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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북한산 등산코스 노적봉~용암봉

 

2024년 신간 《그 산에 그 꽃이 핀다》가 출시되었다.

 

‘산’이라는 캔버스 속 

‘꽃’이라는 팔레트

아름다운 천연의 빛깔을 만나 보자.

 

 

 

필자의 산행과 여행에는 늘 들풀꽃나무와 함께했지만

이번 《그 산에 그 꽃이 핀다》에서는 특히나 그 산에서 피어나는 야생화에 초점을 맞췄다.

 

몇 년 뒤면 공항이 생겨 접근성이 좋아질 울릉도는 특산식물과 희귀식물의 집합체로

그 모든 것이 고유종과 희귀함으로 연결된다.

이른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가덕도와 비금도는 바다를 낀 그림 같은 풍경에 압도당하게 된다.

가덕도 역시 신공항이 생길 지역이라 달라질 모습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함께 뒤따르게 된다.

야생화로 유명한 석병산과 보현산, 덕유산과 소백산, 화악산 등 그 산지마다의 시그니처 같은

야생화 이야기 그리고 미스터리한 숲, 높은 산지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식생이 즐비한

평창 대덕사 계곡도 담겼다.

 

- ‘책을 내면서’ 중

 

 

 

 

어느 곳 하나 소중하지 않고 야생화 만발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그래도 가장 많은 비중을 두어 엮은 것은 울릉도다.

성인봉과 나리분지, 그리고 독도와 관음도 일대를 4월과 6월 두 차례 다녀오며 

육지에서는 접하지 못하는 울릉도만의 특수한 매력을 가득 담을 수 있었다.

 

 

 

 

울릉도 하면 떠오르는 호박엿이 원래는 호박엿이 아닌 이 나무 이름이 잘못 알려진 유래와

보지 못할 뻔했던 헐떡이풀을 어렵게 만난 사연도 전한다.

 

멸종위기종 만큼이나 만나기가 어려워진 우산제비꽃과

울릉도 주민에게 한시적으로 채취가 허용된 울릉산마늘에 대한 이야기

나리분지와 섬말나리 이름이 생기게 된 이야기 등도 실렸다.

울릉도만으로 책 한권을 따로 만들어야 할만큼 이야기가 풍성하다.

 

 

 

 

희귀식물의 보고, 석병산은 한 계절만으로 표현하기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

4월의 석병산 그리고 꽃쟁이들이 가장 많이들 찾는  여름 야생화 편으로 나눠 구성했다.

특히나 여름철 석병산은 말 그대로 희귀식물의 교본이고 집합소를 이룬다.

 

책을 내고나면 늘 아쉬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2024년 신간《그산에 그꽃이 핀다》는 그런 아쉬움을 채우려 최대한 불필요한 요소들은 줄이고,

나날이 달라지는 식물체계에 대해 게을리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야생화 이야기에 집중하려 했다.

산과 여행, 야생화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2024년 2월 덧붙임)

