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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가덕도 연대봉 응봉산-가덕도 복수초

2025년 신간, 풍경과 산행이 어우러진 《멸종위기 야생화 탐방》이 출간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산과 여행지 등 숨은 명소가 너무나 많다.

그곳에 시그니처 같은 야생화가 더해지는 순간 더욱이나 특별한 장소가 된다.

이번 《멸종위기 야생화 탐방》에서는 희귀식물, 특히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자생하는 산과 여행지 위주로

탐방을 하였고 싣게 되었다.

 

 

 

목차는 해발 높은 산에 올라야  볼 수 있는 멸종위기종과  가벼운 트레킹 정도로도 볼 수 있는 탐방지로 나눠 구성했다.

 

**식물의 분류체계에 있어서는 산림청 국가표준식물목록을 기본으로 따랐지만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의

분류체계를 따른 것도 있고 둘을 같이 표 기한 것도 있음을 일러둔다.
환경부와 산림청에서 지정·관리하는 국가보호종에 대해, 그리고 문화재 지정번호에 관한 이야기,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바뀐 내용 등은 본문에 삽입했다.
전작들에 몇 차례 소개한 들풀꽃나무는 간단히 소개하거나 넣지 않았고, 대신 그 탐방지를 대표하는

야생화 위주로 실었다. 사진은 비슷한 다른 식물과 구별하기 쉽게 그 특징을 담으려 했고,

꽃만 봐서는 세세한 구별이 어려운 식물은 잎까지 함께 담았다. -머리말 중에-

 

 

 

높은 수직절벽에 자리하고 있다 뿐, 관심을 가져 보면 그래도 한탄강 곳곳에서 눈 맞춤 할 수 있다.

기후나 환경보다도 사람들 발길과 눈길이 더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쉽게 사람 손이 닿지 않는 이 조건이

분홍장구채가 살아가기에는 오히려 좋은 서식지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훗날엔 귀하다는 꼬리표 대신 군락으로 유명할 만큼 한탄강을 분홍빛으로 수놓길 바라 본다.-본문 중에-

 

 

 

험지를 찾아다니며 발품도 팔아 보고 하나의 대상을 보기 위해 수차례 같은 장소를 오가기도 한다.

나날이 변해가는 식생과 식물체계에 대해서도 게을리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아쉬움이 또 한 해를 채운다. 

올해 남겨 둔 숙제들이 내년의 작은 불씨가 될 것이라 믿으며 이 글을 끝맺는다. -본문중-

 

2025년 신간, 풍경과 산행이 어우러진 《멸종위기 야생화 탐방》은 시원한 풍경과 산길,

역사와 문화 유적 등도 함께해 다채롭고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담겼다.

