸 잊어요.
이젠 잊기로 해요.

이젠 잊어야해요
그대 생일 그대에게 선물했던 모든 의미를 잊어요.
사람없는 성당에서 무릎꿇고 기도했던걸 잊어요.
그대 생일 그대에게 선물했던 모든 의미를 잊어요.
술취한밤 그대에게 고백했던 모든일들을 잊어요.
눈오던날 같이 걷던 영화처럼 그 좋았던걸 잊어요.

이젠 잊기로 해요.
이젠 잊어야 해요.
사람없는 성당에서 무릎꿇고 기도했던걸
이젠 잊기로 해요.
이젠 잊어야 해요.
술취한밤 그대에게 고백 했던 모든 일들을 잊어요.
이젠 잊기로 해요.
이젠 잊기로 해요.

라랄라라 라랄라라 라랄라라
라랄라라 라랄라라 라랄라라
라랄라라 라랄라라 라랄라라

 

-김완선 "이젠 잊기로 해요"-

 

요즘 입에서 계속 중얼거리게 되는 가사가 있으니

김완선이 불렀던 "이젠 잊기로 해요" 라는 노래다.

그 특유의 멜로디가 귓가를 맴도니 멈춰지지가 않는다.

 

 

사람 없는 성당에서 무릎 끓고 기도했던걸 잊어요~♩

눈오던날 같이 걷던 영화처럼 그 좋았던걸 잊어요~♪

 

좌측 바데산, 가운데서 우측으로 동대산이다.

아래로는 옥계계곡이 흐르고 우측으로는 이따 하산할 옥계2교와 팔각산장 방향이다.

 

 

가운데 뒤로 내연산의 향로봉 줄기다.

 

 

 

좀 더 가까이 진행하면서 본 7봉이다.

조금 위협적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왠지 드라큐라 백작이 걸쳤을 가운처럼도 느껴졌다.

 

 

 

7봉은 다른 봉우리보다 기다란 암릉으로 되어 있어 능선을 걷는 맛이 좋다.

그래서 어디가 정상인지, 어디에 정상석이 있는지 두리번거리게 된다.

 

 

 

가장 높은 7봉 정상부다. 

정상석은 정상에 없고

여기저기 두리번거려 보니, 아래쪽 바위 밑에 세워져 있었다.

 

마지막 봉우리 팔각산 정상으로 간다.

다른 암봉들에 가려져 빛을 못보더니만 이제야 온전히 원샷을 받는다.

 

 

 

뿌리를 드러낸 이 소나무 멋드러진 것 좀 보라.

솔잎마저도 노란 낙엽으로 또 다른 걸작이 된 계절, 이것만으로도 더할나위 없는 풍경이 되었다.

 

 

 

지나온 7봉의 기다란 능선과 좌측으로는 굽이굽이 대서천이 흐른다.

뒤로는 푸른 동해가 잡힐것만 같다.

 

 

 

8봉인 팔각산 정상(628m)에 올라서니

단 위에 세워진 정상석이 마치 춘천 용화산과도 닮았다 느껴졌다.

산 정상을 따라 8개의 봉우리가 구름 쌓인 하늘을 향하여 첩첩이 솟은 모습이

마치 뿔이 8개 솟은것처럼 보인다 하여 팔각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달 밝은 날에 팔각산 정상에 오르면 그림자가 동해바다에 어른거린다 하니 언제 밤에 함 와봐야 할랑가 보다.

무엇보다 옥계계곡의 비경이 팔각산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친절하게 써 있는 하산로를 따라 내려선다. 낙엽길이며 잡목이라 부르는 모든 나무들도

이 계절엔 운치라는 단어를 품고 있으니 아름답지 않은게 없다.

 

 

 

구급함과 안내도가 세워진 이곳 삼거리에서 저 금줄을 넘어 계속 직진하면 

내가 처음에 진행하려 했던 산성계곡과 산림욕장 방향으로 가게 된다.

미련없이 좌측 팔각산장 방향으로 내려선다.

 

 

 

지금 당신 곁에 그리움이 남아있다면,

그것을 만나러 직접 떠나라. 
삶의 속도를 늦추고,

시간을 자유롭게 흘려보낼 권리가 있는 곳으로..

