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어느때라도 경외하며 감탄하며 걷는 길,〈설악산의 사계와 야생화〉에 이어
효빈 길을 나서다의 두번째 책,《아름다운 산행과 여행》이 출간되었습니다.
싱그러운 이른 봄의 야생화 산지부터 전국 봄꽃축제 산지와 남녘의 섬여행지, 지리산, 북한산,
한라산, 두륜산,영남알프스 등의 명산들과 꽃무릇과 남근석 이야기 등 볼거리도 풍성해졌답니다.
사진과 글을 곁들여 함께 거닌듯 생생하게, 재미나게 보실수 있을거랍니다.
떠나지 못하는 님들께, 산행과 여행, 자연에 관심 있는 분들께 선물해 보세요.
《효빈 길을 나서다》 또는 《설악산의 사계와 야생화》 《아름다운 산행과 여행》을 검색해 보세요.
인터넷 구매가 10% 저렴하답니다. (2020년 10월 덧붙임.효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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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엔 열십자종주 거제지맥이 있다.
그중 계룡산과 선자산,고자산치가 있는 동서종주를 하려 한다.
산행코스 : 능포방파재~ 옥녀봉~선자산~고자산치~계룡산~팔골재(옥산고개)~백암산~폐왕성~구거제대교.
산행거리 : 스마트폰 GPS거리로 약 40km.. (원래 산악회측의 설명엔 37km라 하셨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조금 늘어났고, 산행시간은 13시간 10여분쯤 소요되었다..
능포항 입구에는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듯한 돌고래 두마리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새벽 3시 45분쯤 능포항에서 방파재 따라 걷는다.
능포봉수대 안내표가 세워진 이곳이 동서종주의 들머리가 된다.
안내판 우측 산길로 들어선다.
어둠을 뚫고 나오니
옥포만 대우조선소 불빛이 보이는 도로에 내려선다.
4시 35분쯤 장승이 서 있는 두모고개.
지하보도가 있다는데 선두가 무단횡단하니 우루루~
이리저리 조금씩의 알바끝에 혜성중고등학교 운동장도 지나고..
옥녀봉 봉수대 안내판.
컨디션이 안좋아 봉수대 사진도 한장 남기지 않고 진행한다.
오늘은 초반 걸을때부터 몸이 무겁다는게 느껴진다.
옥녀봉으로 가면서 몸은 천근만근, 오늘 천천히 계룡산까지만이라도 갈수 있다면 다행이겠다.
봉수대를 200m 지난 지점의 이정표. 옥녀봉 정상까지 2.2km.
옥녀봉으로 가는 길,모든 사람들이 나를 추월한다.
한두번 뵌적 있던 어르신들, 추월해가며 왜이리 속도를 못내냐 하신다.
그러게요~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이래도 되나 싶을만큼 몸이 움직여 주질 않는다.
정말 어렵게 어렵게 옥녀봉(554.7m)에 도착하지만 제대로 주변을 느낄 여지도 없이 다시 진행한다.
쉼터가 있는 옥녀봉 사거리다.
거제지맥 동서와 남북지맥 교차점이기도 하다.
배합재로 가는 길엔 알바할수 있는 두곳이 있는데 그중 한곳이다.
나는 이미 제 정신이 아닌지라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도 정확히 알수 없었다.
6시 50분이 다 되어 복골농원 이정표가 있는 배합재에 내려선다.
배합재로 내려오기 전 날은 밝았지만
숲에 우거져 일출은 보질 못했다.이곳에서 시작했던 B팀은 멋진 일출을 봤다했다.
배합재 도로 건너 산길로 들어선다.
배합재에서 15분쯤 지났을까 좌측에 청수목장을 끼고 걷는다.
오랜만에 만나는 님. 생각지도 못했는데 무지 반갑다.
대간을 함께 진행한 몇몇분들에겐 더 애정이 있나 보다.
선자산과 고자산치로 가는 전망대 삼거리를 지난다.