 

~~~~~~~~~~~~~~~~~~~~~~~~~~~~~~~~~~~~~~~~~~~~~~~~~~♥♣

 

연육교가 생겨 접근이 쉬워진 가덕도라도 서울에서 내려가 산행을 마치고

당일에 돌아오기에는 부담스러운 거리다.

몇년전엔 밤 12시차를 타고 내려가 이르게 가덕도로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오늘은 서울역에서 아침 6시 30분 KTX를 타고 부산으로 간다.

KTX덕분에 2시간 40분만에 부산에 도착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여정이 될 것이다.

 

 

산행코스 : 동선마을~응봉산~매봉~어음포초소~연대봉~어음포초소~어음포~대항새바지~대항마을)

(약 11km로 6시간 20분 소요되었다. 

천천히 걸으며 많이 쉬고 야생화 찍는 시간까지 포함하니 시간이 늘어난데다

하산때 어음포에서 갈팡질팡 생쑈를 하는 바람에 30~40분 더 늘어나게 되었다.)

 

 

 

 

9시 20분 부산역에 도착해 지하철을 타고 하단역으로, 하단역 3번 출구앞에서

520번 버스를 타고 동선마을(동선이주단지)로 간다.

520번은 가덕도에 가는 버스로, 60~70분 간격으로 운행하니 운이 나쁘면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같은 520번 버스에 다른 등산객 한분도 타셨는데, 대항으로 가서 바로 연대봉에 오르려는듯 했다.

동선마을에 도착하니 벌써 11시 10분이 넘어선다.

 

 

 

 

복잡한 도심의 지하철을 통과하고 버스로 갈아타는 여정이 끼어서 그런지

유독 초반부터 더 피곤하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그래도 한적한 동선마을에 내리니 숨통이 트이는것 같다.

부산에서도 완전 끝. 이제야 내가 멀리 내려왔다는 실감이 난다.

이 바다는 동선방조제로 인해 마치 호수처럼 가둬진 눌차만이다. 거가대로의 눌차대교도 보인다.

 

 

 

 

눌차만에 홀로이 떠있는 죽도다.

나부끼는 갈대와 함께하니 가을날 바닷가를 걷는 기분마저 든다.

바닷가 바람은 차원부터가 다르니 오후부터 바람이 거세진다는 기상청 예보에

살짝 긴장이 되기도 한다.

 

 

 

 

눌차만을 옆에 끼고 동선새바지 방향으로 걷는다.

저 앞 능선이 보통 응봉산을 오를때 걷게 되는 좌 강선봉에서 우 응봉산으로 향하는 능선이다.

그러니까 들머리와 동선새바지는 좌측 끝으로 가야 한다. 얼마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미 가본적이 있었던지라 다른 길로 올라보고 싶었다.

지나는 주민분께 응봉산 가는 초입이 근처에 어디 있느냐 여쭈니

가다가 우틀하면 갈맷길 이정표가 있다 하신다.

 

 

 

 

건물을 새로 짓고, 길을 넓히는 작업이 있어서인지 동네는 좀 어수선했다. 

어르신 말씀처럼 갈맷길 이정표가 나오고, 누릉능 방향으로 가다가 

과수 농가를 지나면 산불초소가 나온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쪽은 5월까지는 입산이 금지되어 있다 한다.

어차피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라서 산길은 그렇게까지 뚜렷한 편은 아니었다.

 

 

 

 

 

산불초소 임도에서 산길로 들어서자 푸릇푸릇함이 진정 남도답다.

자작나무과의 사스래나무와 표기에서 혼동하기 쉬운 사스레피나무(차나무과에 속하는 상록관목)다. 

이 산에서 푸르게 보이는 나무는 모두 사스레피나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만큼 

가는내내 사스레피나무 일색이다.

 

 

 

 

 

녹음은 사스레피나무가 담당한다면, 붉음은 청미래덩굴 몫이다.

흔히 망개나무라 불리는 덩굴성 관목이다.

약재에 관심 있는 자연인들에게 이 청미래덩굴 뿌리는 토복령이라 하여 채취하는

