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신간 《그 산에 그 꽃이 핀다》가 출시되었다.
‘산’이라는 캔버스 속
‘꽃’이라는 팔레트
아름다운 천연의 빛깔을 만나 보자.
필자의 산행과 여행에는 늘 들풀꽃나무와 함께했지만
이번 《그 산에 그 꽃이 핀다》에서는 특히나 그 산에서 피어나는 야생화에 초점을 맞췄다.
몇 년 뒤면 공항이 생겨 접근성이 좋아질 울릉도는 특산식물과 희귀식물의 집합체로
그 모든 것이 고유종과 희귀함으로 연결된다.
이른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가덕도와 비금도는 바다를 낀 그림 같은 풍경에 압도당하게 된다.
가덕도 역시 신공항이 생길 지역이라 달라질 모습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함께 뒤따르게 된다.
야생화로 유명한 석병산과 보현산, 덕유산과 소백산, 화악산 등 그 산지마다의 시그니처 같은
야생화 이야기 그리고 미스터리한 숲, 높은 산지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식생이 즐비한
평창 대덕사 계곡도 담겼다.
- ‘책을 내면서’ 중
어느 곳 하나 소중하지 않고 야생화 만발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그래도 가장 많은 비중을 두어 엮은 것은 울릉도다.
성인봉과 나리분지, 그리고 독도와 관음도 일대를 4월과 6월 두 차례 다녀오며
육지에서는 접하지 못하는 울릉도만의 특수한 매력을 가득 담을 수 있었다.
울릉도 하면 떠오르는 호박엿이 원래는 호박엿이 아닌 이 나무 이름이 잘못 알려진 유래와
보지 못할 뻔했던 헐떡이풀을 어렵게 만난 사연도 전한다.
멸종위기종 만큼이나 만나기가 어려워진 우산제비꽃과
울릉도 주민에게 한시적으로 채취가 허용된 울릉산마늘에 대한 이야기
나리분지와 섬말나리 이름이 생기게 된 이야기 등도 실렸다.
울릉도만으로 책 한권을 따로 만들어야 할만큼 이야기가 풍성하다.
희귀식물의 보고, 석병산은 한 계절만으로 표현하기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
4월의 석병산 그리고 꽃쟁이들이 가장 많이들 찾는 여름 야생화 편으로 나눠 구성했다.
특히나 여름철 석병산은 말 그대로 희귀식물의 교본이고 집합소를 이룬다.
책을 내고나면 늘 아쉬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2024년 신간《그산에 그꽃이 핀다》는 그런 아쉬움을 채우려 최대한 불필요한 요소들은 줄이고,
나날이 달라지는 식물체계에 대해 게을리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야생화 이야기에 집중하려 했다.
산과 여행, 야생화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2024년 2월 덧붙임)
~~~~~~~~~~~~~~~~~~~~~~~~~~~~~~~~~~~~~♧♥
북한산에는 아직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숨겨진 능선이 많이 있다.
그 중 하나인 상장능선에 간다.
구파발역 1번출구에서 34번 버스를 타고 솔고개,예비군훈련장 앞에서 내린다.
704번 버스를 타도 된다. 34번,704번만 기억해도 북한산의 다양한 코스를 둘러볼수 있을 것이다.
산행코스 : 솔고개~상장봉~왕관봉~육모정고개~영봉~백운대탐방센터~도선사.
(약 9~10km로 아주 천천히 6시간. )도선사에서 북한산우이역까지는 약 2km로 2~30분 걸어 내려가야 한다.
솔고개에서 내려 미르라는 입간판이 있는 마을길로 들어서면
뒤로는 가야 할 상장능선이 초입부터 우뚝 솟아 있다.
북한산둘레길 충의길구간 안내 이정표를 따라 올라가다가 밤골공원 방향을 버리고
본격적으로 산길로 진입하면 된다.불행히도 비탐구간이다.
그렇게 조금 어수선한 능선을 치고 올라서니 왼쪽부터 인수봉, 백운대, 염초봉,원효봉으로
북한산 수뇌부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첫번째 사진)
1봉은 딱히 조망이 트이진 않는다.(두번째 사진)
너른 공터 저곳이 정상이지만 조금 더 지나 삼감점 있는 곳이 1봉이라 하는 분들도 있다.
이 상장능선이 개방된 곳이 아닌지라 봉우리에 대해 조금씩 의견이 분분한게 사실이다.
