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어느때라도 경외하며 감탄하며 걷는 길,〈설악산의 사계와 야생화〉에 이어
효빈 길을 나서다의 두번째 책,《아름다운 산행과 여행》이 출간되었습니다.
싱그러운 이른 봄의 야생화 산지부터 전국 봄꽃축제 산지와 남녘의 섬여행지, 지리산, 북한산,
한라산, 두륜산,영남알프스 등의 명산들과 꽃무릇과 남근석 이야기 등 볼거리도 풍성해졌답니다.
사진과 글을 곁들여 함께 거닌듯 생생하게, 재미나게 보실수 있을거랍니다.
떠나지 못하는 님들께, 산행과 여행, 자연에 관심 있는 분들께 선물해 보세요.
《효빈 길을 나서다》 또는 《설악산의 사계와 야생화》 《아름다운 산행과 여행》을 검색해 보세요.
인터넷 구매가 10% 저렴하답니다. (2020년 10월 덧붙임.효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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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2~3일.
2월 중순이면 지리산도 산불방지기간으로 통제에 들어간다.
그전에 겨울 지리산을 못볼까 며칠전부터 애가 타던 차였다.
거리가 길다뿐이지 어찌보면 주능선 종주가 가장 만만해 보이지만
구례에서 성삼재까진 겨울에 버스 운행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처럼 연하천대피소 예약을 하고 뱀사골에서 올라 보기로 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인월가는 7시 첫차를 타고 인월에 도착하니 10시 40분이 다 되었다.
인월에서 뱀사골 가는 버스는 10시 30분,
그 다음이 12시 30분인데 참 난감하게 되었다.
연하천대피소에 전화를 해 사정을 애기하고
다른 대피소로 옮겨주면 안되겠냐 하니 자기들 맘대로 할수가 없단다.
차라리 그냥 백무동으로 가서 당일치기로 천왕봉만 올랐다가 그냥 중산리로 하산할까도 생각해보지만
그렇게 되면 마음 한구석 부족함이 남을 것이다.
대피소 직원분,
차라리 인월에서 음정으로 가 음정에서 올라오면 더 쉽게 연하천에 올수 있지 않으냐 하신다.
그래~차선책이 최선책이 될수도 있다.인월에서 음정가는 버스를 타기로 한다.
위 시간표중에 삼정이라 표시한 것이 음정가는 버스 시간이다.
음정 가는 버스시간은 11시 20분.
버스타고 전국을 많이 다녀봤다면 다녀봤지만
연륜이 느껴지는 인월 매표소 여자분만큼 살갑게 적극적인 분은 처음이다.
대부부은 무표정이거나 의무적인 또는 적당함이 가미된 친절함 정도~
절대 의무적이거나 시켜서는 못할 쾌활함이 있었다.
대부분이 시골의 연세드신 어르신들을 상대하면서
내 일처럼 적극적이란건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이다.관광안내와 매표를 동시에~
여하튼 그분의 친절에도 불구하고 인월 버스시간표는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특히나 뱀사골 가는 버스는 하나로 된 시간표는 찾을수 없어 나같은 사람은 머리가 아팠다.
지리산 둘레길이며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곳이니만큼 복잡한 여러개 대신
통일하여 알기쉬운 시간표를 만들어 놓음 좋을듯 싶다.
여튼 다음에 뱀사골 갈때 내가 헤깔릴까봐 적어놓는다.
아까 위의 빨간선 안에서 빠진 뱀사골행 버스는 7시 55분,10시 30분, 2시..
시간이 남아 간단히 요기도 하고 인월을 한번 둘러본다.
터미널 앞에 저 봉우리는 무엇이라 해야 맞으려나~
(이웃님, 바래봉 옆의 덕두산이라 하신다.산정에서 느낄때보다 훨 인월과 가까이 있었다.)
11시 20분차를 타고 음정마을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50분쯤.
지난번 남북종주 도중 내려섰던 양정과 영원사 이정표도 반갑다.
버스는 양정마을로 들어갔다 다시 이곳으로 나올 것이다.
하산해 라면을 끓여먹고 있는 몇사람들이 돌아나올 버스를 기다린다.
벽소령대피소까지 6.7km.나는 중간에 연하천으로 빠질 것이다.
임도따라 올라서다 뒤돌아본 음정마을.
