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신간 《그 산에 그 꽃이 핀다》가 출시되었다.
‘산’이라는 캔버스 속
‘꽃’이라는 팔레트
아름다운 천연의 빛깔을 만나 보자.
필자의 산행과 여행에는 늘 들풀꽃나무와 함께했지만
이번 《그 산에 그 꽃이 핀다》에서는 특히나 그 산에서 피어나는 야생화에 초점을 맞췄다.
몇 년 뒤면 공항이 생겨 접근성이 좋아질 울릉도는 특산식물과 희귀식물의 집합체로
그 모든 것이 고유종과 희귀함으로 연결된다.
이른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가덕도와 비금도는 바다를 낀 그림 같은 풍경에 압도당하게 된다.
가덕도 역시 신공항이 생길 지역이라 달라질 모습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함께 뒤따르게 된다.
야생화로 유명한 석병산과 보현산, 덕유산과 소백산, 화악산 등 그 산지마다의 시그니처 같은
야생화 이야기 그리고 미스터리한 숲, 높은 산지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식생이 즐비한
평창 대덕사 계곡도 담겼다.
- ‘책을 내면서’ 중
어느 곳 하나 소중하지 않고 야생화 만발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그래도 가장 많은 비중을 두어 엮은 것은 울릉도다.
성인봉과 나리분지, 그리고 독도와 관음도 일대를 4월과 6월 두 차례 다녀오며
육지에서는 접하지 못하는 울릉도만의 특수한 매력을 가득 담을 수 있었다.
울릉도 하면 떠오르는 호박엿이 원래는 호박엿이 아닌 이 나무 이름이 잘못 알려진 유래와
보지 못할 뻔했던 헐떡이풀을 어렵게 만난 사연도 전한다.
멸종위기종 만큼이나 만나기가 어려워진 우산제비꽃과
울릉도 주민에게 한시적으로 채취가 허용된 울릉산마늘에 대한 이야기
나리분지와 섬말나리 이름이 생기게 된 이야기 등도 실렸다.
울릉도만으로 책 한권을 따로 만들어야 할만큼 이야기가 풍성하다.
희귀식물의 보고, 석병산은 한 계절만으로 표현하기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
4월의 석병산 그리고 꽃쟁이들이 가장 많이들 찾는 여름 야생화 편으로 나눠 구성했다.
특히나 여름철 석병산은 말 그대로 희귀식물의 교본이고 집합소를 이룬다.
책을 내고나면 늘 아쉬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2024년 신간《그산에 그꽃이 핀다》는 그런 아쉬움을 채우려 최대한 불필요한 요소들은 줄이고,
나날이 달라지는 식물체계에 대해 게을리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야생화 이야기에 집중하려 했다.
산과 여행, 야생화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2024년 2월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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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코스 : 책암~무수재~금돼지굴봉~당재~채계산 송대봉~장군봉~출렁다리~책암산~구송정유원지
(약 9km로 4시간 10분쯤)
채계산에 가겠다 계획을 세우면서 교통편 때문에 몇날며칠 고민을 해야 했다.
대중교통으로 그 길을 다녀온 사람의 글을 찾기 힘든데다 제대로 된 교통편 정보가 미비해서다.
출렁다리가 생긴 그 주차장이 아닌 그나마 가장 길게 걸을수 있는 책암으로 가려는 것이다.
※ 결론은, 순창에서 책암까지 가는 버스가 하루 두 대 정도 있지만
현지인이 아닌 이상 그 버스시간에 맞춰 이용하기 힘들다.
다른 방법으로 남원에서 231번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되는데
들머리인 책암까지가 아닌 입암까지만 운행하는 버스다.
입암에서 책암까지는 아스팔트 따라 30분 정도를 걸어야 하지만
그래도 입암까지 가는 버스가 오전에 있으니 다행이다.
입암은 남원시 대강면에 속하고, 책암은 순창군 유등면에 속한다.
용산역에서 아침 7시 12분 KTX를 타고 남원역에 도착하니 9시 19분이다.
KTX 덕분에 당일 버스시간을 맞출수 있는 곳이 늘어나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남원역에서 9시 47분쯤에 231번 버스를 타고 입암으로 간다.
