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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해남 두륜산 등산코스,대중교통, 대흥사

《설악산의 사계와 야생화》 《 아름다운 산행과 여행 》 《힐링되는 트레킹과 산행》에 이은

효빈의 네번째 책 《오늘의 명산, 절경따라 걷는 길》이 2023년 출간되었습니다.

 

산에도 유명세를 타고 유행을 쫒는 산지들이 있기 마련이다.

요즘은 사진 스팟이나 핫 플레이스가 되는 산행지들이 인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신작에서는 강이나 천을 따라 산줄기가 아름다운 산지,

산중 출렁다리가 생긴 후 유명세를 타고 이슈가 된 산지들,

좀 더 박진감 넘치는 대슬랩 산지들을 선정하게 되었다.

 

 

 

 

그 곳에는 어떤 들풀꽃들이 자라고 있을까.

그 산에 피고 지는 다양한 야생화 이야기도 빼놓지 않고 담았다.

 

 

 

《오늘의 명산, 절경따라 걷는 길》 

새롭게 개장하거나 달라질 정보들도 많이 담겼고

사진과 글을 곁들여 함께 거닌듯 생생하고 재미있게 보실수 있을거랍니다.

인터넷 구매가 10% 저렴하고 

떠나지 못하는 님들께, 산과 자연, 여행에 관심있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그동안의 성원에도 감사드립니다. (2023년 1월 덧붙임)

 

https://0709im.tistory.com/774

 

오늘의 명산, 절경따라 걷는 길

2023년 1월, '효빈 길을 나서다'의 네번째 책 《오늘의 명산, 절경따라 걷는 길》이 출간되었습니다. 산에도 유명세를 타고 유행을 쫒는 산지들이 있기 마련이다. 요즘은 사진 스팟이나 핫 플레이

0709i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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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분위기 탓이었는지 이래저래 나에게도 심란한 며칠이 지나갔다.

몇주간 제대로 떠나지도 못했다. 대흥사 십리길도 걷고싶고 두륜산에 가고 싶다.

 

먼 거리, 산악회를 이용하면 쉽게 다녀올수 있긴 하지만

자유롭게 떠나 만끽하는 산정에서의 시간이 훨 쾌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러니 오가고 힘든 여정이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한다.

 

서울서 6시차를 타고 광주로 가서 광주에서 10시 20분차를 타고 해남으로 간다.

해남에서 대흥사 가는 교통이야 좋은 편이지만 원점회귀는 하고싶지 않으니

좌일, 내동행 12시 버스를 타고 오소재로 간다.

첫차 6시 40분부터 8시 15분,9시,10시 10분,..교통편도 나쁘지 않았다.

다음엔 주작 덕룡갈때 오소재 버스를 이용해도 되겠다 싶었다.

 

오소재에서 내린다 하니 기사님 오소재 정상 못미쳐 오소재약수터에서 쉬어주신다.

대흥사에서가 아니라면 두륜산은 오소재약수터에서 시작해 오심재를 거쳐 오르는게 일반적이다.

오소재 쉼터에서 내리겠다 했더니

주민분들 하시는 말씀이 그럼 주작산에 가나보다 하신다.

맞다.보통 두륜산은 오소재약수터에서~주작산은 오소재쉼터에서 넘게되니 그리 생각할수도~

정류장 오소재는 오심재라 써 있었다.

 

 

오소재쉼터 뒤편으로 조그맣게 난 오솔길을 따라 산행은 시작된다.

오소재쉼터에서 두륜산 오르는 길이 땅끝기맥길이다.

이왕이면 기맥길로 오르고자 함이다. 2년만에야 이 길을 다시 걷는다.

그것도 마지막쯤인 아름다운 가을길~

 

 

 

보라색 열매.

얼핏 쉬 만날수 있는 작살나무와 닮았지만 잎이며 줄기 꽃받침 등이 온통 다 털로 뒤덮혀 있다.

