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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2014년

백두대간 한계령~조침령

 

2014년 11월 2일 일요일(토요무박)

백두대간이 아니어도 한번은 꼭 가보고 싶었던 점봉산에 간다.

아쉬운 점은 어두울때 그곳을 지나야 한다는 것이다.

비탐방이고 다른 곳보다 단속이 심한 구간이라니 어쩔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k대간 회원 네명과 O산악에 처음 참석한다.

 

 

 

산행코스 : 한계령 ~ 망대암산 ~ 점봉산 ~ 북암령~ 조침령~진동삼거리

산행거리 : 23km쯤.

산행시간 : 10시간

 

 

 

 

인제군 북면과 양양군 서면을 잇는 한계령 아래

1004번 지방도로의 필례식당 표지판이 있는 곳이 오늘 산행의 시작이다.

 

 

 

 

오늘 역시 도둑산행,

가겠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과 지키려는 사람들의 숨바꼭질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언제나 편한 마음으로 당당히 이곳을 넘을수 있을지..

 

 

 

 

망대암산으로 오르는 길은 암릉의 연속이다.

게다가 보슬비까지 내리고 있어 어두운데다 바위는 미끄러워

위험은 가중되고 있었다.

 

 

 

 

위험한 곳곳엔 대장님들과 회원들의 도움의 손길이

감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안개는 짙어지고 날은 추워진다.

비가 곧 쏟아질것도 같다.

 

 

 

 

UFO 모양을 한 우주선 바위..

 

 

 

 

 

암벽구간을 통과하느라 늦어지는 뒤쪽의 회원들을 기다리며 쉬었다가

진행하기를 반복한다.

 

 

 

 

 

여러 차례의 미끄러운 암벽을 탄뒤에야 망대암산(1236m)에 도착한다.

간단하게 인증샷 한장 남기고 바로 점봉산으로 간다.

점봉산으로 오를때 바람이 어찌나 거세지고 추워지던지 손이 시려왔다.

장갑을 두개 준비했어야 했는데 나는 늘 이렇다.ㅠ

 

 

 

 

점봉산(1424m)이 맞나요~

회원님, 이 사진이 최선이었습니까~ㅎ

네.. 최선이었다는걸 알고 있답니다.

 

6시 30분이 다 되어 일출이 시작될 시간이었지만

짙은 안개와 심한 바람으로 우리는 점봉산 정상석을 찾지도 못했다.

앞쪽으로 설악의 대청봉과 서북능선으로 이어지는 귀때기청봉과 가리봉도 보일테고

동해의 황홀한 일출과 운해까지도 기대할수 있었을텐데

지금 이 순간 바로앞의 정상석을 보는걸로 만족해야 했다.

 

 

 

 

곰배령까지는 3.3km단목령까지는 6.2km

전망을 할수 없는 오늘의 아쉬운 마음때문에

벌금낼 각오로 대낮에 이곳을 다시 찾기로 우리는 구두로 약속을 해본다.

 

 

 

           

너른이골 갈림길.

 

 

 

 

 

백두대간 등산로 정비사업에 대한 내용물에

유수의 흐름이 바뀌지 않도록 통행에 유의하라는 말에

이런것도 설치를 하면서 왜 다니지 말라는 것이라며 분을 토하는 회원님들.

다 자연과 생태를 생각해서 하는 정책이니 흥분하진 마시라구요~

 

 

 

 

 

오색과 진동리로 하산할수 있는 갈림길.

 

 

 

 

 

가득 쌓인 낙엽길에 회원님의 우비가 선명하게 돋보인다.

 

 

 

 

 

 

3주째 비탐방 구간에서 만나는 회원님.

차안에 판초를 두고 내렸다. 내가 하는 일이 이렇다.

회원님 ~ 비옷 잘 입었답니다. 비옷 덕분에 추위도 조금

이길수 있었고요. 항상 너무도 잘 챙겨주시니 감사한 마음 가득하답니다.

 

                             

 

 

이런 평탄한 낙엽길이 참 좋다.

그러나 오르막과 내리막의 낙엽길은 미끄러워 걷기가 힘에 부친다.

어제 다녀온 장성봉 희양산 구간에서 그랬다.

 

 

 

 

 

뭐라구요~ 회원님.

잘 안들린답니다~헛짓을 많이 하니 빨리 오라는 말씀이 분명할테다~^^

 

 

 

 

 

단목령 지킴터에 도착.

1.3km면 진동삼거리로 하산할수 있는길.

단목령의 단(檀)자는 박달나무 단~자로 박달재로 불리기도 한다.

