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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엉겁결에 화순 백아산 하늘다리.

 

2024년 신간 《그 산에 그 꽃이 핀다》가 출시되었다.

 

‘산’이라는 캔버스 속 

‘꽃’이라는 팔레트

아름다운 천연의 빛깔을 만나 보자.

 

 

 

필자의 산행과 여행에는 늘 들풀꽃나무와 함께했지만

이번 《그 산에 그 꽃이 핀다》에서는 특히나 그 산에서 피어나는 야생화에 초점을 맞췄다.

 

몇 년 뒤면 공항이 생겨 접근성이 좋아질 울릉도는 특산식물과 희귀식물의 집합체로

그 모든 것이 고유종과 희귀함으로 연결된다.

이른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가덕도와 비금도는 바다를 낀 그림 같은 풍경에 압도당하게 된다.

가덕도 역시 신공항이 생길 지역이라 달라질 모습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함께 뒤따르게 된다.

야생화로 유명한 석병산과 보현산, 덕유산과 소백산, 화악산 등 그 산지마다의 시그니처 같은

야생화 이야기 그리고 미스터리한 숲, 높은 산지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식생이 즐비한

평창 대덕사 계곡도 담겼다.

 

- ‘책을 내면서’ 중

 

 

 

 

어느 곳 하나 소중하지 않고 야생화 만발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그래도 가장 많은 비중을 두어 엮은 것은 울릉도다.

성인봉과 나리분지, 그리고 독도와 관음도 일대를 4월과 6월 두 차례 다녀오며 

육지에서는 접하지 못하는 울릉도만의 특수한 매력을 가득 담을 수 있었다.

 

 

 

 

울릉도 하면 떠오르는 호박엿이 원래는 호박엿이 아닌 이 나무 이름이 잘못 알려진 유래와

보지 못할 뻔했던 헐떡이풀을 어렵게 만난 사연도 전한다.

 

멸종위기종 만큼이나 만나기가 어려워진 우산제비꽃과

울릉도 주민에게 한시적으로 채취가 허용된 울릉산마늘에 대한 이야기

나리분지와 섬말나리 이름이 생기게 된 이야기 등도 실렸다.

울릉도만으로 책 한권을 따로 만들어야 할만큼 이야기가 풍성하다.

 

 

 

 

희귀식물의 보고, 석병산은 한 계절만으로 표현하기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

4월의 석병산 그리고 꽃쟁이들이 가장 많이들 찾는  여름 야생화 편으로 나눠 구성했다.

특히나 여름철 석병산은 말 그대로 희귀식물의 교본이고 집합소를 이룬다.

 

책을 내고나면 늘 아쉬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2024년 신간《그산에 그꽃이 핀다》는 그런 아쉬움을 채우려 최대한 불필요한 요소들은 줄이고,

나날이 달라지는 식물체계에 대해 게을리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야생화 이야기에 집중하려 했다.

산과 여행, 야생화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2024년 2월 덧붙임)