털작살나무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는 새비나무겠다.

남도나 바닷가 산지에 많은 새비나무답게 가는 길 자주 마주할수 있었다.

 

 

 

남도의 숲엔 온통 다 사스레피나무.

 

 

 

댕댕이덩굴도 그 빛이 진하기만 하고.

 

 

 

조그만 등로를 따라 흙길이 거의 끝나갈 무렵

건너편 케이블카가 있는 고계봉 방향으로 조금씩 조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남도답게 서어나무나 사스레피나무가 많은 산지에 곱디 고운 단풍나무는 유독 더 화사하게 느껴졌다.

 

 

 

남도는 남도다.

꽃집에서 파는 산호수와 닮은 아이.영롱한 자금우 열매가 사방에 널려 있으니 말이다.

 

 

 

그래~이 바위가 있었지.

이제야 제대로 올라왔다 싶다.

 

 

 

건너편 케이블카 시설과 고계봉이 반갑고

고계봉 아래쪽으로 패인 골이 아까 약수터에서 오르는 등로다.

길이 잘 나 있고 무난해 보통은 저 길로 오르는게 일반적이다.

 

 

 

올라온 길 뒤돌아보니

오소재 너머로는 주작 덕룡이 날개 펴듯 오늘도 저 자릴 지키고 있었다.

가운데 뒤가 주작덕룡 능선의 최고봉 덕룡봉이고

우측으로 뻗은 산이 주작산,좌측으로가 덕룡산이다.

주작덕룡 종주산행을 할땐 능선에서 벋어나 있는 주작산은 패스하는 경우가 많다.

왼쪽 맨 뒤 희미한 월출산에서 첨봉을 거쳐 땅끝기맥은

저 암봉들을 오르내리며 오소재와 두륜산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제부터 시작되는 너덜길.넌덜머리 나서 너덜인가~

여튼 이제부터 주변은 온통 다 바위와 돌의 중간 정도 너덜과의 싸움이 이어질 것이다.

 

 

 

그래도 이 길이 좋은점은

오르는 내내 고계봉과 주변의 아름다운 바위 형상들을 보며 걸을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북청사자탈 같은 켜켜이 쌓인 바위와 건너편 케이블카 시설이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으아~

저 흘러내릴것 같은 너덜을 아직도 한참이나 더 올라야 한다.

설악 서북능선의 너덜과는 좀 차이가 있고

그렇다고 백두대간 황철봉의 너덜과도 다르게 생겼다.

잘 다듬어지지 않은 태초의 자연 느낌 뭐 그런거~

 

 

 

3년전,땅끝기맥을 할땐 심한 폭풍우에 이 길이 위험하다해

산행 대장 이하 약수터에서 오른적이 있었다.

 

2년전 봄 진달래가 한창이던 어느날엔 덕룡 주작 두륜산 종주를 하는 산악회를 따라왔었다.

서울서만도 무박팀이 여러군데서 내려와 같은시간 종주코스를 밟았는데

그 많던 사람들은 모두들 약수터 방향으로 오르고

어쩌다보니 이 길을 오르고 있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다.

 

 

이게 기맥길이 맞는것인지 어쩐것인지도 확신하지 못하고

무장정 오르고 오르면서도 묘한 쾌감에 휩쌓였었다.

저 사이골 약수터에서 오르는 길과 케이블카 고계봉에선 사람들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이 넌덜머리 난다는 너덜길에선 고요와 적막뿐이었다.

 

 

 

그날처럼 오늘도 이 너덜엔 나 혼자만이 섰다.

이 길을 오를때가 두륜산 오름중에 가장 힘든 길이긴 하지만

거기에 뒤따르는 상쾌 통쾌는 큰 보상이 되어 돌아온다.

날아갈듯한 기분이라면 이해가 될까.

 

뒤로는 주작 덕룡이 그 기암들 다 숨기지 못한채 도열해 따라왔다.