오색과 진동리를 잇는 백두대간 고갯마루로 국내에서 원시림이

가장 잘 보전되어 있는 곳이라 한다.

 

 

 

 

비바람은 더  거세진다.

 

 

 

 

 

설피밭 갈림길에서.

동행하신 님들의 사진도 처음으로 올려본다.

미끄러운 암벽구간, 앞에서 뒤에서 도와주신 회원님들.

회원님들이 안계셨다면 많이 고전했을 거랍니다.

 

 

 

 

부부님은 먼저 올라가시고 나머지 두 회원분과

저기 보이는 간이 텐트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지만

혼자서 한적한 숲길을 걷고 싶은 욕심에 천천히 길을 나선다.

 

 

 

 

아무도 없는 촉촉한 낙엽길은 더없이 평온하고 여유롭다.

기분이 너무 좋아진다.

좋은 님들과 함께라도 나는 천천히 걷는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

내가 느끼는 최고 힐링의 순간이기도 하다.

 

 

 

 

재선봉 (882m)을 지나

가야할 북암령까지 2.2km 남겨둔 지점.

 

 

 

 

 

 

북암령(940m)에 도착한다.

북암령은 희귀식물인 한계령풀의 집단 분포지로 알려져 있다.

나는 아직 한계령풀을 보지 못했다.

아니,보고도 눈뜬 장님처럼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얼른 한계령풀이 보고 싶어진다. 

그 기대와 설렘으로 나는 또 이곳으로 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지 않는 님들을 기다릴겸 북암령 표지위에 카메라를 올리고

셀카를 찍으며 맘껏 여유를 부린다.

 

 

 

 

안개 자욱한 숲.

비에 젖은 손이 시렵지만 기분은 날아갈듯 좋다.

이럴때면 혼자서 흥얼거려본다.

나는 노래도 잘 못할뿐더러 시끄러운 노래방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기분 좋은 길을 걸을때의 흥얼거림을 좋아한다.

 

나는 가끔 좋은님과 걸을땐 조용히 노래하나 불러달라 청을 하기도 한다.

유일하게 다른 사람의 노래가 듣고 싶은 순간이기도 하다.

뒤에서 나즈막한 님의 노래소리가 그리운 날이다.

 

 

 

참 아름다운 길이다.

 

 

 

 

 

황금물결의 숲.

나는 혼자 걷는 이길이 그저 황홀할 뿐이고 .

 

 

 

 

1136봉 부근에서..

943봉~갈전곡봉 방향.

아직 안개가 걷히질 않아 뒤쪽으로 산새가 드러나질 않는다.

 

 

 

 

을여자 흉내라도 내려는듯.

우비까지 입고서 가을 분위기 한번 실컷 잡아본다.

님들이 뒤에 오신다 생각하니 서두르지 않아도 되고 무지 여유로워 좋다.

 

 

 

 

그러니 아주 천천히 오셔도 된답니다요~

그러나 걸음이 빠르신 님들,식사를 마치시면 금새 나를 추월해 올 것이다.

 

 

 

 

 

진동저수지 상부댐 출입금지 안내문.

출입금지라 써있는 경고 문구만 봤을뿐 제한적 개방안내를 못보아

저수지로 내려가 보지는 못했다.

노란색의 하지 말라는 경고색은 그야말로 위력적이다.

 

 

 

다녀오신 회원님이 주신 진동호 상부댐의 모습이다.

 

 

          

 

 

 

점봉산까지 암봉을 넘을때 빼고는 힘들게 느껴지는 구간은 없다.

그저 긴 길을 꾸준히 걸으면 되는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물론 작은 동산같은 봉우리들을 여러번 넘고 또 넘어야 한다.

누군가 말해준다 해도 그 많은 봉우리 이름을 나는 기억하질 못하겠다.

진한 낙엽과 비옷이 대비돼 오늘따라 우비가 이쁘게까지 보인다.

 

 

 

 

조침령과 갈전곡봉 방향의 백두대간을 잇는 마루금.

오늘 흐린 날엔 이것이 최선이다.

 

 

 

 

날은 개이고 노랗게 물들어가는 낙엽송도 보이기 시작한다.

 

 

 

 

 

다 왔나 싶으면 또 한번의 고개가 이어지고..

 

 

 

 

 

드디어 이곳이 마지막 봉우리였던 듯..

조침령 방향으로 간다.

 

 

 

 

가을 분위기 물씬 풍기는 하산길.

 

 

 

 

 

조침령 바로 위 전망대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만난다.

어디까지 가시길래 이제야 산에 오르시나~

장비들이 있는걸로 보아 약초꾼들인것도 같다.

 

 

 

 

조침령 길도 보이고.