인기 있는 대표적인 식물이다.

 

 

 

 

초행길, 어디에서 어디로 이어질지 장담은 하지 못하겠지만 이 길에 자리 잡은 바위들이며 나고 자라는 것은 무엇인지 두리번거리며 걷는 길도 즐겁다.

 

그렇게 산길이 끝나자 임도가 다시 나온다.

초반 산불감시초소에서 이어지던 임도길인듯 하다. 임도를 조금 더 올라가니 제한구역이라 하여 금줄을 쳐놨다. 

금줄 우측으로 희미한 산길이 나있어 무작정 치고 올라선다. 대충 어디든 나올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다만, 길이 맞나 싶은 약간의 의심과  미끄러지는 낙엽 비탈길에 힘에 부칠 뿐이다.

 

 

 

 

희미하지만 분명 오간 흔적들 따라 올라서니 큰 바위지대가 나오기 시작한다.

직감적으로 응봉산이 가까워졌을거란 느낌이 든다.

위의 커다란 바위가 누르고 있어 그런지, 어째 아래쪽 바위는 얼굴이 일그러졌네.. 

 

 

 

 

그렇게 올라서니 주능선을 만나고, 보상이라도 하듯 단번에 조망이 트인다.

그러니까 동선새바지에서 시작했다면 저 전망대봉을 거쳐 응봉산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100m나 될까한 가까운 거리니 들러도 되겠지만, 예전에 다녀왔거니와

조망 좋은 응봉산으로 바로 향한다.

 

 

 

 

거대 암봉인 응봉산이다.

하나의 바위가 아닌 뒤로 또 다른 바위들이 여러개로 이루어진 형태다.

햇살은 눈부시고 색은 좀 칙칙하게 나왔지만 위용이 대단하다.

가덕도 하면 연대봉을 많이들 찾고 더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 하나만 뽑으라 한다면 내 취향엔 여기 응봉산이다.

 

 

 

 

 

정상 오르기 전 조망 바위에 서니 

소나무 하나를 품은 멋드러짐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환상의 케미를 이룬다.

바다 가운데 기다란 진우도와 신자도 뒤로는 두 줄기의 강이 남해로 흘러드는데

좌측 서낙동강, 우측이 낙동강이다.

우측 신자도 뒤로는 울숙도대교가 강서구와 사하구를 잇고 있다.

그러니까 좌측은 강서구 우측은 사하구에 속한다.

 

 

 

 

 

기다란 진우도 뒤로 서낙동강 끝자락과 신호대교도 보인다.

좌측이 서낙동강, 우측 끝이 낙동강 하류다.

우측 낙동강 끝자락에 한번쯤 들어봤을 을숙도도 자리하고 있다.

 

 

 

 

 

햇살은 따뜻하고 날은 더없이 맑은 날, 이런 조망처를 독차지하고 앉아

유유자적한 이 시간을 누리는 기쁨은 그 무엇에 비할 수가 없다.

멀리 내려온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우측 바위가 아까 능선 오르며 바로 대면한 250m 전망대봉, 그 좌측으로 뾰족 봉우리는 강금봉이다.

이 길을 오르는 주등산로다.

강금봉 아래로 동선새바지가 가려져 있고, 동선방조제가 살짝 드러난다.

앞쪽에 동선방조제와 연결된 기다란 곳이 눌차도로, 눌차도는 사주가 발달해 육지와 연결된 육계도다.

눌차도는 벽화마을(정거마을)도 유명하다.

맨 좌측으로 부산신항이 보이고, 눌차도 뒤로는 녹산공단지구와 신호산업단지다.

좌측 뒤로 있는 산이 진해 굴암산, 그 우측으로 부산 강서구의 보배산과 봉화산으로 이어진다.

 

 

 

 

 

가운데 호수같은 눌차만과 죽도. 그리고 눌차대교와 뒤로 부산신항.

좌측은 오늘 들머리였던 동선마을이다.

가운데 맨 뒤, 산 중턱이 벌목되어 휑해진 뒤로는 굴암산이다.

굴암산 좌측으로 불모산 웅산 시루봉 천자봉으로 이어진다.

봄날의 진달래며 벚꽃산행지로 많이들 찾는 산지들이다.

 

 

 

 

 

조망처 바위에 취해 있다가 바로 위 응봉산 정상으로 이동한다.

나뭇가지에 조그맣게 응봉산(313.4m)이라는 표시가 걸렸다.

그냥 지나쳐도 상관은 없겠지만, 바위 틈새를 찾아 맨 위로 올라본다.

 

 

 

 

 