입암에 도착하니 10시 15분이 넘어선다.
버스는 회차해 돌아갔고, 나는 순창 방향으로 뙤약볕을 걷는다.
어찌나 뜨겁던지 숨이 턱턱 막힌다.
빠른 걸음으로 25분쯤 걷는데, 이때 이미 기력이 다 쇠진해 버린 느낌이었다.
그렇게 책암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바로 우측으로 돌면 들머리 데크가 나오게 된다.
위에 광주-대구간 고속도로를 끼고 걸어 온 것이다.
섬진강 관광자원 안내도가 세워진 데크에서 채계산 산행은 시작되게 된다.
날씨 탓인지 이미 지쳐버려 그늘 평상에서 한참을 누웠다 일어서야 했다.
들머리 책암이 입에 붙어 책여산을 자꾸 책암산으로 기록해 몇차례 수정을 해야 했다.
처음 가파른 계단만 조금 오르고 나면, 등로는 솔길 따라 완만하게 이어진다.
채계산은 비녀를 꽂은 여인이 누워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걷기 좋은 비녀길이라는 말과 등로 곳곳엔 좋은 글귀들이 걸려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거미줄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미 11시가 되었는데도 이 길을 지난 산객이 아무도 없으니 거미줄은 고스란히 내 몫이 되었다.
스틱으로 휘휘 저어보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으니, 입술에 눈꺼풀에 찐득함이 들러 붙는다.
가끔 벌목된 사이사이로 조망이 트이곤 한다.
광주대구고속도로 건너편 우측으로는 남원의 문덕봉이다.▲
도로 따라 좌측이 남원 방향이고 우측으로는 순창 방향이다.
문덕봉에서 고정봉 거쳐 삿갓봉과 고리봉으로 이어지는 남원의 암릉산행지다.▲
뾰족한 고리봉은 마치 중국의 협곡산처럼 웅장함이 돋보이는 봉우리기도 하다.
맨 우측으로는 곡성의 동악산도 들어온다. 산행내내 이 산들도 함께 할 것이다.
야생화가 많지 않은 산지, 그리고 좀 애매한 시기. 하지만 그 안에도 다 생명들은 숨쉬고 있었다.
오늘 이 산중에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아무 수식 붙지않는 그냥 씀바귀였다.
꽃잎은 보통 5~8장에 꽃술이 검은게 특징. 같은 조건에 흰색이라면 흰씀바귀다.
들가나 저지대에서 쉽게 볼수 있는 꽃잎이 많은 노랑선씀바귀와 달리
씀바귀는 산중에서 볼수 있는 편이다.▲
외대으아리로 보인다.▲
참으아리나 으아리는 하나의 꽃줄기에 여러개의 꽃이 취산꽃차례로 피는 반면,
외대으아리는 가지끝에 1~3개 정도의 꽃줄기가 외대로 하나씩 달려 붙여진 이름이다.
외대으아리는 꽃잎(꽃받침잎)이 4~5장 , 조령으아리는 6~8장,
대구으아리는 4~6개이고 암술대가 길게 남는다.
아무 꽃도 없다 했더니만, 소나무가 많은 산지답게 가는 내내 이 아이들이 따라 붙는다.
소나무나 키 큰 나무 아래에서도 잘 자라는 늘푸른 상록식물 노루발풀이다.
한 겨울, 차디 찬 눈밭에서도 유일하게 푸르름을 드러내던 아이가
이제서야 제 꽃을 피워낸 것이다.▲
노루발풀(노루발과 노루발속 상록다년생초) ▲
무수리와 입암을 넘다들었다는 무수재를 지난다. 책암에서 2.8km 온 지점이다.▲
책암 교통편이 힘들다면 입암이나 무수리에서 오를 방안도 생각을 해보았었다.
그러나 많이 이용하는 등로는 아니라 길이 좋지는 못하다.
한번씩 조망데크와 좋은 글귀, 그리고 부서진듯한 바윗길도 만난다.
좁은 산길을 걷다보면 이 말은 새겨봄직 하다.
