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신간 《그 산에 그 꽃이 핀다》가 출시되었다.
‘산’이라는 캔버스 속
‘꽃’이라는 팔레트
아름다운 천연의 빛깔을 만나 보자.
필자의 산행과 여행에는 늘 들풀꽃나무와 함께했지만
이번 《그 산에 그 꽃이 핀다》에서는 특히나 그 산에서 피어나는 야생화에 초점을 맞췄다.
몇 년 뒤면 공항이 생겨 접근성이 좋아질 울릉도는 특산식물과 희귀식물의 집합체로
그 모든 것이 고유종과 희귀함으로 연결된다.
이른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가덕도와 비금도는 바다를 낀 그림 같은 풍경에 압도당하게 된다.
가덕도 역시 신공항이 생길 지역이라 달라질 모습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함께 뒤따르게 된다.
야생화로 유명한 석병산과 보현산, 덕유산과 소백산, 화악산 등 그 산지마다의 시그니처 같은
야생화 이야기 그리고 미스터리한 숲, 높은 산지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식생이 즐비한
평창 대덕사 계곡도 담겼다.
- ‘책을 내면서’ 중
어느 곳 하나 소중하지 않고 야생화 만발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그래도 가장 많은 비중을 두어 엮은 것은 울릉도다.
성인봉과 나리분지, 그리고 독도와 관음도 일대를 4월과 6월 두 차례 다녀오며
육지에서는 접하지 못하는 울릉도만의 특수한 매력을 가득 담을 수 있었다.
울릉도 하면 떠오르는 호박엿이 원래는 호박엿이 아닌 이 나무 이름이 잘못 알려진 유래와
보지 못할 뻔했던 헐떡이풀을 어렵게 만난 사연도 전한다.
멸종위기종 만큼이나 만나기가 어려워진 우산제비꽃과
울릉도 주민에게 한시적으로 채취가 허용된 울릉산마늘에 대한 이야기
나리분지와 섬말나리 이름이 생기게 된 이야기 등도 실렸다.
울릉도만으로 책 한권을 따로 만들어야 할만큼 이야기가 풍성하다.
희귀식물의 보고, 석병산은 한 계절만으로 표현하기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
4월의 석병산 그리고 꽃쟁이들이 가장 많이들 찾는 여름 야생화 편으로 나눠 구성했다.
특히나 여름철 석병산은 말 그대로 희귀식물의 교본이고 집합소를 이룬다.
책을 내고나면 늘 아쉬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2024년 신간《그산에 그꽃이 핀다》는 그런 아쉬움을 채우려 최대한 불필요한 요소들은 줄이고,
나날이 달라지는 식물체계에 대해 게을리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야생화 이야기에 집중하려 했다.
산과 여행, 야생화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2024년 2월 덧붙임)
~~~~~~~~~~~~~~~~~~~~~~~~~~~~~~~~~~~~~♧♥
산행코스 : 양길리 팔봉산버스정류장~1봉~2봉~3봉~4봉~5봉~6봉~7봉~8봉~어송리
(약 7km로 거리는 짧은 편이지만 암봉 오르내리며 바위들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한 산이다.
놀며 사진 찍으며 천천히 걸어도 3시간이면 충분하니 몸에 무리가 되지 않아 좋은 산지기도 하다 .)
동서울터미널에서 7시 20분 버스를 타고 서산에 간다.
서산에 도착하니 9시 30분이다.
9시 15분 버스를 타고 어송리에서 8봉부터 진행하려던 계획 대신 10시 10분 버스로 양길리 팔봉산 종점으로 간다.
팔봉산 종점까지 들어가는 버스는 오전에 한대, 오후엔 1시 30분에 한대가 있었다.
젊은 남자 한명이 종점에서 내려 팔봉산으로 올랐다.
버스정류장에서 주차장과 관광안내소 방향으로 가는 길,
이미 길가엔 코스모스 만발하였으니 언제인지 몰라도 가을이 스며들었다.
뒤로는 기대감 증폭시키는 팔봉산 암봉들이 우뚝 솟아 있다.
서해와 어우러진 팔봉산 사진이 시원스럽게 세워져 있고, 관광안내소를 지나 아라메길 팔봉산 등산로로 접어든다.
안내 이정표가 곳곳 잘 되어 있어 길 찾기 어렵지 않다.
