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7일 일요일.
산행코스 : 도마령 ~ 각호산 ~ 민주지산~ 석기봉~ 물한계곡
(원래 산악회 일정은 삼도봉까지 갔다가 삼마골재에서 하산하는 거였다. 하지만
도마령에 도착했을때는 많은 산악회에서 몇백명은 족히 넘는
많은 사람들이 온지라 처음부터 정체가 이어졌고
밧줄을 타는 곳곳에서 정체가 심해 정상적인 진행이 불가했다.)
도마령(800m)은 충북 영동 상촌면과 용화면에서
전북 무주를 넘나드는 고갯마루다.
사람이 많을거라 생각은 했지만 인파는 상상을 초월했다.
오늘 참석한 S산악회서 버스 두대, 그리고 이날 본 산악회만이
다섯군데를 넘는다.. 한꺼번에 비슷한 시간에 도마령에서 출발을 하고 있었다.
무사히 갈수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도마령 올라가며 본 풍경.
도마령 바로 위 상용정으로 가는 길.
상용정에서.
올라갈수록 눈꽃이 피어있어 그나마
지체되는 순간순간들이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래두 이 설산에 오면서 아이젠도 준비하지 않은 모 산악회의
많은 사람들 때문에 정체는 더 길어졌다.
눈꽃은 점점 더 화려해진다.
다행히 날은 푹한 편이고, 바람도 많이 불지 않는다.
그리고 각호산 바로 밑의 전망대에 선다.
바로 민주지산하면 떠오르는 장면이다.
깊게 파인 능선을 따라 민주지산으로 가는 길.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다.
좌측 끝으로 덕유산이 운무에 가려있다.
덕유산을 조금 당겨본다.
날이 조금 걷히기를 바래본다.
모든걸 다 바라는건 욕심이다.
굽이굽이 산 능선마다 쌓인 눈으로 골은 더 깊고 진해졌다.
여름엔 숲에 가려 절대 볼수 없는 산의 진짜 모습이다..
피재~구부시령에 다녀온 후 집 근처에 온 친구와
새벽시간까지 긴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잠 잘 시간을 놓쳐버렸다.
새벽녁에 잠이라도 들었더라면 이곳에 오는걸 포기했을텐데
결국 그대로 집을 나온다.. 눈은 퀭하고 얼굴은 어설프기 그지없다.
곧 쓰러진다해도 이런 풍경 앞에선 피곤할리가 없다.
와~ 멀리 가야산 칠불봉도 들어온다..
빨리 각호산으로 올라야겠다.
아직도 각호산 가기전 전망대~
오늘안에 민주지산을 밟을수나 있으련지..ㅎ
여기저기 담기 바쁘신 님들..
걸음이 떼어지지 않는건 나나 님들이나 마찬가질게다..
삼마골재와 그 너머 가야산 칠불봉이 뚜렷하다.
덕유산도 조금씩 베일을 벗어가고 있다..
오늘 내 옆자리 님,
열정적으로 사진 찍는 모습이 넘 보기 좋다.
나는 산행중 열정으로 사진찍는 님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넘 멋지십니다~
S산악에 올때마다 나는 좋은 옆자리 님을 만났다.
별거 아닌것 같지만 그날 산행에 좋은 활력이 될수도,
피곤한 하루가 될수도 있다.
여름, S산악에 갔다가 옆자리에 앉은 님께 신세를 졌지만
난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헤어졌다.
한동안 마음 찜찜한채로 지내다가 11월, 모 산악에서
속리산 구간에 갔다가 그분을 우연히 만났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나는 끝내 아는체 하질 못했다.
우리 일행도 있었을 뿐더러, 먼저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나는 꼭 말하리라..
여름 어느 날, 고마웠노라고.
그리고 두번째 만나던날 용기 없어 말하지 못한 나를
두고두고 책하였노라고.
각호산 모습도 살짜기 들어온다..
얼른 각호산으로 가야할텐데 이러구 있다..