 

~~~~~~~~~~~~~~~~~~~~~~~~~~~~~~~~~~~~~♧♥

 

그래도 서울 살면서 한가지 이루고 싶은 작은 바램이 있다면, 북한산 구석구석 

모두 밟아보고 싶은 것이다. 목표 하나쯤은 있어야 그래도 서울 사는 낙이 될것만 같다.

주말에는 시간이 나질 않거니와 사람 붐비는 주말은 어디라도 피하고 싶으니

어쩔수없이 평일 오후 시간을 내 느지막히 북한산으로 간다. 벼르던 노적봉과 용암봉에 올라보려 한다.

 

등산코스 : 북한산성 탐방센터~중성문~용학사~노적봉~용암봉~도선사~북한산우이역

(약 10km쯤 되지 않을까 싶다. 도선사까지라면 2km를 빼면 되겠다.

용학사까지는 산성계곡을 옆에 끼고 잘 다져진 임도가 많아 산책 삼아  다녀오기도 좋다.)

 

 

 

구파발역에서 34번 버스를 타고 북한산성 입구에 내려 산행을 시작하니 이미 오후 3시가 막 넘어선다.

역시나 초입에는 날카로운 의상능선이 가장 먼저 반긴다.

좌 의상봉 우 용출봉이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원효봉의 넓데데한 암봉과 가운데 만경대와 

우측으로는 오늘 가야 할 민머리 노적봉이다.

용암봉은 만경대 우측,그리고 노적봉 뒤편으로 숨어 보이지 않는다.

 

 

 

백운대 가는 산성계곡 따라 오르다가 중성문 지나 용학사 방향으로 올라서면 된다.

앞의 봉우리는 원효봉이다. 원효봉 역시 넓은 암반에 쉬어가기 좋고,

북한산 수뇌부를 가까이 조망하기 좋아 꼭 가보면 좋을 봉우리다.

 

 

 

암봉들 아래로는 산성계곡 맑은 물이 콸콸 쏟아져 내려오니

보는것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해진다. 요 며칠 내린 비로 계곡은 활력으로 가득 채워졌다.

산성계곡을 옆에 끼고 용학사까지 오를 것이라 더욱이나 기분 좋은 소리가 되었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텐트만 쳐져 있었는데 건물 두채가 생겨났다. 서암사다.

서암사(경기도 문화재 자료 제 140호)는 조선 숙종 37년(1711년)에 북한산성 축성 이후 

한양 북쪽 수구문 일대의 산성 수비를 위해 지어진 13개 사찰들 중 하나로

133칸으로 팔도 도총섭 광헌승려가 창건하였다.

북한산의 많은 사찰들이 그러하듯 서암사 역시 호국승병 사찰이었지만 1925년 대홍수로 매몰되었다가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2006년부터 현 서암사 주지가 발굴 및 복원사업을 진행중이다.

 

 

 

산사나무 열대도 익어간다.

산사춘이라는 과실주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 주재료가 되었던 열매다.

 

 

 

귀찮아 요즘은 아예 담지 않는 파리풀도 오랜만에 한장 담아본다.

뿌리를 짓이겨 나온 즙을 종이에 묻혀 놓으면 파리가 잡히니 파리풀이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도 놀라울 따름이다.

 

 

 

대남문과 용학사 이정표를 따라간다.

 

 

 

대남문과 중성문, 용학사 방향으로 이어지는 산성계곡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여름철엔 더할나위 없는 힐링 산책이 된다.

굳이 높은 봉우리 올라가지 않으면 어떠한가. 시원한 그늘이 있고 물이 있는 어디메쯤

자리 잡고 누워 바람소리 물소리 들으면 그게 최고의 힐링이지.

저 바위는 마치 눈에서 물이 나오는것만 같다. 바다사자나 물개의 눈을 닮기도 했다.

 

 

 

높은 언덕배기를 따라 올라서면 중성문이 나온다.

조선에는 남한산성이 있었음에도 유사시 종사의 안녕과 적의 방어를 위해 1711년 숙종때 북한산성을 축성하였고

숙종은 산성이 완공된 다음 해에 직접 행차하여 둘러보았으니,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백성과 함께

최후까지 항전하겠다는 여민공수론의 의미를 품고 있기도 하다.

 

 

 

이 행차에서 숙종은 북한산성 북서쪽 지역이 평탄해 적에게 쉽게 함락될수 있으니

다른 성을 더 쌓아 방비하자는 내용의 중성 축성안을 결정한다.

이에 따라 1714년 북한산성 내성에 해당하는 중성을 축조하고 