관광안내소 앞을 지날때 멍멍이 한마리,
꼬리를 흔들며 한동안 따라가더니 트럭이 멀어져가자 이내 되돌아온다. 주인 트럭인듯 하다.
아라메길 등산로로 들어서니 아까 그 황구가 이젠 백구 흑구와 어울려 놀고 있다.
그런데 웃으며 노는것 같지만 자꾸만 흑구를 한쪽으로 몰고 있었다.
검은 아이는 기를 피지 못하고 연신 꼬리를 내리고 있다.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며 내 뒤로 한참을 따라오더니 자기네 집인듯한 곳으로 돌아갔다.
숲도 좋고, 너른 임도로 슬슬 걷기에도 참 좋다.
이 계절이면 만날수 있는 가는잎왕고들빼기다.
잎이 두장씩 나비처럼 보인다 하여 이름 붙여진 나비나물.
아무 수식 붙지 않은 그냥 담배풀이다.
좀담배풀보다 오히려 다닥다닥 붙은 모양새가 더 좀스러워 보인다.
벼 이삭을 닮아 이름 붙여진 이삭여뀌는 꽃에 비하면 잎이 상당히 크다.
너른 임도가 한동안 이어지다 큰 돌길이 시작되고, 1봉과 2봉 갈림길 안부가 나오니
1봉으로 갔다가 다시 되돌아나오면 된다.
암봉임을 말해주듯 1봉이 가까워지자 이내 커다란 바위의 연속이다.
1봉이다. 이렇게 조그마한 정상석들이 8봉까지 있는데 홍천의 팔봉산과도 닮아 있다.
1봉석 위로는 마치 코끼리와 하마, 돼지와 소 등이 섞인듯한 동물 형상의 바위가 있다.
새로운 생명체처럼 보였다.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오만 형상들이 다 모인것만 같다.
올라가볼수는 없을까, 뒤로 넘어가 볼수는 없을까.
바위에 카메라 올리고 셀카도 날려보고, 이렇게 저렇게 용을 써가며 위로도,
좁다란 구멍 사이 뒤로도 넘어가 보았다. 사람 없는 한가한 날만 누릴수 있는 혜택이기도 하다.
좁은 구멍 뒤쪽으로 넘어와 보니 뽀샤시
누군가의 엉덩이 같기도 하고,
은밀한 음부를 보는것도 같고,
하트를 닮기도 한 바위 하나가 시선을 붙잡는다.
그리고 능청스럽게 눈을 감고 있는 이 아이 표정이 또한 압권이다.
만화속의 한 장면처럼 익살스럽고 장난기 가득한 표정이 그대로 살아났다.
이 바위는 야구 글러브 같기도 하고
마치 줄지어 이를 잡는 원숭이들처럼도 느껴졌다.
뒤로는 들머리였던 양길리다. 주말엔 사람들 붐빈다는데 평일이라 주차장도 텅텅 비었다.
무엇보다 뒤로 펼쳐지는 가로림만과 서해 풍경이 육지 사람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물이 빠지는듯 갯벌을 드러내는 모습도 익어가는 들녘과 어우러지니 이보다 아름다울순 없다.
볼거리 많은 바위들과 한동안 노닥거리다가
다시 좁은 구멍을 넘어 1봉 앞으로 나간다.
가야 할 2봉과 정상인 3봉이다.
실질적으로 2봉 3봉이 가장 볼거리가 많으니 1봉에서 3봉까지 집중적으로 즐겨보면 좋겠다.
4봉부터는 그닥 조망이나 암봉이 돋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맑은대쑥도 꽃을 피웠다.
어느새 붉게 익어 벌어진 참회나무다. 구별 포인트는 공처럼 둥글고 5갈래로 갈라지는게 특징이다.
같은 5수성이지만 공처럼 둥글지 않고 얕은 날개가 있으면 회나무.
2봉 오르는 긴 철계단에 조금만 올라도 숨이 찬다.
오르내리는 사람 없으니 계단을 차지하고 쉬었다 가기를 반복한다.
뒤돌아 본 1봉이다.
바위 하나가 굴러떨어질듯 하지만 잘도 짜 맞춘 퍼즐처럼
각자만의 자리에서 굳건히 1봉을 지키고 있다.
참으로 그 표정이 리얼하지 않은가. 우럭바위다.
용왕이 보낸 우럭이 팔봉산 경치에 반해 돌아갈 날을 잊고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단다.
