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신간 《그 산에 그 꽃이 핀다》가 출시되었다.
‘산’이라는 캔버스 속
‘꽃’이라는 팔레트
아름다운 천연의 빛깔을 만나 보자.
필자의 산행과 여행에는 늘 들풀꽃나무와 함께했지만
이번 《그 산에 그 꽃이 핀다》에서는 특히나 그 산에서 피어나는 야생화에 초점을 맞췄다.
몇 년 뒤면 공항이 생겨 접근성이 좋아질 울릉도는 특산식물과 희귀식물의 집합체로
그 모든 것이 고유종과 희귀함으로 연결된다.
이른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가덕도와 비금도는 바다를 낀 그림 같은 풍경에 압도당하게 된다.
가덕도 역시 신공항이 생길 지역이라 달라질 모습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함께 뒤따르게 된다.
야생화로 유명한 석병산과 보현산, 덕유산과 소백산, 화악산 등 그 산지마다의 시그니처 같은
야생화 이야기 그리고 미스터리한 숲, 높은 산지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식생이 즐비한
평창 대덕사 계곡도 담겼다.
- ‘책을 내면서’ 중
어느 곳 하나 소중하지 않고 야생화 만발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그래도 가장 많은 비중을 두어 엮은 것은 울릉도다.
성인봉과 나리분지, 그리고 독도와 관음도 일대를 4월과 6월 두 차례 다녀오며
육지에서는 접하지 못하는 울릉도만의 특수한 매력을 가득 담을 수 있었다.
울릉도 하면 떠오르는 호박엿이 원래는 호박엿이 아닌 이 나무 이름이 잘못 알려진 유래와
보지 못할 뻔했던 헐떡이풀을 어렵게 만난 사연도 전한다.
멸종위기종 만큼이나 만나기가 어려워진 우산제비꽃과
울릉도 주민에게 한시적으로 채취가 허용된 울릉산마늘에 대한 이야기
나리분지와 섬말나리 이름이 생기게 된 이야기 등도 실렸다.
울릉도만으로 책 한권을 따로 만들어야 할만큼 이야기가 풍성하다.
희귀식물의 보고, 석병산은 한 계절만으로 표현하기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
4월의 석병산 그리고 꽃쟁이들이 가장 많이들 찾는 여름 야생화 편으로 나눠 구성했다.
특히나 여름철 석병산은 말 그대로 희귀식물의 교본이고 집합소를 이룬다.
책을 내고나면 늘 아쉬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2024년 신간《그산에 그꽃이 핀다》는 그런 아쉬움을 채우려 최대한 불필요한 요소들은 줄이고,
나날이 달라지는 식물체계에 대해 게을리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야생화 이야기에 집중하려 했다.
산과 여행, 야생화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2024년 2월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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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정말 정~말 힘든 날이었다.
최근 1년간 이렇게 힘든 날이 있었을까 싶을만큼 힘겨운 날이었다.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에서 6시 첫차를 타고 남원으로 내려간다.
남원시외터미널 앞에서 버스를 타야 하는데 순간 착각해 고속터미널 앞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조금만 더 멍청히 있었더라면 차를 놓칠뻔 했다.
다행히 시외터미널 정류장으로 이동해 9시 40분쯤 도착한 231번 버스를 타고
비홍재로 간다.외지인이 그 지역의 버스 체계를 다 이해하긴 어렵다.
나 역시 버스 번호와 시간을 알아간다고 가지만 현지에 가면 번호도 시간도
다른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최근 다녀온 선답자의 경험을 참고하는게 좋은 방법이긴 하다.
버스 안내방송은 간간히 건너 뛰어 나오는지라
미리 기사님께 비홍재에 내려달라 부탁드려야겠다.
10시 15분쯤 도착한 비홍재.
비홍재는 남원시 주생면 내동리에서 대강면 수홍리로 넘어가는 24번 국도에 위치하고 있다.
길 건너편은 풍악산 들머리이기도 하다.
