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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백두대간 구부시령~건의령~삼수령~매봉산 (하사미동 예수원)

2016년 1월 9일 토요일.

새해 들어 첫 대간은 구부시령에서 삼수령(피재)까지의 짧은 코스다.

 

등산코스 : 하사미동~예수원~구부시령~푯대봉~건의령~삼수령(피재)~매봉산~삼수령

(삼수령까지 약 15~16km이면 된다. 너무 일찍 하산해 나 혼자 다음 구간인 매봉산 바람의 언덕까지

왕복 6km쯤 포함 총 21km쯤을 걸었다. 딱히 산행시간이 중요치는 않은 날이다. 

예수원에서 삼수령까지는 조금 빠른 걸음으로 4시간.

그리고 바람의 언덕까지 다녀온 왕복시간 1시간 30분 포함 총 5시간 30분 걸린것 같다.)

 

 

 

지난 구간 하산한 태백시 하사미동 입구에서 골지천을 건너 산행은 시작된다.

 

 

 

골지천의 겨울.

골지천은 덕항산 아래 마을들을 돌아 광동호로 흐른다.

아님,광동호에서 골지천으로 흐르는게 맞을수도 있겠다.

지난 구간 귀네미마을이 만들어진 계기가 된 광동댐.

 

 

 

접속구간 하사미동에서 예수원을 거쳐 구부시령으로 오른다.

난이도는 하. 그저 단순한 코스다.

보통 매봉산 금대봉 지나 두문동재까지 진행들을 많이 하는데

코스마저 짧아 아쉽고 좀 심심한 산행이 아닐수 없다.

 

 

 

지난번 하산한 곳이라 올라갈땐 그저 무심히.

크리스찬보다 오히려 대간꾼들에게 더 알려졌을 예수원 건물이다.

 

 

 

오늘은 저절로 걸음이 빨라진다.

후미쯤에서 출발해 사람들을 추월해 앞쪽으로 치고 나간다.

썰렁한 계절이라 특별히 볼거리도 사진 찍을만한 것도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홉 서방을 섬겼다는 여인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구부시령.

이제부터가 대간길 능선이다. 오른쪽은 지난번 내려선 덕항산,

왼쪽은 가야 할 삼수령과 건의령(한의령).

 

 

 

구부시령에서 건의령까진 6.8km.

지도상에는 건의령이라 표기가 되어 있지만

산길에는 한의령과 건의령이 함께 표기되어 있고 한의령이라 표기된게 더 많다.

 

 

 

전망이 없는 구간..

간간히 나뭇가지들 사이로 보이는 풍경들이 그나마 고마운 날.

삼척시 도계읍의 삿갓봉과 도화산 능선쯤 되지 않으려나 싶다.

 

 

 

1,055봉

 

 

 

다른 산악회에서도 두어번 본적 있던 님과 메마른 길을 함께 걷는다.

겨울의 강원도라곤 믿기 힘든 요즘이다.

이러다 정말 눈 없는 겨울이 될까 그것도 걱정이다.

 

 

 

진행방향 좌측.

예전에 어느 님, 깃대봉~핏대봉 마루금이라 했는데 맞나 모르겠다.

 

 

 

앞쪽으로 몇몇쯤 진행했으려나 했는데 우리가 선두란다.

낙엽길 따라 내려서는 길, 얼마나 가물었는지 먼지가 풀풀 날린다.

 

 

 

목초지 바로 위에 있는 안내도와 이정표. 

 

 

 

목장지대로 내려선다.

한내리 마을 지명을 따서 이곳을 한내령이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삼밭골 목초지라 부르는 사람도 있다.

 

 

 

뒤로는 가야 할 푯대봉.

 

 

 

 

푯대봉 삼거리다.

100m 들어가 있는 푯대봉. 다시 이 삼거리로 나와 건의령으로 가야 한다.

 

 

 

이 구간에 유일한 정상석 푯대봉(1,009.2m)

전망은 없지만 바람 없고 따스해 이곳에서 가벼운 점심을 먹는다.

 

 

 

푯대봉에서 20분쯤 쉬고 내려설 즈음

다른 한분도 올라 오신다.

 

 

 

건의령에 도착.