겨울 시린 꽃 봉우리에서 뜨거운 꽃이 열리듯 
살아내는 것 자체가 가장 다행한 일이다. 
우리는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많고 사랑하지 못한 일들이 많다. 
세상의 모든 일이 끝난 그곳에서 다시 시작한다. 
당신의 뺨을 어루만지는 일이 소중한 일일 줄이야. 그리고 그것이 삶일 줄이야.


최갑수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 중에서

 

 

이제 하산길은 들머리였던 팔각산장과 옥계계곡을 바라보며 내려서게 된다.

사진으로는 이게 전부지만, 정말 아름답다 느낀 순간이었다.

뒤로 뾰족한 산은 내내 함께한 동대산이고, 우측 뒤로는 내연산으로 이어지게 된다.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팔각산장의 주차장과 옥계계곡의 수직절벽은

산중의 기암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주차장의 차들도 거의 빠져나가고 한산한 모습이다.

 

 

 

너무 아름답지 않은가.

나는 이 장면을 찍고 또 찍고 수없이 담아야 했다.

요즘 가물어서 그렇지, 계곡에 물이 좀 있을때라면 더욱이나 비경을 이루겠다.

아직은 녹음이 더 많긴 하지만 그래서 알알이 박히는 단풍이 더 빛이 나는지도 모른다.

 

 

 

여유를 있는대로 부리고 하산하니 4시 20분쯤. 그렇게 주차장으로 내려온다.

좌측은 처음 들머리쪽이고, 우측이 하산로다.

 

 

 

버스를 팔각산장 앞에서 타도 되지만, 옥계유원지(옥계리) 정류장으로 걸어나간다. 

이미 차 타고 들어올적에 이 수려한 기암절벽을 보았기 때문이다.

수량 많은 여름엔 이 계곡이 얼마나 인기일지 그려지기도 한다.

 

 

 

계곡 입구에는 조선 정조때 손성을이라는 사람이 건립한 침수정이 있는데

옥계계곡 중에서도 이 일대를 침수정계곡 일원이라 칭한다.

팔각산과 동대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고 

계곡에는 삼귀암,학소대,병풍석, 일월봉, 진주암 등 37경의 관광명소를 만들고 있는데

명소마다 전설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차를 가지고 왔다면 계곡따라 내려가며 하나하나 둘러보아도 좋겠다.

 

 

 

그렇게 옥계유원지라 불리는 옥계리 버스정류장으로 내려오니

정말이지 절경이 따로 없다. 사진으로 전해지는 것보다 훨 아름답다 느꼈다.

차를 타고 가시다 이곳에 멈추는 분들이 자주 보였다. 왜 어찌 아니그러겠는가.

 

 

 

옥계37경 그 이름은 다 알지 못하겠지만 

어디에 내놔도 부족하지 않을 수려함이어라.

알알이 박혀가는 단풍들에 어우러지니 그야말로 비경이 따로 없다.

저 계곡에 더 진해질 단풍을 생각해보면 와우~

청량산 임생굴 같기도 하고, 주왕산의 기암 같은 바위형태에 반하지 않을수가 없다.

 

 

 

그 여성분을 이곳에서 다시 뵙게 되었는데 내가 산성계곡쪽으로 내려간다 했던 말을 기억해

그쪽으로 갈까도 생각했는데 혼자 가기 무서워 포기를 하셨다 한다.

그럴줄 알았더리면 동행을 할걸 그랬나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같은 버스를 타고 가시면서 옥산리쪽(산성계곡쪽)도 새로 주차장이며 건물들 단장을 하고

계곡이 참 아름답고 단풍도 곱다 말씀해 주신다. 반가웠답니다.

 

 

 

5시 차를 타고 영덕 돌아와

다시 6시 10분차로 안동으로 가서 동서울행 버스를 타야 했다.

서울 돌아오니 밤 12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몸은 많이 피곤했지만 아직 그 진면목 다 알려지지 않은 팔각산.

덕분에 그 길 온전히 누려볼수 있었고 힘듦마저도 즐거움이 될수 있었다.

다음주쯤 단풍은 더 깊어질 것이고 그 아름다움도 절정으로 치닫고 있을 것이다.

 

**다음 블로그가 2022년 9월이면 영원히 종료된다는 통보에 수많은 자료들이 사라질까 두려워 

급하게 티스토리로 옮기니 수백명씩 남겨주신 많은 댓글과 공감도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

그동안 함께해주셨던 님들께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