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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2014년

강릉 안목항 커피거리와 선자령 산책

 

 2014년 4월 24일 목요일

지난 가을, 오서산 산행을 같이 다녀온후 7개월만에 만남.

무계획이 계획이라며 무작정 강릉행을 선택한 K

우리는 그렇게 강릉으로 떠난다..

 

저녁에서야 도착한 안목항.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찾은 안목항은   생소했다.

항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안목항은 커피거리로 유명한 동네였다.

1박2일 이라는 프로에 커피숍이 소개된 뒤로 더 많은 커피집들이 생겨났다 한다..

 

 

 

 

저 멀리 보이는 불빛마저 커피 체인점 건물이다..

싱싱한 항구의 회를 떠올리며 찾은 나에게는, 실망스러움이 감춰지지 않았다

대형 횟집.. 특별할것 없는 집, 게다가 무뚝뚝과 삶의 피곤함이

얼굴에 밴 종업원의 태도에 처음부터 입맛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회도 반쯤 다먹지 못하고, 밑반찬엔 거의 손도 가지 않는다..

나왔다.. 그래도 그곳에서 한가지,

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수 있었다는거..

자주 볼순 없었지만 10년 넘게 봐온 그는,

여전히 나에게 설렘으로 남아있는 사람이었다.

처음처럼 좋은 그런 사람이었다..

 

 

 

 

 

시원한 밤 바닷바람을 맞아본다.

이유없이 객기도 부려보고, 유치한 포즈로 사진도 찍어본다..

떠들석한 소리들은 파도에 사라지고..

횟집의 아쉬움 떄문에 다시 동네를 돌아보다 조개구이집에서

한잔 하기로 한다.

 

 

 

불판에 올려진 조개구이.

맛이야 어느 조개구이집이나 특별한게 있으랴.. 하지만 이집은

들어서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바닷바람이 있는 테라스와 시원시원한 사장님.

특히 73년생이라는 여직원분의 미소가 서운했던 안목항을 바꿔주기 충분했다.

30대 중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던 그 여직원의 말한마디 한마디가

따뜻함으로 전해진다.

나올적에 인사도 제대로 못해 다음날도 마음에 걸린다.

 

 

 

 

고래등 조개구이집..  오랜만에 소주도 마셔본다.

 

 

 

 

 

 

 

이미 여러잔 한듯.. 기분 좋나보다.

그렇게 모처럼 그와 취중진담도 나눠본다.

그 뒤로 취기가 많이 올랐던 그는, 밤새 안목항의 어딘가를 헤매었다는 후문.

별일은 없으셨겠죠.

그렇게 아쉬운 안목항의 밤은 지나갔다.

 

 

 

  

다음날 아침 안목항..

 

 

 

  

모처럼 마신 소주때문에 속이 쓰려온다..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무슨일이 있으셨는지요.  그만 놀리겠습니다.ㅎㅎ

 

 

 

 

 

아침을 먹으러  둘러본 거리는 온통 커피숍이다.

막상 이곳에 와서 커피한잔 마시지 못했다..

커피거리에서 커피는 아니 마시고, 몇 안되는 횟집을 찾아 다녔으니.

 

 

 

 

 

믿어지지 않을만큼 거리는 커피집으로 가득하다.. 

 

 

 

 

 

 

 

 

 

 

 삽당령이다.미리 이곳으로 오는 정보를 알았더라면 가까운 산을 검색해 뒀을텐데,

 무작정 정선쪽에 있는 두위봉이나 영월 태화산을 가려고 길을 잡았다가

 두시간을 달려야 할거같아, 결국은 왕산면을 지나

 백두대간길 삽당령에서 석병산을 오르기로 한다.

 

 

 

 

 

 산괴불주머니.

 

 

 

 

석병산 6.1km. 힘들면 두리봉까지만 쉬엄쉬엄  다녀오자 그에게 안심을 시켜본다.

처음엔 괜찮은 줄 알았던 그의 컨디션은 10분도 안돼 바닥나 버렸다.

과음이 문제였다.

