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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설악산 달마봉 들머리.등산코스.(청대산~주봉산~달마봉)

2024년 신간 《그 산에 그 꽃이 핀다》가 출시되었다.

 

‘산’이라는 캔버스 속 

‘꽃’이라는 팔레트

아름다운 천연의 빛깔을 만나 보자.

 

 

 

필자의 산행과 여행에는 늘 들풀꽃나무와 함께했지만

이번 《그 산에 그 꽃이 핀다》에서는 특히나 그 산에서 피어나는 야생화에 초점을 맞췄다.

 

몇 년 뒤면 공항이 생겨 접근성이 좋아질 울릉도는 특산식물과 희귀식물의 집합체로

그 모든 것이 고유종과 희귀함으로 연결된다.

이른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가덕도와 비금도는 바다를 낀 그림 같은 풍경에 압도당하게 된다.

가덕도 역시 신공항이 생길 지역이라 달라질 모습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함께 뒤따르게 된다.

야생화로 유명한 석병산과 보현산, 덕유산과 소백산, 화악산 등 그 산지마다의 시그니처 같은

야생화 이야기 그리고 미스터리한 숲, 높은 산지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식생이 즐비한

평창 대덕사 계곡도 담겼다.

 

- ‘책을 내면서’ 중

 

 

 

 

어느 곳 하나 소중하지 않고 야생화 만발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그래도 가장 많은 비중을 두어 엮은 것은 울릉도다.

성인봉과 나리분지, 그리고 독도와 관음도 일대를 4월과 6월 두 차례 다녀오며 

육지에서는 접하지 못하는 울릉도만의 특수한 매력을 가득 담을 수 있었다.

 

 

 

 

울릉도 하면 떠오르는 호박엿이 원래는 호박엿이 아닌 이 나무 이름이 잘못 알려진 유래와

보지 못할 뻔했던 헐떡이풀을 어렵게 만난 사연도 전한다.

 

멸종위기종 만큼이나 만나기가 어려워진 우산제비꽃과

울릉도 주민에게 한시적으로 채취가 허용된 울릉산마늘에 대한 이야기

나리분지와 섬말나리 이름이 생기게 된 이야기 등도 실렸다.

울릉도만으로 책 한권을 따로 만들어야 할만큼 이야기가 풍성하다.

 

 

 

 

희귀식물의 보고, 석병산은 한 계절만으로 표현하기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

4월의 석병산 그리고 꽃쟁이들이 가장 많이들 찾는  여름 야생화 편으로 나눠 구성했다.

특히나 여름철 석병산은 말 그대로 희귀식물의 교본이고 집합소를 이룬다.

 

책을 내고나면 늘 아쉬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2024년 신간《그산에 그꽃이 핀다》는 그런 아쉬움을 채우려 최대한 불필요한 요소들은 줄이고,

나날이 달라지는 식물체계에 대해 게을리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야생화 이야기에 집중하려 했다.

산과 여행, 야생화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2024년 2월 덧붙임)