고리봉까지 14.7km, 만학골까지 17.6km라 되어 있는데 실거리가 아닌 체감거리로 책정된 듯 보인다.
만학골로 내려가 방촌이나 매촌마을로 하산시 총 거리가 13~14km라 하시는데
오늘 나의 체감은 이 곳의 이정표대로 20km에 달하고 있었다.
안내도를 지나 본격적으로 산길로 진입한다.
산행코스 : 비홍재~문덕봉~고정봉~두바리봉~삿갓봉~고리봉~만학골~매촌마을(약 13~14km)
들머리에서 10여분을 오르니 삼국시대에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포곡식 산성인 비홍산성(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74호)도 지나게 된다.
이 산의 특징은 소나무길이 계속 된다는 것이다.
문덕봉 지나 고리봉까지도 소나무숲이 이어져 멀리서 볼땐 여름인지 가을인지 녹음이 가득했다.
물론 소나무 아래쪽으론 키 작은 참나무 식구들과 잡목들이 갈빛으로 변해 있었지만
소나무 푸른 빛이 모든걸 다 흡수해 그저 녹음으로만 보일 뿐이었다.
이따 능선에 가서 보면 그 특징이 보여질 것이다.
그러니 소나무 아래로 물들어 가는 모습을 보면 이제서야 가을이구나를 느끼게 된다.
문덕봉 고리봉은 천황지맥이 지나는 길이기도 하다.
천황지맥이란 금호남정맥인 장수 팔공산에서 서쪽으로 분기하여 마령재로 내려서서
성수지맥을 내보내고 남서진하며 개동산,상서산, 천황산,약산,노적봉,풍악산,노적봉을 지나서
문덕봉,삿갓봉,고리봉을 거쳐 남원시 금지면 성안마을 앞 신기철교 앞에서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약 60km의 산줄기를 말한다.
가야 할 뾰족 문덕봉과 광주-대구간 고속도로가 보이고 뒤로는 담양과 순창의 산들이 이어진다.
우측 뒤는 강천산 방향이겠다.
문덕봉까지는 전형적인 육산으로 조금은 지리하게 느끼며 걸을수도 있는 길이다.
날이 흐리다. 비라도 쏟아질것만 같다.
자생지가 남쪽인 사방오리나무(첫번째,두번째 사진)와
진달래와 청미래덩굴.(아래 사진)
이제 계절 상관없이 진달래 보는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니니 좋아해야 할 일인지 어쩐지도 모르겠다.
망개떡을 싸던 잎이 저 청미래덩굴이다. 모양도 예쁘고 떡을 장시간 두어도 잘 쉬지 않고
그 향도 좋아 예로부터 망개떡의 재료로 사용되어 왔다.
망개라 부르는 지역도 있고 우리 시골에서는 맹감이라 불렀는데
저 붉은 열매가 탐스러워 먹어보면 약간 시큼하지만 마치 스펀지 같은 느낌을 받곤 했다.
완전히 허리가 꺽인 이 소나무의 생명력 좀 보라.
그 옆의 단풍 든 나무 하나가 친구가 되어 지켜주고 있는것만 같다. 그래~많은 친구는 필요 없다.
진심으로 같이 공감해 줄 수 있고 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친구는 단 한명이어도 좋다.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 후 오히려 허탈함을 느낄때 있지 않던가.
계속 흙길로 이어지던 곳에 바위가 시작되니 정상이 가까워졌구나 싶다.
문덕봉(598m) 정상에 선다.
문덕봉은 전북 남원시 금지면과 대강면,주생면을 경계로 하여 위치하고
아기자기 암봉 오르내리는 재미가 쏠쏠한 산행지다.