 

~~~~~~~~~~~~~~~~~~~~~~~~~~~~~~~~~~~~~♧♥

 

원래 계획은 백아산이 아닌 안양산 거쳐 무등산에 가려 했었다.

서울에서 심야버스를 타고 광주 내려가 광주 광천터미널에서 아침 7시 버스를 타고 화순에 간다.

화순 군내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해, 안양산휴양림 가는 버스를 타려 했는데 놓치고 말았다.

8시부터 47분 간격으로 있다 한 인터넷 정보를 제대로 확인해보지 않고 그대로 믿은게 문제였다.

이젠 버스가 확 줄어 오전엔 7시30분 한대가 전부, 이후엔 오후 1시 넘어야 있다고 했다. 낭패다.

 

고민을 하다가 백아산에 가기로 한다.

어차피 백아산 가본지도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잘 되었다 싶었다.

그러나 백아산 가는 217번 버스는 너무 복잡해 어느것이 그곳으로 가는지 외지인은 알기가 쉽지 않았다.

같은 217번, 217-1번이래도 백아산 초입 북면쪽이나 휴양림쪽으로 가는게 있고 안가는게 있고

화순교통에 문의를 해봐도 그분들도 헤깔려하긴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북면까지 가는 버스가 많지 않은걸 알고 있었던지라

217-1번 버스를 타고 무직정 동복면까지 간다.

동복면은 처음 와보는 곳이니 이 선택 역시 나쁘지 않다 생각했다.

계획대로만 되는 여행은 가슴 뛰는 일이 줄어들게 된다.

적당히 머리도 쓰고, 긴장도 해가면서 낯선 곳을 즐겨보는 일, 그게 떠돌아다니는 묘미이기도 하다.

 

 

 

동복면에서 북면 방향으로 걸어가다보니 멋들어진 바위 봉우리가 하나 보인다.

화순의 명산인 옹성산과 비슷한 바위로 옹성산만큼이나 옹골차다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동복면 탑동(신율3구)이라는 마을을 지난다.

그냥 방향만 잡아서 무작정 걸은 것이다. 어디로든 연결이 될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공근로하시는 어르신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며 걷다가 

다행히 북면쪽에 가시는 분들이 들머리까지 태워주셔 무사히 이동할 수 있었다.

화순이나 북면에 근무하는 공무원분들로 보였다. 감사했답니다.

 

 

 

이곳에 나를 내려주고 그분들은 북면쪽으로 가셨다.

덕고개라 부르는 북면 이천리 백아산 들머리다. 

도로따라 조금 더 내려가면 많이들 들날머리로 삼는 관광목장이 나온다.

 

 

 

산행코스 : 북면 이천리~마당바위~하늘다리~백아산 정상~백아산휴양림  (약 8km로 시간 구애없이 4시간쯤 )

 

 

 

이천리에서 하늘다리까지는 2.7km, 백아산 정상까지는 3.5km다.

관광목장 갈림길도 지난다.  관광목장에서 시작하면 이쪽 말고 하늘바위 암릉쪽 능선삼거리로도 오를수 있다.

관광목장에서 오르다 보면 천연동굴도 하나 만날수가 있다.

 

 

 

이제 막 시작된 5월의 숲은 온갖 생명체들로 싱그러움이 넘쳐난다.

이맘때 우리의 산과 들에서 피고 지는 꽃들은 무엇이 있는지 함께 따라가보자.

애기나리다. 큰애기나리는 가지가 분지하고, 꽃은 녹백색에 가까운 편이다.

 

 

 

나란히 나란히 꽃을 피우는 쪽동백나무와 달리 조금은 어수선하게 꽃을 피우는 때죽나무다.

쪽동백나무보다 잎도 가늘고 작은 편이다. 때죽나무 잎이나 열매를 짓찧어서 물에 넣어두면 

물고기를 기절시켜 때로 잡을수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느릅나무과의 팽나무, 검팽나무, 풍게나무, 푸조나무, 좀풍게나무, 폭나무 등은