 

~~~~~~~~~~~~~~~~~~~~~~~~~~~~~~~~~~~~~♧♥

 

설악에 대해 마지막 숙제처럼 남아 있던 곳, 달마봉에 간다.

길을 정확히 모르니 잘 찾아갈수 있을지 걱정이 되긴 하지만 내 자신을 믿어보기로 한다.

소리소문 없이, 흔적도 없이 조용히 다녀오겠어요.

달마봉만 갈까 하다가 그러기엔 조금 서운해 청대산과 주봉산을 경유하기로 한다.

 

들머리는 속초 삼성쉐르빌 아파트 옆으로 들어서면 된다.

이 곳은 몇년전에 주봉산~청대산을 다녀오며 밟아본 길이라 많이 익숙해졌다.

우측으로 도로따라 250m쯤 내려가면 청대산주차장도 있다.

 

 

 

등로에 올라서니 이런 문구들이 내가 걷는 길에 대한 당위성을 높여주는것만 같다.

이 외에도 등산의 많은 장점들이 있겠지만 뭐니뭐니해도 정신건강에 도움을 주는것 같다.

우울하거나 마음이 답답할때,머릿속이 복잡할때 산길을 걷다 보면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생기는 듯 했다.

욱 했던 마음도 한 템포 느리게 만드는 마법도 있다.

그렇게 산정으로 오르면 마음들이 조금씩 순화되고 있었으니 탁 트인 전경에 모든걸 내려놓고 있었다.

 

 

 

아고~눈 째진 원숭이 아줌씨 잘 있었단가요.

일부러 세워둔 모형처럼 어쩜 이리도 표정이 잘 살아났는지

어느 만화속의 심술 궂은 케릭터를 그대로 닮지 않았는가.

덩치 작은 아이에게 무언의 압박을 하고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청대산은 야트막한 동네 뒷산 같으면서도 공원처럼 걷기에도 아주 좋다.

설악을 옆에 끼고 거닐수 있고, 속초 도심의 산이라 부담없이 즐길수 있는

조망 좋은 산이다. 눈이 내렸을땐 더욱이나 아름다운 길이 된다.

 

청대산 정상으로 가다가 뒤돌아보면 청초호와 갯배를 탈수 있는 아바이마을도 들어온다.

몇년전에 가보니 청초호 좌측 뒤편의 중앙시장(속초수산관광시장)은 상당히 활성화 되어 있었고

아바이순대나 오징어순대 씨앗호떡이며 유명한 먹거리가 넘쳐나는 곳이다.

씨앗호떡집, 닭강정집, 술빵집, 순대집은 긴 줄을 서야했고 바닷가답게 건어물집도 넘쳐났다.

 

 

 

청초호는 총 둘레가 5km 정도로 바다와 연결된 호수로

500t급 선박이 내왕할수 있고 바깥쪽 사취에는 방파제 시설이 되어 있다.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이곳이 거울을 펴놓은듯 맑고 주변 경치가 아름다워

양양의 낙산사 대신 관동팔경의 하나로 기록하고 있다.

그 좋은 경관은 청초호란 이름으로 걷기좋은 유원지로 재탄생되었다.

주봉산 청대산 산행을 한 후엔 청초호와 수산시장과 갯배 타는 곳을 함께 둘러보면 좋겠다.

 

 

 

청대산이 좋은 점은 나즈막하고 산행거리가 짧음에도

조금만 올라도 조망이 아주 좋다는 것이다. 특히나 설악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리 볼수가 있다는 것이다.

10분 정도 올랐을까 진행방향 우측으로 역시나 설악이 옆에 있었다.

좌측 공룡능선 마등봉에서 황철봉을 지나고 가운데 미시령을 지나면 우측으로는

상봉과 신선봉으로 백두대간이 이어진다.

신선봉을 지나면 마산봉 진부령으로 남한 백두대간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향하는 것이다.

 

 

좌측 마등봉과 저항봉을 지나면 가운데서 우측으로는 우리나라 최대 너덜겅이라 할수 있는

황철봉을 지나고 우측 미시령으로 백두대간이 이어지는 것이다.

앞줄 가운데 뾰족한 달마봉과 우측 황철봉 아래쪽엔

멀리서도 그 기암들의 위세 느낄수 있는 울산바위도 겹쳐 보인다.

 

 

 

보이는가. 가운데 흘러내릴듯한 황철봉의 너덜이 말이다.

황철봉 좌측이 아래가 뾰족 달마봉,우측이 울산바위다.

조금 더 확대해 달마봉과 율산바위를 담아도 좋겠지만 조금 탁한 날이라 이것이 최선이다.

아침 서울에서 집을 나설때만 해도 미세먼지로 보이는게 없었으니