내 머리 위가 덕룡봉,그 좌측으로 덕룡산 구간,우측 끝이 주작산.

 

 

 

진행방향 좌측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강진만 너머 볼록 솟아오른 산은 장흥의 천관산이 아닌가~

완만한듯 둥그렇게 솟은 형태가 천관산이 맞겠다.

가을억새와 무엇보다 온갖 기묘한 바위군들의 집합체. 아니가본지도 몇년이 지났다.

 

 

 

그렇게 마지막 밧줄을 잡고 올라서니 노승봉 아래다.

유일하게 밧줄을 잡고 힘을 쓴 곳이 아닌가 싶다.

이제부터 두륜산은 계단과 난간이며 시설이 잘되어 있다.

 

 

 

내가 올라온 너덜길이 아래로 아래로 흘러든다.

와르르~무너져 내릴것만 같다.그 아래 오소재도 보인다.

 

 

 

날카롭지만 절경인 그 길들이 눈에 선하다.

왼쪽에서 삼분의 일 지점쯤, 덕룡산 뒤로 희미하지만 뾰족 솟은 만덕산도 들어온다.

만덕산 하면 다산과 초의선사와의 교류 그리고 백련사를 오가던 그의 유배 이야기도 떠오르게 된다.

내년 봄엔 백련사 동백꽃도 볼겸 다산의 마음이 되어

오랜만에 그 길을 걸어보려 한다.

 

 

 

다산 정약용은 저 강진만을 바라보며 흑산도에 유배 간 정약전을 생각했다고 한다.

일대에 오면 다방면에 천재였던 다산과 시대에 앞서간 그의 형제들을 떠올리지 않을수 없다.

강진만 너머 왼쪽 장흥땅 천관산에서부터 오른쪽 고금도로 이어지는 완도땅이겠다.

가운데 길다랗게 생긴건 강진의 사내호를 가둔 사내방조제인가 보다.

 

 

 

고계봉과 그 아래 오심재도 보인다.

오심재 좌측은 대흥사에서 올라오는 길이고, 오심재 우측은 오소재 약수터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고계봉 뒤쪽으로 해남읍내가 있겠다.

 

 

 

이제 대흥사가 아래로 내려다 보이고 왼쪽 다도해 너머 진도땅도 가까이 드러났다.

이 문외한이 보아도 천하절경 명당 자리에 대흥사가 세워졌으니

초의선사나 김정희, 원교 이광사를 비롯

대흥사에 인연 있던 많은 이들의 시문에 감흥을 일으키기 충분하지 않았을까~

 

 

 

대흥사 하면 다산과 친분이 있던 초의선사와 일지암도 빼놓을수 없다.

우리나라 차문화를 정립하신 분이라 하면 될까~

정약용의 호가 다산이 된것도 초의선사의 영향이 지대했을 것이다.

대흥사 이야기는 이따 더 풀어보기로 하고~

세상이 조용해 좋은 날,

까마귀들의 쟁탈전 같은 괴성과 비행만이 이 정적을 깨트리고 있었다.

 

 

 

너른 암반,수채화 같은 하늘에 까마귀는 비행하고~

노승봉(686m)에 오른다.

 

 

 

두륜산은 정상석들이 크지 않아 좋다.

커다란 정상석 대신 바위와 이 자연에게 자리를 내어준것 같아 좋은 이유다.

고계봉 너머로는 해남읍과 금강산~만대산도 들어온다.

케이블카 고계봉 바로 뒤가 화원지맥 줄기인 금강산,그 바로 우측으로 뾰족한 산이 만대산으로 보인다.

만대산 뒤쪽으로가 흑석산이겠다.

 

 

 

나는 해남으로 여행 가 1박을 할 경우 이른 새벽 금강산 일대를 산책해보곤 한다.

무엇보다 해남터미널 부근에서 5분~10분 정도면 갈수 있는 가까운 거리가 매력적이다.

