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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원주(제천) 감악산 등산코스 (감악산~석기암봉~용두산).대중교통

 

2024년 신간 《그 산에 그 꽃이 핀다》가 출시되었다.

 

‘산’이라는 캔버스 속 

‘꽃’이라는 팔레트

아름다운 천연의 빛깔을 만나 보자.

 

 

 

필자의 산행과 여행에는 늘 들풀꽃나무와 함께했지만

이번 《그 산에 그 꽃이 핀다》에서는 특히나 그 산에서 피어나는 야생화에 초점을 맞췄다.

 

몇 년 뒤면 공항이 생겨 접근성이 좋아질 울릉도는 특산식물과 희귀식물의 집합체로

그 모든 것이 고유종과 희귀함으로 연결된다.

이른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가덕도와 비금도는 바다를 낀 그림 같은 풍경에 압도당하게 된다.

가덕도 역시 신공항이 생길 지역이라 달라질 모습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함께 뒤따르게 된다.

야생화로 유명한 석병산과 보현산, 덕유산과 소백산, 화악산 등 그 산지마다의 시그니처 같은

야생화 이야기 그리고 미스터리한 숲, 높은 산지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식생이 즐비한

평창 대덕사 계곡도 담겼다.

 

- ‘책을 내면서’ 중

 

 

 

 

어느 곳 하나 소중하지 않고 야생화 만발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그래도 가장 많은 비중을 두어 엮은 것은 울릉도다.

성인봉과 나리분지, 그리고 독도와 관음도 일대를 4월과 6월 두 차례 다녀오며 

육지에서는 접하지 못하는 울릉도만의 특수한 매력을 가득 담을 수 있었다.

 

 

 

 

울릉도 하면 떠오르는 호박엿이 원래는 호박엿이 아닌 이 나무 이름이 잘못 알려진 유래와

보지 못할 뻔했던 헐떡이풀을 어렵게 만난 사연도 전한다.

 

멸종위기종 만큼이나 만나기가 어려워진 우산제비꽃과

울릉도 주민에게 한시적으로 채취가 허용된 울릉산마늘에 대한 이야기

나리분지와 섬말나리 이름이 생기게 된 이야기 등도 실렸다.

울릉도만으로 책 한권을 따로 만들어야 할만큼 이야기가 풍성하다.

 

 

 

 

희귀식물의 보고, 석병산은 한 계절만으로 표현하기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

4월의 석병산 그리고 꽃쟁이들이 가장 많이들 찾는  여름 야생화 편으로 나눠 구성했다.

특히나 여름철 석병산은 말 그대로 희귀식물의 교본이고 집합소를 이룬다.

 

책을 내고나면 늘 아쉬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2024년 신간《그산에 그꽃이 핀다》는 그런 아쉬움을 채우려 최대한 불필요한 요소들은 줄이고,

나날이 달라지는 식물체계에 대해 게을리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야생화 이야기에 집중하려 했다.

산과 여행, 야생화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2024년 2월 덧붙임)