정상 바위 위로 올라서니 다리가 후들거려 똑바로 서 있지를 못하겠다.

바람이 제법 불고 있으니 겁을 먹은 것이다.

좌측 뒤편 저 바위에도 올라보려 한다.

건너편 바위에 서니 좀 더 스릴 있고 여기 정상부 바위가 더욱 돋보였다.

 

 

 

 

 

맨 뒤로 기상레이더 건물처럼 바위 하나가 튀어나와 있는 연대봉도 보인다.

앞줄은 매봉 가기전 봉우리다.

 

 

 

 

다시 봐도 가장 멋진 곳은 아늑하게 품어 담긴 눌차만이다.

앙증맞은 죽도 하나가 더욱이나 운치를 더하고 내가 올라온 길도 알아볼 수 있겠다. 

죽도 앞 가운데 산길로 향하는 임도길이 뚜렷하게 보일 것이다.

그 임도 따라 오르다가 좌측 골짜기 끝까지 그리고 우측으로 꺾어 여기 능선으로 오른 것이다.

내가 올라온 길 좌측으로 벌목이 된 낮은 산은 동묘산이다. 

 

**가운데 부산신항을 기준으로 좌측은 창원시 진해구, 우측은 부산시 강서구다.

창원과 부산이 큰 경계없이 붙어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기도 하다.

눌차대교 좌측으로 야트막한 능선은 가덕도를 환종주할때 걸어볼 수 있는 갈마봉과 구곡산 능선이다.

 

 

 

 

 

동선마을 뒤로 갈마봉과 구곡산, 삼박봉, 웅주봉 능선이다.

가덕도를 좀 길게 걷고 싶다면 가덕도 초입인 선창에서 시작해

저 봉우리들을 거쳐 환종주하면 된다.

 

 

 

 

강금봉 뒤로 동선방조제 라인도 슬쩍 비쳐지고

동선방조제와 연결된 눌차도의 최고봉은 국수봉(국수당)이다.

뒤로 녹산공단과 신호산업단지가 자리하는데 이따 시내로 돌아갈때

퇴근 시간에 맞물리니 도로가 많이 막혔다.

 

 

 

 

 

정상 바위를 내려오면 해산굴 또는 개구멍 같은 통로가 하나 나온다.

밧줄이 있어 어렵지 않게 빠져나갈 수 있다.

 

 

 

 

커다란 두 바위 사이에 작은 바위 하나가 끼어 생긴 구멍이다.

응봉산의 바위는 덕지덕지 매끄럽지 않은 피부를 보는것처럼

조금씩 부서질것 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

 

 

 

 

건너편 바위로 올라와 응봉산 정상부를 담았다. 이곳에서 정상이 가장 멋지게 보인다 생각했는데

해를 등지고 바라보는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암벽은 매끄러움 대신 우람하고 거친 남성미가 느껴지면서도

푸른 바다와 어우러지니 더없이 부드러운 산뜻함마저 풍기고 있다.

 

 

 

 

 

마치 건너편 바위와 하나의 바위처럼 보이기도 하고, 별로 난이도가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실은 엉금엉금 기어가 한 컷을 간신히 남긴 것이다.

오늘 산행중 가장 아찔하다 느낀 곳이기도 했다.

물론 내가 겁이 많아 그렇지, 조심만 한다면 조금의 여유는 있는 자리다.

왜 똑바로 서질 못하누~

그래도 주변의 바위는 모두 올라볼테다.~^^

 

 

 

 

방금 올랐던 바위를 내려와 더 낮은 바위에서 담은 샷이다.

바위 위로는 해골바가지 같은 덩어리를 하나 달고 있다.

 

 

 

 

아름답지 않은가.

바위 사면과 푸른 바다와 눌차도와 부산 시가지가 어우러진 풍경.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런 풍경과 대면할 수 있으니 가히 부산은 

관광객을 사로잡는 천혜의 자연을 가졌어라.

 

 

 

 

 

시간이 된다면 오랜만에 다대포도 들르고 싶었다.

부산역에서 하단역 오는 1호선을 타니 그 노선의 끝에 다대포해수욕장이 있어 

더욱이나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가운데 낙동정맥의 끝자락인 다대포해수욕장과 몰운대 일대가 들어온다.

뒤로는 부산의 걷기 좋은 산들, 승학산과 구덕산 엄광산 등이 이어진다.

 

 

 

 

 