이 정도 하늘 트임은 얼마나 감사한 일이던가.

여기 강원도만큼은 마지막 보루처럼 보통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으니 이 또한 기쁜 일이 아닐수 없다.

 

 

 

소나무와 누각이 있는 청대산에 오른다.

청대산에 대한 기록은 조선시대의 지리지나 고지도에는 나타나지 않는데

청대라는 지명은 주변에 소나무가 무성히 푸르러 붙여진 것으로 전해진단다.

1999년 속초시민들에 의해 속초팔경에 선정되었고

소야팔경에서는 청대산이 병풍을 쳐놓은 것 같다하여 청대화병이라 표현하였다 한다.

 

 

 

날이 더 탁해지기 전에 마저 한장 더 담아본다.

맨 좌측 뒤로 공룡능선의 1275봉도 보이고

그 우측으로 마등령과 마등봉 저항봉 저항령을 지나 우측 황철봉으로 연결된다.

공룡능선에서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좌측 앞쪽 능선을 따라 달마봉을 지나고 우측 울산바위로 황철봉으로~설악산 태극종주의 길이기도 하다.

 

 

 

공원처럼 잘 가꾸어 놓은 길을 내려서면 신라샘을 만나고

포장도로 따라 올라가다 길 건너 주봉산 들머리가 시작된다.

도로따라 올라가지 않고 바로 산길로 치고 오르기도 한다.

 

 

 

신라샘에서 포장도로를 건너 20분쯤 올라서면 산불감시초소가 나오고

다시 또 20분쯤 육산을 걷다보면 조망도 없고 언덕 같은 곳에 주봉산 정상이 나온다.

 

 

 

주봉산 정상을 지나고 헬기장이 나오는 이곳이 주봉산의 마지막 조망처다.

가운데 새끼 손톱 같은 달마봉과 그 우측으로 울산바위.

가운데 뒤로는 황철봉과 좌측으론 공룡능선,맨 우측으론 상봉 신선봉.

날은 더 탁해졌다.

 

 

 

탁한 날엔 사진도 영향을 많이 받아 흐릿하게 보이니 선명도를 조금 높여보았다.

좌측 화채능선에서 가운데 칠성봉으로 우측으론 공룡능선이 이어지고

공룡능선 아래로는 권금성과 설악동 건물들도 보인다.

권금성의 케이블카와 토왕성폭포, 일대의 비경길도 눈에 훤하고

뒤로 이어지는 공룡능선도 그리움이다.

 

 

 

매니큐어라도 발라주어야 할것 같은 달마봉과 우측 울산바위.

보통 산악회에서는 목우재에서 어두울때 올라 달마봉을 지나 울산바위를 경유하기도 한다.

길게는 울산바위 지나 황철봉으로 가기도 한다.

비탐이라 어느곳도 마음 편히 지나긴 어려운 곳들이다.

그렇다고 어두울때 달마봉을 지난다 생각하면 너무도 아쉬운 일이 아닐수 없다.

그래서 큰 맘 먹고 나선 길이기도 했다.

 

 

 

11시 20분쯤 목우재에 내려선다. 이곳이 달마봉 들머리다.

목우재 지킴이분은 보이지 않았고 어렵지 않게 길을 찾을수 있었다.

목우재에서 통제가 있었다면 그만 하산하려고도 했었다.

청대산 주봉산만으로도 힐링하기에 나쁘지 않았으니 말이다.

목우재 임도 건너 다시 산길로 올라서니 곳곳에 군 벙커들이 많이 보인다.

 

 

 

그렇게 목우재에서 30분쯤 산길을 오르니 조망이 트이기 시작하면서 왼쪽으로 달마봉이 보인다.

달마봉은 왼쪽에 보이는 저 봉우리 뒤쪽으로 살짝 겹쳐져 있다.

가운데 뒤로는 백두대간 상봉 신선봉이다.

 

 

 

뒤로는 공룡능선의 1275봉부터 마등봉 저항령 황철봉까지

오늘 가는 길 함께할 설악의 백두대간 라인이다.(첫번째 사진)

당겨보니 칠성봉과 집선봉 권금성 일대도 자세히 보여진다.(두세번째 사진)

날은 흐리지만 권금성과 공룡능선은 계속 함께할 것이다.

 

 

 

목우재에서 처음 30분 정도만 치고 올라서면 그 이후론

양 옆으로 설악과 속초시내를 옆에 끼고 걸을수 있다.

저 앞의 봉우리를 넘어서면 본격적으로 달마봉과 바위산행을 시작하게 된다.

 

 

 

멋쟁이 고글처럼 패여진 바위에 올라서면 가야 할 달마봉 뒷 모습이 가까이 드러난다.

왼쪽 저 봉을 넘으면 달마봉 백호 같은 모습을 대면할수 있을 것이고

맨 우측 바위를 문바위라 하나 보았다. 그 바로 좌측 봉우리를 419봉이라 하기도 하고 545봉이라는 분들도 계셨다.

통틀어 문바위군이라 부르기도 했다.

 

 

 

