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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2014년

강씨봉~귀목봉 (강씨봉휴양림~강씨봉~귀목봉~귀목고개~적목리)

 

2014년 12월 13일 토요일

오랜만에 근교산행을 떠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7시 35분차로 가평에 간다.

가평에서 8시 40분차로 명지산과 석룡산을 갈수 있는

용수동행 버스를 타고 강씨봉 휴양림에서 하차.

 

 

 

산행코스 : 강씨봉 휴양림 ~ 도성고개~ 강씨봉 ~ 오뚜기령 ~ 귀목봉 ~귀목고개 ~ 논남기 종점( 적목리)

 

 

 

 

 

9시 30분쯤.강씨봉 휴양림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휴양림쪽으로 간다.

영하 17~18도라고 기상청에서 발표한 것과는 다르게

춥다 느껴지지 않는다. 기껏해야 영하 5도 정도의 체감..

 

 

 

 

강씨봉휴양림 입구.

나는 이곳에 두번째 오는 것이다.

물론 도성고개를 돌아 강씨봉만 갔다가 오뚜기고개로 하산한것이 전부였다.

 

휴양림이 있어선지 공용화장실도 깨끗할뿐 아니라

따뜻한 물에 히터까지 틀어져 있어

어느 잘나가는 국공 화장실이 부럽지 않다.

 

 

 

 

곧게 잘 뻗은 숲을 지난다.

휴양림 위쪽으로는 힐링숲길을 잘 조성해 두었고

곳곳엔 여전히 공사가 한창이었다.

 

 

 

 

계속 직진하면 오뚜기고개와 귀목봉으로

우측으로 가면 도성고개를 지나 강씨봉으로 가는 길이다.

우측 강씨봉으로 간다.

휴양림에서 도성고개까지는 3,5km

강씨봉까지는 5km.

 

 

 

강씨봉은 근처 산들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도성고개까지, 그리고 오뚜기고개까지는 모두 임도가 나있어

힘들지않게 다녀오기 좋은 곳이다.

 

 

 

 

파란하늘이 돋보이는 날이다.

눈꽃이 없어도 이런 하늘이라면 조금도 아쉽지가 않다.

 

 

 

 

조성된 자작나무와 파란하늘이 넘 잘 어우러진다.

 

 

 

 

 

이렇게 파란하늘은 정말 오랜만에 본다.

아직 아무도 걷지 않은 길,

그리고 이런 하늘까지 주시다니 눈꽃산행 대신 이곳으로 온것을

후회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마음도 모조리 사라져 버린다.

 

 

 

 

화려한 눈꽃이 있을땐 보지 못했던 겨울 풍경들이 들어온다.

이런 소소한 길이 오히려 마음 편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길이 편해서였는지

도성고개까지 힘들이지 않고 오를수 있었다.

한북정맥이 이어지는 길. 도성고개.

우측으로는 민둥산과 개이빨산, 그리고 국망봉으로 이어진다.

좌측으로는 강씨봉과 한북정맥 청계산 그리고 연인(명지)지맥 귀목봉으로..

 

 

 

 

도성고개(631m)는 포천시 이동면 연곡리 제비울에서

가평군 북면 적목리로 넘어가는 고갯마루다.

옛날에는 가평군을 토성현이라 부른 까닭에 가평(토성)으로 넘는

고개라 하여 토성고개라 하였다 한다.

한편, 궁예의 부인 강씨가 이곳에 터를 잡고 살때 성을 쌓고

도성이라 했다고 하여 도성고개라 불리게 되었다고도 한다.

대동여지도에는 도성령으로 나와 있단다.

 

 

 

 

포천 이동면 일대의 모습도 들어온다.

 

 

 

 

 

강씨봉으로 간다.

올해는 유독 호남과 충청 서해안쪽으로만 눈이 내리고 있다.

추위하는 강원도와 경기북부, 아직 눈다운 눈이 내리지 않았다.

잣나무숲 위로 백설이 쌓일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멀리 떠나지 않고도 가평쪽으론 가야할 산들이 너무도 많다.

올 겨울, 왠만하면 난 근교 산들을 돌아볼 생각이다.

 

 

 

 

강씨봉 산행은 특별히 화려한건 없다.

하지만 소소하고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길을 걷는 재미는 쏠쏠하다.

화려하지만, 사람으로 미어지는 곳과

특별할건 없지만 조용하고 편안한 길.. 둘중에 한곳을 택하라 하면

나는 무조건 후자 강씨봉을 택할것이다.

 

 

 

 

가야할 강씨봉도 가까이에 있고

좌측 끝으로 뾰쪽한 귀목봉도 들어오기 시작한다.

귀목봉은 한북정맥에서 살짝 비켜나 있다.

 

 

 

 

지나온 길과 민둥산이 보이는 곳.

사진을 보니 또 쓰고 있던 모자를 분실했다.

버스에 놓고 내린건지, 화장실에 두고 왔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이렇게 늘 정신이 없고, 덤벙대고 뭐하나 제대로 하는게 없다.

