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어느때라도 경외하며 감탄하며 걷는 길,〈설악산의 사계와 야생화〉에 이어
효빈 길을 나서다의 두번째 책,《아름다운 산행과 여행》이 출간되었습니다.
싱그러운 이른 봄의 야생화 산지부터 전국 봄꽃축제 산지와 남녘의 섬여행지, 지리산, 북한산,
한라산, 두륜산,영남알프스 등의 명산들과 꽃무릇과 남근석 이야기 등 볼거리도 풍성해졌답니다.
사진과 글을 곁들여 함께 거닌듯 생생하게, 재미나게 보실수 있을거랍니다.
떠나지 못하는 님들께, 산행과 여행, 자연에 관심 있는 분들께 선물해 보세요.
《효빈 길을 나서다》 또는 《설악산의 사계와 야생화》 《아름다운 산행과 여행》을 검색해 보세요.
인터넷 구매가 10% 저렴하답니다. (2020년 10월 덧붙임. 효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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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23일 금요일.
대중교통으로, 그것도 당일로 소백산을 다녀오려면
천동이나 어의곡 아님 풍기에서 정상만 올랐다 내려오는게 전부다.
죽령에서 능선을 길게 타고 오르자면 그게 힘들어진다.
물론 단양 천동쪽에서 올라 죽령까지도 갈수 있지만, 그러자면 정신없이 걸어야 하니
제대로 즐기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당일코스로는 마땅치가 않다.
전날 동서울터미널에서 오후 6시 막차를 타고 단양에 간다.
산에 다니면서 가장 많이 가본 도시가 단양이었을 것이다.
소백산 뿐 아니라 단양엔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산들이 많이 있다.
산행코스 : 죽령~ 제2연화봉~ 연화봉~ 제1연화봉~비로봉~천동
단양터미널 주변 이화파크텔 24시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보낸뒤
단양 터미널 앞에서 6시 45분 첫차를 타고 죽령에 간다.
죽령에 7시 15분쯤 도착한 버스.
단양에서 죽령 가는 버스 시간은
06시 45분, 07시 45분, 12시 25분, 17시 05분 하루 네대 뿐이다.
비로봉까지 갈 생각이라면 늦어도 7시 45분차를 타야 안심이다.
7시 20분쯤 산행시작한다. 연화봉까지 7km.비로봉까지는 11.3km.
죽령탐방센타를 지나며.
제2연화봉과 연화봉 천문대 오가는 차량 때문에 제설차량이 지난지라
러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부터 소백산은 내가 접수한다~ 오바~~
춥지도 않고 바람도 없고 눈쌓인 길을 걷는 기분은 황홀함 자체다.
너무 기분이 좋아 혼자서 흥얼거려본다.
5m도 안되어 멈추고 또 멈춘다.
이러다 비로봉은 커녕 연화봉까지나 갈지 모르겠다.그러거나 상관은 없다.
지금 기분이 날아갈듯 좋은데 굳이 정상을 찍을 필요는 없다.
연화봉 아니라 제 2연화봉까지만 다녀와도 나는 괜찮다.
이른 아침,
이 길을 혼자 걷는 기분은 상상 이상의 흥분이 있었다.
마음을 좀 진정시키고 걸어야겠다.
올라가는 도중 해는 떠올랐나 보다.
가야할 제2연화봉도 보이기 시작한다.
나무에 가려 보이진 않지만 일출후의 하늘, 참 근사하다.
바람고개 전망대에 올라서서 일출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본다.
아침이 아니라 노을 풍경 같기도 하다.
좀 이르게 올라온다면 일출을 맞기 딱 좋은 전망대다. 흐린 듯 이런 하늘도 참 보기가 좋다.
산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다닌곳은
설악산도,지리산도, 북한산도 아닌 소백산이었다.
대중교통으로 당일에 올수 있는 단양 천동과 어의곡에서
그리고 영주 풍기쪽에서 오르고 또 올랐다.
그럼에도 소백산은 아껴두고 아껴두는 곳이 되었다.
