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빈의 네번째 책 《오늘의 명산, 절경따라 걷는 길》이 2023년 출간되었습니다.
산에도 유명세를 타고 유행을 쫒는 산지들이 있기 마련이다.
요즘은 사진 스팟이나 핫 플레이스가 되는 산행지들이 인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신작에서는 강이나 천을 따라 산줄기가 아름다운 산지,
산중 출렁다리가 생긴 후 유명세를 타고 이슈가 된 산지들,
좀 더 박진감 넘치는 대슬랩 산지들을 선정하게 되었다.
그 곳에는 어떤 들풀꽃들이 자라고 있을까.
그 산에 피고 지는 다양한 야생화 이야기도 빼놓지 않고 담았다.
《오늘의 명산, 절경따라 걷는 길》
새롭게 개장하거나 달라질 정보들도 많이 담겼고
사진과 글을 곁들여 함께 거닌듯 생생하고 재미있게 보실수 있을거랍니다.
인터넷 구매가 10% 저렴하고
떠나지 못하는 님들께, 산과 자연, 여행에 관심있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그동안의 성원에도 감사드립니다. (2023년 1월 덧붙임)
https://0709im.tistory.com/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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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이란 말만 들어도 솔깃하게 된다.
지리산을 끼고 걷는 길.
지리산둘레길과 산수유마을이 있는 견두산 그곳으로 간다.
밤재터널~밤재~견두산~현천마을~계척마을~산동면~지리산온천(약 12km)
전남 구례군 산동면 계천리 밤재터널에서 산행은 시작된다.
전북 남원시 주천면을 잇는 터널이기도 하다.
밤재까지는 산길로도, 임도로도 이어져 있었다.
쭉쭉 잘 뻗은 삼나무길도 지나고
그렇게 밤재터널 입구에서 20여분 올라서니
너른 공터 밤재엔 임도 따라 차량도 드나들고 있었다.
밤재(490M) 뒤로 아련한 지리산이 내 기분탓인건지 왜 이리도 나즈막한 뒷산처럼 보이던지..
밤재 일도길 너머론 영제봉과 서북능선 만복대와 우측뒤로 반야봉도 보인다.
만복대와 영제봉 그리고 이곳 밤재 견두산은 견두지맥에 속하는 산줄기다.
견두지맥은 백두대간 만복대 일대에서 분기한 지맥으로
지리산 정령치에서 만복대 오르기 전에 서쪽으로 전남북의 경계를 따라
다름재~영제봉~밤재~견두산~천마산으로 이어진다.
좌측 완만해 보이는 영제봉과 그 우측 뒤로 만복대.
가운데 뒤로 반야봉과 우측으로 노고단.
어디서나 그 모양새 빛을 발하는 좌측 반야봉과 우측 뒤는 통신탑이 보이는 노고단.
그 앞줄은 만복대에서 고리봉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이다.
우측 끝 뾰족 봉우리는 비탐으로 묶인 종석대로 보인다.
요즘 좀 딜레마에 빠졌다.권태로움인지도 모르겠다.
산행에 대한 것인지,삶에 대한 것인지..아님 사람에 대한 것인지.
만사가 귀찮기만 하다.
짧은 이번 산행지에 오면서 당연히 견두산~천마산을 이어 걸었겠지만
견두산 오르는 것마저도 터덜터덜 의욕이 없다.
그저 주저앉고 싶고 어딘가 벌러덩 눕고 싶고.어쩐댜~~
버들이도 하나 둘 꽃을 피워내고 있는데 난 무얼 하고 있는 것이라니~
겨울눈이 호랑이 눈을 닮았다고 이름 붙여진 호랑버들이다.
겨울눈 껍질이 강렬한 검붉은색을 뿜어내니 그리 보였을수도 있겠다.
남원 방향인데 날이 탁하다.
이노무(^^) 미세먼지는 하루 걸러 기승이다.
몇년전만 해도 봄날엔 그저 황사가 문제였지 어디 미세먼지란 이름 자체가 익숙했던가 말이다.
어느날부터 파란하늘,탁 트인 하늘 보는게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다른 공약들도 좋지만 제발 환경에도 신경 좀 써주시와요~~
잿빛세상에서 잘 먹고 잘 사는 나라가 좋은 세상인지 생각 좀 해보자구요~
남원 시가지 우측 뒤 교룡산이 보이고
자귀나무가 많은 것인지 자귀나무 쉼터와
사방이 막힌 계척봉을 지난다.
사람도 하늘도 꿀꿀한 날.너라도 환하니 조금이라도 위로가 된단다.
60여 종류의 어려운 제비꽃 집안..