늘 볼때마다 헤깔리기 그지없다. 열매자루가 길고 짧고에 따라, 잎의 모양에 따라,

또 열매자루나 엽병에 털이 있고 없고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검팽나무에 비해 열매자루가 짧아보이니 팽나무에 가까워 보이기도 하지만

자신 없으니 좀 더 확인이 필요할것 같다.

 

 

 

남부지방에 오니 홀아비꽃대와 비슷한 옥녀꽃대가 꽃을 피우고 있다.

노란 꿀샘이 보이는 홀아비꽃대와 달리 옥녀꽃대는 노란 꿀샘이 안보이거나 거의 보이지 않고,

수술도 홀아비꽃대에 비해 좀 더 가늘고 긴 편이다.

 

 

 

4수성의 회잎나무 꽃이다.

꽃이며 잎 모양이 똑 닮은 화살나무는 가지에 코르크질 날개가 있어 구별된다.

물론 두 나무를 하나로 봐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다.

 

 

 

열매 생각을 하니 입안에 침이 감돈다. 보리수나무다.

바닷가 근처에서 볼 수 있는 보리장나무와 보리밥나무도 있다.

 

 

 

이 모습에 어릿광대가 떠오르는가.

꽃받침 아래로는 수염이 난듯 보이니 그 이름이 생겨난 이유일 것이다.

전국 산이나 들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광대수염이다.

 

 

 

산형과의 식물들은 꽃만 봐서는 구별이 어려운데

바깥쪽 꽃잎이 유독 커서 구별하기 쉬운 전호다. 전호의 어린 잎은 나물로도 먹는다.

 

 

 

잎은 미나리를 닮았고, 꽃은 냉이를 닮아 이름 붙여진 미나리냉이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에서 산미나리라 부르며 미나리냉이를 채취해 먹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

맞다. 어린 잎일땐 나물로 먹을수 있다.

 

 

 

덜꿩나무다.

비슷한 가막살나무와 산가막살나무는 잎자루가 길고 탁엽이 없다.

그에 비해 덜꿩나무는 상대적으로 잎자루가 짧고 탁엽이 있어 구별된다.

 

 

 

이제는 바야흐로 노린재나무 세상이다.

키 큰 나무 아래에서도 잘 자라나는 민초 같은 나무다.

나무를 태우면 잿물이 약간 누런빛을 띠어서 노린재나무란 이름이 붙여졌는데

지금이야 숲속의 수많은 나무중의 하나지만 예전엔 염료로도 좋은 재료가 되었던 나무다.

 

 

 

야생화 사진을 담다가 잠시 허리를 펴보니 반가운 무등산이 바짝 다가와 있다.

5월의 무등산엔 어떤 꽃들이 피고 지고 있을지도 궁금하고, 넘어본지 오래 된 백마능선도 걷고 싶다.

무등산은 좀 더 올라가 살펴보자.

 

 

 

고요한 길,

그저 간간이 새들 지저귀는 소리가 이 정적을 깨트리니 이처럼 평화스러울수가 없다.

이런 길을 걷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마당바위 아래 삼거리에 도착한다.

하늘다리에 갔다가 정상을 가려면 다시 이곳으로 내려와 우측으로 진행하면 된다.

 

 

 

마당바위 바로 전, 공터와 전망대가 나온다.

가까이는 백아산휴양림 방향으로 이어지는 능선이고,

우측 뒤로 뾰족 솟은 봉우리는 화순의 모후산이 틀림없을 것이다. 강우레이더 관측소가 있는 모후산은

조망 좋기로는 손가락 안에 꼽고싶을만큼 일망무제에 환호했던 기억이 있다. 

 

 

 

오늘 백아산에선 혼자 오신 여성 산객, 둘이 오신 여성 산객 두 팀을 만난게 전부였다.

인증샷을 찍던 산객들 뒤로 호남정맥과 무등산이 품 넓게 자릴 지키고 있다.

우측 무등산에서 안양산을 지나고, 좌측으로는 풍력발전단지가 세워진 별산으로 이어지게 된다.

맨 좌측 볼록 올라온 봉우리는 화순 옹성산이고, 아래로는 동복호가 흐른다.

옹성산성이 있는 옹성산은 기이한 형상의 쌍문바위와 옹암바위,

발 아래 동복호와 화순적벽을 조망할 수 있고