평생 양보해도 그 손해가 백보밖에 되지 않는다니 나도 새겨보면서~~
드디어 섬진강이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중간중간 순창 방향으로 조망이 트이긴 했지만
섬진강과 들녘이 모두 시야에 들어오니 걷는 길에 활력이 아닐 수 없다.
왼쪽으로 움푹 패인 순창읍내와 화면 가운데서 바로 왼쪽 뒤로 강천산이다.
왼쪽 뒷줄 강천산부터 무이산, 여분산, 회문산으로 순창의 산줄기들이 이어진다.▲
강천산과 회문산, 그리고 채계산을 순창의 3대 명산이라 말하기도 한다.
바둑판 같은 적성 들판과 섬진강이 한 몸인듯 매끄럽고 유려하다.
채계산 정상에 올라서면 더 수려한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들의 꿩이 좋아하는 열매라 해서 이름 붙여진 덜꿩나무다.▲
덜꿩나무는 가막살나무에 비해 잎끝이 가늘고 길게 뾰족해지는 반면
가막살나무는 둥근 잎이 끝에서만 급격히 뾰족해진다.
덜꿩나무는 잎자루가 거의 없이 짧아 줄기에 바짝 붙어 있고,
그에 비해 가막살나무 잎자루는 긴 편이다.
잎자루가 길고, 잎이 둔하고 둥글다가 끝이 급하게 뾰족해지는 가막살나무다.▲
잎의 꼬리가 더 긴 것을 산가막살나무라 구별하고 있다.
덜꿩나무는 잎겨드랑이에 가시처럼 생긴 탁엽이 있고 가막살나무는 없다.
이게 무엇으로 보이는가.▲
얼핏 붉게 익어가는 열매처럼도 보이겠지만 이것은 충영(벌레집)이다.
나무마다 충영의 모양이 다르니 행여 나무를 잘 모른다 하여도
이 충영을 보면 무슨 나무인지를 알 수도 있다. 이것은 감태나무의 충영이다.
감태나무(녹나무과 생강나무속)는 추위에 약해 충청도 이남, 주로 남부지방에서 만날 수 있다.
감태나무의 다른 이름으로는 제주도 방언에서 유래한 백동백나무라고도 불렸다는데
동백나무처럼 열매로 기름을 짜 이용했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열매로들 변하는 시기, 아직 남아 있는 꽃이 있다.
땅에 붙어 낮게 자란다 하여 이름 붙여진 땅비싸리다.
다른 싸리 종류와 달리 많이 자란다 하여도 보통 사람 무릎 정도까지 자라는게 일반적이다.▲
잎 끝이 뾰족한 조록싸리.▲
채계산 가는 길엔 금돼지굴이 있지만 딱히 별다른 것은 없어 굳이 들르진 않는다.▲
금돼지굴 갈림길을 지나 조금 더 진행하면 무덤 1기가 있는 금돼지굴봉에 이른다.
딱히 정상석이나 안내문은 없다.
금돼지굴봉 정상 바로 아래 바위 조망처가 있어, 주변 감상하며 쉬어간다.▲
가운데 솟은 산은 남원과 순창에 걸쳐 있는 풍악산이다.
좌측부터 노적봉 풍악산 응봉 비홍재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오늘 버스를 타고 오가며 비홍재를 지나게 되었는데, 몇 년 전 풍악산에 가려고
그나마 교통편이 되는 비홍재를 알아봤던 기억이 있다.
단풍나무산이라 할만큼 단풍이 곱고 아름다운 산이라 하였지만, 지금은 단풍나무를
거의 찾아볼수가 없다.
혹, 우측 뒤로는 희미하지만 지리산이 아닐까.
꺅~아무리 생각해도 지리산이어라..!!
가운데서 우측 뒤로 만복대와 반야봉, 노고단이 분명하여라.
왼쪽 뒤 사람 윗입술 같은 모양은 남원 교룡산으로 보인다.
앞 능선 우측은 문덕봉으로 이어지게 된다.▲
좌측 문덕봉에서 가운데 고리봉, 그리고 우측 동악산까지.▲
가야 할 채계산 정상 송대봉과 남원쪽 책여산이 살짝 고개를 내밀어 겹쳐져 보인다.▲
남원쪽 책여산이 채계산 송대봉보다 1m가 높다. 바로 아래 임도길인 당재도 보인다.