 

~~~~~~~~~~~~~~~~~~~~~~~~~~~~~~~~~~~~~♧♥

 

단풍철, 강원도 유명 명산들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겠지만

그 명산들 못지않게 수려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원주 감악산이다.

아직 용두산까지는 연계해 본 적이 없어 자신은 없지만 큰맘 먹고 종주산행을 해볼 생각이다.

어느쪽에서 시작하면 대중교통이나 당일 종주가 더 용이할지, 고민하다 길을 나선다.

 

원주 감악산 대중교통: 동서울터미널에서 6시 10분 첫차를 타고 오랜만에 원주에 간다.

원주터미널 건너편에서 34번 버스를 타고 원일로 중앙시장 앞에서 내려

7시 55분쯤 도착한 24번 버스를 타고 창촌으로 간다.

시간이 타이트하니 원주 도착해 헛짓 말고 바로 버스 이용하면 시간이 딱 맞겠다. 

 

산행코스 : 창촌(만남의광장)~감악1,2,3봉(원주)~감악산(제천)~석기암봉~피재점~용두산~

청소년수련원~제2의림지. 약 16km로 7시간 30분 소요로 조금 빡센 산행이 되었다.

 

 

 

창촌정류장에서 내려 감악산 등산로와 감악산쉼터 이정표를 따라 들어간다.

비닐하우스 감악산 쉼터 안쪽으로 들어가면 등산로가 시작된다. 정상까지는 2.84km다.

우측 계곡길 따라 가는 코스도 있는데 오늘은 능선따라 감악 1,2,3봉을 만나볼 생각이다.

스릴을 즐기기엔 능선코스가 좋다.

 

 

 

조그마한 매점 식당을 지나 우측 산길로 치고 오른다.

처음부터 급경사 깔딱을 올라야 하지만, 이미 연노랗게 물들고 있는 나무와 낙엽을 보니

힘든것보다는 그저 정상부엔 어떤 풍경을 만들고 있을지

설렘과 기대감에 후딱 날아 정상부에 가보고 싶은 마음마저 든다.

 

 

 

그리고 조금 더 올라서니 조망이 살짝 트이면서

막 빠져나간듯한 아침 안개에 둘러쌓인 산중의 마을이 더없이 평온하고 아름답다.

아래쪽 단풍은 이제 들기 시작했지만 갈빛이 조금 끼어 있는것만으로도 분위기는 많이도 달라졌다.

 

 

 

원주시 신림면 황둔 일대와 바로 위 뾰족한 산은 비산이다.

그리고 맨 뒤로 가리왕산과 청옥산 라인이 두둥실 너울을 그렸다. 더 올라가서 살펴보자.

 

 

 

다 시들어가는 계절, 늦게까지 남아준 산구절초가 고맙기까지 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위 경사지가 시작되지만

물들어가는 단풍에 깔딱마저도 달콤한 속삭임이 되어준다.

하나둘 섞인 그 색감에 취해 수없이 셔터를 눌러야 했다.

야생화도 없는 시기에 무려 800장이 넘는 사진을 찍었으니 

조망도 좋고, 기암들속에 막 피어난 단풍의 어우러짐에 푹 빠져 걸었음이다.

 

 

 

그러나 이 길이 절대 만만하지는 않다.

밧줄을 잡고 날망을 오르고 겨울철이라면 특히나 주의가 필요한 코스다.

이따가 진짜 스릴 넘치는 바위 구간이 나올 것이다.

탑바위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고, 남근석을 닮았다 하는 사람들도 있고

여튼 삼단의 탑처럼 쌓여진 바위도 지난다.

 

 

 

와우~힘들게 올라온만큼 보상은 따르기 마련이다.

왼쪽 뒤로 소심한 소문자 m자 같은 백덕산이 보란듯 서 있다.

백덕산 정상부에 두개의 봉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운데 뒤로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경기장을 만들며 말 많았던 가리왕산이다.

다시 원상복구 하는 것이 큰 과제로 남았을 것이다.

여름철이면 장구목이 이끼계곡이며 야생화 많은 산지로도 유명하다.

우측 맨 뒷줄 꿀렁꿀렁한 산 두개는 이름도 독특한 평창과 영월쪽 오지인 세솥바리산과 배거리산이다.

 

 

 

그러니까 정 가운데 뒤, 마치 낙타의 등처럼 생긴 산이 배거리산이다.

소백산이나 태화산, 백덕산 등지에서 저 모먕을 만나면 배거리산이구나 하면서 알아보게 된다.