달마봉 뒷모습의 저 봉우리를 651봉이라 칭하기도 하나 보았다.

654봉이라 하기도 하고 526봉이라 하시는 님들도 있다. 무엇이 맞든 머리 아프니 그런것은 생략하기로 한다.

 

어쨌든 저 곳을 넘을때 조금 길이 헤깔리기도 한다.

바로 저 봉을 넘어도 되고 아래쪽으로 돌아 달마봉으로 올라도 되는데

어차피 초행길이라면 조금은 왔다리갔다리 하면서 길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날이 참 푹하다.

얼마전 내린 눈이 다 녹아내릴만큼 햇살은 좋은데 서쪽 미세먼지 영향으로 하늘이 흐리다.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는 오늘 미세먼지가 심하다 하니 그래도 위안이 된다.

서울은 지금 잿빛하늘이쥬~^^

 

 

 

곳곳에 소나무가 자라나고 있는 코끼리 코 같은 문바위군 바위에 올라서면

코끼리인가 했다가 뒤돌아보면 두꺼비 맹꽁이 같은 형상으로도 보인다.

한바퀴를 돌면서 모양은 다 달라보였다.

 

 

 

고고한 사자 한마리도 있었네. 수달인가~

 

 

 

문바위는 마치 한 남자가 여인을 뒤에서 껴안은 모습처럼 보였다.

등이 살짝 굽은 남자가 고개도 떨군채 여인을 뒤에서 안지만

여자는 도도하게 앞만 응시하고 있다. 비녀처럼도 보였다.

뒤로는 미시령로와 리조트 단지들도 들어온다.

 

 

 

이제 울산바위도 보이기 시작한다.

좌측 마등봉에서 저항봉 황철봉을 거쳐 맨 우측은 미시령을 건너 백두대간 상봉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바위산은, 길을 잘 몰라도 어느 곳이 맞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아주 쏠쏠하다.

모르는 길만큼 스릴 넘치는 길도 없다.

물론 자세히 둘러보면 길은 다 있기 마련이었다.

하나하나 길을 찾아갈때의 희열과 짜릿함은 이루 말할수가 없다.

 

 

 

그렇게 온갖 바위들을 지나 뒤돌아보니

코끼리바위와 문바위 그리고 청대산 주봉산에서 걸어 온 봉우리들이 보인다.

 

 

 

촛대바위라 부르기도 하는 이 바위는 마치 사람 형상을 하고 있었다.

왼쪽으로 짙은 눈썹 하나만이 있고

눈코입은 순박하다 못해 남에게 이용만 당할것 같은 맹한 표정을 하고 있다.

 

 

 

다닥다닥 거북손 같은 바위들도 지나고

 

 

 

 

용암이 흘러내리다 굳어버린듯한 바위도 만난다.

황토빛 이 바위가 너무 아름다워 한동안 멈춰 바라봐야 했다.

 

 

 

지나온 전위봉을 뒤돌아서서..

사실 어느 곳으로 가야 정확한 길이다 말하기가 좀 그렇다.

찾다보면 다른 길로 가기도 하고 또 가다보면 다시 길인듯도 했다.

바로 봉우리로 오르기도 하고 가다보면 우회길로 가기도 하고

아닌듯 한 길도 다시 길이 되었다. 그러니 너무 두려워 할 필요는 없겠다.

그런 묘미로 걷는 길이었다. 그렇게 전위봉을 지나서면

 

 

 

마치 낙타 혹주머니 같은 바위가 나타난다.

머리가 둘 달린 짐승처럼도 보였다.

 

 

 

음마야~놀래라.

이렇게 편안하고 넉살스럽게 누워 있을수가 있나~

너가 진정 달마로구나~

오른쪽 표정이 세상을 달관한 듯 아주 여유롭다면

왼쪽 표정은 아직 세상에 깨어나지 못한 불안함이 남아 있는듯 느껴졌다.

그냥 지나쳐버릴 바위도 자세히 보면 모든 표정들이 살이 있었다.

잠시 뒤에 일어나 진짜 웃고 있는건 아닐까.그동안 우리 인간들만 모르고 있었어~^^

 

 

 

드뎌 달마봉 머리가 보이기 시작하니 기분이 너무 좋아 

두 팔도 벌려보았다가 주체할수 없을만큼 흥이 뻗쳐 버렸다.

달마봉 좌측은 황철봉,우측은 상봉과 신선봉이다.

 

 

 

달마봉이다.

멀리서 보면 달마봉은 달마대사 같다하여 이름 붙여졌지만

백호 한마리 같다 하기도 하고 그래서 백호의 몸과 머리로 비유하기도 한다.

 

토왕성폭포와 달마봉 일대는 통제를 하다가 1년에 한번 개방을 하는데

