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0일 토요일
또다시 월악산에 가려 시도했지만 밤새 내린 눈으로 또다시 길은 통제..
오늘은 다행히 버스 출발 5분전에 공지가 돼
열흘전처럼 돌아와야 하는 수고로움은 덜었다.
용문 가는 버스가 바로 있으니/용문산행으로 급 변경한다.
그래~ 용문산에 가자~
용문터미널 버스시간표.
8시 30분차로 용문사에 간다.
용문산에서 용문 나가는 버스 시간표.
산행코스 : 용문사 주차장~ 용문사~ 절고개(능선길)~ 용문산 가섭봉 ~마당바위~ 용문사
용문산 입구에 도착하니 이곳에도 제법 눈이 많이 내렸다.
그래도 용문사까지는 이미 제설 작업이 끝난 상태라
걷기에 문제는 없었다.
입장료 2,000원을 지불한 만큼의 혜택~
눈 내린 다음날의 풍경은 그저 고즈넉하니 이렇게 마음 편할수가 없다.
수령 오래된 금강송에 에워쌓인 용문사 일주문을 지난다.
아직 이길을 걷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설경을 담으려 달려왔을 한 진사님과
용문사에서 내려오는 사람 한명.그리고 나..
용문사에 들어선다.
용문사 은행나무(천연 기념물 제 30호)
수령 : 약 1100~1500년
높이 : 40m
둘레 : 11m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927~935)의 세자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다가 심었다고도 하고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았더니
이 지팡이가 뿌리를 내려 자라났다고도 한다.
이 은행나무는 오랜세월 전란때에도 불타지 않고 살아남은 나무라 하여
천왕목이라고도 불렀고,조선 세종때에는 정 3품 이상에 해당하는 벼슬 당상직첩을
하사받기도 하였다. 정미년 의병이 일어났을때 일본군이 절을불태웠으나 이 나무만은
화를 면했고,어떤 사람이 이 나무를 자르려고 톱을 대는 순간
피가 쏟아지고, 하늘에서는 천둥이 쳤다고 한다.
또 나라에 변고가 있을때에는 이 나무가 소리를 내어 그것을 알았고
고종이 세상을 떠났을 때 큰 가지가 부러져 떨어졌다고도 한다.
그만큼 영물 나무였다는 얘기일터.
용문사는 신라 신덕왕 2년(913년) 대경대사가 창건하였다 전해지고
경순왕(927~935)이 친히 행차하여 창사하였다고도 한다.
경내에는 정지국사 부도와 비(보물 제 531호)
그리고 지방유형문화재 제 172호인 금동관음보살좌상이 봉안되어 있다.
세분이 용문사를 둘러본 뒤, 등산로로 오르고 있었다.
오늘 유일하게 오름길 만난 분들이었다.
9시 30분..용문사 지나 등산로로 올라서는데
다행히 눈은 그쳤고,날도 조금씩 개이고 있다.
상원사 갈림길,
우측 용문산 정상으로 간다.
올라갈수록 생각보다 눈은 많이 쌓였다.
먼저 올라간 한분의 발자국을 의지삼아 올라간다.
아까 세분은 너무 느리게 걷는지라 더이상 뒤따를수가 없었다.
베낭도 없이 아이젠도 없이 오르시던 분들.
정상을 밟을수나 있으련지 걱정이 되었다.
멋진 소나무 앞에서 잠시 쉬어간다.
와우~드디어 하늘이 트이고.
용문 도착했을때만 해도 잔뜩 찌뿌려 있던 하늘때문에
이런 하늘을 볼수 있을거라고는 생각치 못했었다.
마당바위 갈림길이다.
하산은 마당바위로 할 생각이다.
올라갈수록 눈꽃에 파란하늘까지..
이미 가슴은 설렘으로 울렁대기 시작했다.
너무 아름다워.
어쩜 이리 하늘이 좋은지,이런날 이런 하늘을 두고도
옆에서 서두르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과
절교할지도 모른다.ㅎ
올라가며 우측으로 용문봉 능선도 들어온다.
정상의 통신탑도 뚜렷하게 들어오고..
뒤쪽으로 뾰족한 봉우리가 백운봉이겠다.
저곳에서의 전망도 굿이다
월악산에 가지 못한걸 후회하진 않겠지.