이 중성의 계곡부에 설치한 시설물이 중성문과 수문이었다. 지금도 계곡엔 수문 흔적이 어렴풋 남아 있다.

 

 

 

중성문과 수문 중간으로 조그만 암문이 하나 숨겨져 있는데 시구문이다. 

성 안에서 생긴 시신이 중성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이 문을 통해 나간다고 해 시구문이라 불렀다.

그러니까 예전에는 문이 세 개가 있었으니 중성문 시구문 수문 순이었다.

 

 

 

북한산은 바위산의 위용도 대단하지만, 산성을 짓게 된 역사적 이야기를 둘러보는 맛도 좋다.

산성만을 한바퀴 종주하는 코스도 해볼만하다.

석굴처럼 패인 바위도 지나고 용학사가 가까워지고 어느새 하산하며 계곡에서 정리를 하시는 분들이 많이 보인다.

하기야 내가 좀 늦긴 하였다.

 

 

 

쥐바위라고도 부르는 바위다. 큰 쥐, 뉴트리아를 닮기도 했다.

 

 

 

산영루 앞의 비석거리에 이른다.

이곳의 비석들은 북한산성 관리의 최고 책임자가 재임할 당시의 선정과 공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선정비로, 26기 정도가 남아 있고 암벽에 새긴 비문도 남아 있다. 19세기에 건립한 것으로 보인다.

 

고양 북한산 산영루의 건립 시기는 정확히 알수 없으나 조선중기 1603년 이정구라는 사람이 북한산 일대를 유람한 뒤 남긴 「유삼각삼기」에 산영루 옛터로 내려왔다'라는 기록으로 보아 북한산성이 축성(1711년)되기 이전부터 존재하였던 것으로 보여진다.

1707년 성호 이익의 「차삼각팔경운」에는 "산영루 위에 뜬 달은 삼각산 팔경중에 하나"라는 기록과 

그 이후에도 이덕무와 정약용,김정희 등 많은 조선의 명사들에 의해 기록이 남겨졌으니 북한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경 중 한곳에  자리잡았다 하여도 틀린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산영루지는 경기도 기념물 제223호로 지정되었다.

 

 

용학사까지는 그래도 비교적 수월한 임도를 따라 오르는데도 1시간 20분이 넘게 소요되었다.

천천히 걷는게 습관되었고, 저질체력이 된 건 확실한 사실이다.

용학사의 저 바위들은 마치 일부러 만들어 놓은 형상들처럼 오묘하고 신비롭기 이를데 없다.

바위엔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불화가 새겨져 있다는데 마모되었는지 잘 보이진 않는다.

 

 

 

용학사 대웅전 옆의 저 바위를 올라 본격적으로 산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리 어렵지 않게 올라설수 있다.

 

 

 

커다란 바위를 타고 올라서면 돌탑이 세워진 너른 암반이 나온다.

벌써부터 숨이 가파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고 한참을 쉬었다 가야 했다.

좌측으로 염초봉, 가운데 노적봉,우측으로 만경대도 보인다.

가운데 노적봉이 오늘 가야 할 첫번째 봉우리다.

오르기엔 늦은 시간인데다 평일이라 사람 한명 만날수 없을만큼 조용하다.

 

 

 

좌측 염초봉,가운데 노적봉과 만경대,

맨 우측으로 가야 할 두번째 봉우리인  용암봉도 나지막하게 잡힌다.

길을 정확히 모른다 하여도 흙길 능선으로 올라가 저 노적봉 방향대로 좌틀을 하면 된다.

 

 

 

의상능선인 나월봉과 증취봉쪽이다.

우측 아래로 아까 지나오면서 봤던 쥐바위 모양도 보이는데

올라서 보니 청개구리 한마리 움츠리고 있는것처럼도 보인다.

 

 

 

무엇으로 보이는가.

이렇게 주먹을 쥐고 있는듯한 모습을 보면 예전 영화,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늑대와 함께 춤을」에서 "주먹쥐고 일어서"라는 인디언 이름이 생각나곤 한다.

 

 

 

이것은 열매도 꽃도 아닌 충영(벌레집)이라는 것이다.

때죽나무의 충영과도 닮았지만 넓은 잎이 쪽동백나무의 충영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것이 쪽동백나무 열매다.

 

 

 

덜 익은 바나나인듯, 어느새 병의 형태 다잡아가는 병꽃나무 열매.

 

 

 

산초나무.

 

 

 

하나 둘 꽃봉오리 터트리기 시작한 누리장나무다.