그저 많은 분들이 지목하는 곳을 정상으로 인식하지만 다른 의견들이 있다는 것도 알려둔다.
1봉을 지나서면 상장봉인 2봉이 지척이다.
좌측 2봉부터 우측 왕관봉인 9봉 암릉까지 모두 보이는데 6봉만 보이지 않는다.
6봉은 가운데 5봉에서 좌틀해 조금 들어가야 한다.
상장봉(2봉)은 릿지꾼이 아니라면 오르기가 힘들다.
우측으로 돌아가야 올라갈수 있는 루트가 있는데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저 해골바위 아래에서 괜시리 용을 써봐야 했다.
좌측 8봉과 9봉인 왕관봉, 가운데 영봉과 우측으로 북한산 인수봉과 백운대.
북한산은 우리의 옛이름 삼각산으로 부르는게 정겹고 그래서 그리들 부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국립공원에서 정식으로 지정해 부르는 북한산이란 이름을 버릴수는 없다.
마음에는 삼각산이라는 고유 이름을 품어주고, 표면적으론 누구나 알아들을수 있는 북한산이라 칭한다.
글러브 같기도 하고, 왕관 같기도 하고, 잘 구워진 식빵 같기도 한
바위를 내려와 2봉으로 가다보면
코뿔소 하나가 입을 쩍 벌리고 있다. 하마일지도~
어쨌든 오늘 동물 형상의 바위들도 많이 만날수 있을 것이다.
2봉 상장봉이다.
만화〈검정 고무신〉에 나오던 그 멍멍이 땡구를 닮은 바위는
그 캐릭터처럼 웃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정상엔 척박한 바위틈에서도 잘 자라고 질기기로 유명한 노간주나무 하나가
마치 깃발을 꽂은 듯 보무도 당당하게 바위틈에 서 있다.
잠시 멈춰서 숨 한번 들이시고 올라갈만한 루트를 찾아본다. 숙련된 릿지꾼들이라면 모를까
내가 오를수 있을리 만무하다. 루트도 모를뿐더러 안전이 최우선.
누군가 뒤에서 발 한쪽만이라도 잡아준다면 가능할것은 같다.
해골이나 스크림 가면의 표정이라고만 봤는데 얼굴에 고양이 발자국이 찍혀 있다.
언젠가 그 억울한 표정 밝게 웃을날도 기대하겠어요.
구멍 뚫린 모습이 마치 인왕산의 선바위를 보는것도 같았다.
날이 흐리니 사진도 이쁘게 담기지 않는다.그래도 미세먼지가 아니니 얼마나 다행인가.
지나온 1봉과 뒤로는 노고산이다.(첫번째 사진) 가운데 고령산.(두번째 사진)
길을 확실히 알진 못하지만 조심조심 바위를 타고 올라설때
적당한 스릴감이 기분을 마구 업시켜주고 있었다.
북한산 어디라도 바위 좋고 조망 아니 좋은곳 있겠느냐만
가는 곳곳 멈춰서 인수봉과 백운대가 있는 정상부를 바라보게 될만큼 조망도 아주 좋다.
흐린 날이라 조금 아쉽지만 그것마저 상쇄해버릴만큼 마냥 취해 앉아 있을수 있었다.
사실 나는 한북정맥을 하며 이 구간을 지나봤던 곳이다.
그러나 어떤 길이었는지 기억에 남는게 없었다.
한북정맥은 대부분 대중교통으로 마쳤지만 두세구간 정도 산악회를 이용했는데
하필 이 구간은 어두울때 시작해 산악마라톤을 하듯 모두들 내달려 어두울때 마쳐버렸으니
도대체 어떤 길인지 얼마나 바위 타기가 어려운 곳인지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끝을 내버린 것이다.
마쳤다 하기도 창피해 나는 이곳을 다녀갔다 한번도 말하지 않았다.
그 아쉬움으로 밝은 날 밟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바위가 있었구나.이 바위는 올라가기 힘들겠구나.
좌우로 조망은 이랬구나.오늘에서야 제대로 보고 있으니 새로운 길에서 또 다른 감회에 빠져보는 것이다.
시그널이 달리지 않았고 완전한 길은 아니지만 자세히 보면 다닌 흔적들이 남아 있으니
조금만 주의깊게 보면 독수리바위가 있는 곳으로 오를수 있을 것이다.
아까 해골바위쪽에서 우회해 올라온 길이다.