우럭 앞으로 사람주나무 열매 하나가 쟈를 약올리고 있는것만 같다.
아니면 따먹으려 애쓰는 것인지, 붉은 잎에 반해 냄새라도 맡아보려는 것인지
여튼 시시각각 변해 보이는 저들의 신경전에 웃음이 난다.
조금 더 올라가며 보는 우럭바위는 발라먹고 남은 생선 뼈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생선 뼈든 어느 물고기든 참으로 독특하고 재미나게 생겼다.
이것은 고향에 돌아가고파 눈물을 글썽이는 거북바위라는데 어떻게 봐야 거북이 모양이 나올까.
맨 위로 툭 튀어나온 곳을 거북이 머리로 봐야 하나~
아니면 그 아래 어느 노파의 굽어진 등과 머리처럼 보이는 곳이 거북 머리인지~
더 위로 올라와 바라본 거북바위는 마치 꼿꼿하게 몸을 세운 귀 넓은 강아지를 보는것도 같다.
좌측 아래쪽 바위 표정도 아주 재미나다. 눈을 감은 원숭이를 닮았다.
그렇게 2봉이 가까워지자 1봉과 황금들녘과 서해가 어우러지니 한결 시원한 풍경을 자아낸다.
바다를 낀 산행지의 큰 매력이다.
1봉 뒤로는 서해와 가로림만. 좌측 방향으로는 태안이다.
1봉을 높은 벼슬에 오른 대감의 감투 또는 노적을 쌓아 올린 모양과 같다하여
감투봉(노적봉)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소원을 빌면 부귀영화를 얻는다는 전설이 전해온단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2봉에 거의 다다르자 이런저런 형태의 바위들이 가득하다.
우주선 같기도 하고, 뚜껑을 열면 안쪽으로 무언가 들어 있을것 같은 바위도 있고
어느 고대 유적지에 새겨져 있을법한 독특한 동물 형상들도 보인다.
팔봉산 제2봉(270m)이다.
2봉의 코끼리바위다.
정면에서 보니 우측의 코끼리바위는 마치 해마를 닮았다 생각했고
신전의 기둥들이 세워진 느낌도 받았다.
반대편으로 돌아와서 보니, 길다란 코를 가지고 있어
코끼리바위란 이름이 붙여졌다는걸 알수 있겠다.
아래쪽으로 이어진 코가 없다면 만화속의 귀여운 아기 곰을 닮았고,
마치 가운을 걸친 곰돌이라고도 생각을 했다.
우측 뒤편의 바위는 멍멍이를 닮았네. 뒤쪽 바위를 암컷코끼리라 칭하는듯도 하다.
앞은 남자 코끼리, 뒤는 여자 코끼리를 닮아 코끼리 부부바위라고도 불리운단다.
카메라 올려 놓을 바위가 많으니 10초 셀카는 이제 식은죽 먹기~^^
뒤쪽에서 바라본 모습은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바다표범이나 바다사자처럼도 보였다.
코는 벌름거리고 누런 뉴트리아 이빨처럼 가운데 툭 튀어나온 모양도 인상적이다.
좌측 조그마한 얘는 사람과도 교류가 잘 되는 돌고래를 닮기도 했다.
그 앞으론 힘의 상징을 보여주려는듯 주먹을 쥔 손까지.
2봉에서 바라 본 서해 풍경이다.
우측으론 서산시 팔봉면 소재지도 보이고, 좌측으론 태안군 태안읍이다.
태안과 서산의 경계지점이다.
많이 놀았으니 이젠 3봉으로 가보자.
3봉은 힘센 용사의 어깨를 닮았다 하여 어깨봉이라고도 부른단다.
용맹과 건강을 상징한다 하니 힘들고 움츠렸던 사람들,
이 어깨봉을 바라보며 어깨도 활짝, 기운도 충만하게 받았으면 좋겠다.
마치 요술램프속 인물인듯, 한 바위에 두 얼굴이 존재하는것만 같다.
말랑말랑 늘였다 줄였다 조물딱거려 놓은듯한 바위를 지나니
야는 또 무엇이랴.
누군가 그려 둔 모양새에 웃음이 난다.
설마 웃는척하며 밑의 아이를 제압하는 것은 아니지~
해태. 물개. 아님 뭐 상상속의 동물~여튼 웃고 있으니 보는 나도 즐거워 좋다.
근처에 운암사지터가 있는 헬리포트 쉼터를 지나면
본격적인 3봉 오름길이 시작된다.