미세한 털 하나하나에 이름이 갈리니 어디 그 이름 쉬 불러줄수 있어야 말이지.
이 시기 일찍 피어나는 둥근털제비꽃에 가까워 보인다.
진행방향 좌측으론 계속 함께하는 지리산과 아래로는
산수유마을로도 유명한 지리산온천과 계척마을과 현천마을이 있는 산동면 일대가 들어온다.
지리산둘레길 마지막 코스, 산동~주천 구간이기도 하다.
노고단 너머 우측 끝으론 왕시루봉도 살짜기 포착되기 시작했다.
견두산으로 향하면서 같은 자리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좌 만복대와 가운데 반야봉과 우측의 노고단 모습이다.
이제 노고단과 종석대는 겹쳐보이기 시작한다.
좌측의 영제봉과 우측의 만복대.
앞뒤로 걷게 된 회원님.
영제봉 뒤로 뾰족뾰족 봉우리들이 천왕봉과 중봉 하봉 아닌가 하시는데
아무리봐도 지리산 천왕봉은 더 멀리 우측 뒤로 있을듯~여기선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저곳은 서북능선 작은고리봉으로 이어지는 봉우리겠다.
지나서보니 좌측 계척봉이 꽤 도드라진 봉우리였다.
늘 그렇지만 그 속에서 느끼지 못한 것들..뒤로 한발 물러서 보면 다른것이 되어 있었다.
우물안 개구리처럼 그것이 전부인양 그러면서 살고 있다.
그러다 한발 빼어 나를 발견한 순간 그 초라함과 주체 못할 자괴감에 빠질때..
그 모습들이 가끔 아프게도 한다.
개머리산 견두산을 배경으로~
오늘은 날이 좀 탁해 그렇지 이곳 견두산~천마산은
사방팔방 막힘이 없어 조망이 아주 좋을 것으로 보인다.
견두산 정상 오르기 전 큰 암벽엔 고려때의 것으로 추정되는 마애불도 남아있다.
가운데 뒤 남원의 고리봉~문덕봉도 깊은 연무에 빠져버렸다.
미래의 모습은 늘 이런 세상이 되는건 아닌지
부디 대기질 개선에도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좌측으론 곡성의 동악산 최악산(초악산)으로 이어진다.
가만보면 산악회서들도 가게되는 산행지,트렌드가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는듯 하다.
그 영화 곡성이 나온 뒤 더 유명세를 타게 된 동악산도 많이들 찾는 산이 되었다.
내려선 조망처 바위에 선 사람들은 인증 남기기 바쁘고
그 아래론 산동면 산수유마을과
지리산 반야봉과 노고단도 오늘 원없이 함께한다.
두류산(頭流山) 양단수(兩端水)를 녜 듣고 이제 보니,
도화(桃花) 뜬 맑은 물에 산영(山影)조차 잠겼에라.
아희야, 무릉(武陵)이 어디메뇨, 나난 옌가 하노라.
남명 조식의 《두류산 양단수를》이다.
무릉이 어디더냐..
그 두류산(지리산)에 가지 못해 내 이리 권태에 빠져 있을꺼나~
행여 견딜만하면 오지 마시라 하지 않았던가.
이 먼지 그치고 나면 모든게 가뿐해지길 바래본다.
견두산에 올라서니
천마산과 깃대봉,죽정치로 이어지는 견두지맥이 펼쳐진다.
전북 남원시 수지면과 전남 구례군 산동면의 경계에 솟은 견두산(774m)은
개머리산이라고도 하고 원래 호두산이나 범머리산으로 불리웠다 한다.
사나운 들개들이 수십 수백마리씩 떼지어 살면서 사람을 헤치고
일시에 짖어대면 천지가 진동할 정도로 소란스러웠다 한다.
이 들개들이 떼로 울고나면 이 남원고을엔 반드시 큰 불이 나거나
호환,재앙이 생겨 영조때 관찰사 이서구가 부임한뒤 이를 풍수로 해결하였으니
호두산에서 견두산으로 바꾸고 개의 천적인 호랑이 형상의 호석을 마을입구에 세워
견두산을 향하게 하니 마을의 재앙이 사라졌다 한다.
산정에 왠 무덤하나가 떡 하니 버티고 있다.
남정네 무덤일거라 생각했는데 비문에 숙부인이라 쓰여 있어 여인이란걸 알수 있다.
이 무덤의 주인인 남원윤씨는 조선조 정3품 통정대부 벼슬을 지낸 죽산박씨 재현의 부인이라는데
왜 산정에 모셔졌을까~
견두산과 천마산 능선은 금장지지로 매장을 금지하는 땅이어서 묘를 쓸수 없었다 한다.
