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4일 화요일(월요무박)
산행코스 : 버리미기재~ 장성봉~ 악휘봉 ~악휘봉 삼거리~ 은티재~ 주치봉~
구왕봉~ 지름티재~ 희양산 ~산성터~ 은티마을
(막장봉에 갔지만 정상석을 찾지못해 근처를 몇번 해멤)
산행거리 : 18~19km
산행시간 : 9시간쯤
새벽 3시 30분쯤 경북 문경 가은읍과 충북 괴산 칠성면의 경계인
버리미기재에 도착한다.
옛날 기근이 심할때 조그만 밭을 빌어 먹이던 곳이란 뜻과
보리로 밥을 지어 먹이다라는 뜻에서 유래했다는 버리미기.
보리라는 말 자체가 이미 먹고살기 힘든시절의 궁핍이 느껴진다.
버리미기재에서 출발해 한시간 가까이 걸려 장성봉(915,3m)에 도착한다.
무박산행의 가장 큰 단점이라면 주변의 산새를 보지 못하고
그저 앞만 보고 진행해야 한다는 것..
특히 장성봉 구간은 거리가 길지 않아 무박산행이 좀 야속하게 느껴지는 구간이다.
아래 사진과 비교해보니 장성봉석이 조금 높아졌다.
사실 나는 이 구간을 작년 여름에 지났었다.
하지만 내가 장성봉을 지났다는 사실을 얼마전,그 구간을 같이했던 님을
만나고 나서야 그곳이 장성봉 이었다는걸 알게 되었다.
나는 작년 대간을 한다고 따라다녔지만 어디가 어디인지
이곳이 비탐방이라는 사실도 알지 못하고 그저 아무 생각없이 따라다니고 있었다.
정말 무슨 생각으로 다녔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님이 찍어줬던 것인지 여하튼 나에게 남겨져 있는 이 사진 한장으로 나는
장성봉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인지할 뿐이다.
내가 기억하는 거라고는 내리기 시작한 비가 하산할 무렵엔
도저히 길을 건널수 없을 정도로 차올라 119를 불러야 했다는 것이다.
그 하산길이 바로 은티마을 이었다는것 또한 얼마전에 알게 된 것이다.
올봄 은티마을에서 희양산을 한바퀴 돌았음에도 나는 그 동네가
119 도움을 받았던 그곳이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정말 한심한 노릇이 아닐수 없다.나는 그랬다.
막장봉으로 가는 갈림길,
막장봉을 들렀다 악휘봉으로 가기로 한다.
십여명쯤 막장봉을 찾겠다고 이리저리 헤매었지만 결국 같은 자리를 맴돌뿐
막장봉석은 찾진 못했다. 여러번 대간을 하신 어르신들 말씀 그 주위가 맞다 하시니
막장봉 다녀온거라 위안을 삼아본다.ㅎ 어두울땐 쉬운 길도 찾지 못할때가 생긴다.
막장봉을 찾겠다 왔다갔다 시간을 보낸뒤
악휘봉을 향해 갈 즈음 조금씩 여명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주 지리산 동부능선에서 못본 일출을 이번주엔 꼭 보고 싶었다.
날까지 맑으니 볼수 있으리란 기대를 가져본다.
악휘봉으로 가는 도중,
어느 회원님이 일출을 볼수 있는 좋은 자리를 찾았다 하신다.
곧 해가 떠오를것 같다. 이곳이 맞다면 근사한 일출을 볼수 있으리라~
대간을 하시는 님들은 시간에 쫒기기 때문에 일부러 일출을 기다리는 분은 거의 없는데
일출을 기다리시는 여유 있는 님들 계시니 나도 괜히 든든한 생각이 든다.
그런데 어째 좀 이상하다.
이 자리가 아닌가 보다며 하나둘 내려가시고.
이미 일출은 저 너머에서 시작되었다는걸 우리는 직감적으로 알게 된다.