동복호 근처엔 김삿갓 종명지도 있어 한번쯤 둘러볼만한 곳이다.

 

 

 

가운데는 화순 모후산, 우측은 화순 옹성산.

옹성산은 모후산이나 여기 백아산에 비해 인지도가 조금 떨어지지만 

한번쯤 가봐도 좋을 지역의 숨은 명산이다.

옹성산은 산 전체가 커다란 옹기를 덮어 놓은것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이다.

 

 

 

하늘이 쾌청하게 개이질 않는다. 그나마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라 다행이다.

가운데서 우측으로 뾰족 올라온 바위산은 그 형세만으로도 알아볼 수 있는 곡성 동악산이다.

그러면 비슷하게 가운데서 좌측 뒤로 뾰족 올라온 봉우리는 남원의 문덕봉이 맞을듯 싶다.

 

 

 

좌 고리봉 문덕봉 , 우 동악산.

문덕봉도, 동악산도 그 형세만큼이나 조금은 빡센 산행으로 남았다.

물론 그 봉우리 하나만 오른다면야 무난히 마칠수 있을 것이다.

 

 

 

석회암석으로 이루어진 산답게 희끗거리는 바위가 곳곳에 길게 이어진다.

이 석회암 바위들이 마치 흰 거위들이 모여 있는 모습같다 하여 백아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니

그리 보였을수도 있겠다 싶다.

 

 

 

백아산 철쭉 언덕이다. 다른 유명한 철쭉군락지처럼 큰 규모는 아니다.

점점 꽃 피는 시기도 계절도 불규칙해지는 것처럼, 진 것인지 덜 핀 것인지 모르겠지만

분지처럼 아늑하게 느껴지는 이 언덕은 보는 것만으로도 평온함이 전해진다. 

가운데 천불봉과 우측으로 뾰족 솟은 곳이 백아산 정상이다.

저기 정상까지 갔다가 다시 관광목장으로 원점회귀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

 

 

 

헬리포트가 있는 마당바위다.

안내문에 의하면 백아산은 지리산과 무등산을 잇는 지리적 특성과 험한 산세 때문에

한국전쟁때 빨치산의 주둔지가 되었다 한다.  토벌대와 빨치산의 격전지가 되었고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였는데 당시 하늘로 돌아간 많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의미에서

산악 현수교 이름을 하늘다리라 이름 붙였다 한다.

마당바위는 너른 공터 때문에 백패킹 하는 사람들의 명당자리가 되기도 한다.

 

 

 

마당바위 주변에 노란 미나리아재비가 많이 피어났다.

미나리아재비처럼 흔하지 않고 키가 작은 왜미나리아재비도 있다.

지난주 왜미나리아재비 사진을 많이 찍어 포스팅을 하였는데 어쩌다보니 등록이 되질 않았다.ㅠ

 

 

 

가운데 뒤로 문덕봉과 동악산, 우측으로는 지리산이 펼쳐지게 된다.

오늘은 시야가 좋지 않아 그리 선명하진 않지만

화질 좋은 렌즈로 당겨본다면 겹겹이 지리산 그 형태마저 고스란히 전해지겠다.

 

 

 

희미하지만 내 싸구려 카메라에도 

맨 뒤로 반야봉과 만복대가 넘실거리는게 잡힌다.(가운데서 우측으로)

 

 

 

마당바위에서 하늘다리로 이어지는 암릉엔 안전하게 150m 데크로드가 연결되어 있어

주변 감상하며 걷기에도 좋고, 목책이 있어 셀카를 날리기도 좋다.

다 집어볼 수는 없겠지만, 왼쪽 뒤론 희미하지만 담양의 불태산과 병풍산 너울로 보인다.

그럼 우측 뒤로는 추월산과 강천산 방향이겠다.

 

 

 

백아산을 더 유명하게 해 준 백아산의 명물 하늘다리다.

하늘다리는 해발 756m 지점의 마당바위와 절터바위를 연결하는 66m, 폭 1.2m로

최대 130명이 동시에 지나갈 수 있도록 설계 시공되었다 한다.

사람 많은 주말엔 조금 아찔한 느낌이 들수도 있겠다.