그럼에도 길 잃지 않고 산에 다니고 있음이 용할 뿐이다.

 

 

 

 

강씨봉으로 가는 능선은 누구라도 걸을수 있는 편한 길이다.

전형적인 육산이고 힘든곳은 찾을수가 없다.

가평의 명지산,연인산,석룡산, 화악산 같은 산행을 하신분들이라면

이곳에 오면 편한 길에 저절로 콧노래가 나올것이다.

옆사람과 수다를 떨면서 걸어도 무방할 것이다.

 

 

 

 

강씨봉(830m)

강씨 마을의 큰 봉우리 강씨봉.

 

옛날 논남기 계곡 위쪽으로는 강씨들이 모여 살았는데

그 시작은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의 부인 강씨가 터를 잡고 살면서부터라고 한다.

강씨 부인이 왕건과 궁예의 싸움을 피해 숨어 살았다고도 하고

궁예의 폭정을 말리다 귀양왔다는 설도 있다.

또, 강씨들이 모여 이룬 마을이라서 마을에서 가장 높은 산을

강씨봉이라 부르게 되었다고도 한다.

 

 

 

 

강씨봉에 서면 일대의 유명한 산들을 모두 볼수가 있다.

좌측 뒤쪽 뾰족한 명지산과  가운데 앞쪽으로는

휴양림으로 내려갈수 있는 깊이봉, 그리고 우측 뒤쪽 뾰족한 곳이 귀목봉.

 

 

 

 

가운데 뾰족한 산이 한북정맥 청계산이고

우측 뒤로 마치 백록담 분지처럼

또는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에서 코끼리를 삼킨 구렁이의

모습처럼 보이는 산이 운악산이다.

 

 

 

 

뼈대를 그대로 드러낸 골 하나하나를 건너 뛰어

끝으로 가면 경기도 최고봉인 화악산도 그곳에 있다.

 

 

 

 

군 기지가 있는 화악산 정상.

2년전 여름, 화악산에서 석룡산 넘어가는 방림고개(쉬밀고개)를 찾지못해

그냥 내려왔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물론 그 뒤에 다시 가서 복수를 해줬지만~ ㅎ

 

 

 

 

지나온 길과 우측 끝으로 민둥산과 조금 좌측으로 국망봉 .

 

 

 

 

 

올 겨울엔 꼭 국망봉에서 민둥산과 개이빨산을 지나리라~

 

 

 

 

 

가운데 제일 뒤로 광덕산 천문대가 들어오고  우측으론

한여름 많이 찾는 백운계곡이 유명한 백운산.

그리고 광덕산 앞으로 가리산까지..

그야말로 강씨봉은 경기도 가평 일대의 많은 산을 두루 볼수 있는

최고의 조망처다..

그럼에도 강씨봉을 외면하는자~ 미워할거야~^^

 

 

 

포천 일동면 일대.

금주산과 곰넘이봉이 보이는 곳.

 

 

 

 

우측으로는 관음산이 이어지고..

그 뒤로 명성산이 맞는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다.

 

 

 

 

마을을 조금 당겨보니 왠 불이라도 났나~

 

 

 

 

 

한북정맥 민둥산과 국망봉,광덕산 방향.

 

 

 

 

 

더이상 바라는게 없다.

이런 하늘을 두고서 무얼 더 원하겠는가.

파란하늘이면 무엇이든 용서가 된다.

 

 

 

 

 

 

 

 

 

 

우측으로 귀목봉과 뒤로 보이는 명지산.

 

 

 

 

 

 

청계산과 운악산.

 

 

 

 

 

청계산과 그 뒤로 운악산.

청계산은 서울에도 양평에도 있다.

그리고 이곳 한북정맥이 이어지는 포천 청계산.

청계산에서 하계산 양수리로 이어지는 한강기맥도 걸을만 하다.

그리고 이곳 청계산 역시 걸어본 적이 있지만

포천의 청계산은 청계산만이 아닌 정맥을 잇는게 덜 심심할수 있다.

 

 

 

 

가장 솔직한 모습. 겨울산이다.

푸름으로, 단풍으로 채워넣지 않아도 된다.

그대로 드러낸 골짜기마다 그 깊이가 눈속임없이 드러난다.

 

 

 

 

귀목봉으로 가는 길.

오르내리막이 이어지지만 편안한 육산이라 걷기에도 아주 좋은 길이다.

 

 

 

 

 

나는 화려하지도 않고, 볼거리가 그리 많지도 않은

이 길이 마음 편하고 좋았다.

그냥 평화스러운 느낌.

 

 

 

 

뒤돌아본 민둥산 일대.

 

 

 

 

 

오뚜기 고개(강씨봉 고개)로 내려선다.

강씨봉마을에서 포천 일동을 넘나드는 고개.

궁예의 부인 강씨가 살았던 강씨봉마을엔 곳곳에 강씨라는

지명이 붙어있다. 한국전쟁 이후 군사도로를 만들때

작업했던 군부대 이름을 따서 오뚜기고개로 불리고 있다.

