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14일 화요일.
아침 6시 49분차로 오색으로 간다.
독주골은 비탐방 구간이라서 생각조차 못해봤던 곳이다.
혼자서라면 엄두도 못낼곳을 H언니와 함께여서 길을 나선다.
오색 남설악탐방지원센타 앞에서 산행준비를 하고.
9시 50분 남설악탐방지원센터 입구를 지난다.
한 50m 지났을까 비탐방구역이라 써있는 옆길로 들어서면
사람들이 지나다녔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길을 만난다.
H언니와 둘이서 설악을 다녀온후 한달 반만의 다시 설악행..
나는 아무 사전 지식 없이 나섰고, 언니가 독주골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져와
어렵지 않게 계곡으로 진입한다.
눈빛승마 열매.
어찌보면 당연한 자연의 섭리인데도, 여름이면 온 산을 물들였던 꽃들이
이제 열매를 맺는다는게 그저 신비로울 따름이다.
병조희풀 열매도 독주계곡을 끼고 가득하다.
무조건 계곡을 따라 올라야 한다는건 알고 있지만
수시로 계곡을 건너고 다시 건너야 한다.
아무도 없는 독주골을 우리가 점령하고 있다.
천천히 걸으며 길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독주 폭포를 보기 위해선 수십번 계곡을 가로질러야 하는데
그래도 이때까지는 사람들의 흔적이 있어 어렵진 않았다.
이곳 독주골에도 가을이 한창이다 .
지금쯤 능선위는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가을숲의 H언니.
혼자서 독주골 공부하느라 고생 많이 하셨어요~^^
덕분에 제가 편하게 가고 있답니다.
사실, 나는 비탐방이라고는 올 대간때 산악회 따라 두번 가본게 전부라서
갈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곳이었다.
이름마저도 생소한 독주골.
투구꽃.
열매가 5실인걸 보니 지리바꽃일수도 있겠다.
구릿대 열매로 보인다.
까치고들빼기.
하늘이 넘 맑은 날이다.
하늘을 보니, 얼른 폭포를 지나 능선에 오르고픈 욕심도 생긴다.
잘 보전돼 있는 덕주골,
그리고 물들어가는 단풍과 파란 하늘..
이 모든걸 둘만이 만끽하고 있으려니 좀 미안하기도 하다.
길을 잃기 쉽상인 곳곳에 돌을 쌓아 표식을 해놓은 사람들..
태풍에 휩쓸려 길이 곳곳에 사라졌다.
그 조그마한 돌탑이 우리를 인도해준다.
촛대승마와도 닮은 노루삼열매도 만난다.
곳곳에 쓰러져 있는 나무들..
사람의 발길이 없는 곳이어선지 모든게 원형 그대로이다.
가슴이 탁 트인다.
하늘도, 물들어가는 가을의 숲도 이쁘기만 하다.
까치고들빼기.
전날 휩쓸고 간 태풍의 영향이었는지 하늘은 더없이 깨끗해졌다.
드디어 첫번째 막내폭포에 도착한다.백장(百丈)폭포다.
한장은 한자에 열배로 약 3m에 달한다 한다.
백장폭포를 옆으로 끼고 올라가면서..
다행히도 쇠줄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다.
트인 하늘을 보면 금방이라도 서북능선 위로 올라설것만 같다..
두번째 폭포, 천장(千丈)폭포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두번째 폭포, 천장이다.
유후~재대로 찾아왔다.저 쏟아지는 폭포 소리에 기분 날아갈것 같아욤.
폭포만 봤어도 만족했을텐데 덤으로 파란 하늘까지 주신다.
종교는 없지만 하느님, 부처님 모두 감사~
언니~ 넘 좋지요~~절로 만세가 나올테다.
천장폭포 옆으로 난 쇠줄을 붙잡고 올라선다..
조금은 아찔하지만 철거하지 않은 쇠줄이 고맙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아주 여유들이 넘친다.