얼른 탁 트인 정상에 서서 바라보는 섬진강과 마주하고 싶다.
맨 좌측으로 무량산도 걸렸다. 정상에 서면 용궐산과 무량산이 중심이 되어 시원히 펼쳐질 것이다.
금돼지굴봉에서 철계단을 지나고, 흙길 급경사를 한번 치고 내려선다.▲
내림길이 깊다는 것은 다시 또 치고 올라야 한다는 뜻. 당재가 가까워졌음을 말해준다.
당재에 내려서니 나비에게 꿀을 내어주는 엉겅퀴 하나와▲
꿀 하면 이 꿀풀만한게 없다.▲
어렸을때 거의 유일하게 길가 식물중에 의심없이 꿀을 빨아 먹었던 아이가 끌풀이었다.
당재에 흰씀바귀가 많이 보인다.
흰씀바귀와 뒤로 노란색이 씀바귀, 그리고 엉겅퀴.▲
한약재로 쓰이는 콩과의 고삼속 여러해살이풀 고삼이다.▲
이름에서 이미 얼마나 쓸지 짐작이 가는 식물이다.
뿌리가 흉측하게 구부러져 있어 "도둑놈의 지팡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고3 아니고 고삼이여유~^^
포장 임도길 당재다.▲
여기에서 채계산 정상인 송대봉까지는 0.28km만 올라서면 된다.
좌측 임도따라 가면 무량사가 나오는데, 무량사에서 시작한다면 좀 더 수월하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길게 걷길 원치 않는다면 무량사부터 시작해도 무방하겠다.
어차피 볼거리는 채계산 정상부터 시작이니 말이다.
요즘은 이래나 저래나 힘이 드니, 나 역시 짧고 쉬운 산행에 더 마음이 간다.
마치 덜 익은 바나나처럼 생긴 열매 아니, 충영이다. 잎을 보니 때죽나무겠다.▲
하나 남은 때죽나무 꽃과 충영.▲
처음엔 흰색이었다 노란색으로 변하는 인동덩굴이다.▲
남쪽지방에선 한겨울에도 푸른 잎을 달고 겨울을 넘기니, 어려운 환경도 잘 버티고
인내한다는 뜻에서 인동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같은 인동과의 괴불나무가 그러하듯 꽃은 처음엔 흰색이었다가 점차 노란색으로 변해간다.
이 계절, 이 산에서 가장 많이 본 것은 씀바귀와 더불어 이 노루발풀이다.▲
힘드니 외면하다 더 이상 지나치지 못할때 한장씩 담아본다.
최대한 수구려봐도 이 도도한 녀석, 얼굴 보기가 참으로 까탈스럽다.
이 노루발풀이 반가운 이유는, 한 겨울 아무런 녹음이 없을때도
유일하게 눈밭에서 저 두터운 잎을 발견할때의 색다란 감정 때문이다.▲
0.28km가 왜 이리 긴겨~ 하는 순간 정상을 향한 대숲이 나온다.
계단을 따라 대숲을 빠져나오니 채계산 정상부의 커다란 바위와 마주한다.▲
막 올라서면 한자로 채계산 송대봉(360m)이라 쓰여 있고, 뒤에는 한글로 새겨 두었다.
이곳엔 360m라 되어 있지만, 채계산 해발이 342m라 하는 사이트나 기관도 있다.
전북 순창군 적성면 괴정리에 위치한 채계산은 적성강변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비녀를 꽂은 여인이 달을 바라보며 창을 읊는 모습인
월하미인의 형상을 하고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바위 모습이 수만권의 책을 쌓아 놓은 것 같다 하여 책여산,
적성강을 품고 있어 적성산, 화산옹의 바위 전설을 간직하고 있어 화산이라 불리기도 한다.
예전엔 채계산과 책여산을 혼용해 많이들 썼는데,
출렁다리가 생긴 뒤 채계산으로 통합해 부르는 분위기다.
물론 남원쪽 채계산은 정상석도 책여산, 그대로 책여산이라 부르고 있다.