2013년 겨울쯤 하늘다리가 개통되고, 어느 산중 교량들이 그러하듯 여기 백아산에도

한동안 주말마다 몰림 현상이 일어나곤 했었다.

 

 

 

개통이 되고 얼마 뒤, 나 역시 이곳에 왔었다.

지금이라면 사람 많은 주말을 피했을텐데 멋모르고 찾았다가 

사람에 치여 떠밀리듯 건넜던 기억, 경관이 좋은지 어쩐지 정신없이 내려섰던 기억만이 있다.

그러니 주변을 살필 여유도 없었거니와 어여 이 혼잡에서 벗어나고픈 마음뿐이었다.

 

 

 

오늘에서야 백아산의 진면목을 보고 있었으니 오늘만큼은 모두 내 것이 된것만 같다.

이런맛에 힘들어도 자유롭게 떠나오는 것이다.

 

 

 

여기저기 최고 길이, 최고 높이가 경쟁처럼 세워지는 세상에 아기자기 그리 위협적이지도,

크지도 않은 모습에 인공구조물이지만 멋스럽다라는 생각마저 든다.

주변의 녹음과 암봉들과의 어우러짐도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 모든건 여유로움이 주는 생각의 변환이었을 것이다.

건너편이 마당바위, 지금 서 있는 이쪽이 절터바위쪽이 되는 것이다.

 

 

 

우측이 마당바위봉, 가운데 우뚝 솟은 봉우리가 백아산 정상이다.

그 아래 진달래나 철쭉, 산벚꽃이 한창일때는 주변이 다 환하겠다.

 

 

 

 

여기저기 둘러보다가도 결국엔 무등산에 시선이 머무른다.

안양산과 무등산을 걸어보려 했다 차선책으로 택한 백아산이지만

오히려 처음 밟아보는 것처럼 신선하기만 하다.

 

 

 

바위도 이래 많았었구나.

다음에 기회가 또 된다면 이정표의 원리라는 곳에서 올라봐야겠다.

그리고 옹성산까지 이어보고 싶다. 백아산에서 옹성산까지 가는 길이 있다고 한다.

 

**지난주엔 7개월만의 첫 산행 포스팅으로 천문대와 나도바람꽃과 왜미나리아재비로 유명한

영천 보현산을 올렸는데 처음엔 비공개로 잘못 등록이 되었다가

수정을 한다는게 나중에 보니 삭제가 되어버렸다. 

귀촌에 대한 마음이 확고해지면서 귀촌 관련 근황과 조언을 구하려 올렸던 내용도 휑~

여전히 나는 바뀐 블로그 체계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게 분명하니

새로운 글을 등록할때마다 제대로 하는 것인지 긴장을 아니할수가 없다.

나는 덤벙대는데다 심각한 컴치에 기계치가 확실하다. 이번 포스팅은 잘 올려지기를 바랄 뿐이다.

 

 

 

마치 누군가 찍어준 것처럼..

목책 위에 10초 타이머 맞추고 요이 땡~ 후다닥~^^

이름을 다 불러주기는 어렵지만 온통 호남정맥으로 둘러쌓인 산맥들도 집어보고

전세를 낸듯한 하늘다리와 데크를 원없이 누려보다가 자릴 뜬다.

 

 

 

이곳의 철쭉군락지에는 산철쭉과 철쭉이 섞여 있다.

색이 진한 이 아이는 산철쭉이다. 철쭉은 색이 좀 연한 편이다.

산이라는 접두사는 산에 자라는 아이에게 부여했어야 했는데

산철쭉은 수달래라 하여 원래 물가 근처에서 자라던 아이들이었다.

어쨌든 철쭉과 산철쭉, 이름이 뒤바껴 좀 애매하게 자리잡은 아이들이다.

 

 

 

이것이 아무 수식 붙지 않은 철쭉이다.

 

 

 

내려온 마당바위와 하늘다리다.

너른 평지 마당바위며 데크로 인해 크게 생각하지 못했지만

이곳에서 보니 험준한 암릉위에 세워진 하늘다리가 맞았다.

 

 

 

철쭉고원 옆에는 바로 약수터가 있고,

구릉은 완만한데다 아늑함도 있어 이곳은 비박객들이 애용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옆으로 누운 와송이다.

조각이며 공예품을 이렇게 만들 생각이나 할 수 있을지 

소나무의 생명력이 그저 신비로울 뿐이다.

 

 

 

흰거위산이라는 이름답게 봉우리 봉우리마다 희끗한 바위들이

열렬로 늘어섰다. 천불봉을 지나가는 것이다.

 

 

 