건의령(한의령)의 유래에 대해 세워졌던 안내글이 사라졌다.

 

 

 

건의령은 고려 말 공양왕이 살해되자

고려의 충신들이 이 고개를 넘으며 관모와 관복을 벗어 걸고

불사이군(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 마음으로 다시는 벼슬길에 나서지 않겠다고

이 고개를 넘어 태백산중으로 몸을 숨겼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곳이다.

관모를 뜻하는 건과 의복을 뜻하는 의를 합쳐 건의령이 되었다.

다음 구간 두문동재 역시 이 충신들의 이야기가 연결된다.

 

 

 

건의령 터널이 뚫리기 전에는 우마차가 다닐수 있었다는데

지금은 그 모습은 찾을수 없고 식목이 되어 있다.

물론 우측으로는 요즘 만든거겠지만 임도길이 뚤려있긴 하다.

 

여기까지 함께 오신 님.. 건의령부터는 조금 늦어지시는것 같고

내 걸음은 더 빨라지니 오늘은 그냥 혼자 걷는게 나을것 같다.

 

 

건의령 지나 이 구간 유일하게 전망이 트이는 곳.

바로 한반도 지형을 닮은 상사미동이다.

 

 

 

지금보다 조금은 덜 섬세했던 조선시대 지도쯤이라 해도 믿겠다.

 

 

 

좌측으론 가야할 능선 봉우리.

 

 

 

매봉산에서 건의령까지 생태적으로 복원을 하였다는 말씀..

바람은 불고 낙엽은 쌓여있고 조금은 스산스럽기까지 하다.

혼자 걷는다.조금은 빨리 걷는다.

가끔은 옆사람과 보조 맞춰 사진 찍어가며 여유있게 걷는 길도 좋고.

가끔은 속도를 내어 내 걷고싶은만큼 걷고 싶을때도 있다.

 

 

 

우측 나뭇가지들 사이로 보이는 이곳이 태백시 공원묘역인가 보다.

그전에 이곳을 지날땐 잘 보이지도 않았을뿐더러 무심히 지나쳤었다.

지도를 찾아보니 태백화장장이 있는 공원묘역이 맞겠다.

 

 

 

태백공원묘역 앞쪽으로의 이정표.

 

 

 

 

송전 철탑이 수없이 이어지는 곳.

 

 

 

임도가 보이는걸 보니 거의 다 왔다.

 

 

 

 

이제 임도따라 삼수령까지는 800m.

 

 

 

 

다시 좌측의 산길로 400m만 가면 삼수령이다.

 

 

 

삼수령으로 내려서기 전 좌측으로 보이는 도로 하나.

다음지도에는 삼수령으로 이어지는 척각길이라 나와 있다.

 

 

 

 

삼수령(935m)의 삼파수 조형물이다.

삼수령 정상에 떨어지는 빗물은 서쪽으로는 한강과 남으로는 낙동강,

그리고 동으로는 오십천으로 물길이 나뉘어지는 삼파수다.

 

물방울 하나가 운명을 바꿔놓을수도 있다.

아빠 물방울은 낙동강으로, 엄마 물방울은 한강으로

그리고 아기 물방울은 오십천으로 흘러들게 되었다는 강줄기의 발원지다..

또 다른 이름 피재는 삼척지방 백성들이 난리를 피해 이상향으로 알려진

황지로 가다 이곳을 넘었기 때문에 피해오는 고개라 하여 피재라 불리웠다 한다.

 

 

매봉산 천의봉과 덕항산으로 갈수 있는 삼수령이다.

삼수령에 도착하니 이제야 2시 20분이다. 4시간 걸렸나보다.

쉬운 코스인데다 야생화 계절도 아니고 조망이나 볼거리가 없었음이다.

문이 닫혀 있는 산악회 버스.

어쩔수없이 기사님께 전화를 한다. 어쩌다보니 첫 타자가 되었다.

 

 

 

다음구간은 어차피 매봉산으로 갈텐데 굳이 갈 필요 있을까 하다

어디 바람의 언덕이 대간할적에만 왔던 곳이던가~

배낭을 차안에 내려두고 미친 짓이지만 매봉산이나 다녀오기로 한다.

남은 두시간, 할일이라곤 먹고 마시고 할것밖엔 없다. 게다가 오늘은 좀 달리고 싶다.