문덕봉 이름 유래에 대해서는
산 아래 금지면 방촌마을에 이문봉이라는 선비가 살았는데 문장이 뛰어나고
서예에 능해 많은 제자를 두었다 한다.남 몰래 선행하고 덕을 쌓아 주위의 칭송이 자자했는데
어느날 도사 한명이 지나가다 그 집터를 보고 글재주 뛰어난 덕망 있는 인물이 날 자리라며
그 힘의 원천은 바로 뒷산에서 온다하였으니 그 이후로 문덕봉으로 불리웠다 한다.
굳이 100명산이니 200명산 300명산 인기명산 그 어딘가에 포함되지 않아도 가히 절경인 산들이 많다.
어느 산은 왜 100명산에 들었나 의심스러운 곳도 있듯
지역별로 나눠보자면 좋은 산이 많은 관계로 어쩔수 없이 그 타이틀에 들지 못한 안타까운 산들도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여기 문덕봉 고리봉이 아닐까 한다.
아직은 그리 많이 찾는 산지가 아니어서
이 조망 좋고 능선 좋은 산지엔 나만이 주인공이 되어 서 있었다.
날도 많이 흐리고 한두방울 빗방울도 떨어지니
멀리 있는 산까진 보이지 않겠지만 그래도 충분히 감을 잡아볼순 있겠다.
우측 지나온 천황지맥과 비홍재, 뒤로 있는 산은 가을 풍경이 금강산만큼이나 아름답다 하여
금강산의 가을 별칭인 풍악산이 된 산이다.
풍악산은 아까 비홍재에서 들머리를 삼거나 혼불문학관에서 들머리를 삼으면 된다.
혼불문학관이 생긴 뒤 그나마 이름이 많이 알려진 곳이다.
시야 좋은 날 풍악산 좌측 뒤로는 마이산과 운장산 구봉산도 보일 것이고
우측으로는 선각산 덕태산 팔공산 덕유산 등 진안 장수 방면의 산들도 시원스레 펼쳐질 것이다.
좌측 풍악산, 노적봉, 응봉부터 가운데 볼록 올라온 산은 남원 교룡산이고
교룡산 주변으로 남원시가지도 보이고 뒤로는 만행산 고남산도 대충 짚어볼 수 있겠다.
희미하지만 우측 끝으로 바래봉도 걸렸다.
바래봉부터 만복대와 반야봉 노고단으로 서북능선부터 주능선으로
지리산이 한번에 쭉 펼쳐지는데 보였다 말았다 구름이 잡아잡순다.
잘 보이는 저 능선은 지리산과 겹쳐 보이는 견두산과 견두지맥이다.
견두지맥이란 백두대간 만복대 아래의 1365m봉에서 서쪽으로 전라도 도계를 따라 분기하여
견두산을 지나 천마산에 이르러 곡성군과 구례군을 가르며 남진하다
구례 병방산 아래 병방마을에서 섬진강으로 맥을 다하는 37.5km의 산줄기를 말한다.
주생면의 금풍제 맨 뒤로 가운데쯤 바래봉이 희미하게 보이고 그 우측으로 세걸산 고리봉 만복대로
서북능선을 이어간다.구름과 한몸인듯 섞여버렸지만 은은한 저 자태가 너무 좋다.
사진엔 잘 잡히지 않지만 가끔씩 제 모습을 활짝 보여주기도 했다.
요즘은 이상하게 지리산에 잘 가게 되질 않는다.
산도 흐름이 있었다. 어느 몇해는 어떤 산을 그토록 다니다 사그러들었다
다시 또 다른 곳에 마음을 두었다 사그러지고.
그래도 결국은 또 원점회귀처럼 돌아가고픈 산은 있기 마련이다.지리산도 그러할 것이다.
흐린 날이라 제대로 짚어볼순 없어도 담양의 산지에서 순창의 산지로
드넓게 펼쳐지는 장쾌함이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병풍산,불태산,추월산,강천산도 곳곳 포진하고 있을 것이다.
가운데 순창읍내도 보이고 뒤로 강천산도 보일듯 말듯 애를 태운다.
순창 하면 떠오르는 산
광주대구고속도로 뒤로 첫번째 능선 가운데 채계산(책여산)을 빼놓을수 없다.
