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5년

어버이 날을 즈음하여..

어버이날을 앞두고 시골집에 간다.

 

 

 

식구가 많아 다 모이면 집안이 북적하고 발 디딜틈이 없다.

그래서 어버이날을 앞두고 며칠 상간으로 분산하여 다녀들 간다.

우르르 왔다가 정신 없이들 가는 것보다

혼자 계시는 엄마에게도 훨 나으리라~

 

 

 

 

나 또한 엄마와 많은 시간을 가질수 있어 조용한 날 오는게 좋다.

 

 

 

 

 

시골에 내려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

엄마가 집 주변으로 심어둔 채소들과 꽃을 둘러보는 것이다.

 

 

 

 

 

이쁘다.

엄마가 겹벚꽃이라 했는데도 나는 믿지 못하고

혹시나 하고 의심을 해본다.

ㅎ..겹벚꽃이 맞다.

 

 

 

 

어렸을때 고향에선 진짜 이름과는 전혀 다른 이름으로 불린것들이 많아

모든 단어나 이름들이 혹 이 동네서만 불린게 아닌가 의심을 하곤 한다.

미안해요~엄니~

 

 

 

 

 

앵초도 넘 이쁘다.

 

 

 

 

 

앵초.

 

 

 

 

 

이 둥굴레 뿌리를 말려 엄마는 

차를 끓여 먹을수 있게 나눠주시곤 한다.

각종 몸에 좋다는  열매나 뿌리를 말려 주시기 때문에 보리차를 사서 끓여 먹은적은 없다.

그럼에도 그것마저 귀찮아 생수를 사먹는게 다반사.

 

 

 

 

작약과의 모란도 이제야 몽우리가 잡혀있다.

옛날 왕실 여인들이 꽃..모란..

 

 

 

 

 

모란과 작약을 구분할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중 하나,

삼지창처럼 잎이 갈라져 있음 모란이다.

우리 시골에선 이 모든꽃을 함박꽃이라 하였다.

그러니 내가 야생화 이름을 알아가면서 헤깔렸던건 어쩔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금낭화도 주렁주렁.

 

 

 

 

 

 

하늘매발톱꽃도 활짝 피어났다.

 

 

 

 

 

나는 엄마도 꽃을 이쁘다 생각한다는게 너무도 신기했었다.

나이 들면 꽃에도 무감각하리라 생각했던 내가 이상한 사람이었다.

 

 

 

 

 

 

 

 

 

 

 

오래전엔 그냥 비어있던  헛간

식구가 많아지니 가건물로 큰 원룸식 방을 하나 더 만들었다.

10명 이상은 너끈히 잘수 있는 방.

노래방 시설을 해놓고 식구들이 모이면 노래 한판까지~

난 질색~^^

조카들은 모두 성인이 되었고 우리집 유일한 아이.

사랑을 독차지 할수밖에 없다.

 

 

 

 

시골에 오면 무조건 고기 굽는 날이다.

큰 화덕까지 갖다놓고 삼겹살 파티를 한다.

오늘은  단촐하게 일회용 가스로~

처음엔 부드러운 소고기로 시작해~

넘 태우지 마셤~~

 

 

 

 

나중엔 삼겹살과 항정살로~

휴~~ 배가 넘 불러 숨을 쉬기도 힘들다.

 

 

 

 

 

부른 배도 식힐겸  뒤뜰로 가본다.

고수꽃이 활짝 피었다.

독특한 향 때문에 못 먹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번 먹어 보면

다시 찾을수 밖에 없는 매력 덩어리.

 

 

 

 

 

고수.

 

 

 

 

 

 

카메라만 들이대면 V를 그리는 조카.

미안테이~

주인공이 금낭화인데 어쩐다니~~

금낭화를 찍고나서 조카에게도 수없이 찍어준다.

 

 

 

 

대파꽃이 피기 전..

생명은 참으로 신비하다..

모든 채소도 곡식도 꽃을 피운다.

시골에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한번도 생각해 본적 없었다.

먹는것과 못먹는것, 그리고

꽃이거나 풀이였을뿐..

 

 

 

 

대파꽃이 한다발의 부케같다.

 

 

 

 

 

점심을 먹었으니 동네 한바퀴들 돌고 오라구~

 

 

 

 

 

벼룩나물도 이쁘다.

 

 

 

 

 

연하디 연한 상추.

비빕밥으로 먹기 딱 좋다.

 

 

 

 

 

엄마는 뒤뜰에서 뜯은 연한 상추와 부추,취나물 참나물등을 다듬느라 바쁘다.

자식들 오면 나눠줄수 있는것이 유일한 낙이실게다.

 

 

 

 

 

 

 

 

 

 

 

우리 시골집 꽃마리는 더 이뻐 보인다~애정인지 편견인지~ㅎ

 

 

 

 

 

콩과의 박태기나무다.

너무 늦게 내려와 꽃이 다 져버렸다.

처음 꽃이름이 궁금했던게 바로 이 박태기나무를 보면서였다.