남북종주의 한 부분인 가운데 뾰족한 국사봉이다.
그리고 청수농장에서 올라온 길.
컨디션으로 봐서는 선자산은 패스하고 싶지만
차라리 종주보다는 선자산 갔다가 계룡산까지만이라도 갈 생각이다.
507m 선자산(扇子山)은 산의 형태가 부채(扇子)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졌단다.
계룡산과 함께 산세가 용의 형상으로 예전에 아홉 마리의 용이 살았다고 한다.
거제도 일대의 많은 저수지와 구천저수지의 형세로 보아
정말 용이 살았을수도 있다는~
구천댐 상류방향.
작년 2박 3일의 거제여행때
여러 코스를 검색해보고 떠난지라 지명들이 낯설지는 않다.
선자산 정상에서 계룡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허리를 휘감는듯 돌아친다.
이게 뭐하는 시츄에이션~
정상 인증샷을 찍고 나오는 중 회원님께서 한장을 더 눌러 주신듯~
계룡산까지라도 무사히 갈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살이 찌니 산행이 힘들어진 이유도 있지만
최근들어 나는 예전과는 비할수 없이 산행속도가 느려졌다.
선자산은 육산으로,
암릉이 이어지는 통신대~계룡산과는 차이를 보인다.
야생화가 귀한 날.현호색 하나를 어렵게 만난다.
선자산에서 우측으로 계룡산 지나 휘감아 꺽어져 백암산으로.
그리고 우측 백암산 지나 대방산과 산방산.
동서종주의 일원으로 대방산과 산방산을 넣는 분들도 계신다.
가운데 M자 모양의 산이 삼방산.
삼거리 전망대로 다시 내려온다.
선자산을 거치지 않은 님들은 여유가 있었다.
거제만의 들녘과 거제면 일대.
고자산치로 가면서 본 계룡산과 오른쪽 조선소 뒤로 앵산도 보인다.
고자산치 임도로 내려가면서. 통신탑과 계룡산(569m)
왜 고자산일까..
이름도 참 머시기한 고자산치의 유래다.
옛날 의좋은 오누이가 초여름에 외가집을 가던 중 고개 중턱을 오를때
가랑비가 내려 비를 맞으면서 고개를 올라갔다.
오빠가 먼저 계룡산 고개 정상에 올라 누이동생을 기다렸고,
뒤이어 동생이 올라왔는데, 비에 젖은 여동생의 모습이 너무 예쁘게 보였고,
젓은 옷자락이 밀착되어 처녀의 갸름한 몸매와 가슴과 허리의 곡선미가 그대로 드러났다.
오빠는 동생의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자신도 모르게 욕정이 일었지만
금방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는 죄책감에 누이를 먼저 보내고
가지고 있던 작은 칼로 자신의 고환을 찔러 죽고 말았다.
누이동생은 내려가다 오빠가 보이지 않자 다시 고개에 올라가 보니 오빠는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 있었다.
누이동생은 오빠를 바위 틈에 흙을 덮어 매장하고 외갓집으로 가면서 한없이 울었다는 전설이다.
이후 이 고개를 고자산치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고자(皐刺)란 칼로써 고환을 찔렀다는 말이다.
이 전설이 전해 오면서 비가 내리는 날 신랑신부는 이 고개를 넘지 않았다고 한다.
걸음이 아주 빠르신 님.
사진을 거의 찍지 않고 단순히 걸음만 빠른 분들이야 종종 계시지만
걸음도 빠를 뿐더러 사진량도 많으신 내가 만난 몇 안되는 준족이시다.
(다음블로그가 일괄 변경되면서 글자 크기나 서체 줄간격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엉망이 되었다.수정도 여의치가 않으니 그대로 놔두기로 했다.)
억새와 뒤로 보이는 거제만.고자산치 일대는 억새가 가득하다.
파란하늘과 더불어 가을길을 걷고 있는것만 같다.
거제만 따라서 더 가다보면 한산도도 통영도 나오겠다.