멋진 풍경을 앞에 두니, 걸음이 떼어질리 만무하다.
사람들로 정체될뿐 아니라 경치가 이리 좋은데
무슨 마라톤 할 일은 없다. 되는대로 갈것이다..
옆자리 님이 서 계시던 명당자리로 와서 본 민주지산 주능선.
우측끝으로 민주지산과 좌측으로 가면서 뾰쪽한 석기봉과
좀 더 좌측으로 조금은 평평한 삼도봉까지.
이렇게 곡선이 아름다운 산이 또 있으려나
그것도 눈꽃에 휩싸인 겨울산이.
성벽이 이어진듯도 하다.
정체돼 기다리면서 바라본 각호산..
먹구름 살짝 낀 하늘마저도 각호산과 일대의 설산과도
넘 잘 어우러진다.. 오늘은 파란하늘이 아니어도 괜찮다..
어디를 봐도, 어느곳을 찍어도
너무 근사한 날이다..
석기봉 위로 구름에 가린 해가 나올듯도 하다만은
뜸을 있는대로 들이고 있다.
한참을 기다리다 드뎌 석기봉으로 오른다.
아무렇게 눌러놔도 그저 그림이 되어주는 풍경들.
옛날,
뿔달린 호랑이가 살았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는 각호산(1,176m) 정상이다.
찍고 또 찍고,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우측 민주지산 뒤쪽으론 백두대간 대덕산이 잡힌다.
석기봉과 삼도봉, 그리고 무엇보다 가야산 칠불봉이 보인다는 사실.
시야도 이만하면 좋은 날이다.
어느 문장가가 이 장면들을 보고 대신 읊어줬으면 좋겠다.
나로서는 감히 무어라 표현해줄수가 없다..
황홀해~ 너무 멋져~ 아름다워~~
이런거 너무 식상하다.
하지만 더 좋은 말을 찾을수가 없다.
나의 짧은 언어구사는 그게 전부다..
님들이 대신 하시지요~ 나는 그냥 보렵니다..
각호산의 M자형을 이루고 있는 다른 암봉.
민주지산의 설경은 아무 멘트를 하지 않아도 될것 같다.
적당히 좋은날은 큰소리로 환호라도 한다.
그보다 더 황홀한 날은 아무말도 할수가 없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나는 보는것만으로도 이미 큰소리로 환호도 하지 않는다.
사진은 옆자리 앉은 님과
나는 한번도 가보지 못한 좋은 000이라는 산악회에서 오신 분이
앞서거니 걸으면서 찍어주셨다.
처음엔 같은 S산악에서 오신 분인줄 알았다.
내 옆자리님이 하산해서 왜 그분은 차에 타지 않느냐 물었다.
ㅎ.. 그분은 좋은 000에서 오신 분이었답니다~
나보다 더 열심이신 내 옆자리님도 담긴다.
버스안에서 내 18L 조그만 가방을 보시더니 프로 아니면, 음... 하셨다..ㅎ
네~ 초보 맞답니다~ 그러니 많이 이끌어 주실거지요~
각호산을 내려가면서 또다시 밧줄구간 또 정체다.
오늘은 정체도 짜증이 나질 않는다.
덕분에 원없이 찍을수 있으니 핑계김에 잘되었다.
민주지산과 석기봉도 조금 줌해본다.
언뜻보면 왼쪽의 석기봉이 우측의 민주지산보다 높아 보인다.
각호산을 내려갈 무렵,
멀리 덕유산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스키어들이 신나게 달리고 있을 라인도 뚜렷하다.
각호산에서 내려왔는데 현재위치가 다시 각호산이라니~
어쨌든, 민주지산 무인대피소까지 3,4km.
십자로 갈림길을 지나고.
뒤돌아본 각호산.
민주지산까지는 이 행렬을 벗어나지 못할것 같다.
삼도봉까지 가려 했다면 처음 정체될때부터
앞으로 치고 나갔어야 했다.
