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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2014년

동대산~오대산

 

2014년 10월 4일 토요일

6월 6일 현충일날 S산악회에 오대산 종주를 하러 따라나섰지만

차가 너무도 막혀 선재길만 걷다 온 기억이 있다.

다시 가는 S산악의 오대산행.

 

 

 

산행코스 : 진고개~ 동대산 ~두로봉~ 상왕봉~ 비로봉~ 상원사

산행시간 : 6시간

 

 

 

 

 

진고개 도착.

보슬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다.

길건너면 진고개로 우측은 노인봉 소금강으로 가는 입구다.

 

 

 

 

올라가며 본 진고개 정상 휴게소.

 

 

 

 

 

 

 

 

 

 

 

건너편은 노인봉으로 오르는 초입이다.

 

 

 

 

 

기상청 예보를 보지 못하고 나온터라 비가 올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바람까지 있어 쌀쌀하게 느껴진다.

자켓마저 차안에 두고나온 상황.

 

 

 

 

진고개에서 동대산까지는 1.7km.

 

 

 

 

 

제법 단풍이 많이 들었다.

이 산악회는 아주 가끔 찾지만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어서

조용히 걷고 싶은 사람에겐 딱 맞는 곳이기도 하다.거의가 조용히 혼자서 걸었다.

그래선지 산행내내 평화로운 적막감이 돌았다.

 

 

 

 

 

 

가느다란 보슬비와 자욱한 안개, 그리고 단풍과 낙엽..

그저 말없이 걷는 길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여로 씨방이다.

한여름 화려했던 갖가지 색으로 피어나는 여로도 갑자기 보고싶다.

내년이면 또 만날수 있겠지만 그리고 완숙함으로 변해가고 있음에도

왠지 쓸쓸해 보인다. 너의 마음인지, 나의 마음인지.

 

 

 

 

힘들지 않게 동대산에 도착한다.

오대산 비로봉 상왕봉이야 1년에 몇번씩 찾는 곳이지만

동대산은 자주 접할수 있는 곳이 아니다.

 

 

 

 

날은 춥고 안개도 짙어지니 인증샷 찍는것도 포기를 하고

다시 두로봉을 향해 간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않고 안개 낀 가을정취를 만끽하려 한다..

 

 

 

 

 

제법 사람들이 앞서거니 하면서 걷고 있었지만 넘넘 조용해서 좋은 날이다.

이런 분위기의 산악회라면 다음에도 또 찾을것만 같다.

 

 

 

 

 

동대산 지나면서 올여름 가을을 통틀어 처음으로 금불초를 만난다..

주마다 산에 다녔음에도 어떻게 한번을 못만났을까~

 

 

 

 

금불초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황금빛 부처님을 닮은 꽃.

 

 

 

 

이날 대부분이 씨방으로 변한 야생화는 많았지만  굳이 담지는 않았다.

주마다 많이도 봤거니와  그저 오늘은  보는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혼자 찾은 여성들도 많았다.

모두가 각자의 스타일대로 걷는다.누군가와 맞추지 않아도 되니 좋다.

 

 

 

 

 

안개에 휩싸인 멋진 나무앞에서 잠시 멈춘다.

 

 

 

 

 

 

 

 

 

 

 

 

 

산형과의 식물들도 이젠 모두 씨앗을 품고 있다.

바디나물 씨방일까~아님 구릿대.

잎도 지고 없으니 더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산형과 식물은 꽃이 피었을때도 씨방으로 변했을때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바디나물쪽으로 생각해 보지만 언제든 바뀔 여지를 남겨둔다.

 

 

 

 

 

그래도 어수리는 구별하기 쉽다.어수리 씨방이다.

 

 

 

 

 

 

늦가을의 길을 걷고 있는것 같다.

앞서시는 님도 산행내내 만나지만 각자의 길을 걷는다.

 

 

 

 

 

동대산에서 두로봉까지는 6.7km 짧지 않은 길이지만

편안한 길이 이어져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흰색돌, 차돌백이다.

 

 

 

 

 

보이는 건 어수리밖에 없다.

 

 

 

 

 

가까이 담아본다.

이제 곧 씨방으로 변할 준비들을 하고 있다.

 

 

 

 

잎이 깊고 가늘게 갈라진게 투구꽃과는 다른것이 지리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고수님들에게 문의해봤지만 지리바에 가깝다고는 하시지만

확실한 답을 얻을수는 없었다.

차라리 투구꽃만 알고 있었더라면 고민할 일도 없었을텐데.

차차 배워갈 숙제로 남겨두려 한다.지리바꽃의 곱돌은 5개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두려워 하기도 한다. 

그래서 익숙한 곳과 사람들, 장소를 좋아하기도 하고..

나역시 한때는 그랬다..

많은 인맥이 있어야 불안하지 않다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나는 익숙함에 빠지고 싶지가  않다.

사람도, 맛있는 음식점도 가끔은 싫증이 난다.

그래서 가보지 못한곳에 대한 갈망이 늘 있는지도 모른다.

벌써부터 겨울채비를 하는 아이들에게 물방울이 가득 맺혔다.

 

 

 

 

나는 이런 안개낀 날의 숲이 참 좋다.

여유로워서 더 좋은 날이다.

 

 

 

 

 

다시 보이는 어수리.

오늘은 어수리만을 가득 담는다.