잘 익은 토마토처럼 탐스러워 보이는 청미래덩굴 열매다.
지나온 선자산과 고자산치.
마산 무학산의 서마지기를 보는것도 같다.
통신탑으로 가는 길.
고자산치에서 올라오면 고자산 정상이 있는줄 알았다.
그냥 통신탑,통신대봉으로 불리운다.
거제시가지와 고현항.
조선소 뒤쪽의 나즈막한 산이 앵산일테고
우측 끝으로 멀리 뾰족한 산이 대금산일테다.
남북지맥 능선도 이어진다.
우측이 오늘 지나온 옥녀봉, 좌측으로 뾰족한 산이 국사봉.
옥녀봉 뒤로는 수평선 너머로 대마도가 보일텐데 가시거리가 좋지 않다.
6.25때 포로수용소 잔해지 건물과 통신탑으로 이어지는 임도.
선자산에서 잠시 쉰 사이, 모두들 달리기라도 하듯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그렇다.
늘 언제라도 산행의 종주가 목적은 아니다. 굳이 운동을 위한 산행도 아니다.
즐기지 못할 산행은 애초부터 하고 싶지는 않다.
오늘같이 긴 산행은 여유를 부릴수는 없다.
하지만 멀리 온 길, 부랴부랴 진행하면서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는 않다.
나는 되는대로 할것이다.
중도탈출을 하든, 버스가 떠나더라도 여유 가지고 종주를 하든
거제에서 자고 내일 마무리를 지어도 상관없다.
그러면 동행하신 님이 혼자 남은 나를 두고 편한 마음으로 진행할수 있을지
그게 신경 쓰이고 미안할것 같아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갈수 있는데까진 가봐야겠다.
6.25때 포로 관리를 위한 통신대 건물앞을 지난다.
통신탑 정상으로 가는 임도.
통신탑으로 가면서 뒤돌아 본 길.
고자산치로 이어지는 임도길과 지나온 선자산.
거제면 들판 뒤로 산방산이 보인다.
통신탑 정상이다.계룡산까지는 1.1km.
다른 지역에선 많이 보지 못했는데 거제의 산에는 곳곳마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물론 초소에는 어김없이 어르신들이 계셨다.
작년 망산에서 학동고개로 내려섰을때도 그 지역주민이라 하시는
할머니께서 일대를 순찰하고 계셨다.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해주는 한편, 산불관리를 하고 있다는 점이 좋아 보였다.
통신탑을 뒤로 하고 계룡산으로 간다.
계룡산 정상과 그 아래 절터도 보인다.
계룡사와 거제시청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다.
작년에 계룡산에 와선 이곳으로 하산을 했었다.
오후 3시에 산행을 시작했던지라 고자산치나 선자산으로는 가지 못했다.
선자산과 노자산이 시원하게 전망되고
지나온 통신탑과 고자산치와 거제만이 모두 보이는
전망좋은 곳에 절터가 있다.
산위에서 부는 바람도 막아주고 평평해서 비박장소로도 딱일것 같은 곳.
의상대사가 수도했던 곳이라 의상대라 불리기도 한단다.
거제 주민이신것 같다.
절터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답다며 쉬어가라 하신다.
계룡산 정상부.
내가 서 있는 왼쪽 뒤가 의상대사가 장기를 두었다는 장기 바위인듯 하다.
조그맣게 네모난 흰색 모양이 장기판인가~
바위 사이로 다시한번 거제면 일대에 포커스도 맞춰보고..
가운데 산방산 왼쪽 뒤로 희미하지만 통영 미륵산도 들어온다.
파란 하늘과, 정상에 선 님도 그림처럼 멋지다.
지나온 통신탑.
강한 역광이 카메라에 그대로 담긴다.
계룡산(566m) 정상에 선다.
산 정상의 모습이 닭벼슬과 같이 생겼고, 산허리는 용의 등줄기 같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 한다.