그 좌측으로 있는 봉우리가 세솥바리산(삼청산)이다.

 

 

 

가운데 백덕산은 겨울 설경산행으로 많이들 찾는 산행지고,

강원도 깊은 숲이니 당연히 야생화도 빼놓을수 없다.

백덕산 좌측 라인은 백덕산과 연계산행할수 있는 사자산이다.

 

 

 

맨 뒷줄 가운데 가리왕산을 중심으로 바로 좌측은 중왕산, 바로 우측은 청옥산이다.

중왕산과 가리왕산은 연계산행 할 수 있다. 

가리왕산 바로 우측으로 있는 청옥산 육백마지기는 풍력발전단지가 세워져 있고 

전체가 포토존이라 할만큼 이쁘게 조성해두어 산행보다는 여행지로 많이들 찾는 곳이다.

은하수를 찍으러 가는 명소기도 하고, 차박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곳이다.

청옥산 육백마지기는 차를 가지고도, 또는 산행으로도 한번쯤 가볼만한 곳이다.

 

 

 

좌측 뒤 세솥바리산 배거리산. 우측 뒤로 우뚝 솟은 산은 제천의 송학산이다.

우측 앞줄에 있을 용두산과 석기암봉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가운데 송학산과 우측 뒤로 보이는 아련한 능선은 단양의 삼태산으로 보인다.

용두산에 가면 정확히 구별이 될 것이다.

 

 

 

딱히 표시가 없으니 그저 짐작으로만 너른 바위 조망처 이곳을 감악1봉으로 추정해본다.

뒤로 보이는 산은 원주시 신림면의 매봉산이다. 

매봉산과 감악산을 환종주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 사방팔방 조망이 더없이 좋다.

 

 

 

이곳이 원주라는걸 실감할수 있는 것은 역시 치악산이 보여야 한다.

우측은 매봉산, 좌측 뒤는 치악산의 시명봉과 남대봉 능선이다.

아직 치악산 비로봉은 매봉산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나뭇가지 사이로 가야 할 2봉이 보인다.

흙길을 지나다 다시 급경사 바위지대를 오를 것이다.

 

 

 

그저 길 자체가 아름답다.

아무것도 손대지 않았지만 자연은 때가 되니 이런 천연색을 만들어 낸 것이다.

괜히 벅찬 감정으로 이 길을 걷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단풍색은 진해져 가고 있었다.

 

 

 

내장산이 아니어도 좋아라.

설악산이 아니어도 좋아라.

야트막한 산이거나 높은 산이거나

무명산이거나 유명산이거나

거기 박힌 대로 버티고 서

제 생긴 대로 붉었다. 제 성미대로 익었다.

높고 푸른 하늘 아니더라도

낮고 충충한 바위하늘도 떠받치며

서러운 것들

저렇게 한번쯤만 꼭 한번쯤만

제 생긴 대로 타오르면 될 거야.

제 성미대로 피어보면 될 거야.

어린 잎새도 청년 잎새도 장년 잎새도 노년 잎새도 말년 잎새도

한꺼번에 무르익으면 될 거야 한꺼번에 터지면 될 거야

메아리도 이제 살지 않는 곳이지만

이 산은 내 산이고 니 산인지라

저 산도 내 산이고 니 산인지라

 

-조태일의 "단풍을 보면서"-

 

그래~

제 멋대로 제 생긴대로 원없이 피어보거라.

살면서 한번쯤 피어보지도 못한 생은 너무 서글프다.

 

 

그렇게 2봉으로 오르는 길에도 역시나 바위를 끼고 진행하게 된다.

감악산 오르는 곳곳에는 경고문이 붙어 있는데 특히나 겨울철 하산길은 조심해야겠다.

그러나 어느 산이 그러하듯 조심해 진행하면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다. 

 

 

 

고사목이 되어가는 소나무와 바위 조망처가 있는 이곳이 2봉이겠다.

완전 꼭대기는 아니고 살짝 우회하게끔 등로가 이 조망처로 이어지는듯 하다.

조망처 뒤로 감악산 정상이다. 제천쪽에서 세운 정상이다.

확실히 정상이 가까워지니 단풍색도 더 진해졌다.

 

 

 

제천쪽 감악산 정상(월출봉)과 맨 우측으로 볼록 올라온 봉우리를

일출봉(동자바위)이라고들 부른다. 맨 왼쪽으론 이따가 가야 할 석기암봉이다.

감악산까지는 그래도 사람들 오가고 있었지만 석기암봉 가는 길은 조용하기만 했다.

 

 

 