그러나 애초부터 나는 이미 설경에 빠져 쉽사리 이동할수가 없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오는 석기봉.
각호산과 지나온 길.
우측 멀리 황악산에서 이어지는 백두대간.
저곳을 계룡산이라 하시는 님이 계셨다.
방향감각 제로인 제가 봐도 계룡산은 좀 무리랍니다~
젊은 특전대원들의 가엾고 어이없는
동사사건이 일어난뒤 세워진 무인대피소다.
민주지산 정상을 얼마 안남겨두고 눈꽃도 절정에 이른다.
눈꽃은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는 열배는 더 아름다울것 같다.
우리의 눈이 대단한건지, 아직도 그 눈을 대체할수 없는
카메라의 문제인지.. 여하튼 자연은 사진이 아닌
직접 보고 느꼈을때만이 최고의 감동을 받을수 있다는건 확실한것 같다.
민주지산 정상에 올라서면서 뒤돌아본 모습.
각호산과 지나온 길.
민주지산(1,241m)은 충북 영동군 용화면과 상촌면, 전북 무주 설천면에 걸쳐있는 산이다.
백운산을 중심으로 북으로는 각호산과 동남쪽으로는 석기봉, 삼도봉등
1000m가 넘는 산줄기가 이어진다. 산 동쪽 밑으로 흐르는 물한계곡은
한여름에도 한기가 느껴질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산을 물한리에서 바라보면 삼도봉부터 각호산까지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가 솟아 있어 밋밋해 보인다고 해서,
그리고 민주지산 자체도 밋밋하다 해서
민두름산이라 하였다가 한자 표기로 민주지산이라 하였다고도 하고
확실한 한가지는 민주주의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거.
건너편으론 백두대간 황악산이 이어진다.
황악산에서 좌측으로 더 가다보면 눌의산과 가성산 추풍령이 이어질테다~
그리고 황악산에서 우측으론 석교산이 이어지고..
지난번 아쉬움이 남았던 황악산도 다시 가보고 싶어진다.
1,111m 황악산, 일대보다 높아선지 유독 황악산 정상부에만 흰눈이 짙게 쌓였다.
석기봉이 보이는 길.
겨울 설산이란~
바로 오늘 보고 있는 민주지산이 답이었다.
좌측부터 대덕산과 삼봉산 그리고 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장쾌하다.
설천봉 아래 스키장이 뚜렷한, 덕유산도 당겨본다.
그 우측 뒤로 들어오는 남덕유와 서봉까지..
덕유산 위로 구름속에 있는 해까지 넣어 찍어본다..
우뚝 솟은 석기봉과 그 좌측으로 삼도봉.그리고
그 뒤 가운데로 보이는 가야산 칠불봉.
민주지산은 6.25때 인민군 무력부대가 철수할무렵
속리산에 있던 남부군 총사령관 이현상이 지리산으로 들어가기전
일주일정도 주둔했던 곳이기도 하다.
백두대간 부항령은 어디쯤일까~
꼭 찝어 말할수가 없다.
이제 그만 내려서야겠다.
너무 머물렀다.
많던 사람들은 대부분 이곳 쪽새골 갈림길에서 하산들을 하고..
나는 일단 석기봉까지라도 가보기로 한다..
세상은 다시 고요해졌다.
석기봉으로 가는 도중 눈쌓인 가지 사이로..
가깝게 다가오는 석기봉.
석기봉을 200m 남겨둔 삼신상이 있는 곳이다.
길고 어려운 말을 쉽게 줄여 쓰려 했지만
엄두가 나지않아 그대로 올린다.
나는 요즘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언제부턴가 지하철 풍경은 하나같이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는 사람들 뿐.
나는 피식 웃음이 났다.
고개 숙이고 다들 마법에 걸린듯 했다.
제목은 생각나지 않지만 기계사람에 의해 조정당하는 인간들을 다룬 영화.