그렇게 반대편으로 돌아오니 아까 해골바위에서 바라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 있었다. 일명 독수리바위라 하는 2봉 상장봉이다.
사진상으론 쉬 올라갈수 있을듯 보이지만 로프를 준비하거나 앞뒤 누군가 잡아주지 않는다면
마지막은 꽤 까다로운 곳이다.
그래도 이쪽은 중간중간 발 짚을데가 있으니 조금은 올라갈만 하다.
올라가는 것이야 어찌 올라간다 쳐도 내려올때가 문제이니
독수리바위까지만 올라본다. 독수리 옆으론 코끼리 두상처럼도 보였다.
단풍도 없고,설경도 없는 겨울산. 모든게 휑한 계절이 되었다.
그렇다고 산정에 선 그 마음까지 휑해지진 않았으리라.
그저 건너편 능선들을 바라보는 것으로도 가슴 트이는 산정.
우측 도봉산 정상부터 그 좌측으로 오봉과 관음봉.
가운데서 좌측으로 도봉산의 끝자락인 여성봉과 그 뒤로 사패산도 볼록 올라섰다.
우측 여성봉과 뒤로 사패산.
가운데서 좌측으로 굴곡 있는 바위산이 악어바위가 일품인 불곡산이다.
바위 형태로 불곡산의 상봉이며 임꺽정봉이 그대로 느껴진다.
가운데서 우측은 선만자(선인봉.만장봉.자운봉)으로 도봉산의 주축이 되는 정상부 봉우리들과
가운데서 좌측은 오봉, 맨 좌측 관음봉.
관음봉 아래엔 천년고찰 석굴암이 자리하고 있다.
우이령길을 예약하고 걸으면 저 석굴암을 만날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저 아래는 북한산과 도봉산의 경계인 우이령길이다.
도봉산 회룡사 근처에도 또 다른 석굴암이 있다.
흐느적거리는 물텀벙인지 물개인지의 발도 보이고
어느 나라의 것인지 악기 같은 것도 하나 있네.
그렇게 3봉에 이르면 돼지머리 올려져 있는듯한 바위 하나가 나온다.
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 달라보이겠지만 내 눈엔 치켜 든 코와
살짝 감은듯한 눈이 꼭 돼지 두상을 보는것만 같았다.사람 얼굴이라 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러니까 나는 좌측을 돼지코와 입쪽으로 보는 것이다.
우측을 입으로 본다면 산소호흡기를 하고 있는 모습처럼도 보인다.
3봉에서 바라본 지나온 우측 상장봉과 그 뒤로 북한산 조망처이기도 한 노고산이다.
조금은 휑한 계절이지만
오히려 바위 감상하며 걷기엔 이런 날이 훨 좋을수도 있다.
화려한 설경이나 단풍에 취해 가까이의 바위나 본연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할수도 있으니 말이다.
3봉을 내려가며 바라본 우람한 4봉과 그 바로 좌측으론 살짝 6봉이 보이고
가운데는 육산인 5봉과 그 우측으로 손톱 모양의 왕관봉.
좌측 뒤론 도봉산 우이남능선이다.그 뒤로 희미하게 수락산도 포착된다.
자일을 준비한게 아니라면 4봉은 우회하시와요.
6봉은 저기 가운데 육산인 5봉에서 좌틀해야 한다.
좌측 4봉부터 그 다음 육산인 5봉,
가운데 새끼손톱 같은 왕관봉과 우측으로 그 이름처럼 영스러운 영봉도 드높게 솟아 있다.
3봉 아래의 새바위도 만난다.오리라는 사람도 있고.기러기라는 사람도 있고.
여튼 가는 길 곳곳에 새바위 오리바위 등등 비슷한 조류들이 이 길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4봉엔 또 다른 새바위도 있다.
음마야~이건 또 무슨 일.
털이 다 빠진 오리 한마리가 웅크리고 있네.
기러기인지 통닭이 된 것인지 여튼 너무 추워보여요.
너는 또 누구냐.
못생겼다 하자니 너무 짠해 보이고.
짝 찢어진 눈과 입이 언젠가 TV에서 보았던 친숙한 어느 인물과도 닮았다.
3봉 내려갈때쯤이 나는 가장 편안하게 느껴졌다.
다른 봉우리들처럼 길을 찾거나 험하지 않으니 마음 놓고 쉬어가도 되고
다양한 형상의 바위들 보는 재미와 인수봉 백운대는 덤으로 따라붙으니 말이다.