그리고 시원한 바람도 맞고 싶다.

 

바람의 언덕까지 임도로 3.6km라 쓰여있다. 산길로 가면 조금 줄어들 것이다.

먹을것도 든것도 거의 없는 18L 배낭이지만

그거라도 차안에 벗어두니 몸은 아주 가볍다. 거의 뛰어서 오른다.

 

 

뛰어 올라왔더니 숨이 차다. 올라온 작은피재 방향.

낙동정맥의 분수령이 되는 매봉산.

백두대간으로부터 낙동정맥이 분기되어 나가는 곳이기도 하다.

다음 구간에 다시 올라야 하니, 자세한건 그때 포스팅하려 한다.

 

 

 

이미 수확은 오래전에 끝나고 흙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1000m가 넘는 백두대간상에 자리잡은 고냉지채소밭.

푸른 배추밭이 장관으로 펼쳐지는 곳.. 겨울이면 설경으로 탄성을 자아내는 곳이다.

 

 

 

드라이브를 하던 연인,

타지인인 나에게 태백산이나 함백산에 가면 설경을 볼수 있느냐 물어온다.

정상부의 상고대 정도야 있겠지만 예전처럼 화려한 설경은 없을거다.

설산하면 강원도인데 올겨울의 강원도는 울상이다.

태백산 눈꽃축제도 눈이 있어야 눈꽃축제일 것이고 스키장과 행사장들도 겨울 한몫잡기에 비상이 걸렸다.

 

 

 

발원지 탐방길 안내도.

한강발원지 검룡소도 한번쯤 가보면 좋을 것이고 황지연못까지~

특히나 야생화가 지천일때 비단봉 금대봉으로 그리고 검룡소로도 걸어보시라~

 

 

 

역시 바람의 언덕답게 풍차 아래를 지나면서부터 바람이 거칠어진다.

설경이 아니더라도 하늘이 맑으니 더할나위 없음이다.

이런 하늘이라면 아쉬울게 없는 날이다. 춥지만 뛰어 올랐더니 땀이 조금 흐른다.

바람앞에 서니 이제야 속이 후련하다. 바람맛을 보니 살것 같다.

그러니 혼자라도 올라야 했다.

 

 

 

매봉산 바로 전 갈림길.

매봉산 정상 갔다가 이곳에서 풍력단지로 갈것이다.

 

 

 

백두대간이 이어지는 천의봉.

한쪽면엔 매봉산이라 써 있고, 다른 한쪽면엔 천의봉(1,303.1m)이라 쓰여 있다.

 

 

 

천의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람의 언덕과 풍력단지.

바람의 언덕 끝으로 백두대간 매봉산석도 보인다.

물론 진짜 정상은 이곳이다. 다음 구간이 이어지는 비단봉 뒤로 대덕산도 보인다

 

 

 

야생화의 천국 금대봉과 대덕산도 이제 곧 깨어날 것이다.

이런 썰렁한 겨울이라면 얼른 봄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꽁꽁 언 눈밭에서 피어나는 3월의 꽃이 더 귀하고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그럴려면 얼른 강원도에도 눈다운 눈소식들이 들려와야겠다.

무슨 기후적인 영향 때문인지 오히려 충청과 전북쪽으로 눈소식이 더 잦아졌다.

 

 

 

비단봉을 지나면 오른쪽 금대봉과 왼쪽 완만한 은대봉. 금대봉 은대봉 사이 들어간 곳이 두문동재다.

왼쪽 아랫쪽이 추천역쯤 되겠다. 38번 국도 두문동재터널이 뚫리면서

고한에서 태백으로 넘어가는 두문동재터널 입구에서만 고갯길로 오를수가 있게 되었다.

터널 입구에서 임도를 따라 4km쯤 오르면 백두대간 두문동재 정상을 만날수가 있다.

 

 

 

햇살 아래 눈이 부신 함백산으로 대간은 이어진다.

가운데 통신기기들이 보이는 곳이 함백산,바로 오른쪽 봉우리가 중함백.

그리고 함백산 왼쪽 뒤 완만하게 누운 태백산.

태백산 정상에서 왼쪽으론 부쇠봉과 더 왼쪽은 문수봉.