외지인들에겐 이 두륜산이나 달마산이 더 유명하겠지만 해남 사람들에겐

금강산 주변을 의외로 많이 찾고있는 산책코스가 되어 있었다.

 

금강산과 만대산 두 산 아래로는 금강저수지가 있고 주변 산책로를 잘 조성해둔 이유도 있었지만

큰 도시가 아닌 읍단위에서 산책이며 산행을 그리 많이 다니는건

해남에서 처음 본듯 했다.

그것도 평일에 그것도 그리 유명하지 않은 산을 말이다.

외지인에겐 수려한 곳이 좋겠지만 현지인에겐 늘 다닐수 있는 편안한 곳이 최고란 생각이 들었다.

 

 

 

이 너른 노승봉이 모두 다 내꺼다.

유후~신난다.

여기도 서봤다~저기도 서봤다~여기저기 다 앉아보고..

인증들을 남기려 길게 줄서 있어야 하고

맘대로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힘들 곳곳들이 나만을 위한 명당이 되었다.

 

 

일기예보는 맑다 했는데

바닷가답게 변화무쌍하여 한바탕 비라도 쏟아질것 같다.

바람마저 거세진다.

그러나 먹물에 살짝 색을 가미한듯한 이런 하늘 나는 참 좋아한다.

멀리 내려왔는데 부디 비만 뿌리지 마소서~

행여 뿌리신대도 난 원망 않을테니 맘대로 하시던지요. 대신 감기에 걸리겠지요.(거의 협박~^^)

 

 

 

노승봉에서 본 건너편의 대둔산 도솔봉의 철탑과

바로 아래엔 만일재와 두륜봉이다.

대둔산 왼쪽 뒤로 달마산 솟은 모습도 보인다.

 

 

 

두륜산 최고봉인 가련봉이다.

모든걸 감싸안듯 안쪽으로 굽은 형상도 이채롭다.

저 거친 바닷바람을 피하기라도 하려던 것이었을까~

 

 

 

노승봉에서 내 세상인듯 죽치고 앉았다가

이제야 저 가련봉으로 간다.

두륜산은 아까 오소재에서 올라올때를 빼면

계단과 데크 등이 잘 설치되어 있어 더 대중적인 산행지가 되었을 것이다.

 

 

 

맑은 날도 좋지만 이런 연한 수채화 같은 흐린날도 좋다.

저 앞 두륜봉에서 대둔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통제가 된 비탐길이고

땅끝기맥이 이어지는 길이기도 하다.

땅끝기맥을 한다 하면서도 대둔산 구간을 건너뛰고 닭목재에서 시작해

달마산과 땅끝마을로 잇는 경우도 많다.

 

 

마치 석양이 내려앉은듯~

매끄러운 스케이트장이라도 온듯~

하늘과 바다 모든게 그림 같은 시간이다.

우측 대둔산 줄기 뒤로 보이는 산이 땅끝기맥의 마지막 산인 달마산이다.

물론 땅끝마을 옆에 갈두산이 있긴 하지만 산이라기 보단 언덕쯤~

땅끝기맥은 마지막 땅끝마을을 향해 뻗어간다.

 

 

 

언제봐도 기분 좋은 평야.전남의 4개의 군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다.

강진에서 해남으로 이어지는 평야.

강진만 건너 좌측으론 장흥이,우측으론 완도가~

 

 

 

전남 해남군 북평면,북일면,삼산면에 걸쳐 있는 산,

두륜산의 최고봉 가련봉(703m)에 오른다.

케이블카 고계봉에서부터 노승봉과 가련봉 전위봉까지 그 암봉들의 수려함이

가련봉을 더욱 빛나게 해주고

가련봉 정상석은 이 일대 바위들과 이질감 없이 만들어져 무엇보다 맘에 든다.

 

 

 

참 아름답지 않은가.