지금은 강씨봉 고개보다는 오뚜기고개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오뚜기 고개에서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고

귀목봉으로 향한다.오뚜기령에서 귀목봉까지는 2,8km

동행해주신 이웃님,덕분에 좋은 산행이 되었답니다.

 

 

 

 

가을인지, 겨울풍경인지 조금 헤깔리기도 한다.

 

 

 

 

 

아무것도 채워넣지 않은 겨울산이 나는 황량하다 느껴지지 않는다.

기분 탓인건지 아님

하늘이 좋아서였는지 마음이 편해서였는지는 모르겠다.

 

 

 

 

눈꽃 없이도 겨울산은 아름다웠다.

깊게 파인 골 하나하나에도 생동감이 넘친다.

저런 구름은 또 어찌나 오랜만이던지..

 

 

 

 

이제 가까워진 귀목봉(가운데).

 

 

 

 

 

나는 그동안  겨울하면 너무 눈꽃산행에만 목을 메었나보다.

또다른 아름다움이 있다는걸 간과하고 있었다.

너무 편협했나 보다.

 

 

 

 

지나온 길과 멀리 좌측 사향산, 명성산 쪽에서부터 광덕산까지..

조망이 시원하기 그지없다.

 

 

 

 

 

 

한북정맥 청계산과 연인지맥의 분기점 귀목봉 갈림길이다.

청계산으로 가도 좋겠지만 오늘은 귀목봉 가는걸로 만족하기로 한다.

 

 

 

 

 

귀목봉으로 가면서 하늘때문에 나는 자꾸 멈춘다.

비염에 기관지도 별루인 나는

올봄, 미세먼지가 한동안 이어질때

이 하늘이 얼마나 고마웠나를 나는 진심으로 느끼고 있었다.

 

 

 

 

 

귀목봉(1,036.2m)에 올라선다.

연인지맥의 시발점 귀목봉.

파란하늘.

동행하신 님,코발트 블루라 하신다.그런것도 아시는군요~ㅎ

 

 

 

 

상판리 방향.

 

 

 

 

 

보이지 않던 연인산도 드디어 만난다.

특별히 모나지 않고 완만해 보이는 연인산.

하지만 승안리 용추에서 청풍능선과 장수능선을 거쳐

정상에 가던날, 그 힘겨웠던 시간을 나는 잘 아는지라

연인산이 그리 만만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청계산,길마봉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길..

지금 걷고 있으면서도  저 길이 걷고 싶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더니 꼭 그 짝이다.

 

 

 

 

강씨봉에서 오면서 봤을때와는 다르게 운악산도 청계산도

이제는 반대편에 서 있다.

 

 

 

 

 

나는 지난 몇년을

꽁꽁 닫아 놓은채로 살았던것 같다.

내가 한것이라곤 오로지 산에 다닌것 밖에는 없다.

 

처음엔 그저 사람없는 곳을 찾아서 떠났던 산이

어느날 즐기고 있는 산행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산이 나를 변화시켜주고 있었다.

 

 

 

 

파란 하늘만큼이나 가슴이 시원해지는 날이다.

 

 

 

 

 

귀목봉석 뒤로 화악산도 담는다.

 

 

 

 

 

어느 님이 물으셨다..

어떤 산이 좋았는지, 어느 길이 좋았는지..

나는 이런 질문을 받을때마다 답이 언뜻 떠오르질 않는다.

좋았던 곳은 한둘이 아니었고, 그날 나의 기분과

날씨와 상황에 따라 모두 달랐던지라..

 

저는 처음 가는 산, 처음 걷는 길을 좋아한답니다.

처음 사람을 알아갈때의 설렘과 떨림이 있듯이

산도,길도 마찬가지랍니다..

오늘, 처음 걷고 있는 이길이 그렇답니다

 

 

 

 

명지산을 가까이에 두고 귀목고개로~

 

 

 

 

 

 

귀목고개(775m)다.

이곳에선 상판리로도 하산할수 있지만

상판리로 가면 교통편도 좋지 않을뿐더러 현리로 나가서

다시 가평으로 가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적목리로 하산을 한다.

 

 

 

 

계곡길과 임도길이 이어진다.

 

 

 

 

 

계곡을 내려오니 뒤로 무슨 기도원 건물 같은게 길게 늘어서 있다.

힘들지 않은 산행이었다.

마음도 편한 날이었다.

하산길, 나는 좀 들떠 있었다..

 

 

 

 

논남기 종점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기분좋은 잣나무길.

 

 

 

 

 

3시 40분쯤..적목리 논남기 종점으로 내려와 하산을 종료한다.

이곳에서 버스를 탈수도 있지만 강씨봉 휴양림에서 4시 25분 차가 있다하니

시간도 남았고, 좀 씻을겸 다시 휴양림으로 들어간다.

 

강씨봉~귀목봉..요란스런 그 무엇도 없었다.

호들갑을 떨지 않아도 충분했다.

차분했지만 나는 그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오늘 이 기분 그대로 머지않아 한북정맥 어느곳을 밟고 있을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