감악3봉(원주쪽 감악산 정상)으로 간다.

가장 스릴 있고, 가장 위험할수도 있는 길이 시작된다.

물론 밧줄 잡을 팔 힘만 있으면 오를수 있어

위험보다는 스릴과 엔돌핀 솟아나는 바위구간이라 보면 되겠다.

 

 

 

단풍 드는 숲을 따라 2봉을 내려온다.

이곳이 막산이어도, 이곳이 콘크리트 더미였어도 아름다웠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자연속에 피어난 아이들에 시선 가지 않는다면 그것이 유죄였을 것이다.

 

 

 

드디어 3봉의 바위 오름길이 시작되었다.

밧줄이 연결되어 딱히 위험하진 않지만 그래도 절대 방심해선 안되겠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렸을땐 미끄럼에 조심해야겠고

이곳을 하산로로 택하기보다는 차라리 오르는게 재미도 있고, 더 안전하게도 보인다. 

 

 

 

어중간하게 경사지에서 멈추면 안되는데 이 바위를 보고 그냥 지나치진 못하겠다.

사람 얼굴 같기도 하고, 탈을 쓴것 같기도 한 것이 웃고 있는것만 같다.

 

 

 

그렇게 힘을 들여 바위를 지나오면 또 다시 급경사 내림길이 시작된다.

확실히 내리막이 더 까탈스럽지만 밧줄과 곳곳 디딤판이 놓여져 괜찮다.

 

 

 

내림길을 지나 다시 한번 치고 올라서니 원주 감악산(감악3봉) 정상이다.

원주시 신림면과 제천시 봉양읍에 경계를 두고 위치하는 감악산은 

제천과 원주쪽에서 각각 정상석을 세워두었는데 해발은 제천쪽이 높다.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정상을 감악봉으로 하고 있고, 886봉에 정상 표식이 되어 있어 헷갈릴수도 있다.

원주나 제천쪽 모두 지도상이나 다른 자료들과 달리 해발이 잘 맞지는 않는다.

정상석도 새로 세우고 길도 정비를 하면서 몇년전부터 부쩍 많이들 찾는 산행지가 되었다.

 

 

 

원주쪽은 감악1봉부터 암봉따라 올라오는 길이 스릴 넘치고

제천쪽은 정상 바위에 올라보는 풍경이 좋은 편이다.

어느쪽이 더 낫다 말하지 못할만큼 봉우리 봉우리들이 수려하기 이를데 없다.

감악산 하면 출렁다리로 유명한 파주의 감악산과 풍력단지가 있는 거창 감악산도 좋지만

여기 원주에도 이처럼 경관 수려한 감악산이 있다.

 

 

 

바로 앞 능선이 천삼산이다. 신림역에서 감악산을 오를 경우 천삼산을 경유할수가 있다.

좌측 뒤로 보이는 봉우리는 주론산과 구학산이다.(첫번째 사진)

좌측부터 천등산, 주론산, 구학산이다.(두번째 사진)

 

 

 

원주 감악산(감악3봉) 조망처에서 바라다 보는 

건너편의 일출봉(제천의 감악산 정상), 월출봉(동자바위)이 또한 아주 볼만하다.

 

 

 

제천 감악산 정상(일출봉)과 우측이 동자바위라 부르는 월출봉이다.

확실히 정상부쪽으론 단풍이 더 많이 들었다.

 

 

 

위쪽 너른 바위엔 한 아저씨가 간식을 드시고 계셔

나는 조금 아래쪽 날망에 걸터 앉아 제천쪽 정상부를 바라보고 쉬어간다.

이웃한 치악산에 가려 뒤늦게서야 알려진 감악산이지만

그 빼어난 절경은 어느 명산 부럽지 않을만큼 암릉과 계곡, 육산이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다.

 

아무래도 1.2.3봉 암봉 오르내리기가 수월치 않으니 이쪽으론 사람이 많지 않다.

이쪽으로 건너왔다 하여도 원주 정상석 인증만 남기고 다시 제천 정상쪽으로들 건너갔다.

백련사 거쳐 오르는게 더 수월하고, 대부분은 그 길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덕분에 나로서는 더할나위 없는 명당이 되었다.

명품이 어디 따로 있단가요. 이 풍경들, 이 천연의 색만으로도 값비싼 명작들 부럽지 않어라.

 

 

 

저 협곡을 따라 감악3봉을 내려가 제천 감악산 정상으로 가게 된다.

저 아래에서 뒤돌아 본 길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와우~이게 무엇이래.