 

 

 

 

 

두로봉 정상(1421m)이다.

 

 

 

 

 

두로봉 정상에서 만난 어수리씨방.

 

 

 

 

이곳을 지나 두로봉 정상으로 갔음에도 나는 이곳이 어디인지 알수가 없었다.

두로봉에서 다시 돌아나오니 이제야 정신이 돌아온다.

여름, 백두대간 산행때 진고개가 아닌 상원사에서 시작해 이곳을 지나 구룡령으로 진행을 했었다.

진고개에서 와서인지 방향감각을 잃고 있었나보다.

 

이곳이 두로봉 정상인줄 알고 숲을 헤치고 일출을 보겠다고 용을 쓰던 곳이었다.

문득, 처음으로 인사를 할수있는 계기가 됐던 그분 생각이 났다..

이곳이었구나~~너무 생각없이 걸었나보다.

 

 

 

 

다시 두로령으로 가는길, 너무 빈약해 보이는 참나물 열매.

 

 

 

 

 

나는 시인 김용택의 시를 좋아했다.

가끔은 김용택의 시를 읽다가  실컷 울어본적도 있다.

 

사랑,

다 당신입니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참 좋은 당신등 주옥같은 좋은시가 너무도 많다.

지금은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들국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한다요

뭐한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산 너머, 저 산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뭔 헛짓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생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한다요

마른 지푸라기 같은 내 마음에 허연 서리만 끼어가고

저 달 금방 져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 턴디

 

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

뭐한다요, 뭔 소용이다요.

 

- 김용택 -

 

 

 

 

두로령 임도길로 나온다.

 

 

 

 

 

올여름,무박으로 이길을 지날때는 어둠이 막 걷힐 무렵이었다.

다시 밟으니 감회가 새롭다.

 

 

 

 

 

다시 비로봉 방향 산길로 들어선다.

 

 

 

 

 

 

쉽게 자주 보이는 나무가 아니다.나도 이 나무를 얼마전에 알게 되었다.

윤노리나무 열매다.

 

 

 

 

아직 개화하지 못한 용담.

꽃잎도 꽃받침도 뒤로 활짝 열리지 않는 과남풀이라 해야 더 정확하겠다.

 

 

 

 

 

북대사 갈림길이다.

보통 상원사에서 비로봉,상왕봉을 거쳐 이곳에서 하산을 하곤 했었다.

 

 

 

 

 

 

 

 

 

 

 

조망이 열리지 않으니 상왕봉(1491m)에서도 바로 진행한다.

 

 

 

 

 

 

단풍과 안개의 숲.꿈속을 걷는 기분이다.

 

 

 

 

 

지금 이 순간, 어딘가로 빨려들어간다 해도 난 후회하지 않을것만 같다.

미지의 어딘가로 가는 몽환적인 느낌이었다.

 

 

 

 

 

오대산에 올때면 항상 이 나무들 앞에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도 난다.

이제는 잊혀진 시간이 된 지난난들.

 

 

 

 

 

 

비로봉으로 가는 마지막 오름길.

춥고,귀찮아 굳이 사진을 찍지 않았는데

어느 님이 다가오셔 왜 사진 한장 찍지 않으시냐 하신다.

일부러 다가와 그리 말씀하시는데 카메라를 맡기지 않을수가 없다.

그 마음이 고맙습니다.

 

 

 

 

 

 

 

 

 

 

 

비로봉 정상에 선다.

안개는 더욱 짙어져 보이는건 아무것도 없다.

 

 

 

 

날은 춥고, 바람까지 합세하니 인증샷만 남기고

바로 상원사로 하산을 시작한다.

 

 

 

 

 

단풍이 떨어진 계단마저도  가을정취가 가득하다.

 

 

 

 

 

 

단풍만 물든 숲이었다면 그저 아름답기만 했겠지

단풍과 안개마저 있는 숲이 나는 오히려 더 황홀하다 느꼈던것 같다.

 

 

 

 

 

지나온 길을 한장한장 보고만 있어도 흐믓해진다.

 

 

 

 

 

적멸보궁 입구다.

적멸보궁이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사찰 당우란 뜻이다.

따로이 불상을 봉안하지 않고 불단만 있는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는 5대 적멸보궁이 있다.

양산의 통도사와 설악산 봉정암, 사자산의 법흥사 그리고 태백산 정암사와

오대산 상원사 적멸보궁이다.

 

 

 

 

만등밝히기 행사로 석가탄신일처럼 오색등이 화려하다.

아이가 입은 형광의 비옷과도 잘 어우러진다.

 

자주 가본 곳이므로 상원사엔 굳이 들르지 않기로 한다.

생각도 못한 추위 때문이었는지 이미 감기 기운으로 온몸이 굳어있다.

 

 

 

여고생쯤으로 보이는 학생들..

지금 생각해봐도 저때는 사소한 모든것이 즐겁고

낙엽 굴러가는 것만 봐도 웃음이 날때였던것 같다..

부럽기도, 웃음이 많이 사라진 지금의 내 얼굴을 보기가 두렵기도 하다.

 

 

 

 

 

오늘은 아무것도 열심히 하려하지 않았다.

걷는것도, 사진 찍는것도, 무언가를 보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그저 보이는대로만 보고 생각나는대로 생각하고 그저 말없이 걸었다.

그래선지 마음은 더없이 편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