규모면에선 공주 계룡산보다 작지만 암릉구간의 묘미와 가슴이 탁 트이는 바다 조망은 일품이다.
거제 저수지와 산방산과
오른쪽으로 가야할 백암산이 뚜렷이 보인다.
561봉.
보자마자 나팔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만 그런 것인가~
산허리를 파헤쳐 보기 싫은 골프장.
저 골프장을 좌측에 끼고 내려설 것이다.
계룡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은 곧 진달래가 만발할테구
이 길을 걷는 님들도 웃음이 만발할테다.
거제 공설운동장과 우측으로는 거제시청. 길 건너론 고현동사무소가 있을테다.
작년 이 길을 따라 터미널로 걸었던 기억이 난다.
정중앙 뒤가 대금산.
가운데 멀리 보이는 산이 진달래 산행지로 이름난 대금산이다.
대금산은 진달래와 남해의 짙푸른 바다가 어울려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곳이다.
진달래가 필 무렵 대금산은 화려함과 인파가 동시에 넘쳐난다.
작년 이곳을 찾았을때 퇴근시간쯤,
터미널 일대엔 온통 제복을 입은 사람들로 넘쳐났었다.
다음날 망산 가라산을 다녀오며 터미널까지 태워 주셨던 설계사분들이 말씀해 주셔서 알게 되었다.
삼성중공업 조선소 사람들의 제복이라고..
금계배란형,닭이 알을 낳는 계룡산의 형상.
알이 나오는 그 지점이 바로 삼성중공업이 위치한 자리란다.
알을 낳듯 배 한척한척 바다에 뛰워 보내니 거제에,그리고 나라 경제에
큰 이바지 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아기자기 암릉이 이어지는 길. 거제 계룡산의 묘미이기도 하다.
생각 같아선 좀 편하게 쉬어 가고싶다. 40km의 긴 거리,
오늘 산행이야 어쩔수 없기도 하지만 이런 풍경을 두고도 계속 시간을 봐야하고
정신없이 가야하니 아쉬운 마음이 생긴다.
한동안은 이런 빡빡한 목적산행은 하지 못할것 같다.
전망대에 갔다가 다시 동물농장 방향으로 가는 길,
편백림이 울창한 숲으로 내려선다.
오늘 산행중 가장 마음 편한 순간이기도 했을것이다.
평소엔 앉아 있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오늘만큼은 저 의자에 앉고싶고, 벌렁 드러눕고 싶고..
편백림 지나 골프장 사유지 옆길에 잎도, 열매도 붉은 나무.
남천이다.
남천은 중국 남부와 인도가 원산지로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 정원수로 많이 심는 관목인데
하기야 요즘은 서울에서도 잘자라 기후가 변한것인지
추운날씨에도 잘 견디는지 여튼~
거제뷰컨트리클럽이라던가. 한가한 토요일의 골프장 풍경.
날이 풀렸음에도 골프장은 조용하기만 하다.
골프장을 옆으로 끼고 팔골재(옥산고개)로 내려서는 길.
그런데 도로를 너무 많이 내려가는가 싶어 알바인가 여러번 확인을 해야했다.
편백숲을 내려와서 우측 산길로 리본이 많이 달려 있었다.
등로가 확실한것 같지 않아 오르지 않았는데
그 길 따라 팔골재로 내려선 사람도 있다 했다. 원래 그 길이 지맥길이 맞는듯..
긴가민가 고민하면서 내려선 팔골재.
우측 도로에서 내려와 길건너 좌측 산길로 들어서면 백암산으로 간다.
이곳 아래에 주차하고 있던 산악회 버스에서 식수를 보충하라 했지만
정말 터무니 없게도 안이하게 그냥 백암산으로 오른다.
팔골재에서 합류하신 님들과.
한 여름에도 많이 마시지 않던 물인데 몸이 안좋아선지 자꾸 목이 마르다.
지나온 계룡산과 거제뷰~무어라 했던 골프장.
백암산(495m)에 도착.