갈전곡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도 이제 뚜렷하다.

                                    

 

 

 

쉼터를 내려오니 조침령석 앞에 부부 회원님이 보인다.

반갑다.

 

 

 

 

12시가 다 된 시간,

조침령석 앞에서 인증샷 한장 남겨 주신다.

 

 

 

 

조금 더 내려오면 어느 공병 부대에서 만든 조침령석도 있다.

지난 여름, 갈전곡봉 구간에 다녀올때는 이곳에서만 인증샷을 남겼었다.

 

 

 

 

 

조침령을 뒤로하고 조침령터널이 있는 진동삼거리로 내려선다.

 

 

 

 

    

주마다 보는 다정하신 부부님.

우리는 이때까지도 여름에 왔을때와는 너무도 다른 이 길이 참 좋았다.

잠시후 한 차량이 올라와 멈춰서 일행이 몇명인지 묻는다.

왠지 예감이 좋지 않다.

우리 세명뿐이라 하자, 밑에 관광버스가 두대나 있는데 왜 거짓말이냐 한다.

 

비탐방구간을 지나왔으니 따로이 걱정할건 없을거라 생각한건 오판이었다.

11월 1일부터 그러니까 딱 바로 전날부터 강원도의 전 산이 산불방지간이라

통제되어 있단다.. 에구~ 이런 일이.

비탐방 생각만 했지 산불조심기간이라니.

맞다. 예전에 가끔 산불방지기간이라 써있던 안내문을 본 기억이 나기도 한다.

그래도 11월 15일부터라고 생각했던것 같다.

하산한 사람은 네명뿐, 그 사람들은 증거가 없으니 따로이 닥달은 못하였을 것이고.

 

 

 

 

그렇게 시간은 지나면서 너무 추워진다.

어차피 이렇게 된거 추우니 차로 내려가겠다고 말했다.

우리가 내려서자 감시원도 차를 돌려 진동삼거리로 간다.

 

 

 

 

우리는 어떡할까 고민을 한다.

무작정 내려가기도, 그렇다고 다시 올라가 조침령에서 대장님을 기다리기도 그렇고.

반대편으로 내려가기도 우스운 일이다.

 

일단 천천히 내려가면서 더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나는 처음 겪는 이 상황이 그닥 피곤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부부님이 신분증을 제시했다면 나 역시 벌금을 내고 끝내려 했음이다.

 

 

 

 

이 와중에 하산길이 어찌나 이쁘던지

다음일은 그때 생각하기로 하고, 마구마구 셔터를 누른다.

 

 

 

 

 

한폭의 그림같다.

어느 해외 유명지가 부럽지 않은 낙엽송길,

부부님 모습도 멋지긴 마찬가지다.

 

 

 

 

비는 그쳤지만 넘 추워서 비옷을 벗을수가 없다.

이제야 조침령에 도착하셨다는 두 회원님께 이 상황을 알렸지만

우리만 두고 살겠다고 내려오지 않고 있는 두 회원님께 장난전화를 하자 했다.

양양파출소에 끌려가 조사중이예요~ 흑흑~

빨리 보호자가 와야 풀어주신답니다~ㅎ

 

 

 

 

 

낙엽송길이 정말 넘넘 이쁘다.

앞으로도 뒤로도 못가고 우린 사진만 연신 찍어댄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몇명의 사람들이 하산을 하고

우리와 합류해 내려갈지를 상의한다.

우리가 대장에게도 연락을 했으니 다른 회원들에게도 연락이 취해졌음이다.

 

 

 

 

 

여름, 이곳을 지날때도 이 길이 이리 아름다웠던가

그때는 마타리가 핀 임도길을 따라 걷는 즐거움이 있었다.

하산하니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던 기억도 난다.

 

 

 

 

다행이 경찰이 와서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가 되었다고 한다.

식당까지 예약해 놓았던 상황이라 지역경제를 위해서라도 중재를 했을터.

진동삼거리로 하산하니 일대는 온통 낙엽송으로 노랗게 물들어 있다.

 

 

 

 

 

 

우리는 점심을 먹으며 할말이 많았다.

우리 세명 때문에 다른 님들 모두 걸리지 않았다고 너스레도 떨어보고.

이 글을 보시는 님들이라면 비탐방과 더불어

산불방지기간 이라는것도 염두해 두셔야 할듯하다.

 

점봉산에서의 일출도, 설악산의 풍경도 볼수가 없어 아쉬움이 있었지만

비오는 날의 낙엽길을 걷는 즐거움도 그에 못지 않았다.

언젠가 비탐이 풀리는 날,자유로운 몸이 되어 거닐고 싶은 한계령~점봉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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