어쩜 자연은 이리도 오묘할수가 있는지~

마치 조물조물 한주먹씩 주먹밥이라도 만들어 놓으셨나~

그냥 먹음 심심할까 갖은 고명 올려주시고 사계절 색색으로 변화시켜 주시고~

 

 

 

가련봉에서 본 두륜봉과 철탑이 있는 대둔산 도솔봉.

도솔봉 바로 좌측 뒤로는 미황사로 유명한 달마산이다.

달마산과 대둔산 자락 왼쪽으로 나즈막히 뾰족 봉우리는 닭봉인가보다.

 

 

 

대흥사에서 이어지는 임도길도 보이고

그 위로 대둔산 도솔봉과 우측 봉우리는 연화봉인가 보다.

지금은 저 도솔봉 대둔산과 이 두륜산을 구별해 부르고 있지만 좀 애매함이 있었다.

대둔산과 두륜산. 대흥사와 대둔사.

 

 

 

두륜산의 원래 이름은 큰 언덕이란 뜻으로 한듬(대듬)이었다 한다.

그래서 대흥사를 한듬절이라 부르기도 하였는데

한자로 만드는 과정에서 대듬이 대둔으로 되었다는~

그래서 대둔산이라 불렀는데 중국 곤륜산의 줄기가 백두산을 만들고 이 줄기가 흘러

땅끝에 내려섰으니 백두산의 머리 두(頭)와 곤륜산의 산이름 륜(崙)을 따서 두륜산이 되었다고도 한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대둔산은 두륜산으로~ 대둔사는 대흥사로 바뀌었다고 한다.

여튼 이 두륜산이란 산이름,대흥사라는 절 이름 때문에

늘 올때마다 무엇이 맞는건지 많이 혼동스러웠다.

의식하였던지 두륜산 대흥사라 써놓았던 입구에 ~옛이름 대둔사~라 덧붙여 써놓은걸 이번에 보았다.

 

 

추수가 모두 끝난 차분해진 들녘과

산자락마다 남도의 가을이 깊었다.

 

 

 

참 우람들도 하다.

내려선 가련봉과 좌측으로 노승봉.

왼쪽 노승봉과 겹쳐 보이는 고계봉 뒤로 해남읍내에서 아주 지척인 금강산과 만대산이 보인다.

 

 

 

두륜봉에서 뻗은 좌측 투구봉과 위봉.

그리고 뒤로는 완도 오봉산 상황봉도 이제 지척이다.

더 당겨보면 왼쪽 오봉산 뒤로 신지대교와 완도항도 보이겠다.

 

 

 

완도 오봉산은 다도해와 멋진 기암들,

거기에 남도에서나 볼수 있는 상록수종들을 만날수 있는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평소에 접할수 없는 남부수종들은 보아도 그게 그것 같아 늘 어렵고 또 잊겠지만

알아가는건 즐거운 일이 아닐수 없다.어쨌든 반가운 완도 상황봉이다.

 

 

 

바람이 거세진다.

저 두륜봉을 넘으면 대둔산 도솔봉과 그 좌측 뒤 달마산으로 땅끝기맥을 그려간다.

2년전쯤엔 무박 종주산행을 참 많이 했었다.

지리산 태극종주,거제지맥 종주,미륵도 종주,여수 돌산지맥 종주,

영남알프스 태극종주,강북5산 종주 등등..

어딜가도 조망 뛰어난 땅끝기맥은 무엇보다 재미난 길이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 종착점 달마산을 지나 땅끝에 도달해 느끼는 자유로움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한동안 잊고 지냈던 땅끝길에 오랜만에 서는 감회.

게다가 붐비지 않아 좋은 평일의 이 절경이야 어찌 말로서 설명이 되겠는가.

만일재로 내려가는 길,

아구~새 한마리 여유자적 앉아 있네~

 

 

 

아무도 안볼때 너가 그 바위에 X자라도 새긴거라니~

X파일을 지키는 새 한마리라~~그래 좋다~

 

 

 

가야 할 두륜봉과 그 아래 만일재다.