구별하기 쉽게 남원쪽이라 하였지만 출렁다리 건너에 있는 책여산 정상 역시
행정구역상 순창군 적성면에 포함된다. 물론 일대는 남원시 대강면과 경계를 이룬다.
지나온 봉우리들과 금돼지굴봉이 겹쳐 보인다.▲
우측 앞에 있는 봉우리는 이따가 지나야 할 칼바위능선이 있는 장군봉(장군바위),
그리고 우측 뒤의 봉우리는 출렁다리 지나 만나게 될 책여산이다.
칼바위능선은 채계산에서 가장 스릴 있고, 가장 가슴 시원한 길이 될 것이다.
그리고 굽이도는 섬진강 물줄기와 적성들녘에 꺄오~▲
출렁다리가 생긴 뒤, 많은 관광객이 채계산을 찾고 있지만
출렁다리보다 이 모습이 보고 싶어 채계산에 온다.
이 아래 네모반듯한 들판은 유채와 벼가 심어졌던 곳이다.
저 곳엔 벼를 이용한 팝아트(논그림)가 그려지던 곳이기도 하다.
유채가 한창일땐 화사함이 더해졌겠고, 벼가 익어갈땐 절로 풍성함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지금대로 들녘의 숨이 그대로 느껴져 좋다.
섬진강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휘감아 돌고, 뒤로는 장쾌하게 흐르는 순창의 산군들과
적성 들녘은 평화롭기 그지없으니 봐도봐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가운데에서 우측으로 뾰족 솟은 두 봉우리는 순창의 용궐산과 무량산이다.
요강바위도 만날수 있고, 아기자기 볼거리 많아 한번쯤 꼭 가볼만한 산지다.
가운데부터 좌측으로는 벌동산과 두류봉, 좌측 뒤로는 회문산과 여분산으로
순창의 명산들이 이어진다.▲
맨 왼쪽으로 기와집 모양을 한 산은 순창의 아미산이다.▲
가운데 뒤로 연계산행 하는 산성산과 강천산이 이어지고,
강천산 우측으로 튀어 나온 무이산, 맨 우측으론 삼발산과 여분산으로 이어지게 된다.
아래 적성교와 무량사로 이어지는 임도길도 보인다.
무량사에서 오르다 보면 화산옹바위도 만날수가 있다.
우측으로 녹색 액자 같은게 팝아트(논 그림)가 그려졌다는 안내문이다.▲
이젠 논에 희미해져 잘 보이지 않으니 돈 낭비만 했다는 사람들도 있다.
적성들녘과 섬진강이 흐르는 모습은 훨씬 더 유려했는데 사진에 다 표현이 되지 않는다.
뜨거운 날씨 탓으로 자외선과 오존이 강해서다.
정상 데크에서 한동안을 둘러봐도 너무 아름다워 쉽게 자리를 뜰 수 없었다.
화려한 꽃 군락보다 이 모습이 훨씬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많이 놀았다.
왼쪽으로 지나온 금돼지굴봉도 마지막으로 담아보고,
연기 피어오르는 위의 산이 순창 아미산이다.
왼쪽 뒤 희미하지만 봉긋 솟은 봉우리가 보이지 않는가. 꺅~무등산이 아니단가요.▲
이제 저 칼바위능선으로 가보자. 한층 걷는 길에 묘미가 있을 것이다.
칼바위능선을 내려가면 출렁다리가 있고, 출렁다리에서 다시 올라서면 남원쪽 책여산이 솟아 있다.
그러니까 저 두 봉우리 사이에 출렁다리가 있는 것이다.
앞의 분홍색 꽃은 조록싸리다.▲
초반부터 쭉 함께해 온 문덕봉과 고리봉 그리고 우측 뒤로는 동악산도 마저 한장 더 담아본다.▲
채계산 정상을 내려와 만나는 바위.▲
그리고 온갖 바위들이 이어지는 칼바위능선에 진입한다.▲
철난간과 계단이 잘 연결되어 있어 그리 위험한 곳은 아니다.