건너편 점봉산을 바라보지만 강한 햇살에 점봉산은 뿌옇기만 하다.
서두르는 사람 없어 좋고
마음 맞출수 있는 사람과 있어 좋다.
한폭의 산수화라는 말밖에는 어떤 표현도 할수가 없다.
제대로 된 진사가 이곳을 찾았다면
폭포도 하늘도 더 멋지게 담았을테지만 상관없다.
일일이 어렵게 찍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천장폭포 위쪽으로 올라서.
낙수를 맞으며 활짝 웃는 H언니..
드디어 독주폭포다.
바위골 사이에서 흐르는 물줄기..
어느곳에서 물이 떨어지는건지 궁금하기만 하다.
설악산의 3대폭포중 하나.. 독주폭포.
굳이 3대폭포라 이름 짓는것도 좀 우습긴 하다..
토왕성 폭포와 대승폭포. 그리고 이곳 독주폭포.
대승폭포는 늘 개방되어 있지만 토왕성은 1년에 이틀 빙벽대회를 할때만 개방을 하고 있다.
그 기간에 토왕성에 가려면 인파를 견뎌야 하는데
나는 사람들에 치일바엔 차라리 토왕성을 포기했었다.
건너편 점봉산 방향.
역광의 강한 햇살에 더이상 남기지 않는다.
독주폭포에서 마지막으로 시간을 보낸뒤 자리를 뜬다.
지지않고 남은 유일한 산구절초, 무지 반갑다.
독주폭포 옆에서 바위솔을 만난다.
둥근 바위솔인지, 좀바위솔인지는 나는 아직 명확하게 구분짓지 못한다.
물줄기의 끝이 궁금했다.
저곳을 보겠노라 우리는 다시 오른다.
오늘 그 시작이 어쩌면 고된 하루를 예고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두개 보이는 리본과 돌탑을 의지삼아 오른다.
독주폭포 위에서 왼쪽 방향이다.
하늘이 트이고 왠지 길을 잘 찾은것만 같다.
이때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리본이 한두개 있던 가파른 계곡으로 다시 내려갔지만 그때부터는 알수가 없었다.
폭포 끝 지점도, 계곡 건너 끝청으로 간다는 길도 찾을수가 없었다.
어쩔수 없이 우리는 다시 원래 내려갔던 지점으로 올라온다.
헤매기를 여러번..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들고 있었던것 같다.
조금의 발자욱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점점 누구하나 지난 흔적을 찾을수가 없었다.
길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뒤 우리는 서로 길을 찾아 보자고
잠깐 방향을 바꿔본다.
언니는 계곡쪽으로, 나는 바로 위 능선방향으로.
그러나 우리는 서로를 잃고 말았다.
부르는 소리도 계곡물에 묻혀 버리고.서로가 있을 방향으로 가다가 엇갈렸던 것이다.
그렇게 30여분을 헤매다 길 같지도 않은 곳에서 극적으로 만나게 된다.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만났다는 것도 신기할 뿐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다시 길을 찾아본다.
어차피 길은 없다.
계곡이 끝났음에도 큰 바위가 엉켜 이끼 가득하고
썩은 나무들 사이를 비집고 오르고 또 오른다.
어찌나 원시림 그 이상이었던지 사진을 남길수도 없었다.
오로지 이제 하늘이 트이는 능선으로 치고 올라가는 수밖에 방법은 없다.
그렇게 능선에 올랐다.
이곳 역시 비탐방 길이지만 사람이 다닌 길을 만난것 만으로도 이곳이 어디든 상관없었다.
우리는 기쁨에 저절로 하이파이브를 한다.
언니~ 잘했어.. 우린 해냈다구.
3시 50분..
이 시간이면 대청 지나 하산을 거의 마무리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파란 화살 표시대로 올랐어야 맞다.
독주폭포에서 좌측으로 붙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던 길이
전날 태풍의 영향으로 사라진 뒤라 초행길인 우리에겐 너무 벅찬 일이었다.