누린내가 난다하여 붙여진 이름이지만, 정작 나는 이 옆을 지날땐 백합 향이 난다 느끼곤 한다.

물론 떼로 피어날땐 약간 지릿한 냄새가 나긴 한다.

 

 

 

그렇게 완만한 흙길을 지나고 다시금 쪼개진 바윗길을 따라 오른다.

그러니까 노적봉 동봉과 서봉 중간지점 오름길을 향해 가는 것이다.

 

 

 

오르다가 뒤돌아 본 길엔 의상능선이 줄지어 늘어 섰다.

우측 용출봉부터 용혈봉, 증취봉, 나월봉, 나한봉 그리고 문수봉으로~

 

 

 

바로 아래로 산성계곡과 노적사가 내려다 보이고,

건너편 용출봉과 의상봉 사이에 거대 불상이 있는 국녕사도 보인다.

멀리서도 불상이 보일 정도다. 맨 우측이 의상능선을 거느리는 의상봉이다.

 

 

 

 

오르는 길이 경사가 좀 있지만, 평소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크게 어렵지 않게 오를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안전에 유의해야 하는건 필수겠다.

 

 

 

그 길에는 노적봉의 거대 암벽을 바라보며 걷게 되니, 조금은 위협적인 위용에 감탄을 하며

어여 저 곳으로 오르고픈 마음이 굴뚝 같다.

좌측 넓은 면이 보이는 곳이 서봉, 우측으로 좁게 바위 세워진 곳이 동봉이다.

서봉은 릿지 숙련자가 아니라면 로프 없이 오르기 힘들다.

 

 

 

둘도 없는 단짝인 바위와 소나무.

예전엔 무조건 바위를 뜷는 소나무가 대단하다 하였지만 이젠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소나무가 자랄수 있도록 바위틈과 영양분을 내어주는 바위의 너른 마음이 부러울 따름이다.

 

 

 

이 계절엔 역시 백운산원추리의 노란색이 주위를 환하게 해준다.

 

 

 

산골무꽃.

 

 

 

 

드디어 노적봉 암벽 바로 옆을 오르게 된다.

이때부터는 가슴도 두근거린다. 물론 다 오를수 있는 골은 있고, 나름 길도 잘 나 있는 편이다.

그렇다고 일반 등산로처럼 맨질맨질한 그런 길을 말하는건 아니다.

드디어 하늘이 보이고 노적봉이 가까워졌음이다.

그러니까 거대한 노적봉 서봉과 동봉 그 사이 협곡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그 바위틈에 피어난 돌양지꽃 하나도 새초롬하니 어여쁘기만 하다.

 

 

 

좌측으로 동봉 돌무더기가 보이고, 뒤로는 이따 가야할 용암봉이다.

 

 

 

 

노적봉 서봉이다. 사진에서는 오르기 쉬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높고 직벽이라 숙련된 바위꾼이 아니라면 줄 없이 오르긴 어렵다.

대부분은 리드자가 먼저 올라 줄을 연결해 뒷사람이 오르는 방법을 취하는 곳이다.

바위도 못타는 사람이 특히나 혼자서 오르기는 도저히 무리다.

 

 

 

서봉 바로 앞의 동봉으로 오른다.

동봉은 커다란 직벽 대신 여러개의 바위들이 모여 있어 오르기 수월하다.

 

 

 

동봉으로 오르며 정상 방향으로 조망이 트인다.

우측 백운대, 좌측은 염초봉이다. 너머로 좌 앞줄은 노고산, 우측 뾰족봉은 고령산이다.

 

 

 

삼각산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세 봉우리.

좌측이 백운대,우측이 만경대, 가운데 인수봉이다.

 

 

 

동봉 오르며 뒤돌아 본 서봉은 마치 잘 만들어진 고급 만두처럼도 보였다.

소나무와 바위 그 자체로 절경이 되었다.

 

 

 

동봉 정상부의 기기묘묘한 바위들.

입을 벌린 어느 괴생명체가 앞의 조그마한 아이를 삼켜버릴것만 같다.

 

 

 

동봉으로 올라서니 빗방울이 한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하고

먹물을 흘려 놓은듯한 하늘의 색감에 내 입에서는 감탄사 쏟아지기 시작한다.

 

 

 

서봉 위엔 나폴레옹 모자라고도 하고, 우주선이라고도 하는 바위가 하나 있다.

서봉 너머로 볼록 올라온 인천 계양산도 보인다.

서봉 좌측으로는 의상능선과 맨 뒤로는 비봉능선이다.

 

 

 

당겨 본 계양산.

 

 

 

가운데 뾰족 봉우리들 중, 돼지 발톱 같은 맨 좌측은 보현봉이다. 그 우측으로 문수봉을 지나

나한봉, 나월봉, 증취봉, 용혈봉으로 의상능선이 이어진다.