뾰족한 왼쪽이 인수봉,그 우측이 백운대.그 사이 가운데가 숨은벽능선이고
백운대 아래쪽으로 파랑새능선의 뾰족한 장군바위(장군봉)도 보인다.
내 머리 위로 염초봉,우측이 원효봉이다.그 뒤로 의상능선도 들어온다.
저 중에 좋은 곳,덜 좋은곳을 매길수 없을만큼 북한산은 어디라도
조망 아니 좋고,바위 좋지 않은 곳을 찾을수가 없다.
좌측이 영봉이다.
이따 육모정고개에서 육모정탐방센터로 내려갈지
영봉 거쳐 백운대탐방센터로 내려갈지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영봉에 올라보고 싶다.
요즘의 내 저질체력이 받쳐준다면 말이다.
비스듬한 바위에 카메라 올려 찍은것치고는 셀카도 이만하면 아주 굿이다.
약한 눈발이 흩날린다. 좀 쉬었더니 체온도 떨어진다.
자켓을 걸치고 3봉을 마저 내려와 4봉으로 간다.
지난주와 뭐 달라진거 모르겠나요~알아채시는 분께는 별사탕 열개쯤 쏠께요~^^
우회해야 하는 4봉이다.
간혹 저 홈을 타고 오르기도 하는데 로프가 준비된게 아니라면 우회하는게 좋겠다.
어차피 4봉은 우회해야 한다 알고 온 길이었다.
4봉은 정말 대단한 암봉이다.
아래쪽으로 바위를 빙 돌아가는 길도 꽤나 길게 느껴졌고 바위 형태도 참 아름다웠다.
돌아와서 4봉 바로 아래의 새바위를 만난다.
오늘 새라는 이름을 가진 여러 마리를 만났지만 나는 이 아이가 가장 새답게 느껴졌다.
좀 순하고 어린 새를 연상시켜서일 것이다.물론 이 아이도 병아리라 하면 또 병아리를 닮긴 했다.
어쨌든 소나무 냄새를 맡는 것이라니~향기롭지.
4봉 조망처에서 일대를 둘러보다 5봉으로 간다.
인수봉 백운대가 보이는 길 옆에 삼각점이 설치되어 있다.(첫번째 사진)
어느 분들은 첫번째 사진이 5봉이고 두번째 사진이 6봉이라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두번째 사진이 육산인 5봉이라는 견해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5봉 6봉이 애매하기 때문일 것이고 중간중간 삼각점들이 자주 있는데다
6봉은 능선에서 살짝 벗어나 위치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5봉으로 형하며 뒤돌아보니 이 모습은 마치 북청사자 한마리를 보는듯 했다.
우측 4봉은 사자 머리가 되어 뒤따르는 3봉 2봉 1봉을 진두지휘하고
신명나게 놀아볼것만 같다.맨 좌측 엉덩이 부분이 1봉.(첫번째 사진)
지나 온 5봉과 4봉.(두번째 사진) 6봉과 뒤로는 우이남능선.(세번째 사진)
8봉으로 가면서 본 육산인 7봉과 바위가 있는 6봉 모습.(네번째 사진)
그렇게 5.6.7봉을 지나온다. 7봉을 지날때쯤 벙커 하나도 만났다.
둥그런 바위가 있고 아래엔 쪼개진 바위들이 있는 8봉에 오른다.
건너편으론 가야 할 9봉이 우뚝 솟아 있고, 그 우측으로 영봉도 함께 한다.(첫번째 사진)
갈라진 바위는 마치 알을 깨고 나오다 멈춰버린 공룡의 화석처럼도 느껴졌다.(세번째 사진)
일명 누룽지바위라고도 부르나 보았다.
8봉에서 10여분 내려오니 전망대 바위가 나온다.
4봉은 못 올라도 이 정도는 뭐 올라보자. 여기저기 올라갈수 있는 바위들은 모두 점해본다.
뒤로는 도봉산이 자리하고, 가야 할 9봉 왕관봉도 우뚝 솟아 있다.
바로 앞쪽으론 그 위엄이 남다른 9봉의 왕관봉.
왕관봉 맨 위로 코끼리바위도 보인다. 그리고 우측으론 영봉과 북한산 정상부로 이어진다.
이 전망대가 8봉보다 오히려 조망이 좋다.
8봉은 정상인 둥그런 바위가 올라가기 까다롭기도 하거니와 약간 위험하고 자리도 좁기 때문이다.