섬진강 뷰라인 연결사업 일환으로
소금강 구름다리를 뛰어 넘는 우리나라 최장의 구름다리가 작년 착공에 들어가
올해 개통할 예정이라 했는데 아직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가운데 완만한 능선에 희끗한 시설이 보일 것이다.별일없이 개통이 된다면 내년쯤이면 또 한번
회오리치듯 관광객들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개통예정이라 한다.
그리고 제일 뒤 가운데에서 좌측으로 뾰족봉이 회문산 여분산으로 보인다.
우측 두번째 줄,올록볼록 올라온 두 산이 용궐산 무량산이다. 요강바위가 있는 곳으로
의외로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이름이 낯설수도 있지만 가보면 다 좋은 순창의 산지들이다.
우측 진행 할 고정봉 방향이다.
그리고 좌측 맨 뒤로 희미한 봉우리가 오늘 가야 할 최종 목적지 고리봉이다.
가운데엔 백아산 우측 고정봉 뒤론 무등산이 이어질 것이다.
저 고리봉을 가기까지 두바리봉 삿갓봉과 이름없는 봉우리들까지 몇 봉우리를 넘었는지 모르겠다.
마치 고리봉 가는 길은 깊은 중국의 골산을 대면하는 기분이었다.
좌측 고정봉 뒤로 무등산이 보였다가도 사진에 담는 순간 사라지시네.
이 놈의 카메라가 내 눈을 따라가지 못한다.
뒤로는 담양과 순창의 산군들이 이어진다.
우측 아미산 뒤로 아주 희미하게 너울을 그린 곳에 강천산이 있을 것이라 추측해 보지만
잘 보이지 않고 그저 이 한장의 먹물 뿌린듯한 하늘이 너무 감동적일 뿐이다.
덜 알려졌을수도 있지만 아미산도 조망 좋고 암봉 좋은 산지다.
아미산 좌측으로는 담양의 설산 괘일산 방향이 아닐까 추측 해본다.
가운데 뾰족봉이 고리봉이다.
그 바로 우측 뒤로는 곡성의 유명한 동악산과 형제봉,최악산(초악산) 능선이다.
고리봉 좌측 뒤로는 곤방산 라인이겠다.
이렇게 흐린 날도 참 매력적이지 않은가.
당겨 본 앞줄의 오른쪽부터 두바리봉 삿갓봉, 왼쪽 고리봉과 그 우측 뒤로 동악산과 형제봉 최악산.
동악산 우측 아래쪽으론 필봉과 매봉 능선이다.
동악산과 초악산(최악산)을 한바퀴 제대로 돌아보려 올 여름에 초악산부터 오르면서
많이들 안다니는 길을 따라 올랐다가 엄청시리 고생한 기억이 있다.
좌측으론 필봉 매봉 자락이 흐르고
가운데 저 뒤로 보이는 산이 아기자기 암릉과 산중 구름다리가 있는 화순 백아산이다.
무채색의 수묵화 같은 이런 하늘 나는 너무 좋아한다.
맑은 날의 그 쾌청함과는 또 다른 운치가 있어 좋다.
고정봉으로 넘어가면서 본 문덕봉이다.
정상에 섰을때는 암봉인지도 모를만큼 그 진면목 숨겨져 있다가
지나 뒤돌아볼수록 소나무와 어우러진 암봉이 수려하기 이를데 없다.
어느 산은 딱히 볼거리가 없음에도 공원처럼 잘 가꿔 놓으니 사람들 발길 끊이지 않는 산이 있는 반면
오늘 이 산처럼 볼거리 가득함에도
어느 숨겨진 야생 산에 온 듯 지나치게 조용한 곳도 있다.