좋아하는 노래를 감히 함부로 듣지 못함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다 소진될까 두렵고, 애틋함에 자주 접할수 없고.
다 표현할순 없어도 소백산은 나에게 그런 곳이었다.
ㅎ.. 정말 한가한 사람이다.
이건 산행이 아니라 거의 유람수준이다.
시시콜콜 만나는 것마다 멈춰서서 잔소리 하고 들여다보고.
잘못하면 정말 연화봉에서 희방사로 하산할수도 있다.
이러니 몇시간 산행이라 정해 놓을수가 없다.
멀리 들어오는 천문대와 연화봉.
그 우측 줄기따라 내려서면 희방폭포의 시원함도 만날수 있으리라~
백두대간 제 2 연화봉(1357m)과 제2 연화봉석 위쪽에 있는 강우레이더 관측소.
진부령에서부터가 아닌 언젠가 백두산에서부터 이어질 그 장대한 대간길.
꼭 한번 걸어볼 날을 기대해보고 싶다.
봄, 이길을 지날적에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좀 불편하지만 전날 단양으로 내려와 죽령으로 오는 이 길을 포기할수가 없었다.
죽령에서 연화봉을 거치지 않았을때,
소백산을 반밖에 보지 못한것 같은 아쉬움에 두고두고 미흡함을 느껴야 했었다.
산악회로 진행하는 산행과는 비교할수 없는
한가하고 여유로운 걸음을 나는 포기하지 못함이다.
역광이라 제1연화봉,비로봉, 연화봉이 뿌옇게 들어온다.
제1연화봉에서 뻗은 산줄기가 천동 방향으로 흘러 내린다.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길을 들어가 본다.
유혹이 느껴진다.마음속으로만 써넣자.
가끔은 마음을 털어놓고 뒤늦게 후회하고 자책하기도 한다.
연화봉으로 가면서 뒤돌아본 길.
좌측으로 제1연화봉과 그 우측 뒤로 비로봉,
그리고 가운데 가야할 연화봉 천문대가 들어온다.
이길을 걸으며 기분이 넘 좋아 날아갈것 같았다. 두팔 벌려 만끽해 본다.
제1연화봉 지나 비로봉으로 가는 탁 트인 목초지길도 좋지만
죽령에서 연화봉 가는 이 길 또한 빼놓을수 없다.
야~우~
이 아침, 혼자 걷는 길~
넘 좋아 난 오늘 소백산 죽순이가 될수도 있다. 상쾌하기가 이루 말할수가 없다.
소백산 천문대가 가까이 보이는 길에
천문대로 가는 차량 한대가 보인다. 직원이겠다.
연화봉으로 올라가며 뒤돌아본 모습.
소백산 천문대가 연화봉 바로 아래에 자리한다.
왼쪽 저곳이 제2연화봉의 강우레이더이고.두 곳을 사람들이 헤깔려하기도 한다.
오전 10시쯤.연화봉(1383m)이다.
죽령에서 연화봉까지는 오가는 차량 몇대뿐, 한사람도 만나지 못했지만
희방사에서는 간간이 한두명씩 올라오고 있었다.
좌측 제2연화봉 강우레이더와 우측 소백산 천문대.
오늘 날씨가 구름한점 없이 맑다 했는데 어찌 된것이
날씨가 오락가락한다.걷히기를 바래본다.
무채색의 연화봉 풍경도 맑은 날 못지않게 아름답다.
연한 철쭉이 피었을때 이곳은 마치 어느 유럽의 대정원 같기도 했다.
그 화사함에 환호가 절로 나오는 곳이었다.
오늘은 잿빛을 뿌려둔것만 같다.이런 날만의 매력도 충분하다.
흑백사진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
좌로부터 가야할 제1연화봉과 능선을 따라가다 우측으로 비로봉을 만난다.
우측 뒤로 살짝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 국망봉도 들어오지만 시원하지는 않다.
죽령에서 7km 왔고 희방사 주차장에서 3.7km. 희방사에서 2.4km.
가야할 비로봉까지는 4.3km 남아 있다.
저기 제1연화봉을 향해 간다.