켜켜이 쌓여진 바위층은 그야말로 세월의 유물이 되었다.

어느 남미의 유적지들 부럽지 않을만큼 우리에게도 이런 보물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이 길이 너무 아름다워 수없이 사진으로 남기고

목이 아플만큼 뒤돌아보고 감탄을 해야했다.

아직 진하지 않게 은은하게 물드는 단풍마저도 이 고고함을 덧입히는것만 같았다.

 

 

 

말이 필요 없겠다.

끝없이 이어지는 명품 바위들, 감상 한 번 해보자.

 

 

 

갈빛으로 변하고 있는 마당에, 유일하게 우아한 몸짓을 보내는 아이가 있다.

산부추다.

 

 

 

산이 가까워질수록 산을 모르겠다. 
네가 가까워질수록 너를 모르겠다. 

멀리 있어야 산의 모습이 또렷하고. 
떠나고 나서야 네 모습이 또렷하니.

어쩌란 말이냐. 이미 지나쳐 온 길인데.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먼 길인데. 

벗은 줄 알았더니, 
지금까지 끌고 온 줄이야. 
산그늘이 깊듯 네가 남긴 그늘도 깊네.  

 

-이정하의 너의 모습-

 

 

산도 사람도 어렵기만 하다.

산이나 사람이나 조금은 멀리 있어야 그 모습을 그려볼수가 있다.

가까워지나 싶으면 멀어지고, 멀어지나 싶으면 어느새 다시 곁으로 와 있다.

이미 지나쳐 온 길인데 이제와 어쩌란 말이냐.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먼 길인데..

 

 

 

월출봉 바로 앞에 있는 바위다.

 

 

 

월출봉(동자바위)이다. 바위는 마치 투구를 쓴 가면처럼 느껴졌다.

밧줄과 루트가 있으니 올라갈수는 있지만 바위 무서워하는 님이라면 굳이 오를 필요는 없겠다.

오늘은 다른 볼거리도 많으니 괜히 낑낑거리며 오르지 않으려 한다. 

 

 

 

천삼산 갈림길이다.

신림역에서 들머리를 잡으면 천삼산을 경유해 감악산에 오를수 있다.

서울에도 신림역이 있지만 원주시 신림면에도 고즈넉한 시골풍경의 신림역이 있다.

 

 

함양 오봉산 산행기를 보신 분이라면 붉은 꽃을 피웠던 큰참나물을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바로 이게 큰참나물 열매다.

 

 

 

다른 곳의 통천문보다도 예술성이 뛰어난데다 

저 구멍 뒤로 단풍마저 곁들여지니 이보다 아름다울수 없다.

 

 

 

바위를 돌아 정상으로 가는 길 곳곳에도 딱 보기좋게 물들고 있었다.

 

 

 

 

이 바위는 또 무엇이래.

마치 고대 유적지에서 튀어나왔을법한 바위층에 감탄사 내뱉지 않을수가 없다.

세로로 양각된듯한 바위는 마치 죽어도 편히 쉬지 못하는 어느 군위대의 병사들 같았다.

 

 

 

모든게 유물이어라.

이런 세월의 흔적들 앞에서는 감히 신비를 논하지도 못할만큼 경외스러움 자체다.

 

 

 

청량산이나 주왕산, 팔각산의 바위 형태와도 닮았다 생각했다.

아~큰일이다.

용두산까지 종주는 커녕 석기암봉까지도 가기 힘들겠다.

단풍들에 취하고 바위들에 감탄하고 도저히 앞으로 진전이 되질 않는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색으로서 이 계절을 담담히 표현하는

이 아이들을 외면하고 걷는다면 굳이 산에 오를 이유 무에 있단 말인가.

용두산이든 석기암봉이든, 아님 감악산 정상에서 끝이 난다 하여도 아쉽지 않은 날이다.

 

 

 

그렇게 감악산 정상으로 올라서니 바위 아래에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다음지도에는 정상 높이를 954m라 되어 있는데, 이곳엔 945m라 표기되어 있다.

 

감악산 자락은 민간신앙, 불교,천주교가 한데 자리할만큼 성스러운 곳이라 한다.

신림면은 신성한 숲이라는 이름으로 생긴 마을이고, 남쪽 봉양쪽에는 많이들 들어봤을 배론성지가 있는데 

대원군이 천주교 박해시 천주교인들이 생활하던 곳을 성지화한 곳이다.

정상 바로 아래에는 의상조사가 창건했다는 신라시대 고찰인 백련사가 자리하고 있는데