 

 

 

 

 

생각도 못했던 대간길을 우연히 만나 기분좋은 오름도 잠깐

아쉽지만 그냥 되돌아 내려가기로 한다..ㅠ

 

 

 

 

 

 동의나묻도 한창이다.

 

 

아쉬운 마음에 오대산 월정사에 들러 전나무 숲길이라도 걷자고 네비양에게 일러둔다.

대관령 옛길로 접어드니, 선자령을 그냥 지나칠수가 없어서

월정사 대신 선자령을 잠깐 걷자했다.

 

 

 

                

 

 

 선자령 국사당앞  높은 나무엔 겨우살이가  풍성하다..  

 

 

 

 

겨울 눈꽃산행지로 유명한 선자령인지라 조용한 오후의 선자령이 새롭게 다가온다..

 

 

 

 

 

 

국사당의 굿소리를 뒤로하고, 좌측 선자령 순환로 길로 들어선다..

 

 

 

 

 

 

 

겨울, 눈꽃으로 뒤덮였던 이곳은 푸름이 시작되고 있었다..

 

 

 

 

 

 

 

 

 

 

 

얼레지도 곱게 피었다.

 

 

 

 

                     

 

 

현호색도 보이고

 

 

 

 

            

 

 

선자령은 지금 온통 야생화 밭이다..

 그냥 지나칠수가 없다..

얼레지와 현호색,홀아비바람꽃까지..

 

 

 

 

 

노랑제비꽃도 많이 보이고..

 

 

 

 

 벌 한마리가 얼레지 곁을 떠나지 못한다..

 

 

 

 

 

 

 

 

 

 

 

컨디션이 좋아졌는지 그는, 아까와는 사뭇 다르다. 걸음이 가볍다.

그가 활기를 되찾으니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양떼목장 옆길..

 

 

 

 

옛날 시골에서 고사리처럼 먹을수 있었던 깨침(?) ..

우리는 그렇게 불렀었다.

    관중이다.

 

 

 

 

 

 

 

 

 

 

얼레지 밭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보고 ..

우연히 찾은 4월의 선자령은 온통 야생화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작년 오서산 산행땐 노래한곡 불러달라 청을 하자 K는,몇번을 뜸들이고

노래방 아니면 못한다 하더니, 기분이 좋아졌는지

오늘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몇곡을 부르고 있다..

조용한 숲길..어쩌다 만화 파트라슈 주제가가 입에 붙어 서울 오는 동안까지도

마치 조증이 찾아온 여자처럼  흥얼거린다..

랄랄라~~ 랄랄라~~ 랄라라 랄라 랄라라 ~~

 

 

 

 

 

서울에 도착해,  동네 아구찜집에 저녁을 먹으러 들어서니

기분좋은 첫 대면을 한다. 종업원의  상냥함도 좋았지만 

테이블 마다 놓여진 화장티슈..

흔히 뽑아쓰는 뻣뻣한 키친타올 같은 업소용도 아닌, 두루마리 화장지도 아닌

집에서 쓰는 곽티슈.. 이런 집도 있구나..

절로 아구찜도 맛있게 느껴진다..또 올것 같은 예감..

99세이상 흡연가능 이라  써붙인 센스까지..

 

 

K..

한적한 솔숲길의 여운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것 같습니다.

나는 가끔 그대가 그립다라고 했던 어느 시인의 말처럼

나역시 그대가 그리워지기도, 문득 또 생각나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갈 길이 다른 우리들이니

더 이상은 그대를 보지 않을 생각입니다..

 

 

10여년전  그대를 처음 만났을때처럼 청년 감성의 모습으로 ,

설렘으로 내 가슴속에 남아있길 바랍니다.

나이 먹음을 무기로, 뻔뻔해지고 부끄러워 할줄 모르는

그런 중년의 모습이 아니되길 바래봅니다.

세월에 찌들지 않고,

                    속됨에 익숙하지 않은 그런 K의 모습으로 남길 바랍니다.

                    늘 건강하고, 하는일도 잘되기를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