특별히 길 잃을 염려 없이 길은 잘 나 있지만
그래도 지자체에서 조금만 더 신경 쓰면 적당히 사람 냄새 나는 산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물론 자연 그대로의 산도 좋고, 나 역시 왁자지껄 사람 많은 산보단 조용한 곳이 좋긴 하지만
그래도 어차피 등산로가 되었으니 관심을 조금 가져줘도 좋겠다 싶은 것이다.
기대 이상 암릉이 좋은 산지인데 주말임에도 휑하고
찾는 이 없는 산이란게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으니 말이다.
사람마다 원하는 산의 기준이 있을테니 어느 것이 맞다고는 말하진 못하겠다.
지나 온 문덕봉.
숲 안쪽을 제외하고는 온통 다 소나무로 채워졌으니 색이 변한다 하여도 그 시기가 늦을 것이다.
이미 서울엔 한겨울 패딩을 입고도 추위에 움추리고 있는데
이곳은 지금이 가을인지 여름인지 구별을 하기가 어렵다.
고정봉(605m) 정상을 지나면서 이제 본격적인 암릉길이 시작된다.
고정봉 정상보다는 지나면서 볼거리가 많아졌다.
송내봉이라 하는 557봉으로 넘어가는 길이다.
가장 볼거리 많은 암릉이 557봉으로 넘어가는 길이었다.
557봉쯤에도 독도(길잃음) 주의라고 선답자들이 말하기도 하던데
밧줄 연결 잘 되어 있고 길도 잘 나 있어 하산시까지 그대로만 따라가면 전혀 길 잃을 염려는 없었다.
이쯤부터는 암릉이 좋아 가다서다 멈추고 셀카도 날려보고
왜 이 좋은 산에 사람이 없는겨~혼자 궁시렁거리다 바위에게 실없는 소리도 해대며 걷는다.
이제 우측 철탑이 있는 그럭재도 보인다.
힘이 들면 그럭재 저곳에서 중탈을 해야 한다.우측 송내로 가면 하산길이 짧아 중탈하기 좋다.
그럭재를 넘어서면 두바리봉과 삿갓봉으로 그리고 맨 뒤 뾰족 고리봉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체력이 남아 도는 분이 아니라면 아마도 저 곳을 오를땐 힘겨워들 하실 것이다.
특히 나에게는 오늘 힘듦의 끝판왕을 보는것만 같았다.
앞쪽 가운데서 좌측으로 두바리봉과 삿갓봉 삿갓봉 뒤로 우뚝 솟은 고리봉.
고리봉 우측 뒤로는 동악산 형제봉 대장봉 최악산(초악산) 마루금이다.
좌측 뒤로 뾰족 올라온 곳은 천장군묘 능선으로 바로 만학골로 내려서지 않고
천장군묘로 해서 하산길을 잡아도 된다.
산행 내내 순창의 산들을 옆에 끼고 걷는 맛도 좋다.
앞라인 중앙에서 살짝 좌측이 채계산, 그 뒷줄 중앙에 용궐산 무량산.
채계산(책여산) 왼쪽 맨 뒤로 뾰족한 회문산.
이때만큼 소나무와 바위가 빛날때도 없다.
경쟁자일수 있는 서로가 윈윈하며 오늘을 함께하고 있으니 보는 이도 절로 흐뭇해지는 광경이다.
좌측으로 철탑이 있는 그럭재도 보인다.
소금강을 방불케 할만큼 줄줄이 이어지는 암릉이 아름다운 곳이란 평들이 있다.
그럴만큼 아기자기 암릉 오르내리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게 아니다.
그런데 거기 밧줄이 삭아 끊어지고 실오라기 하나만이 간신히 버티고 있다.
조심해서 건너오시라요.
그래도 밧줄을 두개로 만들어 놓아 의지할 곳이 있고
이런 바위는 미끄럽지 않아 내려오기 어렵지 않은 편이다.
이곳을 건너올때가 가장 짜릿하고 재미난 순간이기도 했다.
왼쪽 뒤로 가을 풍경이 아름답다는 풍악산도 뒤따라 왔다.