백련사에서 바라보는 정상부의 기암들도 백련사와 어우러져 아주 볼만하다.

감악산은 영월지맥이 이어지는 길이기도 하다.

 

 

 

감악산 정상에서 가장 높은 바위가 건너편의 저 선녀바위인데 예전에 있었던 밧줄과 

누군가 연결해 놓은 나무다리는 사라졌고, 등산로 폐쇄라는 팻말만 남겨져 있다.

아래쪽의 벼랑이 깊어 이젠 건너가기는 무리겠다.

 

 

 

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바위틈의 저 소나무는 여전히 잘 자라고 있다.

정상석 위의 바위로 올라가 본다.

바위에 홈이 많아 예전엔 올라갈만 하였는데, 그리고 사진으로 봐도 그리 보이는데

이리저리 용을 써봐도 다른쪽 발이 영 올려지지가 않는다.

 

 

 

그늘에서 쉬고 있던 한 아저씨가 내가 쌩쑈하는 모습이 너무 황당하셨는지 

아님 어이가 없으셨는지 안타까웠는지 어쨌든 급하게 다가와 발을 받쳐주신다.~^^

아~소나무와 하늘은 저리도 쾌청하고 푸르건만 나는 엉덩이만 무거워졌나 보다.

 

 

 

조망바위에 올라서면 가장 먼저 지나온 감악1봉 2봉 3봉 월출봉(동자바위)에 시선이 간다.

맨 좌측 커다란 바위가 월출봉(동자바위), 가운데가 원주 정상인 감악3봉, 우측으로 2봉이다.

1봉은 2봉과 겹쳐져 보인다.

 

가운데 뒤론 매봉산, 매봉산과 겹쳐진 바로 좌측 뒤로 아주 쬐끄마하게 튀어나온

치악산 비로봉 정상도 확인할수가 있다. 좌측으로는 치악산 남대봉과 시명봉이다.

남대봉 아래 희끗거리는 상원사도 알아볼수 있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치악산도 좋아라 하지만 감악산을 더 좋아한다.

감악산 바위봉을 넘나드는 재미가 좋아서일 것이다.

 

 

 

대부분 백련사쪽에서 올라왔다가 다시 그쪽으로 내려가시는 분들이 많다.

감악봉을 지나 석기암봉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우측으로는 요부골로 흐르는 줄기다.

석기암봉 가다보면 요부골로 하산할수 있는 제사골재가 나온다.

뒤로는 소백산이며 금수산 월악산이 자리할 것이지만, 햇살이 강렬해 더욱이나 잘 드러나지 않는다.

당겨보면 희미하게 금수산은 보이지만, 이따 석기암봉 가서 다시 살펴보자.

 

 

 

가운데는 가야 할 석기암봉, 그 좌측 뒤로 용두산, 맨 좌측 뾰족 솟은 산이 제천 송학산이다.

용두산으로 향하는 영월지맥 자락이기도 하다.

 

 

 

오늘 들머리였던 창촌과 황둔 방향이다.

그리고 가운데 뒤로는 사자산과 백덕산, 그 우측으로는 백석산과 중왕산,가리왕산, 청옥산으로 이어진다.

하늘이 너무 멋진 날이다.

자릴 뜨고 싶지 않았다. 생각 같아선 정상 바위에 드러눕고 한숨 자고도 싶었다.

감악산에서 끝을 낼게 아니라면 아쉽지만 그만 일어나야 한다. 

들머리에서부터 두시간이면 될것을 세시간을 넘긴 뒤에야 자릴 뜰수 있었다.

 

 

 

정상을 내려와 석기암봉으로 간다.

화려한 단풍나무도 좋지만 우리나라 산에 많은 참나무 종류가 만들어낸 은은함도 좋다.

 

 

 

석기암봉으로 가면서 뒤돌아보니 와우~

정말 와우 소리가 절로 나올만큼 절경이 따로 없다.

깍아지른 절벽에 소담스레 들어찬 저 갈빛들의 향연.

지나치게 화려하진 않지만 이보다 아름다울수가 없다. 계절이 만들어낸 최고의 선물인 것이다.

 

 

 

전망대가 설치된 곳에서 가야할 석기암봉을 짚어본다,

좌측에서 두번째 봉우리가 석기암봉 정상이다. 전망대 아래로는 긴 계단이 이어진다.

단풍은 해발 높은 곳으로만 들었고, 아직 아래까지는 많이 내려가지 않았다.

일주일 후 쯤이면 온 산에 울긋불긋 장관이 따로 없겠다.

 

 

 

그리고 지나온 감악산 정상이다.

가까이서 볼때도, 멀어져서 볼때도 그 수려함이 절대 감춰지지 않는다.

 

 

 

이제는 푸른 잎이 참 신선하게도 느껴진다.

잎은 팔손이를 닮기도 했다. 흔히 엄나무라 많이 부르기도 하는 음나무다.

 

 

 