전체적으로 거리가 짧고 나지막한 산이지만 3봉 오를때가 그나마 조금 빡쎄다면 빡쎌까.
통천문 같은 바위 사이를 지나고, 간신히 숙이고 엎드려 사람 한명 지날만큼의 굴이 나오는데
계단으로 빠져나갈수 있게 해두었다. 용굴이다.
이곳에 팔봉의 수호신인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이 용이 가뭄때 비를 내려 풍년을 들게 해주고 지역 주민에게 복을 주었다 한다.
우리나라에는 용 이야기 없는 곳이 없으니 그 옜날에는 거의 수호신 같은 존재였나 보다.
홍천 팔봉산의 해산굴을 통과하는것에 비하면 수월한 편이다.
빠져나와서 뒤돌아 본 용굴이다.
문득 나뭇잎들을 보니 아~언제인지 모르게 조금씩 갈잎으로 변하고 있었구나.
용굴을 나오니 팔봉산에 대한 안내문이 세워져 있고
우측으론 가야 할 마지막 8봉과 팻말 뒤로는 금강산과 장군봉 능선이 보인다.
와우~그 바위 형태가 참으로 오묘하고도 아름다우니
3봉 정상 오르기 전 이 조망처 바위에서의 시간이 가장 황홀하게도 다가왔다.
힘없이 널부러져 있는것 같은 앞쪽의 이 아이는 정확히 무엇이라 표현하긴 어렵지만
한번쯤 봤음직한 인형 같기도 하고, 해안가 모래밭에서 이제 막 깨어난 바다거북 새끼 같어라.
너도 아까 갸들처럼 서해 조망하러 산으로 오르고 있다냐.
여튼 줄줄이 이어진 바위물결에 해발 높은 산 부럽지 않어라.
태안은 군 소재지인데도 제법 큰 시가지 같다.
태안해안국립공원과 태안반도의 영향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올 여름 큰 계획 중 하나는 태안의 둘레길인 "태안 해안길" 을 모두 걸어보는 것이었는데
올해는 어쩔수없이 모든게 여의치 않으니 다음으로 미뤄야했다.
안면도에서 떨어지는 해는 어찌나 크고 강렬하던지
바로 앞에 커다랗게 만들어진 인공구조물이 떠 있나 싶을 만큼이었다.
예전 추억처럼 안면도에서의 일몰도 다시 한번 맞아보고 싶고
조개구이에 시간 가는줄 모르고 소주 한잔도 기울여보고 싶었는데 아쉬운 한해가 지나고 있다.
그런 감정이 내년에도 부디 남아있길 바랄 뿐이다.
10초 타이머 맞추고 요이 땡~(^^) 놀이도 실컷 해보다가 정상으로 향한다.
계절은 어김없이 잘도 돌아가는구나.
어느새 팥배나무도 붉게 익었으니 불과 며칠전의 더위도 무색하게 되었다.
열매는 팥을 닮았고, 꽃은 배꽃을 닮아 팥배나무.
용굴을 나와 방금 전 쉬어왔던 조망처 바위다.
지나온 1봉과 2봉 뒤로는 들머리였던 양길리주차장이 보이고
완전한 황금으로 변하기 전인 들녘이 오히려 더 상큼하게 보였으니
남도 유채밭이 무르익는 모습처럼도 느껴졌다.
서해 바다와 가로림만과 양길리 들판의 조화가 참으로 아름다운 한 장면이다.
당겨본 1봉과 2봉, 쉼터가 있던 헬리포트, 그리고 아래로는 관광안내소가 있는 양길리주차장도 보인다.
지루한줄 모르고 올라서니 3봉이다. 초행자라면 건너편이 3봉 정상인가 싶을 것이다.
바로 계단따라 내려가 건너편으로 가면 안되고
우측 바위쪽으로 가야 3봉 정상석을 만날수 있다. 정상에 이르니 사람 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바위를 넘어오니 숨겨진 3봉 정상석이 있다.
하늘과 바다 사이 여덟 봉우리라는 팔봉산의 해발은 362m로 그리 높지 않지만
기이하고 아기자기한 바위와 암봉, 거기에 서해와 가로림만 일대가 내려다 보이는 절경을 마주하니
코스가 짧음에도 사시사철 등산객 끊이지 않는 것이다.