7~8년전쯤, 

엄마가 어디서 얻어와 심었다는데 그 이름은 모른다 하셨고 

그때부터 나의 궁금중은 시작되었을 것이다.

 

 

 

 

 

 

 

 

 

 

 

시골에 오면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는 나를 위해

엄마, 고사리밭에나 가보자 하신다.

어제도 다녀왔을텐데 막상 내가 가서 없으면 실망할까봐

일부러 남기고 왔을걸 난 잘 알고 있다.

 

 

 

 

 

설마 엄마가 알랴~

엄마,이게 뭐래~했더니 지칭개란다.

~우리 엄니 무지 똑똑해요..모르는것도 없고~ㅎ

그랬더니 엄마 왈~

쟈는 저매를 영 바보 멍충이로 아는갑다~하신다~~ㅎㅎ

 

 

 

 

 

국화과의 두해살이풀 지칭개.

 

 

 

 

 

 

제법 경사가 심한 곳에 있는 고사리밭.

일부러 심궈둔 고사리밭은 아니고 그냥 놀고있는 밭일 뿐이다.

우리는 따로이 농사를 짓는건 없다.

그저 집주변에 10평을 100평처럼 쓰는 엄마가 갖가지 채소들을 심을뿐.

시골 살면서 그것마저 없으면 답답할 엄마를 위해

더이상 아무것도 하시지 말라 만류는 하지 않는다.

뒤돌아보니 집에서 제법 왔다.

 

 

 

 

 

나는 이른 봄에, 특히 엄마가 무쳐 주는 머위나물을 좋아한다.

데쳐서, 고소한 들기름에 된장으로 버무린 머위나물.

그 머위가 쇠도록 내가 내려가지 않으면

내려오지 않을거냐 묻지는 못하시고 애를 태우신다.

이번에도 결국은 엄마, 기다리다 택배를 부치셨다.

 

 

 

 

병원에 계신 아버지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는 엄마.

자식이 많아도 엄마만큼 편한 사람이 없으리라~

수시로 전화를 해 귀찮아 죽겠다 하신다.

어느 자식이 엄마만큼 아버지를 이해할 것이며 아버지의 모든걸 받아주랴~

 

아버지는 젊었을때부터 너무도 고지식했다.아니,좀 피곤한 스타일이었다.

당신 생각에 아니다 싶은 꼴은 보지도 못했고

지나치게 박학다식함이 식구들을 피곤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팔순이 훌쩍 넘으시고 이젠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계심에도 마음은 늙지 않았다.

그런데 가끔은 그게 문제이기도 하다.

그 카랑한 성격은 그대로에 아직도 모든걸 당신 뜻대로 하셔야 한다.

그 성격 비위 맞추려면  근처에 사는 형제들 사실은 고생이 많다.

 

한가지 달라진건 눈물이 많아지셨고

사소한 일에도 자식들에게 서운해 하신다는 점.

아마도 병원에 누워 계시니 서러운 생각이 많이 드시리라~

그러니 미웠던 아버지, 이제는 미움 대신

뒤돌아서면 안쓰럽고 눈물이 난다.

그래도 이제 식사도 잘 하시고 지난번보다 많이 좋아지셔 한결 마음이 가볍다.

 

 

 

 

풀더미 속에서 꽃이라 하기도 무색하게 아주 작은 보라색 꽃이 보인다.

 

 

 

 

 

 

이게 바로 선개불알풀이었다.

큰개불알풀보다 많이 작은 개불알풀,

개불알풀보다도 훨 작은 선개불알풀.

내 눈에도 잘 보이지가 않으니 엄마에게 이 꽃이 보일리 없다.

 

 

 

 

꽃마리는 작아도  꽃이 많아 잘 보이는 반면

선개불알풀은 정말 관심없으면 보이지도 않겠다.

 

 

 

 

 

점나도나물도 만난다.

고사리 끊으러 왔다가

그저 잡초로만 여기는 들풀들을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다. 

내가 기뻐하니 당연 엄마도 좋아라 하신다.

 

 

 

 

석죽과의 두해살이풀 점나도나물.

비슷비슷한 들꽃들이 많다.

벼룩나물인듯,벼룩이자리인듯 별꽃인듯..

 

 

 

 

 

잡초밖에 없는것 같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자란다.

우리 어렸을때 신근지라 했던 수영(시금초).

 

 

 

 

 

잎을 먹으면 시큼한것이 제법이나 입맛을 돋운다.

 

 

 

 

 

다시 집으로 내려가면서..

고사리는 한줌이나 끊었을까~

그냥 엄마랑 이런 산책을 하는게 즐거울 뿐이다.

 

 

 

 

주름잎(선주름잎인지,누운주름잎인지는 자신없어 구분하지 않는다)

 

 

 

 

 

미나리아재빗과의 두해살이풀 개구리자리다.

논이나 개울,또랑가에서 잘 자라는 개구리자리.

 

 

 

 

 

집으로 가다 동네 아주머니들을 만난다.