저곳에서 바로 우측으로 천년수나 대흥사로 하산할수 있고

반대로 얘기하면 대흥사에서 바로 만일재로 올라

가련봉이나 저 두륜봉에만 올라도 된다는 얘기다.

두륜산은 중간중간 대흥사로 빠지는 길이 있어 체력이나 시간 등을 고려해 하산을 결정해도 되겠다.

 

 

 

만일재로 내려가면서 보는 두륜봉은 마치

메뚜기를 닮았다 느꼈다.(유재석 말구 진짜 메뚜기요~^^)

왼쪽은 딱 메뚜기 머리 그 느낌.

미래 도시의 신무기가 탑재된 건물은 아닐까도 생각해보면서~

 

 

이 계절에 이쁜이~개쑥부쟁이 너만한게 없다.

 

 

 

올 가을엔 억새산행지 한번 가보지 못했는데

만일재에 내려서니 억새밭이 제법이나 길게 펼쳐진다.

두륜봉에서 뻗은 투구봉과 위봉.그 너머로는 완도 상황봉이다.

 

 

 

내려와 뒤돌아본 가련봉은 이제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 있었다.

이미 사방에서 한겨울 추위와 눈이 내렸지만

그래도 아직은 가을 가을한 길을 걷는다.기분이 너무 좋다.그래~이런 맛에 걷는다.

 

 

 

마치 외계의 디지털 단지같은 저 건물 두뇌부 안에선

인간들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러니 최대한 여유롭게~최대한 무심한척 올라보자구~

두륜봉으로 오른다.

 

 

 

아~

감탄사 절로 터져나올만큼 너무 아름답지 않은가.

두륜봉으로 올라가면서 본 만일재와 가련봉 모습이다.

두륜산 어디라도 다 절경이지만

가련봉에서 두륜봉으로 이어지는 이 길이 가장  아름답다 느껴졌다.

잔잔한 억새길과 늦은 가을의 갈빛과 오묘하게 조화를 이룬 기암들과의 콜라보.

 

 

 

좌측 고계봉부터 노승봉,가련봉.

조용하던 두륜산이 만일재부터는 몇몇의 단체객들과 함께

평일임에도 사람들이 제법 오간다.

좌측 대흥사에서 만일재로 바로 오를수 있는 영향도 있을 것이다.

 

 

뻗어내린 산자락 어디 하나 허투로 버릴만한 것이 없고

나는 수도없이 셔터를 누르고 또 누르고

다 올리지 못하고 사진 한장 한장 버리기가 안타까워졌다.

강진만과 왼쪽 뒤 장흥 천관산 방향이다.

 

 

 

가운데서 살짝 우측으로 꿀렁꿀렁 일자로 뻗은 완도땅 뒤로 고금도도 보인다.

산과 바다 그리고 가을..

여러번 버스 갈아타고 떠나온 힘든 여정은 이 한 장면만으로도 진한 보상이 되고도 남았다.

 

 

 

두륜봉 구름다리로 올라가면서 본 투구봉과 위봉.

 

 

 

구름다리다.

코끼리 코 같고 튼실한 닭다리 같고~

계단 데크도 생겼고 내가 처음 6년전쯤 이곳을 찾았을때완 많이도 변해있었다.

그땐 저 위가 길인줄 알고 초보산객에겐 아찔하기만 했고, 두륜봉 찾는것이며 모든게 어렵기만 했었다.

 

 

 

그 두륜봉에 올라서면 뒤로는 가련봉과 노승봉이

한폭의 병풍처럼 둘러쳐 있고 가히 두륜산의 절경을 다시 또 확인하게 해준다.

 

 

 

왼쪽 고계봉과 지나온 노승봉과 가련봉.