응봉산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써버렸나 보다.

응봉산을 내려와 매봉으로 가는 누릉령 산불감시초소도 지난다.

주변은 온통 감고 올라타기 좋아하는 마삭줄 천지다.

산자고나 춘란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지만 며칠 이내면 그 자태들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매봉(357m) 역시나 어르신이 지키는 산불초소가 있다. 

매봉석 뒤로는 동선마을과 눌차만과 눌차도, 부산신항 등이 가까이 드러나고

맨 뒤로는 창원 진해의 천자봉, 시루봉부터 우측의 부산 강서구의 봉화산까지.

3월말경엔 오랜만에 대발령에서 시작해 천자봉 시루봉 거쳐 웅산과 장복산이나 한번 걸어볼까 싶다.

 

 

 

 

 

우측에 지나온 응봉산과 가운데 강금봉이다.

이젠 강금봉 아래 눌차도로 향하는 눌차방조제도 많이 드러난다.

강금봉 아래에 동선새바지가 있다. 

 

** 새바지.. 헌바지도 아니고 새바지라니 독특한 이름이지 않은가.

예전에 뱃사람들은 동풍을 샛바람이라 했는데, '샛바람을 많이 받는 등받이'라는 뜻으로 

새바지라 불렀단다. 여기 가덕도엔 동선새바지와 대항새바지 두 곳이 있고

가덕도 산행과 갈맷길을 잇는 주요 들날머리가 되었다.

 

 

 

 

 

매봉을 내려오면 어음포초소(어음포고개)다.

연대봉 갔다가 다시 되돌아 내려와 여기에서 대항새바지 방향으로 내려설 것이다.

산불감시초소엔 어김없이 지킴이분이 계셨고 연대봉 오름길에는 흙먼지가 풀풀 날렸으니

얼마나 메말랐던지 산불 위험도 충분할거란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 연대봉으로 오르는 길은 힘에 부친다.

연대봉 직전에 조망 데크가 있어 지나온 길과 이따가 내려서야 할 길도 좀 짚어보고 간다.

우측 끝이 다대포다.

 

 

 

 

거제도를 환종주할때 걷게되는 구곡산 웅주봉 능선이 우측 매봉에 닿게된다.

곳곳에 임도와 갈맷길이 이어지기 때문에 다양한 코스로 걸어볼 수 있는 가덕도다.

 

 

 

 

좌측 지나온 매봉과 가운데 뾰족한 바위봉이 응봉산이다.

 

 

 

 

바로 아래로 아까 어음포초소에서 하산하는 어음포골도 보인다.

복수초며 노루귀도 이 계곡에서 만날 것이다.

물론 아직 노루귀와 꿩의바람꽃 등은 거의 개화하지 않았을 것이다.

 

 

 

 

 

푸른바다는 자체로도 눈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여기 산자락에 산벚꽃이며 복사꽃이 피어날때면 그 화사함도 극에 달하겠다.

아래 흙길 끝지점에 동선과 대항으로 나뉘는 길이 보인다. 

좌측 동선방조제 방향으로 진행하려 한다. 분명 계획은 이랬었다.

왜 그리 사람이 아둔할 수가 있는지 아님 뭐에 씌운 사람처럼 갈팡질팡을 수없이 해야 했다.

 

 

 

 

 

연대봉 오르는 길, 경고문이 붙어 있지만 응봉산에 비하니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슬쩍슬쩍 드러나는 연대봉 바위의 위엄은 그대로 살아 있어라.

 

 

 

 

 

산불초소가 있고 봉수대가 있는 연대봉(459m)이다.

 

** 예부터 가덕도는 바다를 통해 침입하는 왜구를 방어하는 군사요충지였다.

임진왜란때 대마도에서 부산포로 침략해오는 왜구를 최초로 발견한 곳이 연대봉과 응봉이었다 한다.

당시 가덕진과 천성진은 경상우수영의 해상방어 최전방 진지였고

응봉과 연대봉에는 각 관측소와 봉수대가 있었다.

임진왜란시 전라좌수사였던 이순신장군 장계를 모은 책,

국보인 《임진장초》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자세히 적혀 있다.

 

 

 

 

 