우측 뒤로는 비봉능선이다.

 

 

 

산성길 따라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대동문과 보국문, 대성문,대남문도 지날 것이다.

북한산성 12성문(또는 14성문 16성문) 종주도 해볼만하고, 중간중간 안내판에 쓰여진

역사 이야기를 읽어보는 것도 성문 종주의 재미이기도 하다.

좌측 뒤로는 선명한 일자 라인인 아차산~용문산과 그 뒤로는 희미하게 검단산과 남한산성 라인도 보인다.

 

 

 

좌 원효봉과 우 염초봉도 한번 더 담아보자.

아직 미답인 곳이 저기 우측 염초봉이다. 비탐이다 보니 조심스럽고, 아직 시도를 해보지 못했다.

언젠가는 꼭 한번 올라보고 싶다.

사실 모든 코스를 다 가봤다 하면 슬슬 북한산도 싫증이 날지도 모른다.

어디 그럴 북한산이겠느냐만 그래도 한두곳 설렘이 남아 있도록 남겨두고 싶다.

염초봉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2주전 다녀온 노고산이다. 북한산 조망처로 최고의 산지기도 하다.

 

 

 

북한산 사령부는 봐도봐도 멋지지 않은가.

좌 백운대, 가운데 인수봉,우측이 만경대다. 삼각 트라이앵글처럼 북한산을 굳건히 해주는 대표 봉우리들이다.

 

 

 

좌 인수봉,우 만경대.

만경대는 정상에서 우측으로 이어지는 릿지길이 상당히 스릴 넘치지만 초보자들에겐 

위험한 길이기도 하다.

 

 

 

만경대에서 우측 용암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여기 노적봉을 내려서면 저기 가운데 숲으로 올라 우측 용암봉으로 갈 것이다.

흙길로 오르는거라 어렵지 않게 오를수 있을 것이다.

 

 

 

지난번 만경대를 다녀오며 용암봉과 여기 노적봉까지 한바퀴를 같이 돌까도 했었다.

이렇게 새로운 북한산을 만나게 되었으니 남겨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만경대에서 용암봉 가는 길이 그리 쉬운것만도 아니다.

그러니 나 같은 바위 초보자는 따로따로 돌아본 뒤, 숙련이 된 후 이어봐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더군다나 혼자 하는 산행이라면 더욱 말이다.

 

 

 

아~저 이글거리는 하늘 좀 보라.

먹구름에선 당장이라도 소나기 떨어질것 같지만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저 붉은 빛에게는 먹구름도 어찌하질 못하나 보다.

바람도 좋고, 한두방울 떨어지는 빗방울도 시원해 좋다.

인증샷도 원없이 날려보고, 이 바람맛의 상쾌함을 어찌 표현해야 할지 벅참이 밀려왔다.

아무도 없는 바위산, 그리고 이 시간만이 주는 묘함이 있다.

흔히 오를수 있는 코스가 아니니 북한산이라는 사실도 잠시 잊게 된다.

 

 

무지개를 사랑한 걸

후회하지 말자.

풀잎에 맺힌 이슬

땅바닥에 기는 개미

그런 미물을 사랑한 걸

결코 부끄러워하지 말자.

그 덧없음

그 사소함

그 하잘것없음이

그때 사랑하던 때에

순금보다 값지고

영원보다 길었던 걸 새겨두자.

눈멀었던 그 시간

이 세상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기쁨이며 어여쁨이었던 걸

길이길이 마음에 새겨두자.

 

-허영자, 무지개를 사랑한 걸-

 

 

누구나 어느 순간, 모든게 덧없다 느껴질때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저런 생각이 미치는 순간 이불킥하며 일어날만큼 회의스럽거나 후회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런 바위 산정에 앉아 있으면 괜시리 깊은 감성에 빠지기도 한다.

 

 

이러다 정말 한밤중이 될까 무섭다. 너무 센티해지는것도 무섭다.

그만 내려가자.

노적봉 동봉 뒤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 있다.

 

 

 

역시나 하산길엔 자주꿩의다리가 많이 보인다.

북한산엔 전체적으로 다른 꿩의다리보다는 주로 자주꿩의다리가 많은 편이다.

 

 

 

저기 용암봉으로 간다. 가까이에 있어 금방 오를수 있을 것이다.

 

 

 

노적봉 동봉 뒤쪽으로 내려서니 노적봉 정상목이 세워져 있고