나는 벌써 잊고 있었다.
사실은 오늘도 월악 가는 차편이 되지 않는다면
나는 용문산에 올 생각을 조금은 갖고 있었던 터다.
이런 설경과 하늘을 만났는데 후회라니 당치도 않다.
용문산 정상부 일대.
정상 아래쪽의 군기지도 보인다.
내가 얼마나 여유를 부렸던지
먼저 올라가셨던 한분은 이미 정상을 찍고 내려 가셨다.
이제 용문산은 온전히 나에게로 떨어졌다~ 푸 ㅎ ㅎ ㅎ
와~
이게 무슨 일이래~
나무 맞어~ 그리구 하늘 맞대~
너무 아름다워 나는 말을 잊었다.
천사가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사진 찍는 스튜디오 안의 뒷배경처럼 온통 파랗다.
보고 있는 내 눈이 의심스럽다.
내가 다시 이런 하늘을 볼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이 소나무가 서 있는 이 자리.
역광이라 좀 그렇지만
작년 여름 이곳으로 하산하며 본 풍경을 잊을수가 없었다.
우측으로 잠시 트이는 조망.
마치 물감을 풀어 놓은것 같다.
아니다..
이건 자연에서만 얻을수 있는 진짜 색이다.
자연의 색..
어찌나 고개를 쳐들고 있었던지
입에 날파리라도 들어갈것만 같다.열마리라도 괜찮어유.
이런 눈꽃에 하늘, 그럼에도 날은 푹하고
바람 한점이 없다.
난 그대가 보내준 선물이라 믿고 있답니다..
내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이렇게 멋진 풍경이
나는 믿어지질 않는다.
블루와 화이트의 대비, 그리고 조화..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진다.
나는 오늘, 눈을 버려 버렸다.
이제 왠만한 하늘엔 감동하지 않을수도 있어~^^
지난주 강씨봉에서는 그날의 하늘이 제일 멋질거라 생각했었다.
용문산을 110m 남겨둔 장군봉 갈림길이다.
장군봉.. 내 카메라를 삼켜 버린곳..
작년 여름 나는 양평역에서부터 걸어
용문산 휴양림을 지나 백운봉~ 함왕봉으로 올랐었다. 물론 정상을 찍고
용문사로 하산할 종주 계획을 잡고서..
그러나 함왕봉 지나 장군봉을 앞두고서 바위에 잠시 올려둔 카메라가
깊은 계곡으로 영원히 사라지는 참사를 지켜봐야 했다.
용문산의 산세가, 그리고 계곡이 얼마나 깊은지를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더이상 맥이 빠져 진행을 할수가 없었다.
정상으로 오르지 않고 나는 다시 휴양림으로 내려서야 했다.
일주일후 나는 앙갚음(ㅎ)을 해주겠다고 다시 그 코스를 그대로 밟았다.
물론 카메라도 새로 구입을 했다. 중고였지만..
정상을 찍고 용문사로 하산을 하던 그날
어찌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른다.소심한 복수였다.^^
키야 ~ 이건 뭐..
어찌나 황홀한지 환호할 기력마저 딸린다.
어느 님의 말씀처럼 보약이라도 먹어야 할려나 보다~
언뜻, 저녁 하늘에 별이라도 떠있는것 같다.
눈 가루가 흩날리는 것일뿐.
너무 들떠 있어 심장에 무리가 올까 두렵기까지 하다.
이런날 내가 미치지 않으면 나는 정상이 아니다.
정상으로 오르는 철책길도 이 하늘과라면 이쁘기만 하다.
드디어 용문산 정상에 선다.
정상은 40년동안 금지구역으로 폐쇄되었다가 2007년 11월, 개방을 맞았다.
개방되기전 용문산은 힘들게 올랐다가
허무하게 내려선 기억만이 흐릿하게 남아있는 곳이었다.
지금도 정상부엔 군사시설구역과 방송국 기지국 등으로
자유속에 통제가 함께하고 있다.
용문산(1157M)은 화악산,명지산, 국망봉에 이어 경기도에서 네번째로 높은 산이다.
산세가 웅장하고 계곡 또한 깊어
고산다운 풍모를 지닌 양평의 상징이다.