제1 연화봉으로 가면서 다행히 날이 개이기 시작한다.
조선 중종때 역술,관상,천문에 두루 능했던 술사 남사고라는 사람이
말을 타고 가다가 소백산을 보고 말에서 내려 절을 하고 말했단다.
~ 소백산은 사람을 살리는 산이로다 ~
그랬다.
소백산은 나에게도 그런 산이었다. 힘들때마다 가고 싶은 산은 소백산이었고
그럴때마다 나는 소백산 칼바람이 맞고 싶어 달려왔다.
지금 그 소백산에 서 있으니 나는 오늘 모든걸 다 가진 기분이다.
날이 개이고 나니,
이 뽀송뽀송 애기 솜털같은 눈송이들과 진하지 않은 하늘..
새내기의 풋풋함 같다.
소백산 주능선도 이제 깨끗하게 들어온다.
왼쪽부터 제1 연화봉과 오른쪽 끝으로 소백산 최고봉인 비로봉.
제 1 연화봉을 앞두고 이제부터 시작이다.
소백산의 드넓은 대초원길.
소백산 넘 보고 싶었다.
이곳에 오려고, 그대를 만나려고, 몇날 며칠을 벼르고 또 벼렀답니다.
이 마음 아실랑가 모르겠네요.
지나온 연화봉과 제2 연화봉 모습.
제1 연화봉(1394m)이다.
처음엔 연화봉, 제1연화봉, 제2연화봉의 순서가 조금 헤깔리기도 했다.
죽령에서부터 제2연화봉,연화봉,그리고 제1연화봉.그런 뒤에 비로봉.국망봉.
눈 언덕 뒤로
풍기읍 삼가리 일대도 들어인다.
비로봉도 시야에 가까워졌다.
소백산이 좋은 이유중 하나는
계절 상관없이 가리는것 없이 사방이 트여있다는 점이다.
부드러운 능선이 사람을 유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젠 하늘도 트이려나 보다.
어느 여성 산우님이 그랬다.
오늘 걸음이 행여 생의 마지막이라 할지라도 후회하지 않겠노라고.
늘 다짐을 하고서 집을 나온다했다. 나 역시 그러하다.
겨울사랑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문정희-
정상 인증샷은 찍지 않아도
하늘이 이렇게 트이는 곳에선 꼭 사진 한장 남기고 싶어진다.
나는 하늘병이 심각한 사람.
사방이 트인 초지가 이어지는 길, 가슴마저 시원해지는 곳..
이 길을 잊지 못해 소백산에 오는 것이다.
이곳에 서면 웃지 말라 누군가 고문을 해도 나는 웃고 있을 것만 같다.
미치도록 그리웠답니다~
매일매일 올날을 손꼽아 기다렸답니다.
걷는 것만으로도 이리 행복할수 있답니까. 설산을 보는것만으로도 이리 황홀할수 있답니까.
소백산까지 와서 서둘러 재촉하는 걸음은 죄악이여요.
몇시간에 주파했다는 자랑 같은건 저에게 무의미하여요.
나는 하루를 온전히 내어줄것이다.
누군가도 아닌, 바로 그대에게
이러니 내가 마음 편한 대중교통으로 다님을 주저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비로봉은 이제 1.7km
이제 제법 사람들도 간간이 보인다.
오가는 길, 이쁘지 않은 길이 없다.
눈 주변이 까만 어느 동물의 뒤태 같은데
그 이름이 생각나질 않는다. 너구리였나~여튼 뭐..
오늘은 소백산 칼바람 대신 온화함만 가득하다.
가끔 힘들고 지칠땐 소백산 칼바람이 맞고 싶었다.
그러나 오늘은 그 칼바람을 맞고 싶었던건 아니다.더할수 없이 평온한 소백산을 만난 것이다.
언제봐도 좋은 길,
다시금 따라 걸어본다.
봄이면 연한 철쭉으로 발길을 붙잡는 곳..
소백산 철쭉이 좋은 이유는,진한 색감을 풍기지 않아서다.
이목을 끌기 위해 군락이 형성된 것도 아닌, 그저 사계절을
거센 바람에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온 길.