** 봉수대란 높은 산정에 봉화를 피워 올려 적의 침입을 알렸던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군사 통신제도였다.

낮에는 연기, 밤에는 불빛, 또는 불꽃의 수, 몇홰냐에 따라 평상시인지 적이 나타났는지 등

그 당시로서는 꽤 체계적인 방법으로 운영된 것이다.

 

다대포항에 왜적이 침입했을때 한양까지 그 소식이 12시간 걸렸다 한다.

450km 떨어진 한양에 약 12km 거리에 하나꼴로 설치된 봉수대를 

38개 정도를 거쳐 한양에 닿게 되는데 한 봉수대에서 다른 봉수대로 신호를 연결하는데

약 20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하니 어찌보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봉수대 아래로 기다란 공터와 전망데크 그리고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독특한 구조가 매력적인 정상이기도 하다.

가덕도는 예로부터 더덕이 많이 나서 붙여진 이름이고

부산에서 가장 큰 섬으로 신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았을 것이라 추정된단다.

 

 

 

 

 

부산시 강서구 천성동에 위치하는 연대봉(459m)은 연기 나는 봉우리란 뜻이다.

봉수대 영향이었을 것이다.

예전엔 가덕도가 창원군 천가면이었다가 창원시 승격으로 의창군에 편입,

다시 1989년에 부산시 강서구에 편입되었다.

그래서 가덕도를 천가동이라 부르기도 하고, 천가라는 이름이 곳곳에 많이 남아 있다.

 

연대봉까지는 등반 시간도 아주 짧고

해발이 낮음에도 조망이 좋아 가족 단위로도 오를 수 있는 인기 명소이기도 하다.

사람 한명 볼 수 없던 응봉산과는 달리 평일인데도 오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사람들 의상에서도 느껴지듯 산행 개념보다는 가벼운 트레킹이나

여행차 들렀다가 올라도 무방한 곳이다.

 

 

 

 

 

연대봉 최단코스로는 우측 산줄기 아래 지양곡 주차장에서 오르는 방법이다.

바로 아래엔 대항새바지가 있고, 우측으로 대항마을이 살짝 보이고 우측 맨 뒤로는 외양포다.

저 건너편 봉우리는 국수봉으로, 가덕도 신공항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 터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신공항이 생기면 저 국수봉과 대항 일대는 지금의 형태로는 다시 보지 못할 것이다.

찬반이 있겠고, 득과 실도 있을 것이다. 

어떤 모습으로 남겨질지 궁금해지는 대항과 국수봉이다.

 

 

 

 

 

왼쪽 아래 가덕휴게소는 가덕도와 거제도를 이어주는 해저터널이 시작되는 곳이다.

해저터널을 지나면 거가대교로 이어져 거제도로 진입하게 된다.

예전 공상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으니

새삼새삼 참 놀라운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가운데 아래는 조선시대에 축조한 성벽 천성진성(부산광역시 기념물)이 있는 천성동과 천성항 일대다.

천성진성의 객사터를 중심으로 두정갑 등 다량의 유물이 출토되었다는 뉴스를 접한 기억도 있다.

 

 

 

 

 

연대봉의 트레이드 마크인 연대암이다. 

연대암이라 하는 사람도 있고, 망바위라 하는 사람, 낙타등바위라 하는 사람 등등..

강렬한 햇살을 마주하니 사진은 좋지가 못하다.

 

하산이 빠른 대항새바지나 지양곡으로 내려서고 싶은 충동도 있지만

복수초를 만나야 하니 왔던 길, 어음포초소로 되돌아간다.

 

탁 트인 푸름이 좋아 마지막으로 담아본다.

매번 산행이야 그게 그거겠지만, 바다가 보이는 풍경 앞에 서면 진정 떠나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나무를 보면 나무를 닮고