5월이 아닌, 가을이 시작되려는 풍경 같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 좌 뒤 모후산과 우 옹성산이 뒤따라왔다.

 

 

 

한동안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았더니 속도는 고사하고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몸이 무겁다.

덕분에 자주 쉬어주니 주변 조망은 원없이 눈에 담아볼 수 있겠다.

안양산과 무등산이다.  좌측으론 풍차가 세워진 별산으로 이어지게 된다.

 

 

 

아구 앙증맞은 것들.

이제야 송글송글 맺히고 있는 산중의 토종 블루베리, 정금나무다.

 

 

 

선밀나물이다. 선밀나물은 암수딴그루로 이것은 수꽃이다.

암꽃보다는 수꽃이 더 흔하다.

수꽃의 수술은 6개, 화피는 보통 6장으로 옆으로 퍼지는 느낌이다.

 

 

 

이것이 선밀나물 암꽃이다.

이맘때 하동 성제봉에서 담았던 모습이다.

암꽃의 암술은 3갈래로 갈라지고

암꽃의 화피는 배 모양으로 자방에 붙어 있다.

어떤가~암수가 확연히 구별이 되지 않은가.

 

 

 

 

 

 

오만 나무와 들꽃들에게 시비를 걸어가며 눈맞춤을 하며 이 풍성한 5월의 길을 걷는다.

곧 무더위가 찾아올테니 지금만큼 걷기 좋은때도 없을 것이다.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그저 좋은 오솔길을 따라 정상으로 간다.

 

 

 

전남 화순군 북면에 우뚝 솟아 있는 백아산 정상(810m) 역시도

석회암석의 바위 무더기가 쌓여 있다.

푸른 소나무들 사이로 솟아 오른 이 바위들은 마치 흰 거위들이 노닐고 있는 모습처럼 보여

흰 백(白), 거위 아(鵝)자를 써 백아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흰거위산이라 부르는 이유다.

 

 

 

백아산 자체는 날카로운 바위가 많지만 잘 정비가 되어 순탄한 산행을 즐길수가 있다.

가장 많이들 이용하는 관광목장에서 시작해 정상을 찍고 다시 관광목장으로 원점회귀한다고 하여도

또는 백아산휴양림으로 하산한다하여도 8km 정도면 충분한 거리니

산행에 큰 뜻이 없는 사람도 슬슬 올라보기 좋은 산이다.

또는 가볍게 하늘다리까지만 올랐다가 내려가도 좋다.

 

 

 

지나온 하늘다리를 조금 당겨본다.

하늘바위 좌특이 마당바위, 우측이 절터바위다.

광주나 화순 근처에 차를 타고 지나다 하늘다리 아래로 협곡이 보이는 모습만으로도

백아산이구나~언제 한번 다시 가봐야 하는데 하곤 했었다.

산 위에서보다는 아래에서 바라볼때 깊게 패인 협곡이 돋보였다.

이따 하산해 북면에서 바라보는 하늘바위도 인상적이다.

 

 

 

우측 뒤로 모후산, 좌측 뒤로 있는 조계산은 뚜렷하게 보이질 않는다.

그냥 관광목장으로 내려설까 하다가 아쉬워 휴양림으로 진행하기로 한다.

하늘다리와 정상 위주로 많이들 찾으니 상대적으로 휴양림쪽으론 더 조용한 편이다.

딱 세명 만났던 사람들도 정상에서 보는게 마지막,

휴양림으로 가면서는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평일이라 그랬을 것이다.

앞쪽에 우측으로 뻗은 능선이 휴양림 가는 길이다.

 

 

 

휴양림으로 내려서는 길에도 바위가 많다.

그러나 정상부만 지나면 전형적인 육산으로 숲이 좋고 걷기에 그만이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산불초소가 있는 문바위 삼거리에 이르러

계속 직진 13호 산막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휴양림으로 향하는 길은 하늘다리나 정상부처럼 뭐 딱히 볼거리가 많은건 아니다.