그렇지만 나는 이 장면이 일출 못지않게 좋았다.
굳이 붉은 해가 아니어도 이 여운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일출자리를 찾겠다고 애쓰신 님에게 괜히 따뜻한 말 하지 못함을 후회함이다.
충북의 아름다운 산군들이 서서히 깨어난다.
애기암봉과 둔덕산 능선이겠다.
어느곳이 어느 산인지 모두 꼭 찝어 얘기할 실력이 아직
나에게는 없다. 그저 오늘의 이 혜택을 누려볼 생각이다.
악휘봉에 올라서 보니 일출은 한참전에 시작되었고
곳곳에서 일출이 근사했다 자랑들을 하신다.흑
악휘봉이 일출자리로 딱이었다는 결론..
그냥 기다리지 말고 쭉 걸었다라면~ㅠ..이제와서 후회해봤자 소용도 없고 오늘만 날이랴.
괜히 투덜되면 일출 자리 찾겠다 애쓰신 님에게 미안한 일이 되버린다.
우리가 오늘 가야할 구왕봉과 희양산 너머로 아침 햇살이 강렬하다.
물론 오늘 산악회에선 지름티재에서 희양산을 오르지 않고 하산을 한다.
나는 처음부터 산악회 일정이 희양산을 가는줄 알았기 때문에
시간이 된다면 다녀올 생각이다.
백화산도 살짝이 들어온다.
악휘봉(845m)은 대간길에서 약간 비켜서 있지만
사방이 트여 있어 조망은 이곳을 따라올 곳이 없다.
옛날 정상석과 새로 만든 악휘봉 정상석 두개가 있다.
오늘 지나온 길.
그 뒤로는 대야산으로 이어지는 대간길.
마분봉 넘어 조령산과 신선암 그리고 주흘산까지..
가운데 툭 튀어 나온 마분봉부터 그 우측으론 은티재 은티마을로 이어지고
건너편 조령산과 마패봉 그 좌측 뒤로 뾰족 올라온 월악산도 보인다.
조금씩 안개가 걷혀가는 산골의 아침.
오른쪽으로 칠보산이 보이고 그 뒤로는 군자산이겠다.
장성봉으로 향하는 대간길 너머 대야산과 속리산이 아련하다.
악휘봉 정상에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나는 서둘러 내려선다.
악휘봉 밑의 입석바위.
어느 님들은 선바위라 하고 어느 님들은 촛대바위라 한다.
나는 뭐든 상관없다. 그저 이화령을 향해 우뚝솟은 모습이 힘찰 뿐이다.
구왕봉으로 가는길.
님.. 반가워요.
어쩌다보니 오늘도 님 뒤에서 걷게 되네요..
아시지요~ 제가 뒤에 따르면 뒷모습을 많이 빌려야 한다는거요.이해해 주실거라 믿어요.
이 구간에서는 철계단을 거의 보지 못했던것 같다.
거의 유일했지 않나 싶다.
조령산과 뒤쪽 주흘산을 옆에 끼고 구왕봉으로 가는 길.
아직 아랫마을은 안개에서 깨어나질 못하고 있다.
항상 열심히 찍으시고, 열심히 걸으시고 늘 긍정적인 분.
만인을 사랑하고,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 분.
많은시간 함께하진 못했지만 님에 대한 저의 생각은 그랬답니다.
애기암봉 방향.
11월에 만나는 개쑥부쟁이는 그 무엇보다도 반가움이다.
여름 가을에는 흔한 개쑥부쟁이였지만 오늘 너는 최고의 하나뿐인 쑥부쟁이~
은티고개로 내려서면서.
보이는 첫번째가 주치봉, 두번째가 구왕봉이고 세번째가 희양산 맞답니다
강한 햇살로 구왕봉 희양산이 뿌옇기만 하다.
유독 충북의 산에는 아름다운 소나무가 많다.