또한 아래 양길리에서 어송리로 연결되는 임도길이 잘 이어져 있어
어느 코스로 올랐다 하여도 임도 따라 원점회귀가 가능한 것도 큰 장점이다.
충남 서산시 팔봉면 양길리와 어송리 금학리에 걸쳐 팔봉면 중앙에 솟아 있는 팔봉산(361.5m)은
마치 병풍처럼 8봉우리가 둘러쳐져 있는데 원래는 9봉우리인데 제일 작은 봉우리를 제외하고
8봉산이라 불리웠다 한다. 빠진 봉우리가 매년 12월이면 서러워 울었다는 얘기와 함께
태안으로 넘어가 백화산이 되었다는 전설까지 내려온단다. ^^
건너편으로 보이는 저 암봉은 4봉인가 하겠지만
3봉은 두개의 봉우리가 가까이 솟아 있어 더욱이나 볼거리가 많고 경관이 좋다.
건너가 보자.
3봉 지나면서는 거의 육산으로 이루어진 4~8봉.
그러나 이쪽에서만 그리 보일뿐 막상 걸어보면 완전한 육산은 아니다.
어느새 이 나지막한 산능성이에도 갈빛으로 채워지고 있다.
하기야 설악 정상부엔 이미 붉게 물들고 있을 것이고, 다음주면 강원과 경기권도
해발 높은쪽으론 단풍이 제법 물들것으로 보인다.
양길리와 가로림만과 지나온 1, 2봉 그리고 팔봉면소재지 일대도
건너편으로 넘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담아본다.
옆 봉우리로 넘어와서 본 3봉 정상은 두 바위가 쫑긋 솟아 있고
정상의 왼쪽 바위는 자꾸만 웃고 있는것 같네.
아까 이 곳에 서 있던 노란 의상의 부부는 어느새 조망 좋은 바위에 자릴 잡았다.
의상까지 맞춰 입으시고 참 다정해 보이십니다.
누구라도 모델이 있으니 바위도 한결 빛이 난다.
조용한 바위에 앉아 망중한도 즐길만큼 즐겨보고
3봉 바위들도 마저 더 둘러보고 4봉으로 향한다.
4봉으로 향하면서 바라본 3봉은 크고 작은 바위들의 집합체로
오밀조밀 팔봉산을 대표할만 하다.
4봉(330m).
4봉 지나 5봉 가는 길, 이제부터 봉우리 봉우리는 아주 지척에 붙어 있다.
마지막 8봉이 솟아 있고, 나지막한 5~7봉이 작은 능선들을 만들었다.
마치 완전한 육산인듯 보이지만 곳곳에 바위길이 섞여 있다.
하기야 1봉에서 3봉이 전형적인 암봉인데 4~8봉이 아무리 와해되었다 하여도
원 지형이 어디가겠는가.
우측은 8봉, 뒤로는 서산의 금강산과 장군봉 능선이다. 팔봉산과 금강산을 연계산행 하여도 된다.
서산의 나지막한 비룡산, 금강산, 물래산, 역마산, 병풍산을 한꺼번에 연계하여도 16~17km면 가능하다.
가까이 있어 바로 바로 만나는 5, 6봉을 지나고 7봉 오르며
3봉부터 지나온 길을 담아본다. 5~8봉은 딱히 조망이 트이지 않아 지체하지 않고 바로 이동한다.
청가시덩굴이다.
붉은 열매를 맺는 청미래덩굴과 달리 청가시덩굴은 검은빛으로 익는다.
7봉 지나고 8봉으로 가면서 뒤돌아보니 3봉까지만 암봉이라 했던것은
잘못된 말이었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반대편에서 봤을때 그저 나무에 가려져 있고, 정상부 조망이 막혀 그리 보일뿐
알고보면 저 속속들이 바위들을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맨 우측이 3봉이다.
그렇게 마지막 봉우리인 8봉(319m)에 이르면 삼각점이 있는 너른 정상 공터를 만나게 된다.
8봉 역시 조망은 크게 없어 바로 서태사로 하산 시작한다.
사찰이라기보다는 민가 같은 서태사로 내려왔다.
8봉에서 서태사까지는 0.3km 되나~하산길이 짧아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든다.
내리막은 무릎에 독이 되니 원만하게 내려설수 있는 길이 요즘은 가장 매력적으로 보인다.
물론 서태사에서 포장도로 따라 800m 정도 더 내려가야 하지만 이 정도는 뭐 양호한 수준이다.