모두 자신이 바라보는 걸 닮아간다.

멀어져서 아득하고 아름다운 너는 흰 셔츠처럼 펄럭이지

바람에 펄럭이는 것들을 보면 가슴이 아파서

내 눈 속의 새들이 아우성친다.

 

너도 나를 그리워할까.

분홍빛 부드러운 네 손이 다가와 돌려가는 추억의 영사기

이토록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구나.

사라진 시간 사라진 사람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해를 보면 해를 닮고

너를 보면 쓸쓸한 바다를 닮는다.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신현림

 

 

 

어음포초소에서 대항새바지 방향으로 내려서는 길.

독특한 나무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법의 손가락처럼 세발낙지처럼 뻗어나가는 나무 뿌리는 신비로움마저 감돈다.

 

 

 

 

 

드디어 짠~~  아구 이뻐요.

주변이 다 환해지는 복수초 군락지에 다다른다.

꼭 이 아이들 때문에 가덕도에 온 것은 아니야~부정을 해보지만

그래도 이 시기에 이 아이들을 빼놓고 가덕도를 논할 수가 없다.

황금 술잔, 봄의 전령사라 칭할만큼 복수초는 이른 봄의 대명사가 되었다.

 

 

 

 

 

얼마나 어여쁘고 주변이 다 화사한지 이 어수선한 낙엽들에 기가 죽을 복수초가 아니다.

예전엔 노란 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생각했는데

제대로 사진에 살리지 못하는 아쉬움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도 청초하고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아이들인데 말이다.

 

 

 

 

 

최대한 바닥으로 밀착해 꽃받침부터 확인을 한다.

이곳의 복수초는 굳이 구별하자면 개복수초라 해야할듯 하다.

대부분 남도에서 이르게 피는 복수초는 개복수초가 대부분이고

복수초는 주로 경기도나 강원도처럼 기온이 상대적으로 더 낮은 지역에서 더 늦게 피어난다.

개복수초 꽃받침 수는 보통 5~6개. 복수초는 8~9개.

복수초는 꽃받침 모양이 긴 원형, 개복수초는 난형, 또는 마름모꼴에 가깝다.

 

 

 

 

 

이 눈부신 황금빛 좀 보라.

복수초든 개복수초든 이 계절에 이 아이들을 볼 수 있다는게 

얼마나 큰 기쁨이고 축복이던가.

 

 

 

 

복수초란 이름은 복을 받고 오래 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꽁꽁 언 땅을 깨치고 나올수 있는 생명력에서 그런 이름을 붙여졌을 것이다.

예전엔 2월 초순만 되어도 이르게 꽃을 본다 했었는데

해마다 피어나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으니 가덕도는 이제 1월 초순이면 복수초를 볼 수가 있다.

물론 다양하고 풍성한 모습은 지금이 적기이기도 하다.

 

 

 

 

 

마치 이 나무는 집먼지진드기를 아주 크게 확대한 사진처럼 보이기도 했다.

낙엽을 피해 큰 나무 밑둥은 좋은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나무 뿌리 자체가 이미 예술이지 않은가.

그 사이사이로 피어난 복수초에게는 더없는 화분이 되고 근사한 액자가 되어준다.

나무가 주인공인지 복수초가 주인공인지 어쨌든 둘 다 뷰티풀이어라.

 

 

액자틀을 만들었다니~ 딱 너의 자리였구나.

일부러 꾸미려해도 어려울 것 같은 자연의 진귀함이다.

 

 

 

 

복수초는 한창이지만 노루귀는 아직 이르다.

이제야 새끼 손톱만한 꽃망울을 한둘 간신히 터트리고 있으니

노루귀는 다음 산행때 만나기로 하고, 이제 그만 자리를 떠야겠다.

생각보다 풍성한 복수초 군락에 빠져 시간 가는 것도 잊고 있었다.

 

 

 

 