대야산도 그렇고 도명산 일대도 그렇고 칠보산,북바위산, 금수산,도락산, 군자산 등등..
나 역시 멋진 소나무 앞에선 항상 멈춰선다.
바위위에 뿌리내릴수 있는 강인함은 소나무를 따라올 만한 나무가 없지 않을까 싶다.
그래선지 더 애착이 가고 귀하게 느껴지는건지도.
멀리서도 환하게 웃고 있을 회원님의 미소가 느껴진다.
은티재에서 쉬고 계신 님들.
이곳에서 재충전을 해야할 이유는 충분했다.
주치봉 올라가는 길엔 낙엽이 가득 쌓여 미끄럼으로 힘을 배로 들여야 했다.
뒤쪽에 오시던 회원님이 찍어 보내주신 사진이다.
늘 다른사람의 뒷모습만 찍다 나의 뒷모습을 보면 왠지 어색하다.
주치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낙엽에 미끄럽고 자꾸만 뒤로 밀려난다.
깔딱이 힘이 든게 아니라 낙엽이 힘을 들이고 있다.
주치봉에 올라서 바로 앞 구왕봉으로 내려갔어야 했는데
우측 내림길로 내려서고 있다.무작정 나는 앞사람만 따르고 있다.
이틀전 다녀온 점봉산에서 발목을 조금 삐끗한걸 방치했더니
한걸음 뗄때마다 욱신거린다. 내림길엔 통증이 더 심해진다.
알바한 사실을 알고 다시 주치봉으로 올라서니
뒤에 오시던 어르신들도 이미 올라와 계신다..
어르신들도 제 길을 잘 찾아 가시는데 젊은 사람들이 쯧쯧쯧 하셨을 것이다..ㅎ
은티마을과 오봉정고개 하산길.
구왕봉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은티마을.
석회석 채취를 하는것인지 산이 휑하니 뚫려있다.
구왕봉(879m)에 도착.
나무가지에 가려 희양산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바로 전망이 트이는 곳으로 내려간다.
희양산이 보이는 전망좋은 곳에 모여 계신 님들.
희양산이 한눈에 들어오는곳.
소나무 하나를 잘라놓았다.
조망이 가려져 일부러 그런듯도 싶다.
희양산과 밑으로는 봉암사가 내려다 보이는곳.
봉암사와 가은 원북리 일대.
봉암사는 음력 초파일을 전후한 약 한 달 가량을 제외하고는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조계종 특별수도 도량인 봉암사.
경내에는 봉암사 지증대사 적조탑(보물 137)과
봉암사 지증대사 적조탑비(보물 138)등 많은 보물이 자리하고 있다.
잠시뒤 내려설 지름티재에 목책과 감시초소까지 쳐두고
출입을 금지시키는건 좀 아쉬운 부분이다.
등산객으로 인해 피곤한 사찰측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만은 조금 좀 그렇긴 하다.
멋진 고사목과 한 연세 있으신 회원님..
늘 열정적으로 산행하시는 모습이 보기좋아 살짝 담아본다.
산 정상 일대가 암릉으로 이루어진 희양산.
희양산은 문경시 가은읍과 충북 괴산군 연풍면의 경계를 이루고
문경새재에서 속리산 쪽으로 흐르는 백두대간의 줄기에 우뚝 솟은 신령스러운 암봉이다.
옛날 사람들은 희양산을 보고 갑옷을 입은 무사가 말을 타고 앞으로 나오는 형상이라고 했다.
지증대사가 희양산 한복판 계곡으로 들어가 지세를 살피니,
산은 사방에 병풍처럼 둘러처져 있으니 마치 봉황의 날개가 구름을 치며 올라가는 듯 하고
계곡물은 백겹으로 띠처럼 되었으니 용의 허리가
돌에 엎드려 있는 듯 하였다"고 감탄한 산이라고 전한다.