북한산대피소와 용암문 방향으로 2~30m 내려가서 바로 산길 따라 올라선다.

 

 

 

요즘은 어딜가나 바위채송화가 지천이다.

 

 

 

팥배나무도 어느새 붉게 익어가는 녀석들이 보인다.

 

 

 

노적봉 이정목에서 10분정도 흙길을 올라서니 산성이 연결되고

 

 

 

동물 형상의 조망처 바위가 하나 나온다.

이 아이는 표정이 참 착하게 생겼다.

내 뒤로는 만경대고. 그 아래로 뻗은 우측 능선은 지난번 만경대 오를때 지났던 족두리바위다.

신랑신부바위라 부르기도 한다.

맨 우측으로 영봉도 보이고, 맨 뒤로는 도봉산 오봉과 주봉들이 보인다. 

 

 

 

가운데 족두리바위, 우측 영봉, 맨 뒤로는 오봉과 도봉산 정상부.

 

 

 

 

아래로 도선사가 내려다 보이고,

건너편엔 역시나 세트로 함께 다니는 수락산 불암산이다.

맨 뒷줄은 화악산 명지산 주금산 축령산 천마산 등으로 수도권의 명산들이 포진해 있다.

 

 

 

좌측 불암산과 뒤로 뾰족 천마산을 지나면 예봉산과 예빈산, 검단산과 남한산성으로 이어진다.

물론 그 뒤쪽으론 다 나열하지 못하는 수도권의 명산들이 가득한 곳이다.

 

 

 

용암봉으로 올라선다.

저 우측 바위를 쥐바위라 하는데 반대편 경사진 바위쪽으로 내려가 봤을때

더 쥐바위를 닮았다고도 한다.

이쪽에서 봤을때도 바위의 표정들이 살아 있다.

왼쪽 바위도 웃고 있는듯 온화하게 미소 짓고 있는듯, 어쨌든 성내지 않으니 보기 좋다.

 

 

 

쥐바위는 흐믈흐믈 이름모를 못생긴 생명체를 보는것 같고

한 몸이지만 두 얼굴을 가진 아이 같다.

우측으로 봐도 얼굴 같고, 좌측으로 봤을때도 얼굴 같네~^^

 

 

 

웃고 있는겨~

조금 뒤쪽으로 돌아와서 본 쥐바위다.

오묘한 눈코입이 사방으로 찍힌듯한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쥐처럼 생겼든 아니든 표정이 살아 있으니 대화라도 통할것만 같다.

더 아래쪽으로 내려와 담으면 또 다른 표정이 나올 것이다.

 

 

 

음마야~

이건 또 무엇이래.

우측으로 머리를 두고 잠을 자는 표정처럼 보이다가도, 좌측 위로는 콧구멍을 열어두고 웃는 표정처럼도 보였다.

요술 할머니 웅크리고 있는 모습처럼도 보이네.

 

 

 

무수히 많은 바위들의 집합체 만경대다.

여기 용암봉과 암릉으로 길이 연결되지만 숙련된 사람들이 아니라면 위험한 길이다.

 

 

 

용암봉 뒤쪽 암릉 끝까지 가보니 더 이상은 장비없이 진행하기 힘들다.

아래에 용암문이 있을 것이다.

 

 

 

뒤로는 산성길 따라 보현봉과 문수봉을 지나고 나한봉, 나월봉으로 의상능선이 이어진다.

가운데서 우측으로 관악산과 삼성산도 들어온다.

맨 가운데, 도심속의 나즈막한 곳이 남산이다.

 

 

 

유후~

오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만난다.

아직 일몰까진 1시간이나 남았는데 흐린 날 때문에 오히려 감성 가득한 하늘이 되었다.

너무 아름다워 감격에 휩쌓인 시간이었다. 마치 당장 일몰이 시작될것만 같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에 취해, 같은 장면을 수없이 셔터만 눌러야 했다.

지나온 노적봉이다. 노적봉 좌측으로는 의상능선 의상봉과 용출봉 용혈봉으로 이어진다.

 

 

 

좌 용출봉과 우 의상봉. 그 아래 국녕사의 큰 불상도 보인다.

뒤로는 인천 계양산이다.

계양산 좌측 뒤로는 희미하게나마 무의도의 호룡곡산과 국사봉,

계양산 우측 뒤로는 영종도와 신도 장봉도가 구름인듯 라인을 그려간다.

 

 

 

노적봉과 우측은 만경대다.

노적봉 아래 쑥 들어간 곳으로 내려왔다가 만경대와 여기 용암봉 사이 숲길로 올라온 것이다.

 

 

 

좌측 뒷편이 노적봉 서봉이고, 우측 앞쪽이 동봉이다.

처음에 저 사이 협곡으로 올라섰던 것이다.

경사가 심한 편이지만 길도 나 있고, 오를만할 정도로 골이 패여 있었다.

 

 

 

아무리 북한산이고 도심의 산이라 하여도 이젠 내려갈때가 되었는데

아무도 없는 바위 산정이 너무 편해서인지 쉬 자릴 뜨지 못했다.

용암봉은 바위를 타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내려설수 있거니와

 

 

 

무엇보다 저 하늘에 취해서이고, 