오후 1시가 다 된 시간. 그 사이 식수는 바닥나고 님들에게 보충해 마시고서야
다시 20여분 갈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본다.
도저히 다른 분들과 빠른 걸음으로 맞춰 걷는게 여의치 않아
님들 쉬시는 동안 먼저 천천히 내려선다. 그런데 뒤따라오던 사람들이 보이질 않는다.
영혼없이 걷고 있는 나도 알바를 안하는데
그 길이 그 길 같으니 얘기들을 하다 옆길로 빠졌으리라~
소리를 질러봐도, 동행한 님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다.
순간 갈등을 한다. 그쪽으로 가도 길은 나올테니 그분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테고
차라리 혼자 맘 편히 걸을까~ 그럼 내가 뒤쳐짐에 신경쓰지 않아도 될테구
괜히 민폐를 만들일도 없을테구..그럼 나도 마음 편할텐데..
짧은 생각을 접고 다시 왔던 길로 올라가 다른 길로 가시는 님들을 불러 세워 만난다.
앞사람도 안보고 갈만큼 뭐가 그리 재밌느냐 괜히 님에게 화풀이를 한다..ㅎㅎ
거의 뛰다시피 내려오니 철조망이 쳐진 개금치 입구다.1시 35분.
둔덕면의 개금치.
백암산 지나면 모든게 끝날거라 생각했지만 조그만 봉우리들을 넘고 또 넘어야 했다.
거의 기진맥진 걷다가 생강나무를 만난다.
이날 산행때 야생화가 없는것도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야생화 일일이 주저앉아 담을 여력도 없었을 뿐더러
눈에 보이는데도 그냥 지나쳐야 했다면 그 마음은 더 좋지 않았을터..
생강나무의 노란꽃은 산수유꽃과도 흡사하다.
모두 그런건 아니겠지만 산에서 나는건 생강나무,
들이나 농경지쪽엔 산수유라 생각해도 무방하겠다.
무덤을 지나 만나는 임도가 거치다.
이때 시간이 2시 50분쯤. 아직 11시간 걸었을 뿐이다.
물론 보통의 산행보다는 긴 시간이지만
지리산 화대종주를 할때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지난주 땅끝기맥 달마산 11시간과도 비교할수 없이 힘든 하루였다.
힘들었다면 지난주가 더 힘들었어야 했다. 야생화만도 200여장을 넘게 찍었고,
앉았다 일어났다하는 수고로움이 만만치 않았고 앞사람들을 따라 잡으려 뛰어 다녔어야 했으니까..
정신은 멍하고 어떻게 사진을 찍었는지도 모르겠다.
속이 매스껍다.
거치 지나 할미봉으로 가면서 처음 노루귀를 만난다.
나처럼 축 처져있는 노루귀..
빛까지 없으니 노루귀의 트레이드 마크인 솜털마저도 살아나질 않는다.
거치 지나면서부터는 정말 걷고 있는게 신기할 정도였다.
입은 바짝 마르고 현기증이 난다.
동행하신 님. 내 베낭을 대신 들어주고 힘을 북돋아 준다.
님도 힘들었을텐데 애쓰시는 모습이 느껴진다.
하산하면 님에게 큰 힘이 되었다, 진심으로 애쓰셨다 말해주고 싶었다.
할미봉쯤이었을것 같다. 할미봉도,학봉 이정표도 보질 못했다.
이제는 산방산이 선자~계룡산에서 봤을때와는 반대 방향에 있다.
가운데서 우측으로 기암이 뾰족뾰족 솟은산이 산방산이다.
좌측 백암산 뒤로 계룡산 능선이다.많이 오긴 했다.
산방산과 그 우측 뒤로 노자산과 가라산 방향.
다시 우두봉을 향해 간다.
가도가도 끝나지 않을것 같은 길.이제 님도 지쳐가고 있을 것이다.
님에게 조금 남은 물마저도 바닥 나 버리고..
