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가까운 경기도 산에나 슬슬 나서볼까 하다가
사량도 지리산에 가는 산악회가 있어 이래저래 나서게 된다.
서울에서 밤 11시 30분쯤 출발하니 맥전포항엔 너무 이른시간 도착했다.
이름도 생소한 맥전포항.
고성 용암포항에서 사량도로 들어간다 했는데
좀 쉬어갈수 있는 근처의 맥전포항에서 차를 두시간쯤 주차해두고 취침모드로 들어간다.
맥전포항 산책로를 슬슬 한바퀴 돌아본다.
안개 자욱한 맥전포항의 아침.
이름도 낯선 맥전포항.
곧 떠오를 아침 해와 아침 물안개가 뒤섞여 아련함을 주고 있다.
경남 고성군 하일면에 위치하는 맥전포항.
사량도를 가는 곳은 삼천포나 통영 등 여러군데지만
우리는 고성의 용암포에서 출발을 한다.
용암포항의 열악한 시설과 자리등으로 이곳 맥전포항에서 쉬어가는듯 했다.
용암포항에서 10여분 거리인 맥전포항.
일출 직전의 맥전포항.
해뜨기전 이 항구 일대를 한바퀴 둘러보았을때가
어쩌면 사량도 여정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경남 고성군 하일면 맥전포항의 아침.
어둑해서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바닷물을 가둬둔 그런 형상의 항이었다.
그리고 산책로가 제법 길게 조성된것 같은.
육경충무라는 군함도 보이고.
군인들,아침 점호를 하고 있는듯 했다.
조금씩 붉음은 바다로 퍼져 나가고..
어디 무림고수들이 사는 깊은 산중 호숫가라도 온 기분이다.
물안개 가득한 맥전포항.
등대까지 연결된 산책로를 걸어본다.
왠지 이런 등대 앞에 서면 드라마속의 한 장면처럼
무언가 좋은일이 일어날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한적하고 여유 있는 이른 아침의 등대길.
기대하던 사량도로 가기 위한 첫걸음..
바람 한점 없는 맥전포항의 아침은
그 어느때의 아침보다 설렘이 가득하다.
반대편의 등대 하나가 외로운 섬처럼 떠 있다.
맥전포항에 너무 일찍 도착해 산악회 회원들은 차안에서 취침모드로 들어갔을때
잠은 오지 않고 답답함에 어두운 길 저쪽의 등대길도 걸어보았다.
드디어 해는 두둥실 떠올랐고
배 한척과 바다.
항구에서 맞는 일출은 산중에서 맞는 그것과는 또다른 기분이었다.
열심히 걷다 만난 일출이 아닌
정말 어딘가 여행을 떠나온 기분이랄까
항구의 배 칸막이 사이로 담은 아침 일출.
아침 7시 10분쯤 맥전포항을 출발해 용암포항으로 간다.
서울엔 비가 내렸는지도 모를만큼이었는데
이쪽으론 밤까지도 비가 제법 내렸나 보았다.
용암포항에서 사량도 내지항으로 출발하는 배시간포.
7시 40분배를 기다린다.일요일엔 6시 40분이 첫배인가 보다.
신분증 지참은 필수.
고성 용암포와 사량도를 오가는 사량카페리.
오늘 이곳 말고도 통영이나 삼천포에서 출발하는 서울 산악회들도 많이 내려왔단다.
이래서 좀 조용히 오고싶던 사량도였는데 벌써부터 혼잡할까 걱정이 된다.
용암포항을 떠나는 배.
맥전포항에서도 그랬고 유독 멸치잡이가 많은듯 했다.
멸치 채반이 실린 배 한척.
푸른 물살을 가르며 사량도로 출발.
바다치곤 정말 포근한 날이다.
주변의 무인도인지 외로운 독도들을 구경삼아 이곳저곳 방향을 바꿔가며
바닷바람을 맞아본다.
옆으로 길게 누운 사량도가 가까워졌다.
용암포에서 배를 타고 20분쯤이면 사량도 내지항에 닿았다.
지리산의 출렁다리도 보인다.(왼쪽)
정태춘의“떠나가는 배"라는 노래가 생각나는 순간이다.
학창시절,
더벅머리 충각선생님으로부터 처음 알게 된 정태춘이라는 사람과 그의 노래들.