그것도 돌산인 견두산인데~이 좁은 산정이 명당이라 하여 죽산박씨 집안에서 묘지를 쓴후
100일안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묘를 이장하겠다고 마을사람들에게 확약을 한뒤 묘를 쓰게 되었다.
묘를 쓰고 돌아오는 길에 가뭄이던 때에 바로 비가 내려주니 주민들은 기뻐했고
그 묘가 오늘날에도 산정에 남게 되었다 한다.
그래서 그 숙부인은 오늘도 저 지리산을 맘껏 누리고 있었다.
봄이면 산수유마을이 내려다 보이고
녹음으로 채워질 지리산도,운해와 낙조의 아름다움 반야봉도~
흰 눈으로 덮힐 지리산 고봉들도 수백년 하루같이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 올라 지리산을 바라보던 많은 이들의 환희와 아픔과 허전함도 엿보았을 것이다.
천마산 가는걸 미련없이 포기하고 현천마을로 내려선다.
그런데 좀 기분이 이상하다.
이제사 12시 반.한참 걷고 있을 시간에 하산이라니
땡땡이 치고 수업 빠져나온 학생이 된듯도 하고
막상 회사를 관두고 나오니 할일없는 허전함이 밀려오는듯도 하고
무얼 해야하지~알수없는 막연함마저도 감도는 이 오묘함.
무얼 꼭 해야 할 필요는 없다.그것 또한 강박관념일수 있다.
그저 흘러가는대로 가보자.
현천마을로 내려서니 그 명성답게 산수유 노란빛이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 산수유 열매를 채취해 상품으로 만들기까지
보통의 노력으론 힘들어서인지 요즘은 산수유 농가도 많이 줄어드는 추세기도 하다.
그래도 산수유마을 아니던가~
골목골목 산수유 노란빛이 다운된 기분에 조금씩 빛이 되려 한다.
혼자였다면 그저 아무도 없는 어딘가에서 벌러덩 누워있다 내려오려 했다.
앞뒤로 걷게된 회원님 덕분에 사진도 남겨보고 천천히 둘레길도 걸어본다.
사주신 맥주 한잔에 지짐과 흑돼지삼겹살도 맛나게 잘 먹었답니다.
슬레이트 지붕위의 산수유 풍경.
예전엔 시골에 저 슬레이트집이 참으로 많았다.
발암물질 석면이 몸에 나쁘다는걸 인식한 뒤 지붕교체사업이 한차례 지나가기도 했지만
여전히 시골을 거닐다보면 추억의 슬레이트 지붕들을 만나기도 하고
아직 그곳에 삼겹살을 굽는 풍경들도 만나곤 한다.
양지바른 곳으로 현호색과의 자주괴불주머니도
기세좋게 한자리 차지하셨다.
김제비인데 박제비라 부르면 기분 나쁘겠지유~^^
자신 없으니 그저 제비꽃이라 부르겠어욤~
흔하지만 아름다운 들풀들.큰개불알풀과 별꽃.
별꽃과 쇠별꽃이 비슷하지만 별꽃은 암술대가 3개,쇠별꽃은 암술대가 5개.
이름이 좀 거시기하다 해서 우리말 봄까치꽃이라고도 부르지만
그래도 정명은 큰개불알풀.
사뿐 한마리 나비가 된듯 여기저기 펄럭이는 날갯짓이 상큼하기만 하다.
싹뚝 잘라놓은듯한 머위꽃은 볼수록 참 신기한 꽃.
어렸을때 엄마가 된장에 들기름 넣어 무쳐주었던 머위나물은
입맛 없는 요즘에 가장 생각나는 음식이기도 하다.
살짝 데쳐 버무린 머위나물 한점이면 아~~흰 쌀밥에 꼴까닥~
수령 오래된 산수유나무가 곳곳에 포진된 마을.
그 길을 느긋하게 걸으며 나른한 봄 기운을 느껴보자.
굳이 산수유가 아니어도 녹음이 막 올라올 무렵 걸어봐도 좋을 길이겠다.
산수유마을에 개나리라~
아니 영춘화다.
돌담장에 마치 조화처럼 꽂혀 있는 모습이 참 이채롭다.
개나리보다 좀 더 일찍 피어 봄을 맞이하는 영춘화.
예전에 장원급제를 하면 임금님이 하사하던 어사화.
말탄 급제자 관모에 길다랗게 늘어져 꽂혀 있던 그 꽃이다.
사방이 산수유인 마을에 색다른 노랑이 주는 상큼함이 있었다.
아직도 붉은 열매가 달려있어
산수유 노란꽃에 힘을 보태주는것만 같다.