그 이름이 트레킹 대회다. 마라톤 대회처럼 참가비가 있고 그 날은 마치 축제처럼 변하게 된다.

위험하거나 길을 몰라 그동안 와보고 싶어도 오지 못했던 객들이나

지역 상권에는 그날이 큰 호재임에는 분명할 것이다. 산중 곳곳에 안내요원이 위험한 곳을 통제하거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니 어렵지 않게 마칠수 있는 장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루뿐이니 밀려드는 객들에 치이고

여기저기 호각소리며 고함소리 등 그 하루만의 개방이 주는 불편한 뒷모습도 만나야 한다.

이제는 하루가 아닌 만경대처럼 1년에 한달 정도 개방기간을 갖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

 

 

 

밝은 날 한번 가보자 가보자 수없이 계획을 세워보다 자신 없어 포기하고

또 다시 세워보기를 수차례. 드디어 그 달마봉에 섰다.

그 달마봉이 오늘은 완전 나만을 위한 것이 되었어요. 배낭도 풀어두고 나 여기서 놀다 가겠어요.

어디에 자리를 잡고 앉을까.

저기도 명당,여기도 명당 다 내것이 되었으니 부자가 된 기분이다.

명동도 청담동도 그 비싼 땅들 오늘은 어디에도 바꾸지 않겠구만요.

 

주변이 깨끗하게 보이는 맑은 날이라면 더 좋았겠지만

만약에(if~)라는 단어를 대입하다 보면 그 욕심은 늘 한도 끝도 없게 된다.

오히려 행복지수가 낮아질수도 있다는걸 어느 순간 느끼게도 되었다. 그러니 오늘 이대로 충분하구만요.

 

 

 

시계가 불량한 날이지만 설악의 기세는 어디가지 않았다.

날이 무슨 상관이랴~설악의 기암들 저리도 위풍도 당당한데 말이다.

가운데 뒤로 대청봉과 좌측으로는 화채능선이 우측으로는 공룡능선이 함께한다.

 

봄이면 온갖 북방계 희귀식물이 가득 피어날 것이고

언제라도 달려가고픈 그리운 곳이지만 나는 앞으로 10년은 설악에 발길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 10년이란 사이 나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앞날을 알수는 없겠지만

공룡능선,서북능선,주전골, 만경대,울산바위 등 법정탐방로인 주능선을 떠나서라도

비법정 탐방로 포함 설악 자체도 이게 마지막이 될것 같다.

 

 

 

그 생각이 미치게 되면서〈설악산의 사계와 야생화〉를 내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고

앞으론 그런 열정으로 야생화를 담으며 글을 덧붙일 자신이 없어서기도 하다.

나날이 미세먼지에 익숙해지는 세상.

설악만은 비켜가길 바라지만 오늘처럼 뿌연 하늘을 자주 접하게 되니 안타까움은 어쩔수가 없다.

10년뒤의 설악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마지막이 될 오늘을 담담하게 바라보게 된다.

 

 

 

머리 아래쪽으로 와서 뒤돌아 본 달마봉 몸통쪽이다.

저 곳을 꼬리쪽이라고도 했고 어느 분들은 목에 해당한다고도 했다.

보이는대로 보자구요.

 

 

 

많이 놀았다. 이제 하산 루트를 찾아보자.

 

 

 

달마봉 머리쪽은 장비가 없다면 오를수 없다.

하산길 찾기가 애매할수도 있는데 자세히 바라보면 몸통 중간쯤에 좌측으로

내려갈수 있는 희미한 루트가 보였다.

어느 산길처럼 뚜렷한 등로를 기대한건 아니었을테니

잘 모르겠다면 차분하게 왔다리갔다리 하다보면 길은 보이기 마련이다.

 

 

 

바위산이 위험할것 같지만 오히려 서두르지 않는다면 더 안전하게 진행을 할수도 있을 것이다.

내려서며 담은 정상 머리쪽 모습이다.

 

 

 

와우~거의 내려와 올려다 본 달마봉은

바위 형태만으로도 그 매력이 가득 뿜어져 나왔다. 머리 부분이다.

 

 

 

내 싸구려 18~55 크롭바디로는 한 샷에 다 담지도 못할만큼

거대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몸통 부분이다.