사람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송내봉(557봉) 쪽으로 드디어 남녀 두명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곳이 지나온 암봉을 모두 담을수 있는 조망 포인트였다.
저 분들 서로 돌아가며 인증샷을 원없이 찍으셨다.
그렇게 나도 하이라이트 포인트로 올라서니
좌측 지나온 문덕봉에서부터 그 우측으로 고정봉과 고정봉 지나 만났던 실한 암릉길이 쭉 이어진다.
이곳을 남원의 용아장성에 비하기도 하는데 사진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곳이었다.
내가 올라서니 그분들은 이제 자리를 내어주고 먼저 길을 나서셨다.
오늘 산행 중 유일하게 만난 분들이었다.
바로 뒤따라가면 불편해 하실수도 있으니
이곳에서 사진놀음도 해가며 시간차를 벌인다.
뒤따라가며 두바리봉 근처에서 마지막으로 보았는데 다른 곳으로 내려가신 것인지 더이상 보지 못했다.
조망 포인트를 지나오며 뒤돌아 본 모습도 소나무와 어우러져 절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아무리 사철 푸른 소나무라지만 소나무도 갈빛으로 변해가니
조금씩 더 익어가는 다음주나 12월 초에는 더욱 아름답겠다 싶다.
송내봉(557m)이다.
이곳을 작은그럭재봉, 이전에 다른 봉우리엔 그럭재봉이라 같은 분이 코팅지를 걸어두셨는데
원래 그럭재봉이란 이름 자체가 없었다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그래서 자료들을 뒤져보니 그 전의 기록엔 없고 작년(2018년) 이분이 코팅지를 걸어둔 뒤부터
작은그럭재봉이라 부르는 분들이 있었다.
그 이외에도 작은삿갓봉,작은고리봉 등 만나는 봉우리마다 코팅지들을 걸어두니
보기 싫다는 님들도 계시고 그 어르신을 대단하다 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모르겠다.어쨌든 나는 송내봉(557봉) 정도로 기억하고 지난다.
그럭재로 내려가면서 잠시 멈춰 본다. 산행 내내 섬진강(좌측)은 굽이져 흐르고
암봉 오르내리며 그 짜릿함이 함께했으니 하루 힐링지로서는 손색없는 산행지였다.
햇살이 강렬해 담지 않았을뿐 섬진강은 돌고 돌아 아름다운 흐름을 만들고 있었다.
그럭재다.
송내나 서매 방향으로 중탈이 가능하니 힘이 든다면 이곳에서 하산하면 되겠다.
이때까진 그래도 갈만하였다.그러니 중탈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고리봉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고리봉까지 7km라 표기가 되어 있으나 실제는 약 4km 되지 않을까 싶다.
이정표 거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다.
장구채와 생강나무 열매.아래는 줄기에 날개가 있는 화살나무다.
화살나무는 회잎나무와 같은 종으로 보는 견해들도 있다.
두바리봉에 올라서며 어찌나 힘이 들던지 이때부터는 사진이고 뭣이고 모든게 귀찮아졌다.
넘어도 넘어도 고리봉은 왜 그리 멀게만 느껴지던지
저 봉우리가 고리봉일까 하였지만 삿갓봉이었고 삿갓봉 오르기까지도 또 다른 봉우리가
삿갓봉인 양 위장을 하였으니 나는 오늘 완전 넉다운이여.
삿갓봉 우측으로 있을 고리봉과 함께 담을수도 있었지만 그것마저 귀찮아 그냥 진행을 해야 했다.
처음에는 고리봉인가~ 하다가 아녀 삿갓봉도 아직 안지났으니
이건 삿갓봉인가 보다. 그러나 둘 다 아니었다는.
그렇게 삿갓봉인가 싶었던 조망처에 올라서니
우측 문덕봉에서부터 좌측 두바리봉까지 지나온 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서 보니 고정봉이나 송내봉쪽 암봉보단 우측 문덕봉 암봉이 더 크게 뻗어 있었다.