그 아래로는 만일재로 이어지는 억새 오솔길도 아름답거니와

암봉들에 비집고 들어찬 저 붉음은 도대체 누구의 후손이란 말이래~

어머님이 누구니~언제부터 그리 어여뻤던 것이라니~

 

 

 

바람이 거세지고 날이 부쩍 차가워졌는데도

이 두륜봉에서의 조망에 빠져 한동안 자릴 떠나지 못했다.

처음 두륜산에 올랐을때의 감회에 빠져보기도 한다.

 

내가 이 두륜산을 처음 찾은것은 2012년쯤.

아마도 유홍준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1993년도인가~ 유홍준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 라는 

이제까지 보아온 기행문이나 문화재 해설서와는 너무도 다른

조금은 충격적이고 전국을 휩쓴 책이 한권 나왔다.

우리 국토와 문화재에 그의 애정이 담긴 답사기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떠나고 싶다는 갈망 하나씩을 품게 해주기 충분했고

역사나 문화재에 문외한인 나같은 사람에게도 언젠가는 떠날거라는 불씨 하나를 갖게 해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첫 여정이 시작되던 2012년

남도답사 일번지 해남 강진 영암 일대를 두루 돌아보았고

요즘의 산행과는 다른 진정 떠남을 느꼈던 순간이기도 했다.

요즘도 대중교통으로 떠남을 포기하지 못함은

그날들의 자유롭고 시원했던 기억 때문일 것이다.

 

책 한권의 위력은 참 대단했다.

칼보다 무서운게 한권의 책과 좋은 글,기록이란 말을 나는 너무도 실감한 순간이었다.

아무 의지도 없이 무기력할때 문득 나를 일으켜 세웠던 책.

먼지 수북히 쌓인 그 책을 다시 끄집어 내면서

무디고 무기력하던 나 대신 드넓은 자연을 만나게 해주었던 순간이었다.

 

 

가련봉과 마지막 강렬한 햇살과

저 너머의 먹구름들마저 이렇게나 근사한 하루를 선사해주었다.

오래 머물렀다. 춥다.더 이상 안되겠다.

그만 내려가자.

 

 

 

사방에서 눈 소식이 들려오는 요즘이지만 단풍이 남아 있는 남도는 여전히 가을이다.

그 길을 따라 대흥사로 내려간다.

 

 

 

늦가을 정취 가득한 대흥사내 표충사 뒷길로 내려선다.

표충사는 임진왜란때 승병대장으로 활약한 서산대사와 그 제자 사명과 처영 등

3인의 충절을 기리기 위한 사당이다. 

임진왜란 이후 서산대사의 의발을 봉안하고 정조는 직접 쓴 표충사라는 편액을 내렸다.

조선시대 대흥사의 위상이 어떠했는지 짐작케 해준다.

 

 

부도전과 북미륵암 여래좌상,삼층석탑,웅진전 삼층석탑 등

무지한 내가 봐도  소중한 문화재가 많음을 알수 있는 대흥사.

또 초의선사가 오랬동안 머물렀던 일지암이라는 조그만 암자도 챙겨보면 좋을 곳이겠다.

대흥사는 신라의 승려였던 정관이 서기 426년에 창건했다는 설도 있고

544년 아도화상이 창건한 것을 자장과 도선이  중건하였다고도 전해진다.

 

 

 

대웅보전 현판은 명필 이광사의 글씨다.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 귀양가는 길에 친분이 두터웠던 대흥사 초의선사에게 들렀다가

조선의 글씨를 망친 사람의 것을 현판으로 걸수 있냐며 호통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초의선사는 현판을 떼고 추사의 글씨를 달았다고 한다.

9년만에 그의 유배가 끝나고 서울가는 길에 대흥사에 다시 들러

원교 이광사의 현판을 다시 달아달라고 했다. 그때는 잘못 보았노라고..

 

 

 

나같은 사람이 본다고 서체가 좋은지 어쩐지 잘 모르겠지만

그저 뒤늦게라도 그리 말할수 있었던 김정희의 결단.