출렁다리에 가면 관광객이 좀 있겠지만 아무리 평일이라지만 산행내내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곳곳이 조망처다.▲
지나온 금돼지굴봉과 채계산 정상과 좌측으론 동악산, 가운데 멀리 무등산과
우측으론 아미산을 끼고 그저 이곳에 서 있는 자체가 희열이다.
하루이틀 만나냐만은 새삼 자연이 감동이다.
칼바위능선을 끼고 만나는 섬진강과 순창의 들녘과 산군들은
더욱이나 빛을 발하니 그저 산수화란 표현이 절로 붙여진다.
마치 순창의 산들은 중국의 뾰족한 협곡산들을 보는것도 같았다.
이 바위를 장군봉의 장군바위라 칭하나 보다.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 하나가 있다.▲
자외선이 좀 강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참 좋은 날이다.
이곳에서의 시간이 너무 좋아 오히려 출렁다리로 내려서기가 아깝게 느껴졌다.
뙤약볕도 따스한 봄볕처럼 포근하게만 느껴졌으니 모든건 마음이 주인이어라.
뾰족 솟은 가야 할 책여산과 우측 뒤로는 노적봉과 풍악산 능선이다.▲
지리산 만복대와 반야봉, 노고단도 마저 보고 이제 출렁다리로 가보자.▲
절경에 취해 몇 걸음 떼지 못하고 수없이 셔터를 눌러댄다.
같은 풍경이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때마다 바위 하나, 소나무 하나
같은 것이 없으니 새로운 그림이 되어 돌아온다. 이보다 좋은 천연 산수화가 없어라.
출렁다리가 가까워지자 아찔한 날벽 아래로 주차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산악회에서 단체로 올땐 책암이나 무량사에서 시작해 구송정까지 진행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차를 가져오는 경우엔 출렁다리 아래 주차를 하고 출렁다리만 오르거나
채계산 정상까지 올랐다가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전망대 정자에 이르니 출렁다리와 건너편 책여산이 훤히 드러난다.▲
정각 안에는 자리까지 펴고 한 연인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니 전망대로는 카메라를 돌리지 못하겠다.
조용한 날, 그 연인에게는 내가 불청객이 되었을 것이다. 바로 뒤돌아 내려선다.
와우~이리 보니 책여산의 날카로움도 출렁다리도 새삼 대단해 보이긴 한다.▲
저 건너편 책여산 아래 전망대가 보일 것이다. 어드벤처전망대라는 곳이다.
저 길을 오를때부터 어찌나 힘들던지 나는 그만 속이 울렁거려 고생을 해야 했다.
출렁다리 입구 데크에 내려오면 3번 출입구, 2번 출입구 그런 식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출렁다리 관리사무소가 있는 주차장을 말하는 것이다.
대부분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가볍게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
출렁다리에 와서야 두세팀 만난다.
2020년 3월 개통된 채계산 출렁다리는 국내 최장 산악 현수교로
길이는 270m, 높이는 75~90m에 이른다고 한다.
24번 국도 사이에 순창군 적성면쪽 채계산과 순창군 동계면쪽(남원 방향)의 채계산을 잇는
출렁다리가 생김으로 인해 나뉘어지던 두 채계산을 하나로 이어주게 되었다.
파주 감악산에도 원주 소금산에도 최장이라는 다리가 생기면서
큰 이슈를 불러 일으켰는데 어느새 과거가 되어버렸다.
건널때 보니, 다른 산중 다리에 비해 흔들림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따로 책여산 이정표는 없다. 책여산은 어드벤처전망대 방향으로 가면 된다.
긴 나무계단을 따라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 오늘 산행이 길었던 것도 힘들었던 것도 아닌데
속이 울렁거리고 하늘이 노랗다고 하는 말이 이해되는 날이었다.
왜 이럴까.
초반, 너무 뜨거운 아스팔트길을 빨리 걸으면서 더위를 먹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역경을 이겨내고 핀 꽃이 제일 아름다운 꽃이다"
이 좋은 말도 이 순간에는 헛웃음이 나올 뿐~^^
거의 기다시피 어드벤처전망대에 올랐다.