노란색은 희망과 행복 그리고 즐거움의 색이고
지식,지적인 능력과도 관련이 있어 뇌와 신경을 자극시켜 집중이 필요할때
적절히 사용하면 좋은 효과를 볼수 있는게 노란색이라 한다.
태양처럼 빛나는 황금색으로 부와 권위,중국황제의 색상이기도 했고
노란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우유부단한 경향도 있다나 어쩐다나~
모든것이 그렇듯 적절히 넘치지 않게~
저수지를 한바퀴 돌아 저기 마을입구에서 가볍게 맥주 한잔 하기로 한다.
산에 온 사람보단 산동면사무소 일대에서 걸어온 사람이나
이곳까지 차를 가지고 온 사람이 많아 보였다.
여름, 이 시원한 느티나무 아래 앉아 있노라면
가던 길손 노곤함과 더불어 부는 바람에 스르르 잠에 빠져들지도 모르겠다.
어느 마을이나 오래된 느티나무 하나 없으면 왠지 허전한듯한 시골풍경이 되었다.
봄시금치를 넣은 김치전에 맥주와 소주 한잔.
시큼한 전라도 김치에 고소한 기름이 더해져 아삭아삭 입맛을 부추긴다.
왜 허전한가 했더니 간장이 빠졌다..
여기 쥐뿔도 맛도 모르는 촌놈 위해 간장 좀 주시와요~
빈속에 쏴~한 맥주 한잔이 들어가니 저수지는 또 다른 풍경이 되어 있었다.
호수를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괜히 기분이 멍해진다.
개나리 꽃이 피면
개나리 꽃이 피는대로,
살구꽃이 피면은
살구꽃이 피는대로,
비오면 비오는대로 그리워요.
보고 싶어요. 손잡고 싶어요.
다 당신입니다.
- 김용택 -
그래~
꽃 피면 꽃 피는대로
비 오면 비 오는대로~
보고 싶고 손잡고 싶은 이 모두가 다 당신인것을..
지리산둘레길 따라 계척마을까지 슬슬 다녀오기로 한다.
연관마을을 지나 계척마을로 오솔길과 임도길이 적절히 이어지는 길.
산동면사무소에서 현천마을과 계척마을을 지나 밤재,지리산유스호스텔, 주천안내소까지가
지리산둘레길 마지막 코스이기도 하다.
통통기,갱운기,딸딸이가 내 애마인척도 해보고~
350년 느티나무가 있는 계척마을도 산수유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다 피어도 덜 핀듯~덜 피어도 다 핀듯~
산수유의 그 도드라지지 않는 모습이 좋기도 하다.
계척마을도 계척저수지가 하나 있지만
현천마을보단 작았고 동네도 조용하기만 하다.
둘레길 이정표는 곳곳에 잘 설치되어 있었지만
현천마을만 둘러보고 가는게 대부분이라 아주 한적한 마을이었다.
낯선 방문객에 자기 본분을 다하느라 짖고는 있었지만
반가움과 약간의 경계심 섞인 표정이 역력했다.
산수유 농사를 짓는것 같지는 않은데 너 주인들은 다 어딜 갔을꼬~
다시 현천마을을 지나 산동면사무소로 나왔다.
거꾸로 이곳에서 지리산둘레길 따라 밤재에 가서 견두산을 올랐어도 될뻔했다.
지리산온천 산수유마을로 가서 일정을 마무리한다.
품바며 행사장 노랫소리와 각종 먹을거리 넘쳐난다.
이곳엔 지리산 흑돼지삼겹살이 유명하다 한다.
일반 삼겹살과 다르게 느껴진점은 껍질이 더 꼬득꼬득 쫄깃하다는 것이다.
지글지글 기름내 진동하니 어찌 술 한잔이 빠질 것인가~
쌈을 해먹지 않아도 자체로 고소함이 번져났다.
역설적이게도 화사한 봄 기운에 많이 다운되어 있었다.
지리산과 산수유가 주는 생동감으로 몸도 마음도 어서 깨어나길 기대해본다.
견두산과 지리산둘레길 산동면 일대를
여유롭게 한바퀴 돌아보는것도 좋은 여정이 될것으로 보인다.
**다음 블로그가 2022년 9월이면 영원히 종료된다는 통보에 수많은 자료들이 사라질까 두려워
급하게 낯선 티스토리로 옮기니 많은 분들이 남겨주신 소중한 공감과 댓글도 영원히 날아가 버렸다.
이젠 이 글을 우연히라도 보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다음 블로그를 통해 응원주시고 함께해주셨던 님들께 감사한 마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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