내 실수나 잘못된 사고를 과감하게 되돌릴수 있는 그 용기에 감복할 따름이다.

유배생활을 거치며 마음에도, 세상을 보는 눈에도 변화가 찾아왔을까~

여튼 그래서 다시 걸린 원교 이광사의 작품이다.

 

 

 

굳이 불교문화에 관심이 없더라도 오래된 고찰은 우리의 유적과 문화재가 남아 있는 역사 그 자체다.

유럽의 오래된 성당이나 교회를 일부러라도 찾아가보듯

여유자적 한번 둘러봐도 좋겠다.

 

 

 

대흥사는 앞마당의 조그만 연못이 또한 아름답다.

여름이면 샛노랑이 어여쁜 노랑어리연꽃과 수련이 눈길을 붙잡는 곳.

화사한 꽃 못지않게 낙엽과 어리연잎이 이 늦가을을 장식했다.

 

 

 

대흥사 연못에 취해있다 슬슬 걸어나간다.

그러고보니 몇시가 되었는지도 확인해보지 않았다.

시간을 보기 시작하면 마음이 급해진다.

그냥 되는대로 가보자~정해진 시간 그런거 없이 이럴려고 떠나오는 여행 아닌가.

 

두륜산 관리사무소 앞 버스정류장에서 해남행 버스는

4시 이후엔 4시 20분, 4시 50분,5시 40분...막차 밤 8시까지 교통도 좋은 편이다.

 

 

 

대흥사를 지나오면 유명한 유선여관을 만난다.

주인장 부부인지 부인은 수건을 걷고 있고 남편인듯한 분은 뒷마당을 쓸고 있다.

 

 

 

나의문화유산답사기로 처음 사람들의 뇌리에 인식이 되었고

그 뒤로 드라마나 영화, 1박2일 예능 유명세를 톡톡히 치뤘다.

모든 상가가 집단시설지구로 나와있음에도

유일하게 유선관만은 역사를 말해주듯, 오늘도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금은 지짐 냄새 퍼지고 음식점으로 더 활발한듯도 보인다.

 

 

 

참 좋은 길.

대흥사에서 관리사무소가 있는 집단시설지구까지 이어지는 길을

대흥사 십리길(십리숲길)이라 부른다. 십리면 약 4km쯤 되겠다.

 

 

예전엔 음식점이며 온갖 시설들이 들어와 있었지만

이제 거의 시설지구 밖으로 빠져나가고

이 길은 그야말로 걷는 이들을 위해 되돌려졌다.

 

 

 

차를 가져왔다면 주차장부터는 걸을일이 없겠지만 이제부터 진짜 숲을 느끼며 걷기에 좋다.

구림리 장충동 숲길~

나는 이 길을 참 좋아한다.이 길이 걷고싶어 두륜산에 오고픈지도 모른다.

너른 도로 따라 걸어도 좋고 안쪽으로 산책로 따라 걸어도 좋은 길.

걷는걸 좋아하시는 님이라면 차는 잠시 내려두고

상가지역이 있는 관리사무소부터 대흥사까지의 십리길을 걸어보시라~

여름이면 햇살이 비추지 않을만큼 숲이 빽빽하고

설국이 된 눈꽃터널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삶에 지쳐 무작정 찾아왔었던 그 길이

오늘도 무심한척 나의 걸음을 따라와주고 있었다.

몇년전 어느날 그랬던 것처럼 쉽호흡 크게 하면서 너른 이 길을 걷는다.

 

**다음 블로그가 2022년 9월이면 영원히 종료된다는 통보에

수많은 자료들이 사라질까 두려워 급하게 티스토리로 옮기니

많은 분들이 남겨주신 댓글과 공감도 모두 날아가 버혔다. 이젠 이 글을 보실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다음 블로그를 통해 응원주시고 함께해주셨던 님들께 감사한 마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