그저 숲을 느끼며 걷기 좋은 길이다.

 

 

 

조망처 바위에 서니 지나온 백아산 능선과 

 

 

 

아래로는 하산 할 자연휴양림이 있는 계곡과 노치리 전경이다.

오전보다 날도 더 뿌해졌다.

 

 

 

특별할것 없는 풍경이지만

녹음으로 뒤덮힌 산자락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트이는것만 같다.

습관처럼 매주 산에 다닐때는 느끼지 못하다가 산행을 쉬는 6개월동안 왜 그리 답답하던지 

집 앞 공원을 거닐어봐도, 다른 일을 열심히 해봐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는 무엇으로도 대체가 되질 않았다.

산행 관련 TV나 매체는 보고싶지가 않았다. 괜히 마음이 싱숭해질것 같아서다.

그런 기분일 것이다. 퇴사를 하거나 하던 일을 그만두었을때

그쪽 분야엔 일부러라도 외면하고 싶은 뭐 그런거.

 

큰 무슨 대단한 절경이 있는것도 아니지만 

소음도, 인파도 없는 그냥 이런 풍경 앞에 마주하고 싶었을 것이다.

자유로운 이 바람 앞에 서고 싶지만, 이제는 점점 어딘가로 떠난다는게

두려움과도, 불편함과도 맞서야 하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되어간다.

그동안 산에 오르고 전국으로 다녔던 모든 여정들이 

그것을 멈췄을때라야 비로소 대단하고 고마웠던 일이라는걸 알게 된다.

 

 

 

기다란 바위도 지나고,

20분 정도 더 진행하면 백아산휴양림 13호 산막에 이르게 된다.

정상에서는 1시간 가까이 걸린것 같다. 이곳에서 관리사무소까지 포장도로 따라 걸어내려가야 한다.

물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버스가 다니는 노치리까지 한참을 더 걸어내려가야 한다.

노치리에도 버스편이 많지 않아 바로 버스를 탈수 있을지 보장은 할수가 없다.

 

 

 

13호 산막에서 관리사무소까지 포장도로 따라 내려가는 길가엔 노란 뽀리뱅이가 가득 피어났다.

관리사무소에서 노치리 방향으로 무작정 걸어내려간다. 차 없는 뚜벅이는 걷는게 당연한 일상이다.

도로 따라 조금 걸어가다 보니, 휴양림에 산책 나오신 분들이 북면까지 태워주시고 가셨다.

노치리나 들머리였던 이천리보다는 북면에 가야 교통편이 더 좋다는걸 아신거다.

배려에 감사했답니다.

 

 

 

버스 시간이 남아 보건소, 면사무소 등 북면 일대를 둘러보았다.

오늘 화순의 동복면과 북면 소재지를 모두 둘러볼 수 있었던 것으로도

멀리 내려 온 보람은 충분했다.

아산복지회관 위로 백아산 하늘다리가 올려다 보인다.

막상 저 곳에선 너무도 순하게만 느껴지더니, 하늘다리 사이로 깊게 패인 협곡이 아찔하기까지 하다.

 

 

 

북면 농협앞에서 버스가 회차한다.

북면에서 3시 15분차를 타고 화순 거쳐 광주로 나간다.

217번 버스는 광주터미널까지 간다. 물론 시내버스니 화순에서 광주 가는 직행버스를 타도 된다.

(이곳에 기재된 버스시간은 코로나 등으로 수시변경될 수 있음을 말해둔다.)

 

계획도 없이 어쩌다 찾은 백아산이었지만 한동안 잊고 있던 시원한 바람과

산행 본능을 일깨워준 진정 자유로운 날이었다.

오늘 맞은 이 한줄기 바람이 또 다시 나설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길 바라본다. 

 

**다음 블로그가 2022년 9월이면 영원히 종료된다는 통보에

수많은 자료들이 사라질까 두려워 급하게 티스토리로 옮기니

수백명씩 남겨주신 많은 댓글과 공감도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

그동안 함께해주셨던 님들께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