전망대 아래의 독특한 바위 형태들은 마치
석공이 무언가를 만들려다 잠시 멈춰놓은 모습처럼도 보였다.
꼬물꼬물 생기다 만것 같은 바다 생명체도 보이고, 등지고 누운 여인의 뒷모습도 보이네~
이제 마지막 9봉을 남겨두었다.
어찌 올라갈지 벌써부터 꺽정스럽단가요.
남들이 오를 정도라면 나라고 못오르지는 않을 것이다.가보자.
9봉 왕관봉 아래에 섰다.
우회해서 오르는 길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더 복잡할것만 같다.
어찌 올라갈 것인지 잠시 루트를 그려보고 발을 떼어본다. 다 길은 있기 마련이다.
9봉 오름길은 급경사 바위지만, 홈이 패여져 있어 조심만 하면 미끄럽지 않아 오를만 하였다.
마지막 코끼리바위로 오를때가 조금 더 아찔하게 느껴졌다.
흩날리는 눈발로 곳곳이 미끄러운 이유도 있었다.
그렇게 코끼리바위(아기코끼리바위)로 올라서니 마치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이라도 하는듯 하다.
뒤돌아가니 조련사의 공이라도 받아칠듯한 자태가 영락없이 코끼리 한마리다.
맑은 날 본다면 더욱이나 뚜렷한 형상이겠다. 바위산에 다니다보면 온갖 삼라만상의 형상들이
자연의 신비로움을 그대로 드러내니 암산에 오르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좌측 1봉부터 가운데서 살짝 우측 8봉까지 오늘 걸어 온 상장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상장능선은 북한산의 끝자락이자 도봉산에 가장 가까운 능선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 중간에 경계를 이루는 우이령길이 자리하는 것이다.
상장능선은 장수와 같은 기상으로 우뚝 솟은 산이라 해서 상장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솔고개에서 우이령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의 한 구간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자유롭게 드나들수 있는 곳은 아니다.
좌측 둥그런 바위가 있는 8봉과 많이 쉬었다 온 아래의 전망대 바위.
여기서 봐도 확실히 8봉보단 아래 전망대가 바위도 크고 쉴 공간이 많다.
우이령길 건너편은 우측 도봉산 정상부,가운데서 좌측으론 오봉과 관음봉.
좌측 도봉산 정상부(칼바위와 자운봉,만장봉,선인봉) 와 가운데 우이남능선.
우이남능선 아래쪽으로 아주 조그맣게 보이는 우이암도 찾아보자.
참고로 우이암을 가보지 않으신 님이라면 암자(사찰)일거라 생각할수도 있는데 우이암은 바위를 말한다.
할미바위,상투바위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우이남코스도 암릉이 아주 좋다.
북한산 도봉산 어디라도 가봐야 할곳은 무궁무진하다.
뒤로 수락산의 도정봉,주봉,도솔봉도 그 형태 온전히 보여진다.
우이남능선과 뒤로는 언제나 한세트처럼 함께 다니는 수락산 불암산.
수락산 불암산도 북한산 도봉산만큼이나 바위 좋고 조망이 아주 좋다.
아래론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
끝없이 저 전자칩 같은 건물들만 있었다면 우리는 그 가슴 답답함을 무얼하며 풀고 있었을까.
그 많은 울화들은 어디에 토로할 것이며 큰 숨은 어디에 토해내고 있었을까.
자연이란게 무언지도 모른채 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면 그 자체로 불행한 일이 아닐수 없다.
어느 도시든 지역이든 가까이에 작은 숲이 있고 산이 있고
다른 계절을 기다릴수 있는 사계절의 나라라는 것이 새삼 너무도 고마운 일이다.
왕관봉을 뒤로 하고 육모정고개로 내려간다. 상장능선이 끝나고 우이능선에 진입하는 것이다.
신검사능선으로 올라 영봉이나 왕관봉을 둘러보아도 좋다. (첫번째 두번째 사진)
아래 철탑 있는 곳으로 내려가면 육모정고개다.(세번째 사진)
육모정고개에서 좌측으로 신검사나 용덕사,육모정탐방센터로 내려갈수 있다.
육모정고개를 지나 쇠난간이 있는 바위로 올라가는 길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많지 않은 눈발임에도 제법 미끄러워졌다.