요즘은 산중에 올라서면 자리 깔고 눕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지난주엔 한번도 가지고 다니지 않았던 돗자리를 들고 집 근처 산에 올라

바위에 누워 한나절을 보내기도 했다. 과일을 먹고 책을 보고 그러다 잠시 낮잠도 청해보고

걷기 바빠 그동안은 누리지 못했던 풍경들과 새로운 맛을 알게 되니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몇년 이곳에 오지 못한다 하여도 목마르지 않을만큼 많이 머물렀다. 

그만 내려가자. 올라왔던 저 앞 산성길 지나 좌측 숲길로 내려설 것이다.

 

 

 

용암문으로 내려와 용암문지킴터 방향으로 하산한다.

도선사가 있는 곳이다. 

 

 

 

그냥 그런 단순한  바위 같지만 자세히 보면 여러 괴형상들의 얼굴을 보는것만 같다.

외눈박이인듯 왼쪽엔 가짜 눈을 하나 박고서 우측으론 쑥 꺼진 눈도 하나 있다. 

아래 톨탑 쌓은 위로는 앙 다문 입술도 하나 있었네.

그런데 또 아래쪽으로 보니 우측을 향한 뾰족한 주둥이와 눈을 단 해골 같은 새로운 녀석도 있었다.

단풍나무 사이로는 또 다른 녀석이 다른 시선으로 바위를 공유하였다.

 

 

 

도선사로 내려오며 김상궁바위를 만난다.

김상궁바위는 1875년쯤 세웠다는 김상궁의 사리탑이라는데

도선사에 입적해 사망한 후에 사리를 이 바위에 모셨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김상궁바위 뒤쪽으로는 입술바위가 유명해지면서 몇년전부터 특히나 많이들 왕래한 자국들이 보인다.

 

 

 

김상궁바위 뒤쪽으로 있는 입술바위다.

바위에 툭 튀어나온 입술 모양이 신비롭기 그지없다.  연적 주둥이 같기도 하다.

북한산은 무수히 많은 바위와 암봉이 있듯, 여전히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수많은 형상들이 곳곳에 숨어 있을 것이다.

그것만을 찾아 나서는 산꾼들도 있을 것이다.

 

 

 

어둑해지는 시간, 용암문지킴터로 내려왔다. 바로 도선사 옆이다.

북한산을 속속들이 잘 모르시는 분들이라면 도선사 옆이면 백운대탐방센터가 있는거 아닌가

의아해 할수도 있을 것이다. 도선사 정면을 기준으로 볼때 좌측은 용암문지킴터가 있고,

도선사 일주문을 지나 우측으로는 백운대탐방센터가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도선사도 둘러본다.

도선사는 신라 경문왕 2년(862년)에 승려 도선이 창건하였는데

이곳의 산세가 천년뒤 말법시대에 불법을 다시 일으킬 곳이라 예견하고 절을 세웠다고 한다.

북한산이라는 거대 명산 아래 자리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휴식처가 된 요즘이다.

 

 

20m 높은 절벽에 감실형 전실을 만들어 호위되고 있는 이 마애불입상(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 34호)은

어깨는 약간 둥글게 내리다가 직각을 이루면서  발까지 직사각형으로 이어진 투박한 모습이다.

조선 전반기의 도식적인 특징을 잘 보여주고, 당시 가장 큰 특이한 불상으로 중요시되었다 한다.

마애불입상 앞에서 기도를 올리는 아주머니께 괜히 방해가 될까 싶어

다가가지 못하고 되돌아 내려섰다.

 

 

북한산우이역까지 2km를 더 걸어 총 5시간 20분쯤의 일정을 마쳤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스트레스 해소며 힐링 방법을 찾고 있겠지만

가슴이 답답하거나 삶이 조금 무기력하게 느껴질땐 가까운 바위산에 올라보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산정에 앉아 맞는 시원한 바람은 삶의 또 다른 활력이 되어줄지도 모르겠다.

바람 불어 좋은 날,북한산이었다.

 

**다음 블로그가 2022년 9월이면 영원히 종료된다는 통보에 수많은 자료들이 사라질까 두려워 

급하게 티스토리로 옮기니 수백명씩 남겨주신 많은 댓글과 공감도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

그동안 함께해주셨던 님들께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