영롱하기도 하다. 노린재나무 열매다.

 

 

 

단풍 모양의 잎 때문에 이름이 붙여진 단풍취. 그리고 산앵도나무와 삽주.

 

 

 

간간이 바위도 지나지만, 편안한 흙길이 이어져 석기암봉 가는 길은 수월한 편이다.

조망과 멋진 암봉들을 보고 싶다면 감악산을, 걷는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면

석기암봉까지 돌아도 좋겠고 조금 더 육산을 걷고 싶다면 용두산까지 연계해봐도 무방하겠다.

 

 

 

그렇게 석기암봉 삼거리에 섰다.

잠시 석기암봉 올랐다가 다시 삼거리로 내려와 용두산으로 진행해야 한다.

물론 석기암봉에서 용두산 방향으로 진행할수도 있지만, 썩 등로 상태가 좋지 않으니 그냥 

삼거리로 나와 진행하는게 좋겠다.

석기암봉에 올라서면 잡목에 조금 막혀 있지만 물들어가는 모든 빛 자체로도 충족함이 있었다.

 

 

 

가장 높은 바위로 올라가보니 그래도 주변 경관이 들어온다.

좌측으로 가야 할 용두산이 보이고, 우측 뒤로 제천시내도 모습을 드러냈다.

 

 

 

더없이 높고 푸르른 하늘과 흔하게 만나는 나무들이 붉음으로 대비를 이루니

천상의 콤비처럼 조화롭기도 하다. 맨 우측 뒤로는 금수산이다.

좌측 뒤로 단양 삼태산이 보이고, 그 우측으로 뾰족 볼록한 가창산과 갑산이다.

좌측 가창산 뒤로 희미하지만 소백산 너울이 아닌가. 꺄오~

용두산에 가면 조금 더 선명히 드러나길 바라본다.

 

 

 

용두산과 좌측 뒤 뾰족한 송학산이다. 

용두산은 임도길이 뚜렷하게 보이는데 이따 가다보면 산악자전거 대회를 위해서였던지

레일도 깔려 있었다. 가운데서 우측 맨 뒤로 소백산이다.

 

 

 

제천 시내와 금수산이다.

다녀온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금수산은 마치 그때와는 다른 산처럼 멀게만 느껴지니

가까이 있을땐 친한것 같다가, 헤어지고 나면 멀어진듯한 인간관계처럼도 느껴졌다.

 

 

 

지나온 감악산 정상을 향한 단풍길은 또 얼마나 아름답던지.

눈 돌리는 곳곳, 어디 한 곳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으니 감탄하기도 숨이 가쁠 지경이다.

 

 

 

석기암봉을 내려와 피재점을 지나고 용두산으로 간다.

곳곳 중탈이 가능하니 필요에 따라 하산지점을 택할수도 있다.

웬 자전거를 끌고 지나는 사람이 있어 자전거 탈만한 길이 있나 했는데

용두산으로 가는 길엔 좀 너른 임도가 나오고 산악자전거길이 조성되어 있었다.

 

피재점 지나고 산림욕장 갈림길, 멋드러지게 구부러진 소나무 아래 한분이 쉬고 계셨다.

그저 보기엔 멋드러진 나무라 생각했는데 잎이 말라가고 있다. 몇년뒤엔 고사목이 되어 있을수도 있겠다.

 

 

 

오미재를 지나고 레일이 깔려 있는 길을 지난다.

2010년도인가 산악자전거대회를 치룰때 운반용으로 만들어졌다 한다.

그 대회를 준비하며 이 길도 너르게 만든 것인지 덕분에 걷기에도 무리가 없어 좋다.

길이 편해서인지 산악마라톤을 하시는건지,

달려서 용두산 올랐다가 다시 이 길로 되풀이해 오가는 분도 계셨다.

 

 

 

용두산 가는 길의 특징 하나를 꼽으라 한다면 소나무길이 아주 근사하다는 것이다.

아구~가랑이를 너무 벌린거 아니라요. 자세가 좀 민망하넹~^^

 

 

 

다 왔나 싶으면 아직이다. 용두산과 뒤로 송학산이다.

오늘 송학산을 원없이 보았으니 조만간 가봐야겠다.

 

 

 

중간중간 나뭇가지들 사이로 제천시내와 제2의림지와 의림지가 보인다.

앞쪽이 하산지점과 가까운 제2의림지다. 걸어나가 의림지를 구경하여도 좋겠다.

의림지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고대 수리시설의 하나인 저수지로 손꼽힌다.

세종실록에는 의림제라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뒤로 뾰족 솟은 금수산도 제천시에서 꽤나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버스를 타면 한참을 가야 한다.

 

 

 