뭐든 그 속에선 다 알수가 없다니까.
문덕봉과 뒤로 풍악산,그리고 우측으론 남원 교룡산과 남원 시가지.(첫번째 사진)
아까 그분들은 두바리봉에서 좌측 능선따라 약수정사쪽으로 내려가신 것인지
더 이상 보이지 않으셨다.(두번째 사진)
그렇게 삿갓봉(629m)에 올라 한참을 짐 풀고 넉다운 되어 있어야 했다.
그럭재로 되돌아가자니 온 길이 아깝고 그렇다고 계속 진행하자니 오늘따라 왜그리도 힘이 들던지.
속이 미싯거리거나 어디가 아픈 것이 아니고, 단순히 힘이 드는 것이니 진행해보기로 한다.
언제 다시 고리봉만을 따로 또 와보겠는가.
삿갓봉 아래의 조망처에서 바라 본 고리봉은 마치
중국 무림영화에 나오는 깊고 깊은 어느 산중 같다 느꼈다.
가까이 갈수록 더욱 그러하다 느꼈고 햇살에 제대로 표현이 아니되었지만 은근 바위로 채워진 산이었다.
다시 가보자.
숲 안쪽은 이미 이렇게 단풍이 농익어 늦가을을 보고 있는데
정작 키 큰 소나무들이 에워싸고 있으니 밖에서 볼땐 그저 여름산이었다.
아무리 남쪽이라지만 유독 이곳 산이 더욱 그러하게 느껴졌다.
쇠뿔 같은 고사목 뒤로 고리봉이 보이고 좌측은 더 진행하면 있는 천장군묘 능선이다.
왼쪽 아래로는 만학골이다.
조망을 더 즐기려면 천장군묘쪽으로의 하산도 좋을것 같다.
만학골 급경사 길이 별로 좋지 못하니 만학골로 바로 내려가나 천장군묘에서 내려가나 시간도 비슷하다 들었다.
뒤돌아 보니 지나온 두바리봉(좌)과 삿갓봉(우)도 보인다.
해 넘는 시간대가 좋지 않아 사진은 이렇지만 고리봉은 문덕봉과는 또 다른 우람함이 있었다.
몸이 지쳐 다 담을수 없었지만 바위 사면이 깊고 중국의 산 같은 거대함을 느끼게 했다.
골산의 전형을 보는것만 같았다.
삿갓봉도 꽤나 멀어져 갔고 그 뒤로 문덕봉 능선도 점점 가려져 간다.
이 정도 올랐으면 이제 고리봉도 나와줘야 예의 아니란가.
그렇지, 드디어 고리봉이구나.
급경사 바위 밧줄을 보는 순간 정말 다 왔구나 싶었다.
에구에구~산 넘어 산이라더니 오늘 정말 딱 그 짝이다.
정상인가 했더니 이제야 진짜 정상이 버티고 서 있네. 이젠 정말 못가겠다.
밧줄 잡을 힘도 없고 팔은 후들거리고 그렇다고 이제와 못가면 어쩔 것이래.
힘겹게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서 고리봉에 올라선다.
팔이 후들거리는 건지 정신이 혼미한 건지 사진도 삐툴하게 담겼다.
정상에는 합장묘라는 무덤이 하나 있는데 후손들 성묘하러 오르기엔 만만치 않겠다 싶다.
고리봉(708m)은 남원시 주생면,대강면,금지면에 위치하는 산으로
고리봉이라는 이름은 섬진강을 거슬러 남원성의 오수정까지 올라오던 소금배를
묶어두었던 고리가 고리봉의 동쪽에 있었다는데서 유래하였다 한다.
문덕봉에서 그럭재 내려올때처럼 암봉을 직접 거닐지 않아 잘 느끼지 못할수도 있지만
오히려 고리봉 기암절벽이 더 크고 우람하게 둘러처져 있었다.
다음엔 반대로 고리봉 위주로 올라봐야겠다.