가운데 홈이 있는 곳을 따라 내려왔다.내려올만 하였다.

달마봉을 오를때도 아까 전위봉 대신 우회해 저 가운데 홈을 따라 올라도 된다.

 

 

 

달마봉 하면 떠오르는 포물선을 그린 라인.

달마대사 모양은 속초시내에서 바라볼때 가장 잘 드러난다고도 한다.

사람들은 멀리서 볼때 백호를 연상시킨다는데 나는 늘

달마봉은 나비 모양처럼도, 붕대를 감은 미라처럼도 보인다 생각하곤 했었다.

그 달마봉을 가까이 접견하는 것은 큰 기쁨이 아닐수 없다.

 

 

 

개방이 되지 않는 한 언제 다시 만난다는 보장이 없으니

그리고 나의 설악도 이게 마지막이 될듯하니

가까이 조금 멀리 그리고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수없이 셔터를 눌러본다.

 

 

 

100m를 20초 넘게 달렸던 내가

10초 타이머 맞춘것 치곤 멀리 뛰었쥬~

학창시절에도 이런 풍경 앞에 달려가는 것이었다면 나는 육상선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100m 트랙앞에 이젠 삭막함 대신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것으로 대처해 주는것은 어떨런가요.

혹 안단가요~그래서 세계적인 선수가 태어날지도요.

 

 

 

달마봉을 내려와 하산길로 접어드니

아찔한 협곡 너머로 울산바위가 보이고 뒤로는 좌 황철봉에서 미시령을 건너면

우 상봉과 신선봉으로 백두대간이 이어진다.

 

 

 

이미 남쪽으론 봄이 찾아온지 한참이지만 설악산엔 3월에도 눈 소식이 자주 들리면서

여전히 숲 곳곳과 경사면으로는 눈이 제법이나 쌓여 있었다.

문제는 지금부터 길 찾기가 참으로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애매한 길이 눈과 섞여 있어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이쯤이었을 것이다. 가는 방향은 맞는데 발 내딛기가 쉽지 않았다.

우회하는 길을 찾기도 어려웠다.

딱 한발자국만 오르면 가능할것 같은 곳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멈춰서야 했다.

부서지는 성질의 바위와 눈이 섞여 미끄러웠고 길이라기도 아니라기도 애매한 순간.

다른 길이 있는지 여러번 왔다리갔다리 찾아보아야 했다.

 

눈과 낙엽과 자갈이 섞여 길이 아닌듯 보이던 급경사 협곡을 발견하고

미끄러지듯 내려가니 그제서야 맞게 내려왔구나 싶었다.

분명 길이 있을텐데 눈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잘 만들어 놓은 맞춤식 비데 같기도 한 바위도 지나고

 

 

 

그렇게 가장 길 찾기 힘들었던 바위 구간을 지나오니

한결 마음도 편안해졌고 햇살 따뜻한 곳에서 배낭 풀고 좀 긴장을 풀어 본다.

 

 

 

정면쪽에서 새롭게 보이는 달마의 모습을 끼고 걷는 맛도 아주 좋다.

 

 

 

이제부터는 계속 울산바위를 바라보며 걷게 된다.

아까 눈 때문에 길이 보이지 않던 협곡 내려올때에 비하니

이 곳은 길은 좁지만 다닌 흔적들이 있어 어렵지 않게 내려설수 있었다.

 

 

 

소나무 아래쪽으로 무인감지 폴더로 보이는 것이 세워져 있었는데

작동은 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온통 바위산인 달마봉을 내려오는 곳곳엔

삼라만상의 다양한 바위들도 만나게 되고

 

 

 

목이 두툼한 견공의 두상을 한 바위도 만나게 된다.

 

 

 

마지막으로 내려온 암릉길이다.

 

 

 

흐리고 조금은 탁한 날이지만

설악의 모든 봉우리들이 살아 움직이는듯 이날만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무채색이 주는 묘한 아름다움이 있는 것이다.

 

화채봉과 칠성봉 권금성의 케이블카가 보이는 첫번째 사진.

뒤쪽 대청봉 중청봉에서부터 공룡능선과 우측 뾰족한 세존봉이 보이는 두번째 사진.