천년고찰 용문사와 용문사 은행나무로 유명한지라
일년내내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은행나무 잎을 상징하는 가섭봉의 조형물.원래 노란색의 은행잎.
벗겨진 것인지, 흰눈이 채색되어선지
오히려 더 멋스럽게 느껴진다.
정상에 서서 좌측으로 보이는 풍경.
폭산 천사봉쪽으로 이어지는 한강기맥 능선도 뚜렷이 들어온다.
앞쪽 중앙부의 용문봉과
우측 뒤 부채 모양꼴의 중원산과
중원산 좌측 뾰족한 도일봉까지 모두 시원스레 들어온다.
도일봉과 중원산 역시 전망이 좋아 일대를 모두 둘러볼수 있고
중원계곡과 폭포가 있어 여름이면 더욱찾아 가볼만한 곳이다.
용문사와 용문산 관광단지 입구.
혼자 찍은 셀카라 하기엔 구도도 너무 잘 잡았다.
사람이 없을때나 가능한 일,셀카도 원없이 날려본다.
용문산 정상은 온통 내 차지가 되어 버렸다.
벅찰만큼의 이 모든 혜택이 나의 것이 된 것이다.
좋다~
이날 이자리에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다시 떠올려봐도 형용 못할 그 무엇이 있었다.
가볍게 흩날리는 눈발마저도 입안에 솜사탕처럼 녹아든다.
오지 않는 산객들을 기다리는 쉼터에도
눈이 소담스레 쌓였다.
산행을 다니며 지루한 버스안에서 나는 늘 눈을 감는다.
피곤한 눈을 쉬게 해주고픈 마음도 있지만
눈을 감으면 마음이 자유로워진다.
가고 싶은 그곳으로도 달려갈수가 있다.
아무도 없는 평온한 세상, 눈을 감아본다.
멀리 펼쳐진 풍경이 더욱 선명하게 그려지고
봄날처럼 춥지 않게 살랑이는 바람도 느껴본다. 감미롭다.
그리운 이가 다가와 선다.부드러운 촉감이 그대로 전해진다.
잠시 따뜻한 온기에 기대어 본다.
멀리서 사람들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정상에서 40분이 넘도록 머물렀다.
이제는 정상을 내어주고 내려서야 할 시간이 되었나 보다.
많이 놀았고 힐링의 시간이었다.
남한강 상류방향 여주 이포보쪽이겠다.
저 뾰족한 봉우리는 어딜까~
추읍산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내려가면서 다시 보이는 중원산과 도일봉.
그리고 앞으로 용문봉.
용문사 일대도 다시 담아보고..
다시 봐도 좋~다
하산길은 이제 제법 발자국이 많아져 길이 생겼다.
처음 올라올때는 앞서신 한사람 발자국만을 의지해야 했다.
나는 오늘,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용문산은 제법 힘을 필요로 하는 산이다.
그럼에도 어찌나 천천히 걸었던지, 그리고
하늘에 취해 있었던지라 힘들다 느낄 시간조차 없었다.
늦게 올라왔지만 가다 서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나를 추월해
이미 정상을 찍고 내려가시는 분들도 보인다.
그러거나 상관없다.
혼자 산행, 내멋대로 즐기려 하는 것이다.
하산때는 이미 눈도 많이 녹고 있었다.
일찍 오른것이 신의 한수였다.
아까 올라갈때 놓쳤던 멋스런 고사목도 다시 담아본다.
언제나 걸음을 멈추게 하는 소나무와 아래의 풍경..
마당바위를 지나 계곡으로 내려선다.
눈으로 덮힌 용문산 계곡길.
내 눈에는
어느 목마른 산짐승이 내려와 목을 축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운데 툭 튀어 나온 바위가 꼭 물을 마시는 어느 생명체처럼 보이지 않는가.
오후가 되니 역시 용문사 관광단지답게 여유롭게 걷는 님들이 많이 보였다.
하산을 마치고 3시 45분 버스로 용문으로 나간다.
기대없이 떠난 용문산은 온기 가득한 충만함으로 돌아왔다.
크리스찬도 아닌 나에게 성탄절을 맞아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이라 생각하려 한다.
정상의 살랑이던 시원한 바람과 그 하늘을 기억하며
나는 일주일을 보낼것이다.
다시 눈을 감고 감미롭던 그 시간들을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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