태백산을 일으켰던 백두대간 줄기는 여기에서 다시 서쪽으로 휘어지면서
이 일대에서 가장 험준한 산세를 이뤄 놓았고,
이들 산 가운데 가장 빼어난 산이 바로 희양산이라~
희양산은 산세가 험해 한말에는 의병의 본거지이도 했다고 한다.
로프 클라이밍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선호할만한 곳이기도 하다.
지름티재에 내려선다.
우측은 봉암사측에서 지키는 초소.
환영하지 않는곳엔 굳이 가지 않을거니 걱정은 마십시요~
원래는 여기 지름티재에서 은티마을로 하산하는 일정이었다.
희양산까지는 1.5km.우린 희양산 갔다가 산성터에서 하산하려 한다.
올봄에 희양산에 왔을때도 나는 이걸 보고 웃었었다.
바위를 받쳐주겠다고 어느 님들이 세워둔 나뭇가지들.
받쳐준거 맞지요~ 나뭇가지들 얼마나 힘드실까~ ㅎ
올 봄에 찍었던 사진..↑
희양산 오르는 가장 난이도 있는 로프 구간이다.
그렇다고 남들 다 오르는 걸 나혼자 못간다 떼쓸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조금 조심할 구간임은 틀림없다.
위에서 빼꼼~
회원님.. 먼저 올라가 관망하시는 건가요~ 아님, 쬐끔이라도 걱정이 되시는 건가요~
시루봉과 구왕봉 갈림길.
정상으로 간다.
희양산(998m)
나 포함 다섯이서 희양산에 오른것 같다.
희양산 정상 밑으로 전망좋은 너른 바위.
넓은 바위에 앉아 간식도 먹고 쉬어간다.
이곳에 앉아 앞쪽으로 보이는 풍경들을 바라보고 있었을때
오늘 산행중 가장 편하게 느꼈던 순간이었던것 같다.
시간이 좀더 허락됐다면 나는 이곳에 더 머물고 싶었다.
희양산을 다시 돌아 나오면서
아까 지나쳤던 기암속의 멋진 소나무 앞에 선다.
지나왔던 구왕봉.
어느 동물의 머리같은 바위위의 소나무들.
봉암사도 다시 보이고..
구왕봉이 내려다 보이는 자리에서.
우측 뒤로 남군자산과 군자산.
우측 끝으로 바위산인 칠보산도 살짝 걸쳐 있다.
마지막으로 인증샷 한장 더 남기고 내려선다.
시간이 많지 않음이 참 아쉽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산성터에서 은티마을로 하산.
계곡길이 시작된다.
무지 발빠른 회원님.. 조금 천천히 가주시면 안될까요~여유 좀 가지고 가자고요.
켜켜이 쌓은 시루떡을 닮은 바위도 지나고.
삼거리에 내려선다.
우측은 구왕봉으로, 좌측은 희양산으로 오르는 길.
올봄엔 우측으로 올랐던 적이 있었는데 솔숲이 참 좋은 길이었다.
백두대간 희양산석 앞에서 인증샷 한장 남기고 바로 은티마을로 내려간다.
은티마을로 가는 길.
들깨를 털고 난 뒤, 아닌가~ 아직 털지 않았나~
회원님.오늘도 저의 풍경속에 들어와 주셔서 감사했고
덕분에 재미 있는 산행이 되었답니다.
여기는 이제 가을이 힌창이다.
밭에 심궈진 빨간 나무는 무엇~ 혹 영산홍 같은 것인가~
가보고 싶어 궁금하지만 참아야 하느니.
한가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은티마을 하산길.
새벽 3시 30분쯤 시작한 산행,
12시 30분이 되어서 은티마을로 하산해 산행을 종료한다.
두번찾은 장성봉과 희양산. 눈뜬 장님처럼 인지하지 못했던곳.
아는만큼 보인다고 이제야 나는 장성봉과 희양산을 볼수 있었다.
언젠가 또다시 찾을 괴산의 대간길과 희양산을 기대해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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