뒤돌아보니 좌측 1봉에서부터 우측 툭 튀어나온 왕관봉(9봉)까지
오늘 걸어 온 상장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우측 아래엔 철탑이 있는 육모정고개도 보인다.(세번째 사진)
제법이나 쌓인 눈길을 지나 아주 오랜만에 영봉에 선다.
오늘도 검은 고양이 한마리 숨어서 경계하는 것인지 한동안 나에게서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먹을걸 달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괜히 미안타.
내 배낭은 비어 있단다.그러니 나에게 기대하지 말고 다른 님들에게 눈빛을 주라구~
줄것도 없는데 그리 쳐다보니 무지 부담스럽거든.
영봉에 서면 인수봉을 가깝게 대면할수 있고
백운대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인수봉을 만날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 봉우리가 삼각형 모양이라 이름 붙여진 삼각산의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가 모두 모였다.
인수봉과 겹쳐서 좌측 뒤로 아주 조그맣게 백운대도 슬쩍 보여지고
인수봉 좌측으로는 만경대 정상의 바위가 오늘도 흘러내리지 않고 그 자리 그대로 올려져 있었다.
하루재 지나 저 능선을 따라 만경대로 오를수도 있다.
찌찌바위도 만날수 있고 가까이서 백운대 인수봉을 볼 수 있는 최고의 조망처이기도 하다.
물론 통제구역이다.북한산 곳곳엔 여전히 통제로 묶여 있는 곳이 너무도 많다.
맨 좌측은 용암봉이다.
우측 뾰족한 만경대와 그 좌측으로 용암봉과 칼바위능선,
가운데 뒤로는 칠성봉,문수봉,보현봉도 흐릿하지만 드러난다.
영봉 가장 높은 곳으로 오르면 헬기장이 하나 있고 조망처가 나온다.
그곳에서 진눈깨비를 맞으며 바로 코앞의 우람한 북한산을 바라보며 한동안 앉아 있을수 있었다.
셀카를 어찌 찍는지 여쭤보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셀카 어렵지 않아욤~^^
목책이나 바위 그것마저 없다면 바닥에 카메라 올리고
카메라 줄이나 얇은 나뭇가지 돌맹이 등으로 카메라 바닥을 공궈 높낮이를 조절하면 되겠다.
스마트폰은 더 쉽겠지유~배낭이나 바위 등에 기대어 놓고 10초면 끝.
남들이 찍어줄때는 그 어색함에 포즈를 잘 취하지 못할때가 많다.
더군다나 셀카는 삼각대 효과처럼 크게 흔들림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스스로 찍으며 구도나 빛, 촛점 등을 배워갈수 있으니
풍경이나 다른 사람의 인물을 담을때처럼 셀카도 나름 사진 공부의 일부일 수 있다.
영봉을 내려서면 올챙이인 듯 다리미인 듯한 바위도 오랜만에 반갑고(첫번째 사진)
(두번째 사진)은 그 전엔 몰랐는데 오늘 보니 어느 영화에 나오는 기계인간을 닮았다 느껴졌다.
뒷목을 아래로 떨구고 누워 있는 옆모습처럼 보였다.
밧데리가 나가 있다가 누군가 명령을 내리면 또 다시 인간세상을 조정하려
무표정하게 움직이고 있던 모습.
착한 아톰이 어느 날, 의뢰인이 부여해 준 인간놀이에 취해
지구를 파괴하려는 것은 아닌지 엉뚱한 생각도 해보며 하루재로 내려선다.
그렇게 하루재로 내려서면 인수봉은 부리를 내밀고 새의 옆모습을 취하고 있고
하루재 건너편엔 만경대로 향하는 출입금지 안내문도 세워져 있다.
백운대탐방센터로 내려와 도선사에도 잠시 들렀다 내려온다.
내가 처음 서울살이를 시작할때 북한산이 바로 위에 있다는 것도,어디에 있는지 개념도 모를때
지인을 따라 이 도선사에 왔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아마 조금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20여년이 지난 오늘날 내가 산중에 있을때 행복하다 말하고 있는 모습을 말이다.
북한산은 오늘도 그렇게 일상에 지친 객들을 말없이 맞아주고 있었다.
**다음 블로그가 2022년 9월이면 영원히 종료된다는 통보에 수많은 자료들이 사라질까 두려워
급하게 낯선 티스토리로 옮기니 많은 분들의 댓글과 공감도 모두 날아가 버렸다.
그동안 다음 블로그에서 응원주시고 함께해주셨던 님들께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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