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1일 토요일.
대간을 같이했던 동지께서 설악 비경을 함께 하자해
무작정 따라 나서게 된 갱기골..
사실은 갱기골,갱기폭포에 대한 정보도 많지 않았을 뿐더러
이상하게도 가기 전부터 뭔지모를 두려움이 있었다.
산에 다니며 처음 느껴보는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것이었다.
사진을 찍겠다는 의지도 없었던 날, 사진이 몇장 안되니 정리하기가 쉬워 좋다.
아침 5시 25분쯤. 날이 밝기 전
강원도 인제군 북면 한계리의 한계2교에서 시작한 산행은
갱기골로 올라 한시간이 안되어 갱기폭포 하단에 도착한다
보통 무박산행이라면 3시쯤, 아님 그 전에 설악에 들기 마련인데
설악휴게소에서 무려 2시간 30분 동안이나 쉬고 출발해야 했다.
그 시간이 더 힘들게 느껴지기도 했다.
산악회측에선 아마도 위험한 구간이라
폭포에서부터는 날이 밝은 뒤의 진행이 낫다고 판단하셨으리라~
잘한 일이었다. 날이 밝은뒤에도 곳곳에 위험이 도사렸다.
갱기폭포 하단부.
폭포를 끼고 상단으로 오르는 길. 무엇보다 낙석이 문제였다.
그동안 낙석이라 하면 저절로 굴러 떨어지는 돌만 생각했다.
이곳의 낙석은 사람들이 밟는 돌 하나하나가 굴러 아래로 떨어졌다.
정말 위험한 순간들이 지나갔다.
갱기폭포의 상단폭포.
최근에 비가 좀 내렸음에도 물줄기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언뜻 설악산 독주골의 상단폭포와도 비슷해 보였지만
독주골 상단의 폭포는 수량이 풍부해선지 더 웅장하게 보였었다.
갱기폭포의 상단은 깊고 길면서도
기분 탓이었는지 음습한 기운이 느껴졌다. 안개가 순식간에 뒤덮혔다 걷힌다.
저 상단폭포 중앙으로 올라간다.
우회하는 길이 있었다.
갱기폭포 맨 위에 올라서..
운해가 더해진 갱기폭포 상단은 신선이 내려앉을듯
분위기 몽롱하고 묘함이 감싸고 있었다.
그 운해를 마주하고 쉬시는 님들마저 한폭의 그림속 주인공들이 되었다.
이 운해라도 없었더라면 크게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크게 의욕이 없던 날이었다.
다른 날과 달리 사진 욕심도 없어 사진도 찍지 않았다.
특히나 일반 안내산악회와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산행을 해야하는지라
따로이 지체할수가 없었다. 야생화를 보고도 찍지 못하는 아쉬움이
사진에 대한 의욕도 생기지 않게 했나보다.
위험한 구간이라 어쩔수 없기도 했다.
상단폭포를 지나 다시 진행을 한다.
날씨는 흐리다.
기상청에선 설악산에 비소식이 없었지만 비가 내릴듯 계속 천둥소리가 울려댄다.
갱기폭포 상단에서 너럭바위인가 너른바위인가 여튼
경사가 심한 바위를 오를때 천둥소리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바위 거의 다 올라가 끝부분에 멈춰섰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고민하시던 대장님, 결국 더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처녀바위쪽으로의 진행이 위험하다 판단하셨으리라~
잠시 서 있으면서도 돌 날라간다는 회원님들 소리가 곳곳에서 계속 이어졌다.
돌을 살짝 밟기만 해도 빠른 속도로 무섭게 아래로 굴러떨어져 내려갔다.
처음부터 영 불안감이 엄습했던 산행.
올라올때도 좋지 않던 길,
비까지 내려 올라왔던 갱기폭포쪽으론 위험해 내려가지 못하고
결국 우회하여 능선을 타고 하산하기로 했다.
처녀바위쪽으로 해서 안산 거쳐 탕수동으로의 산행은 물거품이 되었다.
그럼에도 하산길도 만만치 않았다.
곳곳에서 돌.낙석 내려간단 소리가 울려야 했다.
농담으로들 갱기나는 갱기골이라는 말에 수긍이 가는 날이다.
하산하는 순간까지 조금의 방심도 할수가 없었다.
돌이란 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
돌에 맞아 다치신 분도 있었지만 정말 다행스럽게 심하진 않았다.
하산하면서 쉬어가는 타임엔 가리봉과 주억봉 삼형제봉이 운무에 휩쌓인 모습도
볼수 있었지만 담지 않았다. 모든게 귀찮았다.
미끄럽고 위험한 바위 오르내리는건 혼자선 차마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동행하신 님들,
그리고 처음뵙는 분들의 도움의 손길이 있어 마칠수 있던 날이었다.
원래 계획의 4분의 1 아님 5분의 1이나 진행했을까~
총 5.5km 정도의 짧은 산행이었지만 7시간이나 걸렸다.
그럴수밖에 없는 산행이었다.
화창한 날이 아니라면 갱기폭포로 해서 안산으로 가는 코스는 비추한다.
맑은 날이라도 위험이 따른다는걸 유념해야 할듯하다.
정말 가고 싶다면 차라리 갱기폭포까지만 당일로 다녀옴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어쨌든 가지 말라는 비탐방은 가지 않는게 상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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