설산을 기대했던게 아니어서인지 이 정도의 풍경은 그저 감사할 일이다.
그저 하늘만 맑다면 더이상 바랄게 없음이다.
작전도로 차단기 앞.
음정에서 벽소령이나 연하천으로 가는길은 한동안 임도를 따라가야 한다.
연하천 삼거리까진 임도로 4.1km.
조금 지루할수도 있는 긴 임도길.하지만 이런 눈길을 조용히 걸어보시라~
혼자서 걷고 생각하고 길에 취하기 좋은 길이었다.
벌목작업하는 차량이 들어섰는지 곳곳에서 나무작업한 흔적들이 보였다.
베어진 나무 냄새가 향기롭다.
그래~이런 하늘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파란하늘이라면 나는 더이상 아무것도 바라는게 없다.
하늘만 올려다봐도 미소가 번진다.
삼정산쪽인가 했는데 삼정산은 좀더 왼쪽 뒤로 숨은듯 보인다.
금대산과 좌측 뾰족한 삼봉산으로 보인다.
설화를 달고 휘청거리는 나무 하나와
주능선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하늘도 어쩜 이리 맑은 것인지~
와~~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수정보석이 이리 고울수 있을까~
무슨 그림이 더 필요하겠는가
파란하늘과 도도하게도 손가락 펼쳐 춤사위라도 날리는건지
눈꽃에도 고드름이 생길수 있구나.
맞아~녹다가 다시 얼면 고드름 되는게 당연하지
처마 끝에만 고드름 생기란 법 있대~
한파주의보가 어디에 내렸다는 것인지
내리쬐는 햇살에 날은 너무 포근하고 바람 한점없이 따뜻한 날이다.
날은 포근하고 하늘은 푸르고 이 길을 걷는 지금
나는 행복하지 않을수가 없다.
이런 설화들과 어우러진 저 파란하늘을 두고
어찌 내 빠르게 지나칠수 있겠는가
걷자는 것인지 놀자는 것인지 하늘에 취해,
나만이 독차지한 눈길에 취해 걸음이 쉬 진행되질 못한다.
눈위에~
길가의 돌 위에~ 아무데나 올려두고 셀카도 날려본다.
다시한번 조망이 트이면서 바라 본 삼봉산과 금대산 일대.
이제 주능선도 살짝씩 모습을 드러내고~
아이구야~이게 무슨 일이래~눈이 부셔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수정 보석이 주렁주렁 흘러내릴것만 같다.
제게도 떨어뜨려 주세요~~
블링블링 더 빛나게 해주려는듯 저 하늘은 어찌 저리 파랄수가 있는지~
거제수나무~~오늘 저 하늘과 작당이라도 했다니~
효빈 오면 기절이라도 시킬려구~
작전 성공~난 이미 꼴까닥 넘어갔시요~
이런날,이런 길에서 신나지 않음 언제나 또 신날려구~
삐죽빼죽 못난이 치아를 보는 듯~
이 길은 거제수나무가 참 아름다운 길이다.
거제수나무와 사스래나무에 눈꽃이 앉았을때,파란하늘일때,
그보다 아름답게 보이는 나무도 보지 못했다.
연하천 삼거리다.
우측이 연하천대피소로 오르는 산길.
음정에서 4.1km 왔고 가야할 연하천대피소까지는 3.2km
벽소령대피소는 임도따라 더 가다보면 산길로 오르는 길이 나온다.
이제 삼각고지 삼거리까진 좀 빡센 오름길이 이어진다.
시간은 널럴하고 굳이 빨리 갈 필요도 없고
몇걸음 가다 힘들어~잉~괜히 푸념하면서 쉬어간다.
이쪽으로 오르는 길이 좀 가파를수 있으니
국공직원분 벽소령대피소로 갔다가 연하천으로 와도 된다 하셨다.
그러면 다음날 같은 길을 또 걸어야하니 괜히 억울(^^)한 생각이 들수도 있다.
지정 탐방로가 빡세봤자지~ 위험한곳 아니면 괜찮아유
아구~털모자씨 안녕~한겨울에도 변하지 않는 이.
식생에 어두운 나같은 사람도 알아볼수 있는 이.
수리취 너뿐인가 하노라~~
삼각고지에 올라선다. 오후 2시 40분. 연하천대피소까지는 0.7km 더 가면 된다.
별짓 다해가면서 여유를 부려봤지만 시간은 너무도 많다.