이제 언덕 하나만 넘으면 천동 삼거리가 나올테고
비로봉은 지척..
우측 끝, 이제 비로봉이 가깝다.
좌측 뒤론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길도 보인다.
천동삼거리다.
소백산을 오기 위해선 가장 많이 거치는 곳.
천동에서도,희방사에서도, 죽령에서도.
천동삼거리 전망대.
뒤돌아 본 길.
꿈같은 소백산이다.
주목 감시초소 뒤로 먹구름이 몰려온다.
안개까지 휩싸이기 시작한다.
비로봉 오르는 길.
지나온 길이 안개인지 구름인지에 가려지고 있다.
고산이다 보니 워낙 변화무쌍할터.
어떤 날씨로 변하든 이 황홀경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저 자체가 아름다움이다.
솜씨 좋은 화가의 작품도 이보단 못할것 같다.
물론 더 뛰어난 설경을 만들수 있겠지만 소백산이 숨쉬는
지금을 표현하진 못할것이다. 이 감동을 그대로는 다 전하지 못할것이다.
소백산 비로봉에 올라선다. 오후 1시쯤.
나의 산행시간에 참고하실 필요는 없다.
보통의 산행이나 다른 님들보다 1시간 이상 더 걸린 시간이라 보면 된다.
소백산 비로봉(1439m)
춥지 않고, 이 정도면 바람도 없고 그럼에도 삽시간에 날이 변하고 있다.
소백산이 말하고 있는것 같다.
나를 만만히 보지 말라고~ 나, 소백산이라고~맞다구요~
백두대간 국망봉에서 늦은맥이재, 고치령으로 이어지는 길.
갑작스레 변하는 날씨..그리 쉬 허할 소백산이 아니다~
어의곡 삼거리에서 어의곡으로 또는 국망봉으로..
천동 방향과 오늘 걸어온 길.
날이 개이길 기다렸다가 국망봉 방향으로 잡아본다.
제일 힘들었던 대간길중 하나는 국망봉 거쳐 고치령으로 가던날이었다.
국망봉부터는 러셀이 잘 되어 있을리가 없다.
무박도 아니었고 눈이 무릎위까지 푹푹 빠지던 당일산행,
어둠을 뚫고 고치령으로 하산하던 날, 무사히 내려온걸로
위안을 삼아야 했던 날.
날이 개인뒤 다시 정상을 남겨본다.
비로사 방향.
국망봉까지 갔다가 어의곡으로 갈까 생각해 보지만
날씨도 하수상한데다 국망봉에서 어의곡 가는 길은 러셀이 안되었을 확률이 높다.
그냥 천동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날이 다시 바뀌기전에 천동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어린 주목위로 소담히 쌓인 눈..
이런 그림은 늘 성탄절 전야처럼 평온해 보인다.
무채색 위에 형형색색 등산복이 눈에 띈다.
걷는 이들의 생동감이 느껴진다.
주목감시초소도 알프스 어느 마을의 풍경같다.
소백산 어느 한곳도 아름답지 않은곳은 없다.
어느 계절이든, 어떤 날을 만나든 그곳에 있음으로 가슴 뛰는 소백산이다..
천동으로 가면서 만나는 주목 군락.
고사목이 된 주목과 젊은 연인.이제 막 천동에서 올라와 쉬고 있다.
비로봉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애처롭게 물어본다.
넘 이뻐보이는 장면이다.
눈쌓인 주목의 호위를 받으며 하산하는 길,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할수 없다.
눈쌓인 낙엽송 길을 걷고 있다.
말로 다하지 못하는 편안함이 느껴지는 길..
천동으로 내려가 꿈같았던 소백산을 마무리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가끔 누군가들은 묻는다. 다녀본 산들중에 어느산이 가장 좋았느냐고..
나는 선뜻 답하진 못한다.
그날 다녀온 산이 최고의 산이었고, 그날의 기분과 날씨와 동행자에 따라
산은 수도없이 변하는지라~
그럼에도 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말한다. 나에게 최고의 산은 소백산이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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