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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2014년

대구 현풍 비슬산엔 참꽃없이도 훌룡하더이다..

 

 

2014년 5월 2일 금요일..

나는 지금 대구에 간다..

미루고 미루었던 비슬산이 마음에 걸려..

동서울에서 6시 첫차를 탄다..

 

대구는 나에게 조금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스쳐가는 인연들이 아닌, 좋은 느낌으로 마음 한구석을 차지했던

사람들의 한결같은 고향이 대구였다.

 

좋은 대학에. 머리좋은 사람들.. 내가 아는 대구사람은 그랬다..

단순히 좋은대학에, 비상한 머리때문에  매력을 느낀건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유의 억양과 무뚝뚝한듯 하면서도 알고보면

겉만 번지르 말잘하는 남자들보다 자상함이 숨어있고 , 한번씩 웃을줄 아는

숨은 매력이 있었던것 같다..

 

10년전 강릉에서 술을 마시고,, 말도 안되는 잠깐의 운전을 했었다..

다행히 콘도근처 차들이 다니지 않는 곳이었지만..

언덕 높은 콘도로 차를 몰고가 절벽 30cm앞에 앞바퀴를 멈춰 세웠다.

그는 베스트 드라이버라 말했지만

사실은 아찔한 순간이었다..

 

술먹은 호기였고, 그에 대한 객기였던것 같다..

그 뒤로 난  운전을 아예 끊었고, 차에 대한 관심도 사라졌다.

강한 집착이 사랑이라고 여겼던 그 사람도 끊었고,

두번 다시 강릉에도 가지 않았었다.. (며칠전 의도치 않게

10년만에 강릉에 가게 됐지만).. 

그 사람도 대구사람이었다..

말이 너무 많았다..ㅠ

 

 

대구에 도착해 동대구에서 대곡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탄다.

 

 

 

 

 

 

대구 지하철을 탈때마다 느끼는건, 시골동네 어디에서나 다 쓸수 있는 교통칩이

부착된 신용카드가 이곳에선 안된다는거.. 지정된 신용카드가 따로 있다고 들었다.

현금을 일일이 꺼내 저런 칩을 사야하는 불편함..

 

대곡역에 도착해보니  평일은 교통편이 안좋단다.. 어쩔수없이 현풍까지만 가는

시내버스를 탄다.. 누군가 시내버스 타는곳에 시간표를 적어 둔다면 편의점 사장님께

번거롭게 물어보는 일이 줄어들텐데.. 많은 사람들이 물어 피곤할텐데도, 웃는 얼굴로 친절히 가르쳐 주신

편의점 사장님 고맙습니다..

 

 

 

 

 

현풍에 도착하니 왠걸.. 서울로 직통으로 다니는 버스가 있었다는거..

이래서 알아야 한다니까.

택시를 타고 비슬산 휴양림으로 간다..

 

 

 

 

 

며칠뒤면 석가탄신일이라 근처 소재사에서 등을 달아 두었는지

등 물결이 화사하다..

 

 

 

 

 

 

 

 

 

이곳에도 혹시 수해가 있었나.물길을 잘 만들어 놓았다.

우면산 산사태가 생각이 난다.

 

 

 

 

 

처음엔 단순히 돌무더기로만 생각했는데, 암괴류 종류라한다.(사진처럼 작은것은 애추란다)

암괴류란 , 지구상 마지막 빙하기 후대(약 1~8만년전)에 생성되었고

길이가 약 2km로 세계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암괴류란다..

천연기념물 435호.    오늘 새로운 것도 하나 알아간다.

 

 

 

 

 

좌측 참꽃 군락지, 대견사지쪽으로 간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암괴류..설악산 서북능선 귀때기청봉을 오를때의

너덜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참꽃군락지 능선에 오르는 마지막까지, 암괴류와 나무데크는

한몸인듯 함께한다..

 

 

 

 

 

많이 올라왔나 보다..멀리 대견사 삼층석탑이 보인다.

 

 

 

                  

 

 

임도를 지나 참꽃군락지에 올라서니 반대편 관기봉 능선도 보이고,

 

 

 

 

 

 

조화봉도 가까이 잡힌다..