음정에서 오를줄 알았더라면 벽소령대피소를 예약할걸 그랬다.
이제와서 무슨 소용도 없는 소리고~
등산코스 : 음정마을~연하천대피소~벽소령대피소~장터목~천왕봉~장터목~백무동( 30km가 훌쩍 넘으니
주능선 종주보다도 거리가 길어졌다.벽소령으로 바로 갔으면 좋았을텐데 걸음이 느려질까 걱정한 이유도 있었다.)
연하천대피소에서 1박을 한뒤 내일 새벽 다시 이길을 지나 벽소령으로 가야한다.
그러니 연하천대피소에서의 1박은 약간 좀 허무하게 느껴졌다.
날이 너무 따땃하다.
춥다춥다 일기예보는 늘 서울 위주인지라 내려와서보면 완전 봄날이다.
간식도 좀 먹고 삼각고지쉼터에서 쉬어간다.
대피소는 이제 넘 가깝고 빨리 가봤자 할일은 없고~
한 무리의 단체객이 벽소령쪽으로 오른다.
나도 가고잡다~~벽소령까지 가면 딱 맞을 시간인데~~흑~
하동방향 삼신봉쪽으로도 조망이 살짝 트이고~
이제야 3시.연하천대피소다.
마냥 입실시간까지 기다리기도 뭐하고 할일이 있어야 말이지~
안되겠다.화개재 방향으로 조금 걷다가 돌아와야겠다.
0.4km 떨어진 명선봉.
조망 없는 곳에서 어쩌다 한번 천왕봉을 보여준다.
우측으론 세석평전과 촛대봉도 보이고~
화개재까지 가면 좋겠지만
돌아오기가 좀 만만치 않을것이다. 1.5km쯤 가다가 되돌아 온다.
그러니 이번 지리산행은 약 40km를 걸었다 보면 되겠다.
주능선보단 서북능선에 눈이 더 많이 내렸다더니 맞는 말이었다.
바래봉 그 언덕 오름길에 하얗게 눈이 쌓였다.
바래봉으로 갈걸 그랬나 슬쩍 후회하는척 해보았지만 아니다~잘 왔다.
대피소로 바로 내려가긴 싫고 이제부터 시간때우고 놀기다.
연하천대피소는 1박을 하기에 참 애매한 곳이다.
여자는 나 포함 단 둘. 여자 방 하나를 독차지했다.
물론 남자도 열명이 되질 않았을 것이다.
늘 느끼는거지만 대피소의 밤은 길다.
잠들지 못하고 깊은 밤 밖으로 나와보니 나뭇가지 끝으로
반을 채우지 못한 달 하나만이 덩그렇다.
들락날락 차가운 밤바람 맞으며 달구경 별구경 하다
깨다 잠들기를 여러차례.
새벽 3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4시에 나가려 했지만 아무도 움직이는 사람이 없다.
두 분은 반대방향 노고단쪽으로 가셨다.
다른때 같음 이 시간이면 이미 산행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연하천엔 사람도 없거니와 일찍 일어나는 사람도 없었다.
결국 5시가 다 되어서야 혼자 벽소령대피소를 향해 나선다.
그냥 4시에 출발할걸 그랬다. 어차피 혼자하는 산행.
그렇게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하니 5시 40분이다.좀 빠르게 걸었나보다.
연하천대피소에서 3.6km 왔고
가야 할 천왕봉까진 11.4km 남았다.
어제 봤던 단체객들인지 한무리가 나온다.뒤따라가기 힘들것 같아 앞으로 치고 나간다.
선비샘을 지나고 칠선봉 가기전에 조금씩 지리산 주능선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왼쪽부터 중봉과 천왕봉,그리고 우측으로 영신봉과 촛대봉.
남부능선 뒤쪽으론 드디어 여명이 깔린다.
마음도 바빠지고 발걸음도 바빠진다.
새벽산행, 무엇보다 해뜨기전의 하늘을 보고 싶어서이다.
대피소의 외로운 밤을 함께한 너도 따라와 줬구나
아직은 새벽이 오지 않았다는 것이니
아님,지리산의 고사목들이 외로울까 함께하는 거라니~
드디어 내가 너무 좋아하는 아침의 색을 찾아가고 있다.
지리산기는 2편으로 이어져욤~2편이 훨 근사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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