우리는 폭포에서 빨간 점을 따라 끝청으로 그 날벽을 오른것이다.
그러니 사람 흔적이라고는 찾을수 없던 원시림을 통과한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만장폭포에서부터 4시간 가까이 헤맨후에야 우리는 서북능으로 가는 능선에 올라선것이다.
6~7분쯤 오르니 끝청이다.
이 끝청을 찾고자 오늘 우리는 기나긴 모험을 했다.
오르면서 해도해도 끝이 안보이길래 우리는 바로 대청이
나오지 않을까 농담도 했다..
그러기를 바랬는지도 모른다.
귀때기청봉과 그 뒤로 안산과 가리봉과 삼형제봉
그리고 주걱봉까지 보이지만 강한 햇살에 이쁜 사진을 얻을수가 없다.
끝청지나 대청으로 가는 길..
설악이 한눈에 들어오는 바위에서 잠시 쉬어간다.
중청과 대청이 깨끗하게 들어온다.
설악의 용아릉과 공룡능..
가을의 풍경이라기 보다는 이제 겨울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조금은 을씨년스러워 보인다.
곳곳에서 얼음이 얼어있고 나뭇가지에도 얼음조각들이 걸려 있다.
중청뒤로 울산바위도 보이고..
봉정암 일대도 들어온다.
중청위로 파란 하늘이 돋보인다.
모처럼 종아리 근육이 당겨온다..
그 길을 뚫고 무사히 올라섰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더 바랄것이 없었다.
언니도 오늘 힘들었지요~
남들이 봤다면 미쳤다고 할수도 있었겠네요.
우리가 무모한걸까요~그래도 언니 덕분에 좋은 경험 했답니다..
대청으로 가는 길,나의 그림자까지..
중청대피소와 대청봉..무지 반갑다.
대청봉에 가서 오색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원래 계획은 속초가서 회 한접시에 쇠주 한잔~ 캬~
생각만 해도 좋다.하지만 그러기에 우리는 오늘 너무 많은시간 헤매야 했다.
황량해 보이는 설악의 풍경.
이미 정상부엔 겨울이 오고 있었다.
바람까지 심해지니 외투를 꺼내입고 정상으로 고고씽~
춥다~ 손도 시려오고 콧물까지.
그래도 기분만은 유쾌 상쾌 통쾌 딱 그거다.
공룡능선과 울산바위에도 조금씩 어둠이 찾아오고 있다.
화채능선이 이어지고 속초시내도 어렴풋하게 들어온다.
대청봉에 올라 인증샷 한장을 남기고 바로 오색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좀 있으면 일몰을 볼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 우리는 너무 지쳐있다.
조금씩 어스름해지는 것이 다가 올
어둠을 재촉하는것만 같다.
오색엔 유독 돌계단이 많다.
무릎 나가는 소리가 두려운 길..
두번 다시는 오색으로 하산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한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사람일은 알수가 없다.2년만에 오색으로의 하산.
오색쪽으로도 단풍은 거의 지고 있었다.
어제 비바람으로 그나마 모두 떨어진듯하다.
그래도 낙엽길은 운치 있다.
이 단풍길을 지나면서 급 어둠이 찾아와 렌턴을 사용해야 했다.
물론 준비가 늘 철저한 H언니의 렌턴과 스마트폰 불빛이 지리한
오색 돌계단 하산길에 한줄기 빛이 되주었다.
오색으로 하산하니 7시가 넘어서고 있다.
택시를 타고 원통으로 갔지만 7시 30분 막차를 놓쳐
마음씨 좋은 택시 기사분이 요금을 추가하지 않고 속초 터미널까지 태워주셔
우리는 9시 동서울행 버스를 탈수 있었다.
조금은 무모할수도 있었던 독주골 산행.그리고 끝청을 찾아 헤맨 기나긴 시간들.
하지만 마음 맞는 H언니가 있었고 그 시간은 오히려
즐거운 추억으로 두고두고 남을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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