2주만의 산행이라 발걸음이 무거웠다.. (1주일전 선자령에 잠깐 다녀온걸

K가 서운해 할수도 있겠지만, 그건 엄연히 산책이었다)

 

낮으나 높으나 힘들지 않은 산은 없었고, 자주 가나 오랜만에  가나

힘들지 않은 날은 없었던거 같다..다만 그날의 컨디션의 차이가 있을뿐..

어느 유명 산악인이 ,히말라야를 가나 북한산을 가나 힘든건 마찬가지라 했는데

나같은 사람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대견사지 석탑도 위엄있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곳이 바로 비슬산이었구나..

바로 앞은 참꽃 군락지고.. 참꽃 군락지였다는걸 잊고 있었다..

올봄 이상 기온으로 더 빨리 참꽃은 사라졌다..

이 앞에 펼쳐질 참꽃이 얼마나 화려했을지 상상을 해본다.

 

 

올라오다 보면 대형 그림판이 있었다..

색감을 너무 많이 입힌 참꽃과 비슬산의 사진.

누구나 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 하나씩 남기고들  한다..    하지만,. 오늘 난

그냥 올라왔다..진하게 색을 입혀 약간은 어색한 참꽃이 아님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참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도 실망스럽기는 커녕,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멋진 산이 참꽃에 가려 있었다니..

 

 

 

 

 

 

한참 재밌게 봤던 추노 촬영지이기도 하다.. 대견사지에서의

한 장면도 떠오른다.. 넓은 반석위의 3층탑, 멋스럽기만 하다.

어느 잘나가는 사찰의 탑들이 부러울게 없다.

 

 

 

 

 

 

 

 

 

 

 

 

 

 

 

 

 

 

 

 

대견사지에서 보이는 대견봉. 얼마 되지않는 거리지만  오늘은

시간상 들르지 않기로 한다.

 

 

 

 

 

 천왕봉 2.85km

예전엔 정상이 대견봉이었는데, 천왕봉이라는 원 이름을 찾았다.

이렇게해서 우리나라의 천왕봉이라는 정상석 이름이 하나 더 늘어났다.

 

 

 

 

 

 

 

 

 

 

 

 

 천왕봉으로 내려서는 길..참꽃이 져서 아쉬울건 없다..

진작 비슬산이 이렇게 이쁜 산인줄 알았더라면 일찍 찾아왔을텐데..

오히려 참꽃 때문에 사람이 너무 많을 걸  걱정해 못왔었다..

참꽃만 너무 강조한 관계자들이

조금은 잘못하신듯.. 이렇게 멋있는 산을 ..~~

 

 

우리 시골에선 진달래꽃을 참꽃이 아닌 창꽃, 철쭉을 못먹는 꽃이라 하여

개꽃이라 하였다.

우리 고향이 완전 골이긴 했나보다. 남들 안쓰는 말들을

많이도 사용했으니까..

 

 

 

 

 

 

 

 

 

 두시가 다된 시간 .. 조금은 서둘러야 하는데도, 맘껏 여유를 부려본다..

 

 

 

 

 

 

 

 

 

 

 

 

 

 

 

 

 

 

 

월광봉이 보인다. 400m앞..

 

 

 

 

 

 

 

 

      

 

 

월광봉을 지나면서 조화봉쪽도 담아본다..

 

 

 

 

 

건너다 본 참꽃군락지 길은 , 너무 이뻐서 자꾸만 셔터를 누른다.. 

이길에 참꽃이 가득하다면 상상만으로도 황홀하겠다..

 

 

 

 

 

이곳이 비슬산이다.. 

밑으로 난 길이 어쩜 이리 멋진지..

 

 

 

 

 

 

 

 

 

 

 

 

이젠 가까이 천왕봉이 보인다.. 

 

 

 

 

 

진달래 대신 은은한 산철쭉이 올라오고 있다.. 

 

 

 

 

 

 

 

 

 

 

 천왕봉 오르는 길은 곳곳에 소무나가 우거져 있다. 중간엔

유가사에서 올라오는 길도 있었고..

 

 

 

 

 

이제 몽우리가 맺혀있는 산철쭉..내가 좋아하는 철쭉색이다.