마지막 사진의 폭포수 그대로 꽁꽁 얼어붙은 토왕성폭포와 그 좌측 앞으로 뾰족 솟아 오른 노적봉.

토왕성폭포 우측의 칠성봉과 그 뒤로 중앙에 화채봉도 보인다.

 

 

그렇게 초소를 지나고 소나무 숲을 지나니 조그만 대한민국석이 나온다.

그 삼거리에서 신흥사 방향은 직진하지 말고 좌측으로 내려서면 된다.

 

 

 

강원도에서는 동백꽃 또는 동박꽃이라고도 불리웠던 생강나무도

활짝 꽃을 피웠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은 이 생강나무의 꽃을 말하는 것이다.

 

 

 

젖소의 풍만한 유두 같기도 하고, 젖짜는 기계 같기도 하고

발레 슈즈 신고 이쁜 발레리나 춤추는 모습 같기도 한, 참 어여쁜 꽃~

올괴불나무다.

그 붉은 꽃술이 참으로 사랑스럽지 않은가.

나는 올괴불나무의 붉은 꽃술을 볼때마다 홍두깨 부인 고은애가 떠오른다.

좀 더 피어날때면 왠지는 모르지만 그 두툼한 입술로 두깨씨~할것만 같았다.

눈이 내리고 여전히 겨울 같은 설악에도 봄은 찾아왔다.

 

 

 

그렇게 20분 가까이 내려서니 안양암이 나온다.

그리도 자주 설악을 찾았지만 안양암을 들르기는 처음인듯 하다.

 

 

 

신흥사로 내려가다 활짝 핀 변산바람꽃을 만나고 간다.

능선으론 눈이 쌓여 있음에도 이 아이들은 다른 세상을 만난듯 고요하기만 하다.

다른 바람꽃 종류들이 숲 깊숙이 자라는 것에 비해

변산바람꽃은 산 초입이나 나즈막한 계곡에 자라는게 대부분이다.

처음 변산에서 발견되어 변산바람꽃이란 이름이 붙여졌고

개체수가 적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은근 전국 곳곳에 분포하고 있다.

 

 

꽃잎처럼 보이는 흰색은 그저 꽃받침일 뿐이다.

그 안쪽으로 노란빛이 도는게 꽃이고 가운데 푸른빛의 수술들이 뭉쳐 있다.

꽃잎이면 어떻고 꽃받침이면 어떠랴. 그저 이리 아름다움에 넋을 빼고 있는데 말이다.

어느새 변산바람꽃도 끝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아구~이쁜이들.

흰노루귀 분홍노루귀도 많이 보였지만 오로지 청노루귀에만 눈길이 간다.

아무리 흰노루귀,분홍노루귀가 어여쁘다 해도 청노루귀의 고고함에 비하기나 할까.

우리네 천연 염색을 물들인 것처럼  연한듯 진한듯~보라인듯 청인듯~

그 경계를 오가는 저 청보라들의 우아함 좀 보라.

 

 

 

낙엽으로 주변이 어수선하여도 빛이 나여라.

저 뽀송한 솜털은 또 어떠한가.

모든 봄꽃중에서도 나는 청노루귀를 으뜸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청보라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유일 것이다.

 

 

 

신흥사에서 소공원 초입으로 가는 길,

달마봉쪽과는 달리 여전히 설산의 기운을 품고 있으니 지금이 3월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하기야 설악이 어디 그리 만만한 곳이었고 눈인들 그리 쉬 녹아내리고 말 그런 곳이었던가.

그저 달마봉은 귀여운 아기쯤이었던 것이다.

 

 

 

마지막이 될수도 있는 나의 설악행.

10년후 달라질 나의 모습만큼이나 북방계를 대표하는 설악은 또 어떤 모습으로 달라져 있을지

아쉬움 대신 나는 차분하게 그날을 기다려보려 한다.

수려한 바위와 나무,풀 한포기,꽃 한송이는 또 어찌 변해 있을지

설악을 벅찬 마음으로, 감격으로서 대면해보고 싶은 것이다.

어느때라도 위안이 되었고 감동으로 맞이하던 설악산, 그 외편 달마봉으로 설악을 마무리한다.

 

**다음 블로그가 2022년 9월이면 영원히 종료된다는 통보에 수많은 자료들이 사라질까 두려워 

급하게 티스토리로 옮기니 수백명씩 남겨주신 많은 댓글과 공감도 모두 날아가 버렸다.

그동안 함께해주셨던 님들께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