은분취, 고려엉겅퀴, 이고들빼기, 미역취.

 

 

 

송한재를 지나고, 역시나 길쭉하게 잘 뼏은 소나무들 보는 재미로 마지막 용두산을 향해 걷는다.

용두산 올라가는 계단이 나온다. 사람들 소리도 들려오니 진짜 정상인가 싶다.

아까 그 마라톤 하시던 분은 이곳을 도대체 몇번이나 왕복하시던지

느릿하게 계단 오르기만 해도 숨찬 나하고는 너무나 비교가 된다.

보는 내가 다 무릎이 아플 지경이다. 관절 건강한 사람이 가장 부러운 요즘이다.

 

 

 

그렇게 너른 헬리포트가 있는 용두산 정상에 오른다.

아까 감악산에서라면 용두산까지 올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는데

육산이라 걷기에 편해 무리없이 잘 도착할수 있었다.

조망 감상하시는 분들 뒤로 금수산과 그 우측으로 이젠 월악산도 솟아 있다.

좌측으로는 일자로 뻗은 소백산권도 저 물결을 이루는 일등공신이 되어 주셨다.

 

 

용두산(873m)은 제천시 모산동과 송학면에 걸쳐 있는 제천의 진산으로

삼한시대 축조된 의림지로 흘러드는 수원의 발원지이자 제천의 상징적인 산이기도 하다.

도심에 위치하고 있으니 시민들이 즐겨 찾을수 있고, 너른 헬리포트 부지 때문에 비박객들과

일출 일몰지로도 많이들 찾는 산이다.

아래에는 노송이 좋은 솔밭공원과 산림욕장, 청소년수련원, 야생화단지, 의림지 등 연계하여 트레킹과

산행을 즐기면 더욱 다양한 볼거리와 휴식을 느껴볼수도 있겠다.

 

산 아래 의림지와 건너편엔 금수산, 그리고

금수산 우측 뒤론 희미하지만 월악산도 이젠 알아볼수 있겠고

좌측으로는 무엇보다 반가운 소백산권이다.

금수산 좌측으로 흰봉산 도솔봉 죽령, 그리고 소백산 연화봉권으로 진입하게 된다.

 

 

 

오늘 내내 함께했던 송학산이다.

무엇보다 하늘의 구름과 변해가는 갈잎들과의 콜라보에

"가을하늘 공활한데~"라는 애국가의 한 대목이 절로 튀어나올것만 같다.

 

 

 

정 가운데 평평해 보이는 삼태산과, 그 우측으로는 가창산과 갑산이다.

뒤로는 소백산이 아련히 금줄을 이어가니 

이렇게 맑고 쾌청한 가을하늘과 저 너울들에 취하니 괜한 뿌듯함과 벅참이 밀려오려 한다.

정말 가을이구나. 낮은 곳으론 아직 단풍물결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꽃잎은 다 져버린 개쑥부쟁이.

아니 갯쑥부쟁이다.

그동안 우리가 가장 흔하게 만나던 개쑥부쟁이는 갯쑥부쟁이의 오동정이었다는 사실은

야생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갯쑥부쟁이, 바닷가 근처에서 자랄것 같은 이름에서 주는 편견도 한몫했을 것이다.

어쨌든 설악 일대 일부를 제외하고는 개쑥부쟁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다.

 

 

RC카 회원들인듯 하다. 하늘 멋진거 보라.

마냥 바라보고 싶은 풍경을 뒤로하고 청소년수련원으로 내려선다.

그냥 흙길이라 큰 무리없이 송전탑 지나고 바로 내려설수 있었다.

 

 

청소년수련원과 제2의림지가 있는 용두산입구로 내려오니 버스시간도 잘 모르거니와

버스도 자주 다니지 않는다 하여 세명대사거리까지 걸으려 했는데

때마침 35번 버스가 와서 제천 시외터미널까지 갈수 있었다.

 

 

 

요즘의 내 체력으로는 쉽지 않은 연계산행이었지만,

그 힘든것도 잊을만큼 아름다운 감악산~용두산이었다.

 

**다음 블로그가 2022년 9월이면 영원히 종료된다는 통보에 수많은 자료들이 사라질까 두려워

급하게 낯선 티스토리로 옮기니 수백명씩 남겨주신 소중한 공감과 댓글도 영원히 날아가 버렸다.

이젠 이 글을 우연히라도 보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다음 블로그를 통해 응원주시고 함께해주셨던 님들께 감사한 마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