할머니가 되었지만 다 친구 엄마들인지라 할머니란 표현보다 아직도

누구 엄마~ 아줌마가 더 익숙하다.

 

 

 

                                    

수다는 길어진다.

시골에 사는 낙이다.

동네에 나가면 아는 이웃들을 만나고 시시콜콜 얘기할수 있다는 것.

동네의 대부분은 할머니들뿐.

할아버지들은 대부분 일찍 돌아가셨거나 병원에 계시거나.

 

 

 

 

친구 엄마,

이쁜꽃들 놔두고 왠 풀만 찍냐 하신다..ㅎ

꽃마리~~ 그렇다고 상처 받진 말거래이~

 

 

 

 

 

친구 엄마가 심어둔 개양귀비(꽃양귀비)..

 

 

 

 

 

 

그 색이 참 곱다.

 

 

 

 

 

 

 

 

 

 

 

 

 

다음날 새벽..

추운 지역이다.

아직도 아침이면 서리가 내리고

보일러를 틀지 않으면 한기가 느껴지는 곳..

 

 

 

 

아버지가 집에 계실때는 따뜻하게 하고 계시더니

막상 엄마 혼자 계시면서는

기름보일러 아끼려고  잠깐잠깐씩만 틀고 계시는게 분명하다.

그러니 아버지 매일 전화해 보일러 아끼지 마라~ 문 잘 잠그라 하신단다.

늘 싸우면서도 그럴때보면 부부밖에 없는것도 같고..

 

 

 

 

건너편 집들이 훤히 보였었는데 숲이 되버렸다.

원래 논이었던 곳에  논농사 지을 사람들이 없어지자

논을 놀리면서 이름모를 씨앗들이 날아와 자리잡고

어느새 밀림처럼 변해가고 있다.

 

 

 

 

좀 쌀쌀하지만

시골의 상쾌한 아침공기를 포기할수는 없다..

 

 

 

 

 

 

아침이 되니 철쭉도 더 선명해진것 같고.

엄마는 내가 내려와 이꽃 저꽃 둘러봐주는걸 좋아한다.

가끔 그 꽃이 지도록 내려오지 않을때

말로는 바쁘면 오지 마라 하면서도

이쁜 꽃들이 다 져간다. 그 한마디로 아쉬움을 토로하신다.

 

 

 

 

터가 부족해 원하는 걸  다 심지 못하는 엄마..

그러니 철철이 그 꽃들이 쉼없이 바뀐다.

 

 

 

 

 

한줌 심었다는 꽃잔디(지면패랭이)는 번식이 좋아 금새 퍼져나간다.

별 관심없이 지나치기만 했던 꽃잔디도

엄마가 손수 심은것이니 애정이 생기고..

 

 

 

 

 

시골에 가면 꼭 들르는 곳..

어느 마을에나 상징처럼 꼭 있는 400년이 넘은 느티나무 아래다.

그 정자나무 아래로 가는길,

동네 어르신들 근로작업중이다. 어르신들에게 마을 청소며 일거리를 주시고

급여가 나오니 연세들면 시골에 살만도 하단다.

이것 또한 제약이 있긴 해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가로수인 이팝나무도 한창 꽃을 피웠고.

 

 

 

 

 

우리 어렸을적에도 수령이 400년이라 했으니

이제 500년을 쳐줘도 되지 않을까..ㅎ

 

 

 

 

 

이곳은 많이도 변했다.

아무것도 없던 이곳에

체험마을인가해서 마을에서 운영하는 건물이 생겼고

눈엣가시처럼 전신주가 떡 생겼다.

그 아쉬움을 더이상 아쉬움만으로 토로하지 않을 생각이다.

 

 

 

 

세상에 발맞추어 변해가는게 당연한 일일텐데

어쨌든 그 불편한 심기를 더이상 꺼내지 않으려 한다.

 

 

 

 

여름이면 동창회며 모임등으로 예약이 꽉 찬다고 한다.

바로 아래로는 제법 넓은 내가 흐르고 있어

다슬기나 물고기를 잡을수도 있어 우리 가족도 여름,

엄마 생신겸 모이면 냇가에서 하루를 보내곤 한다.

 

 

 

 

친구 엄마,

나더러 얼굴 좋아졌다 하신다.

살이 쪘다는 얘기다..ㅎㅎ

아~좋아질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그래도 시골 어르신들에게는 나 정도는 쩌줘야 복스럽다 하신다~ㅋ

 

 

 

 

 

 

 

 

 

 

 

 

한동안 나는 이 정자나무 사진을

바탕화면으로 깔아두고 흐믓한 미소를 보낼것이다.

 

허리가 많이 굽어진 엄마가 어느 날 시내에 나갔을때

허리를 있는대로 펴고 걸었다.

옆에 있는 자식이 챙피해할까 그러셨단다.

굽은 엄마의 허리가 챙피하다면 그건 자식도 아니랍니다.

꼬부랑 할머니가 되든

더 나이들어 누워만 계시는 날이 오더라도 괜찮답니다.

오래오래 살아만 주세요~ 그래주실 거지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