이곳이 문제였다.

복수초 군락지를 내려와 어음포골 삼거리에서 당연히 동선 방향으로 걸었다.

그러나 무슨 생각인지 한참을 가서 되돌아왔다.

이 삼거리에서 바로 바닷가로 내려가면 좀 더 수월할거란 생각을 한 것 같다.

좁다랗게 길이 나서 바로 바닷가로 내려가봤지만 영 길이 아닌것 같아

다시 올라와 동선 방향으로 또 그만큼의 거리를 갔다가 되돌아와야 했다.

올랐다가 내렸다가 왔다갔다 힘은 힘대로 들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사람이 가끔 똥멍청이(^^)가 될때가 있다.

사리분별도 할 수가 없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결국은 대항새바지로 길을 잡으며 "이런 멍청이"를 수없이 외쳐야했다.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지며 대항으로 갈맷길이 이어진다.

덕분에 가보지 못했던 대항새바지가 가까워지자 결과적으로는

잘됐다는 생각도 하면서 이제야 한시름 놓으며 흥얼거림이 터져나온다.

해안절벽과 해송을 옆에 끼고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란 말로는 다 표현못할 희열이 있다.

 

 

 

 

하산을 앞두고 데크 전망대인 희망정과 군부대 막사터가 나온다.

2009년 강서구청에서 희망근로 프로젝트 사업으로 동선새바지에서 대항새바지까지

6km 등산로를 조성하며 희망을 담은 희망정도 세웠다 한다.

 

 

 

 

밑면이 매력적인 바위들.

같은 바위인줄 착각하게 만드는 바위들을 지나고 나면 대항새바지에 닿게 된다.

 

 

 

 

어둠이 내려앉기 전에 하산할 수 있어 다행이다.

대항새바지다.

떠날 준비를 하는 관광객 몇명이 오갈뿐, 어둑해지는 시간이라 조용하다.

국수봉 아래 가운데 낮은 둔덕처럼 보이는 곳엔 일제떄 외양포에 주둔한 왜군들이

강원도 탄광근로자들을 강제징용하여 뚫은 벙커(인공동굴)가 있다.

연합군 해안상륙을 방어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단다.

 

 

 

 

대항새바지로 내려와 뒤돌아 본 연대봉이다.

아까 연대봉에 섰을때만 해도 이곳으로 하산을 할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한치 앞도 모르는게 사람 일이라더니 내가 오늘 그 짝이다.

마지막 햇살은 순식간에 산봉우리를 넘어가고 있었다. 

 

 

 

 

 

일본군이 뜷었다는 벙커와 대항새바지의 늦은 오후 바닷가 풍경들.

벙커는 예전엔 출입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막아두었다.

 

대항새바지에도 하나 둘 불이 켜지고, 바람도 거세지니 마음도 조급해진다.

버스를 타려고 새바지에서 대항마을로 걸어나간다.

버스가 자주 있지 않은 노선, 다행히도 시내로 나가신다는 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부산의 님, 감사했답니다. 

 

 

 

 

 

생각보다 늦어진 시간에 조금은 당황도 했고, 모처럼 근육통에도 시달려야 했지만

화사한 복수초와 푸른 바다까지 누릴 수 있었으니, 먼 여정만큼이나 큰 뿌듯함으로 남겨졌다. 

변화의 바람 앞에 선 가덕도,

언젠가 오늘의 여정을 떠올리며 이 길을 걷고 있을것만 같다.

 

**다음 블로그가 2022년 9월이면 영원히 종료된다는 통보에 수많은 자료들이 사라질까 두려워

급하게 낯선 티스토리로 옮기니 수백명씩 남겨주신 소중한 공감과 댓글도 영원히 날아가 버렸다.

이젠 이 글을 우연히라도 보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다음 블로그를 통해 응원주시고 함께해주셨던 님들께 감사한 마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