우두봉에 올라서서 제일 먼저 보였던 것은 앞서신 님,
산불감시요원 어르신께 물을 얻어 나에게 건네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참 고맙게 느껴졌다. 그 한잔에 다시금 힘을 내어본다.
산불요원 어르신, 한잔에 5만원짜리라 하신 말씀이 지금은 그 이상으로 느껴진다.
산방산과 그 뒤론 오늘 지나온 선자산과 계룡산 마루금이 희미하게 보인다.
한 면이 한 골이라는 둔덕골 전경.
바다 건너 멀리로는 노자~가라~망산으로 이어지는 남북종주길도 들어온다.
우두봉 정상석인줄 알고 인증샷을 찍고 보니
선대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만세운동기념비다.
우두봉에 올라와서야 안도의 헛웃음이 난다.
하산할 구거제대교가 가까워졌으리라~
그동안 내가 산행중 힘들다 했던건 그저 내 몸에게 말하는 작은 푸념일 뿐이었다.
아래 임도길 따라 폐왕성이 보인다.
그 우측 아래가 시래산. 바다를 건너면 통영이라니 참 신기할 뿐이다.
마치 유럽 국가들을 차타고 바로 건널수 있는 것처럼.
우두봉 일대.
예전에는 이곳에 정상석이 있다 들었는데 보이질 않는다.
님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랍니다.
제가 고마워하는 마음, 아실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괜히 짜증내 미안하구요.
산불감시요원 어르신,
잡목에 가려 있는 시래산을 알려주신다.
우두봉에서 내려와 둔덕기성(폐왕성)으로 오른다.
둔덕기성 오르는 길에 양지꽃 하나.
둔덕기성(폐왕성)에 대한 안내.
내가 설명할 기력도 실력도 딸리니 그대로 올린다.
둔덕기성 정상부.
돌탑 정상 옆으로 보이는 나즈막한 야산이 시래산(264m)이다.
그 아래로는 바로 구거제대교. 잠깐이면 갈수 있는 저 시래산도 힘들것 같아
편하게 가고자 임도따라 가기로 한다.그러나 그건 큰 오산이었다.
우두봉과 우측 뒤로 산방산도 보인다.
아까 백암산에서 개금치로 오던중에 멀어지셨던 님들은 오고 있는 것인지,
아님 개금치에서 중도탈출하신건지.
나중에 보니, 역시나 택시를 타고 종점으로 가셨다한다.
다른 몇분도 그런분들이 있다했다.이제 우리도 시간이 촉박하다.
만나는 분들에게 어느쪽으로 가야 구거제대교를 빨리 가는지 여쭈니
모두 거림이라 했지만 반대편 임도 오랑마을로 내려서기로 한다.
물어보나 마나, 이미 마음속엔 폐왕성 위에서 보이던 눈속임에
무조건 오랑마을이었다. 보이는대로만 본다더니 딱 그짝이었다.
임도는 돌고돌아 끝이 없다. 그렇게 가까워 보이던 길이
3km나 내려오고 나서야 황토찜질방이 있는 마을을 만난다.
그곳에서 다행히도 고성에서 오셨다는 님들의 차를 얻어 탈수 있었다.
황당한건 그 마을에서도 오량저수지를 지나 한참이나 더
비포장길을 내려가야 했다는 것이다.
시래산으로 가는게 나았을텐데 조금 편하게 하산하고픈 마음이 시간을 더 늘리고 말았다.
산은 우리에게 치유와 쉼터가 되어 주지만 또한 산은 시련을 주기도 한다.
산 넘어 산~~ 오늘에서야 느낀다.
산에서는 늘 겸손하라. 그 말을 잊고 있었던건 아니었는지..
아직도 나는 미싯거림과 어지럼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산행을 조금도 후회하진 않는다.
좋은 경험이었고, 앞으로의 내 산행에 지침이 될것이고
아마도 두고두고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우연히 만나 동행하게 된 산우님, 듬직한 길잡이가 되어주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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