 

 

 

 

 

 천왕봉을 거의 앞두고 바위위에 키작은 소나무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정상부근에도 암괴류 영향으로 바위길이 많이 보인다..

 정상 3~40m전쯤.. 나는 오르고  한 남자는 내려선다..

 보통의 등산복 차림이 아닌 ,츄리닝 바지에 헐렁한 티셔츠..

 거센 바람에 그 티셔츠가 날린다.

 훤칠한 키에 마치 헬스 트레이너 간코치를 닮은 ..

 집이 근처인가 보다.. 그렇게 스쳐 지나간다..

 

 

 

 

 

 

 

 

 

     

 

 

정상에선 한 남자가 열심히 셀카를 찍고 있다가

쑥쓰러웠던지 멈추면서 인증샷을 여러장 찍어준다.

하지만 바람이 너무 세서 , 사진찍기가 쉽지 않다..

 

 

 

 

 

 

 

 

              

 

 

 

 

 

 

 

 정상에서 멀리 참꽃군락지와 조화봉쪽이 흐릿이 보인다..

바람때문에, 그리고 3시.하나둘 하산을 하고 정상은 조용해진다.

유가사로 내려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어느분들이 말해준다.

서두른다..산에서의  3시는 이제 곧 어둠을 말해주니까..

 

 

 

 

 

 

유가사쪽으로 내려서면서 지나온 길들을 담는다

 

 

 

 

 

그런데 이길은 급경사 길이다..게다가 너덜 급경사까지..

 

 

 

 

 

 한참을 급경사를 내려오니 길게 잘 뻗은 소나무 군락이 유가사까지도 이어진다.

 다른 산에서의 소나무보다도 솔향이 강하다..수령이 오래된 것들이 많아서인지..

 그길로 인도해줬던 분들 잠깐 원망했던 마음도 미안해진다..

 

 

 

 

 

 

 

 

내가 내려온 좌측의 급경사 길과 천왕봉과 참꽃군락지로

갈수 있는 우측 길이 갈라진다..↑

 

 

 

 

 

 

 

 

 

 현풍에서 4시 50분 동서울행을 타야하는데, 자꾸만 소나무에

눈길이 간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이곳에서 조금더 머물고 싶지만

그럴수가 없다.

 

 

 

 

 

 

 

 

유가사에 거의 내려오니 , 뒷사람을 위한 작은 배려가

고맙기만 하다.

나도 가끔은 깜빡해 스틱을 안가지고 산행에 나섰을때

나무 지팡이를 찾곤 했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곳곳에 좋은 시며 , 명사들의 좋은 말들이 새겨져 있고

 이제 글을 새기려 빈 돌들도 곳곳에 세워져 있다..

 

 

 

 

 

유가사 뒤로 천왕봉이 보이고, 앞마당 은행나무도 이제 잎이 돋아났다.

 

 

 늦었다..

 너무 여유를 부렸나보다.. 차를 놓지면 다시

 대구로 가야하는데.. 빠르게 걷고 있는데 한 차가 멈춰선다..

 

 

 신기하게도 나를  현풍터미널까지 태워주신 분은

 정상 바로 밑에서 스친 그 간코치를 닮은 남자었다.

 

 그분은 더 내려가 유가사로 하산한 것이고 나는 급경사길로 내려온 것이다.. 

 박 승화님이라 했다..그런데 서울와서 다시 생각하니

 박 경화님인가 잠시 헤깔려진다..ㅠㅠ

 

 산에서 스칠때 멋있는 사람이라 기억에 남아 있었는데

 다시보니 너무 뜻밖이었다..박승화(박경화)님 고맙습니다..

 터미널에 10분전 도착해 서울에 무사히 올라왔답니다..

 

 

 

 

 

터미널에 도착해 블랙스톰도 한장 담아본다..

블랙스톰 , 너도 고생 많았다..

나는 오늘 비슬산에서, 참꽃없는 진짜 비슬산의

참모습을 볼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바람에 흐날리던 박승화님의 모습도 가슴에 담는다..

비슬산엔 참꽃없이도 훌룡하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