모두 똑같은 행동을 하고, 감정이란것도 가질수가 없다.
모두들 조정 당하고 있어~ 스마트폰에 빠지도록~^^
에구~ 다행이다.
전자문명에 뒤떨어진 나는 아직 조정당하지 않았어.
감정을 가질수도 있어~
누군가를 사랑해도 괜찮아~
나는 조금 더 내멋대로 살아볼테다.
그런데 오늘 차안에서 책을 읽는 님을 보았다.
바로 내 앞자리에 앉으신 분.
누구인지 신기하고 좀 궁금하기도 했다.
그분을 민주지산 지나오면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물론 같은 분이란건 하산해서 알게 되었지만.
말투도 조근조근 편안한 분이었다. 동행을 한다.
조금만 좌측에서 찍었다면 해발이 모두 나왔을텐데 아쉽네용
그래도 잘 찍으셨어요~
제가 아는 어느 님보다는 훨 나으십니다~^^
석기봉(1200m)
쌀겨처럼 생겼다하여 쌀개봉이라 부른데서 유래되었다 한다.
석기봉(1200m)은 민주지산 주능선중에 가장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백두대간 황악산에서 덕유산까지 모두 아우를수 있는곳..
백두대간 최고의 마루금 조망터 석기봉이다.
시야가 좋은 날은 지리산까지도 볼수 있다고 한다.
완만한 삼도봉이 아주 지척이다.
날은 포근하고
오늘은 정말 좋은 님들을 많이 만났다.
그래선지 마음에 양식 하나가 채워진것 같은 느낌.
이 산악회를 자주 이용할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무주 설천면 방향.
백수리산으로 이어지는 대간 능선.
백두대간 박석산과 백수리산이 이어진다..
올 여름 백수리산 일대는 야생화 천국이었다.
생각만으로도 흐믓해지는 순간이었다.
대간은 다시 대덕산과 초점산군,삼봉산을 지난다.
지나온 민주지산 정상에만 유독 눈이 많이 쌓였다.
삼도봉을 가지 않겠다 생각하니
시간은 많이 여유로워졌다.
계곡 양옆으로 산줄기 하나하나가 살아있는듯
물한계곡으로 모여든다.
마지막으로 가야산 칠불봉을 담고 하산을 시작한다.
처음 민주지산까지 많은 인파로 시달렸을때와는 다르게
하산길은 조용하고 여유롭다.
그래선지 주변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동행하신 님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눌수가 있었다.
어느 님들처럼 속도전을 하지 않는 님이라 더 편하기도 했다.
보고만 있어도 가슴 뛰는 곳.. 백두대간.
그중에 백수리산 앞에 서있다는게 믿겨지질 않았다.
대간을 하기전 이곳에 왔을때는 저 능선들은 그저 이름모를 산이었다.
민주지산에서 바라본 풍경일 뿐이었다.
화려한 눈꽃 앞에서 너무 기죽었다.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라고 하잖여.자신감 가지고 활짝 웃어보라구요.
돌아본 석기봉.
앞자리 저 님은 돌아가는 차안에서도
계속 책을 보고 있었다.무슨 책을 보셨으려나 궁금했지만
나는 묻지 않았다.
많은 산악회에서 오다보니
시간 늦어 버스가 떠나는 불상사가 일어난 산악회도 있었다.
결국 우리 버스를 이용해 서울까지 가게 된 님도 있었다.
오후 4시 30분이 다 되어 물한리 주차장으로 하산 완료한다.
민주지산.
2년전에도,1년전에도, 그리고
올 여름에도 나는 너를 원없이 품었단다
아니, 그대가 나를 품어준게 맞겠지요.
그 기운으로 여지껏 내가 살아 숨쉬고 있는지도 모른답니다.
그 인사를 하기도 전에 또다시 이런 호사를 안겨주다니
난 널 사랑하지 않을수가 없단다.
다시 찾을때도 외면하진 않을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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