더군다나 가을이 스며들고 있는 숲을 느끼며 걷는 일은 그것만으로도
좋은 호르몬이 마구 뽐어져 나올것만 같다.
이삭여뀌.
쥐꼬리망초.
광릉갈퀴.
여우오줌.
도깨비바늘이다.
사람이나 동물 몸에 붙어 씨앗을 퍼트리는 대표적인 식물이다.
열매가 익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뾰족한 바늘같은게 사람 몸에 들러붙는데
언제 달라붙었는지 마치 도깨비처럼 달라붙었다 하여 생겨난 이름이다.
그렇게 초입으로 내려와 주차장으로 가는 길. 코스모스 한들거리니
역시 가을엔 코스모스를 능가할게 없나 보다.
어송리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오후 2시다. 느긋하게 걸어도 3시간이면 되었다.
물론 뚜벅이에게는 이 주차장이 끝은 아니다. 버스가 다니는 큰 길로 걸어나가야 한다.
정상에서 보았던 커플은 나와는 반대로 양길리로 하산해 다시 여기 어송리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하산해 둘레길처럼 이어지는 길 따라 차를 세워둔 곳으로 원점회귀 할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큰 장점이다.
주차장에서 어송리 큰 도로로 나오며 뒤돌아 본 팔봉산.
벼는 노랗게 익어가는데 마치 봄 풍경처럼 무언가를 심는 모습도 이채롭다.
어송3리 정류장에서 2시 40분에 버스를 타고 서산으로 나가 다시 해미로 간다.
내려온 김에 해미읍성에도 잠시 들려보려는 것이다.
서산시 해미면 읍내리에 위치한 해미읍성(사적 제 116호)이다.
이 성은 고려말부터 많은 피해를 준 왜구를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하여
덕산에 있던 충청병마도절제사영을 해미로 옮기기로 하면서 1417년(조선태종17)부터
1421년(세종3)까지 축성한 충청도의 전군을 지휘하던 병마절도사영성이다.
1652년(효종3)까지 230여년간 병마절도사영의 기능을 하였으며, 청주로 옮겨간 후
해미 현감이 이 성에 옮겨 와 겸영장이 되면서 해미읍성이 되었다.
주 출입문인 진남문이다.
규칙적으로 똑같은 사이즈로 쌓은 돌담이 아니어서인지 더욱 정감이 가는 성벽이다.
일이 너무 과중하단가요~
아님, 밤새 무얼 했길래 이 엄중한 시기에 졸고 앉았단가요~^^
그대들은 이상 무!!
어느 사극속에서 나올법한 포졸들의 표정도 아주 재미나게 표현되었다.
앞니 빠진 포졸은 마치 술독에 절어 살것만 같다. 선입견이라면 미안하구만요.^^
이 읍성에는 병마절도사와 겸염장이 집무하던 동헌을 비롯해 관아와 객사등의
건물이 가득 들어차 장관이었다 한다.
1578년(선조11)에 이순신 장군이 군관으로 10개월간 근무한적도 있고
조선후기 천주교 박해와 관련된 유적도 많이 남아 있다.
해미읍성 회화나무(기념물 제172호)다.
1790~1880년대에 이곳 옥사에 수감된 천주교 신자들을 끌어내어
이 나무의 동쪽으로 뻗어 있던 가지에 철사줄로 머리채를 매달아 고문하였고
철사줄이 박혀 있던 흔적이 현재까지도 희미하게 남아 있다 한다.
2014년 8월 15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곳 해미읍성에 방문하여
제 6회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가한 23개국 6천여명의 아시아 젊은이들에게
평화와 희망의 메세지를 전하는 폐막미사를 집전한 곳이기도 하다.
서산에 왔다면 산책 삼아 돌아보는 해미읍성 한바퀴도 괜찮겠다.
푸른 잔디가 깔려 있어 눈도 맑아지는 느낌이다.
해미에서 서울 남부터미널 가는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올수 있었다.
버스는 약 2시간에 한대꼴로 있었다.
작지만 볼거리 많은 큰 산, 서산 팔봉산이었다.
**다음 블로그가 2022년 9월이면 영원히 종료된다는 통보에 수많은 자료들이 사라질까 두려워
급하게 티스토리로 옮기니 수백명씩 남겨주신 많은 댓글과 공감도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
그동안 함께해주셨던 님들께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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