약수정사쪽으로 내려갈까 하다가 남원이 더 가까울 것 같아 만학골 방향으로 내려선다.
만학골은 저 아래에서 좌틀해 내려가면 되는데 만학골 가는 길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그러니 계속 직진해 천장군묘(고리봉능선)에서 만학폭포로 또는 상귀3가쪽으로 가도 좋을것 같다.
만학골로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로 조금 가파르기도 하고 태풍 영향이었던지
사방으로 나무가 쓰러져 있었지만 그래도 길은 잃지 않을만큼 잘 나 있었고
만학폭포까지 무사히 내려설 수 있었다.
계곡이 길어 수량 많은 여름에는 제법이나 폭포다운 면모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언제봐도 신기한 차나무 꽃이다. 가로수처럼 차나무가 보인다 싶더니
천지다"라는 차 농원에서 심어 두었다. 쓰레기 버리지 말라 임산물 체취하지 말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가져온게 없으니 버릴 쓰레기도 없거니와 뭐 체취할만큼 기력이 남아돌지도 않답니다.
우리가 흔히 녹차라 부르지만 차나무라 부르는게 맞겠다.
차나무에서 딴 잎이 가공 방식에 따라 녹차가 되기도 하고 홍차,우롱차,보이차가 되기도 한다.
물론 녹차 생산을 위해서는 소엽종을,홍차 생산을 위해서는 대엽종을 쓰기도 한단다.
계속 너른 길따라 내려가면 매촌마을로 가는 것이고
저 안내도 좌측 뒤쪽으로 가면 방촌마을로 가는 길이다.
굳이 차량이 방촌마을에 있는게 아니라면 매촌마을이 좀 더 가까울수 있다.
뚜벅이인 나야 아무곳으로 내려가도 상관은 없으니 그저 편한 길 따라 내려서니 매촌마을이었다.
일반적인 전통 초가집이라기엔 좀 어색하다.
너무 각이 져 있고 천장이 높게 지어져서일 것이다.
알고보니 아까 천지다 라는 농원에서 하는 다원이었다.민박도 가능하다 한다.
정열적으로 불타오르는 매촌마을의 나무 한그루가 아주 인상적이다.
자세히 보진 않았지만 느티나무로 보인다.
유모차 끌고 지나시는 마을 어르신께 버스정류장을 여쭈니 시간까지 확인해 가며 친절하게 알려 주신다.
배고프겠다며 탐스런 홍시 하나를 건네주시는데 괜찮다고 사양했다.
이웃집에서 받은 것이라고 딱 하나밖에 없는걸 받아 먹을수는 없었다.
다른 어르신도 만나는데 하나같이 포근한 마을이었다.
매촌정류장으로 내려와 약 6시간 30분의 산행을 마친다.
버스시간표를 확인해 보니 남원 가는 버스는 오후엔 2시 18분, 5시 18분, 7시 28분에 있었다.
5시 14분에 들어온 버스를 타고 남원으로 나갈수 있었다.
내려 선 고리봉과 매촌마을.
언젠가 어느 님이 고리봉 가지 못하고 그럭재에서 하산하셨단 얘기에
거기까지 갔는데 왜 아깝게 그냥 왔느냐 했던 말이 떠올랐다.
오늘 생각해보니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그리 했을까 그 말이 너무나 후회되는 날이었다.
산 넘어 산이라는 말.
누구나 평온한 삶을 원하겠지만 사는게 어디 평탄한 날만 이어지겠는가.
가끔은 버거울만큼 힘겨운 날이 있어 평범한 일상이 행복이었음을 깨달을지도 모른다.
**다음 블로그가 2022년 9월이면 영원히 종료된다는 통보에 수많은 자료들이 사라질까 두려워
급하게 낯선 티스토리로 옮기니 많은 분들의 댓글과 공감도 모두 날아가 버렸다.
우연이라도 이 덧붙임을 보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다음 블로그에서 응원주시고 함께해주셨던 님들께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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