저기 떠나가는 배 거친 바다 외로이~~♪
겨울비에 젖은 돛에 가득 찬바람을 안고서
언제 다시 오마는 허튼 맹세도 없이
봄날 꿈 같이 따사로운 저 평화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그 곳이 어드메뇨
강남길로 해남길로 바람에 돛을 맡겨
물결 넘어로 어둠 속으로 저기 멀리 떠나가는 배
널 두고 간다는 아픈 다짐도 없이
남기고 가져갈 것 없는 저 무욕의 땅을 찾아
가는 배야 가는 배야 언제 우리 다시 만날까
꾸밈 없이 꾸밈 없이 홀로 떠나 가는 배
바람소리 파도소리 어둠에 젖어서 밀려올 뿐
바람소리 파도소리 어둠에 젖어서 밀려올 뿐~~♬
나의 첫 감성은 그 선생님으로부터 나왔다해도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첫 부임지..그리고 많은 영향과 교류를 나누었던 분.
어느 겨울 동물원을 함게 거닐던 날
우연히 만난 친구분이 애인이냐 물었을만큼 난 조숙했는지도 모른다.
카페(옛날식 다방)에 데려가 미성년자라고 우유를 마시라 했던 기억이 뚜렷하기만 하다.
그의 영향으로 서정윤의 시를 가까이 했었고
정태춘이란 가수를 알게 되었고 양희은의 노래도 알게 되었고.
시간이 많이 지나 그 설렘이 있던 선생님을 다시 만나려
계신다는 학교로 찾아갔지만 요즘 스승의 날은 학교가 쉰다 했다.
준비해둔 선물만 그 학교앞 수퍼에 맡겨두고 그냥 뒤돌아서야 했다.
귀찮았는지 슈퍼 주인은 그 선물을 전해주지 않았고
나 역시 뵈러 찾아갔다 전화드려 말하지 않았다.
소심한 내가 연락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차라리 잘되었다 싶었다.그냥 만나지 않는걸로 결론을 내렸다.
피천득의 인연에서도 그러지 않았던가
세번째 만남은 아니 만나는게 나았다고.
내 기억속의 멋진 더벅머리 남자로 남겨두고 싶었다.
간간이 들려오는 소식엔 나이가 드셨고 마르셨고...ㅎㅎ
행여 실망하게 되더라도 그래도 한번쯤 보고싶기는 하다.
내 사춘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셨던 분.
몇년이 지나고 우리 작은아버지댁 바로 윗집쯤 사시던
박은옥(정태춘 부인)을 닮은 선생님과 결혼을 하셨다~^^
떠나가는 배~~
배에도 백미러가 있었네~
하기야 비행기에도 백미러가 있는게 있다 들었다.
20분만에 사량도 내지항에 들어선다.
경남 통영시 사량면 내지항에 도착.
첫 사량도에 입성한 기념으로 한장.
산악회 버스를 타고 사량면사무소 근처 산행기점으로 이동한다.
하산은 이곳 내지항으로 할 것이다.
간밤에 내린 비를 가득 머금고 있다.
다크서클처럼 왜이리 축축 늘어졌다니.
벌써 꽃이 지고 있는 사량도의 매화.
꽃이 지고 있든,
빗방울에 쳐졌건 꽃은 무얼 막론하고 아름답다.
현호색도 싱그럽기만 하다.
남쪽에 오면 송악을 만나는게 당연한 일이 되었다.
소나무에 뿌리줄기를 단단히 박은 송악.
갑자기 소나무가 안쓰러워 보일만큼 일대는 온통 송악 덩굴이다.
두릅나뭇과의 송악이 점령해버린 숲.
이제 남녘의 마삭줄도 익숙해졌다.
무얼까~거제딸기가 아닌가 싶다.
거문도와 거제도에 분포되어 있다는 거제딸기.
해안 산기슭에 자생한다 하니 남쪽 해안가를 벗어나면 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꽃이 핀건 이 한송이를 본 것이 전부였다.
장미과의 딸기나무 종류도 참 어렵다.
사량면 여객선터미널에서 옥녀봉으로..
우리는 중간쯤 옆길에서 오른것 같다.
무엇보다 반가운 천선과를 만난다.
남해안 바닷가 근처와 제주쪽에서나 볼수 있는 뽕나무과의 천선과.
토종 야생의 무화과쯤~
무화과보다는 크기가 많이 작지만 무화과와 흡사하게 닮았다.
아~~그러고보니 맛을 보지 못했다.
지난번에도 사진만 찍고 지나쳤었는데 맛을 한번 볼걸 그랬다.그 맛이 궁금해진다.
하늘의 신선이 먹었다하여 중국사람들이 처음 이름 붙였다는 천선과.
젖먹이 엄마의 젖꼭지와 색과 크기가 닮았다 해서
젖꼭지나무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봄이 한창인 사량도 지리산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사량도 지리산은 2편으로 이어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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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느때라도 감동하며 경외하며 걷는 길〈설악산의 사계와 야생화〉가 책으로 출간되었답니다.
사계절 오르고 또 오르며 담아낸 오색찬란 설악 이야기에
한권쯤 소장할 가치 있을거랍니다. 〈설악산의 사계와 야생화〉검색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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