출렁다리와 건너편의 전망대 한옥정자, 그리고 장군봉과 채계산 정상이 겹쳐져 있다.▲
주말이면 자리가 부족할 주차장도 오늘은 텅텅 비었다.▲
요 며칠 전, 갑자기 뉴스에 채계산 출렁다리가 나와 무슨 일인가 싶어 보니
어느 공무원이 채계산 출렁다리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인근에 땅을 사들였다는 의혹 보도였다.
전망대에서 짧은 거리지만 수차례 앉아 쉬기를 반복하면서 책여산(361m)에 오른다.
책여산이란 이름처럼 책을 쌓아 놓은듯한 쪼개진 바위들이 이어졌다.
책여산 정상도 순창군 적성면 괴정리에 속해 있고, 일대는 순창군 동계면과
남원시 대강면이 경계를 이룬다.
바위색도 어둡고 글자도 어두우니 정상석이 잘 눈에 띄지는 않는다.
장군봉쪽 채계산보다 볼거리는 많지 않다.
쪼개지는 바윗길 따라 구송정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굽이 도는 섬진강 물길을 보니 없던 힘이 다시 솟는것만 같다.
순창읍내와 적성 들녘과 아미산 강천산도 마지막으로 담는다.▲
하산할 구송정유원지(서호마을) 방향이다.▲
아래 희끗희끗 꽃이 핀 곳이 밤나무 단지다.
그 밤나무 임도길을 따라 내려가 농로를 지나 구송정유원지와 서호마을로 갈 것이다.
서호마을에서 남원으로 가는 261번 버스를 타려는 것이다.
버스 타는 곳이 참 헤깔리는 곳이다.
버스가 한번씩 역방향으로 순환해 오기 때문에 길 건너편에서 타야 남원으로 가기도 하고,
한번은 건너지 않고 타야 남원으로 갈수가 있기 때문이다.
어느쪽이 맞다 확신을 하게 되면 틀렸을 경우, 오히려 그냥 지나치는 차를
타지 못할수도 있기 때문에 차라리 두 방향을 모두 보고 있다가 타기로 했다.
저 논은 마치 남쪽이 좀 퉁퉁하긴 하지만 그래도 한반도 지도를 닮았다고도 생각했다.▲
버스를 타고 다니다보면 확실히 지리에 도움이 많이 되기는 한다.
좌측이 서호마을이고, 우측이 동계면 소재지다. 3시 40분 버스는 동계를 거쳐 남원으로 갔다.
그 버스는 풍악산 들날머리로 이용되는 비홍재와 김시습의 「금오신화」에 실린 단편소설인
「만복사저포기」의 배경이 되었던 만복사지도 거쳐 갔다.
김시습은 계유정난(세조가 단종의 왕위를 빼앗은 사건)을 침통해 하며 승려의 길을 걷기도 한다.
밤나무 군락과 포장 임도따라 내려오니 농로가 나온다.▲
농로 우측을 따라 가다, 다시 좌측으로 가면 구송정이 나온다.
저 봉우리가 내려선 책여산이다.▲
초입엔 책여산 대신 채계산이라 안내되어 있다.
구송정유원지(구송정체육공원)에 도착하니 3시 10분이다.▲
서호마을 정류장까지는 2~3분이면 갈 수 있으니 이곳에서 쉬었다 버스를 타러 가도 되겠다.
다행히 수도 시설이 있어 좀 씻고 그늘에서 쉬었더니 살 것 같다.
길을 건너지 않으면 서호마을석이 있고, 길을 건너면 버스정류장이 있다.▲
3시 40분 버스는 길을 건너지 않고 서호마을석쪽에서 타야 한다.
남원역으로 나가 용산 가는 5시 30분 KTX를 탈 수 있었다.
뙤약볕 아래 아스팔트를 걸어서였는지 서울 돌아와서는 녹초가 되었고
점점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요즘이지만, 이마저도 감사한 일이 되었다.
굽이 도는 섬진강과 시원한 들녘만으로도 풍경이 되는 곳, 아름다운 채계산이었다.
**다음 블로그가 2022년 9월이면 영원히 종료된다는 통보에
수많은 자료들이 사라질까 두려워 급하게 티스토리로 옮기니
수백명씩 남겨주신 많은 댓글과 공감도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
그동안 함께해주셨던 님들께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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