 

 

 

태백산과 태백시 일대.

태백시내 왼쪽으론 대조봉도 보이고 그 오른쪽 뒤론 연화산도 보이고~

 

 

 

낙동정맥 최고봉인 백병산도 보이고 오른쪽 앞엔 대조봉.

 

 

 

풍차 행렬이 있는 바람의 언덕으로 내려간다.

구부시령~삼수령 구간엔 눈은 조금도 보이지 않더니만 매봉산 정상부로는

녹지 않은 눈들이 있어 조금 미끄럽다.

9월에 찾았던 이곳.

그때보다야 볼거리는 많이 줄었지만 이곳에 선 자체로 이미 기분은 날아갈것 같다.

 

 

 

윙윙 소리를 내며 무섭게 돌아가는 풍차.

이렇게 풍력으로 만들어내는 전기양은 어마어마 할것이다.

이곳에 서면 춥다~보다는 가슴이 시원하다 그 자체다.두팔 벌려 심호흡을 해본다.

 

 

 

서울 돌아와 1년 넘게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이웃님을 만나

혼자서 매봉산으로 뛰어 오를때의 희열과

바람의 언덕에서 맞는 후련하다 못해 눈물 찔끔나는 바람에 대해

얘기하고 또 얘기하고 술기운에 밤이 늦도록 풀어 놓았다.

 

 

 

배추밭은 배추밭대로,

바람의 언덕은 바람의 언덕답게 거친 바람으로 늘 이곳의 매력을 어필하는 매봉산..

상쾌함이 밀려온다.

 

 

 

지나온 백두대간 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가운데 그 모양이 뚜렷한 두타산에서부터 왼쪽으론 청옥산과 고적대가~

그리고 두타산 오른쪽으론 귀네미마을의 배추밭과 풍력발전기도 보인다.

 

 

 

조금 당겨본다.왼쪽 청옥산에서 가운데 두타산.

그 앞쪽 오른쪽으로 귀네미마을의 배추밭.. 엊그제 지난것 같은데 벌써 저만치 멀어져갔다.

 

 

 

오른쪽봉산과 피재(삼수령) 방향.

그 뒤로는 응봉산과 육백산 능선이 펼쳐지는 곳.

 

 

 

하산은 산길이 아닌 포장도로 따라 내려선다.

전망대에서 인증 하나 남기고 시간이 늦을까 조금 서둘러본다.

올라설때도 내려설때도 숨이 차오르도록 뛰고 싶은 날이다.

생각 같아선 혼자라도 두문동재로 날아가고 싶었다.

 

 

 

삼대강 꼭짓점이 있는 곳.

매봉산 일대는 낙동정맥의 분기점이자 삼대강의 발원지다.

그래서 더 의미있는 매봉산이기도 하다.

백두대간을 떠나서라도 한번쯤은 꼭 찾아오면 좋을 지리적 명소이고 알아두면 좋을 우리의 젖줄기다.

 

조금은 삭막해 보이는 구부시령과 삼수령 구간.

아쉬움을 매봉산 바람의 언덕에서 채우고 간다.

역시나 바람의 언덕 바람맛은 매서웠다.그래서 살것 같았다.

혼자 죽을듯이 걷고 싶을때가 있다.

살을 에이는듯한 칼바람을 맞고 싶을때가 있다. 살다보면 그런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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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어느때라도 경외하며 감탄하며 걷는 길,〈설악산의 사계와 야생화〉에 이어

효빈 길을 나서다의 두번째 책,《아름다운 산행과 여행》이 출간되었습니다.

싱그러운 이른 봄의 야생화 산지부터 전국 봄꽃축제 산지와 남녘의 섬여행지, 지리산, 북한산,

한라산, 두륜산,영남알프스 등의 명산들과 꽃무릇과 남근석 이야기 등 볼거리도 풍성해졌답니다.

 

사진과 글을 곁들여 함께 거닌듯 생생하게, 재미나게 보실수 있을거랍니다.

떠나지 못하는 님들께, 산행과 여행, 자연에 관심 있는 분들께 선물해 보세요.

《효빈 길을 나서다》 또는 설악산의 사계와 야생화 《아름다운 산행과 여행》을 검색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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