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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강릉/평창 제왕산-대중교통편

서울에도 첫눈이 왔다고 했지만 영 어설프다.

강원도엔 많은 눈이 내리고 있고 드디어 대관령에도 첫눈 소식이 들려왔다.

눈 많기로 유명한 대관령.

대관령에 첫눈이 내렸다는 소식은 여간 반가운게 아니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6시 22분 첫차를 못타고 동서울터미널에서 7시 30분차로 횡계에 간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횡계에서 대관령으로 걸어가기로 한다.

15분만 기다리면 대관령 양떼목장으로 가는 10시 30분 버스가 있지만

뒤늦게 내린 대관령의 첫눈을 느끼면서 걷고 싶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눈 많기로 이름난 대관령의 첫눈이 예년보다 많이 늦어졌다.

그러니 기다리다 애가 타던 차에 첫눈 소식은 그야말로 단비 같은 것이었다.

논과 밭,산과 들..

이런 풍경이 있는 우리 들녁을 걸을때가 참 좋다.거기에 포근하게 쌓인 눈까지~

 

 

 

이곳은 대관령..황태덕장이 한창일 때다.

곧 주렁주렁 감 엮듯, 명태 한가득 널릴 것이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맛좋은 황태로 변신~

 

 

 

그런데 그 명태가 이젠 귀해져 강원도의 것이 아니라 대부분은 러시아산이란다.

이곳에서 황태로의 변신만 꾀하는 것이다.

그래도 많은 노력이 깃들여지니 원산지가 무슨 소용이래~

강원도 대관령 황태로 인정~^^

 

 

 

산에서 맞는 풍경도 좋지만

소소한 일상이 있는 이런 길가의 풍경도 정겹다.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을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그렇게들 기뻐하는 것일까.

왜 첫눈이 오는 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일까.

 

아마 그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첫눈과 같은 세상이

두 사람 사이에 늘 도래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한때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있다.

첫눈이 오는 날 돌다방에서 만나자고

첫눈이 오면 하루종일이라도 기다려서

꼭 만나야 한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

 

너무 많이 걸어 배가 고프면

눈 내린 거리에 카바이드 불을 밝히고 있는

군밤장수한테 다가가 군밤을 사먹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약속을 할 사람이 없다.

 

그런 약속이 없어지면서 나는 늙기 시작했다.

약속은 없지만 지금도 첫눈이 오면

누구를 만나고 싶어 서성거린다.

 

다시 첫눈이 오는 날

만날 약속을 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첫눈이 오는 날 만나고 싶은 사람

단 한사람만 있었으면 좋겠다.

 

-정호승-

 

 

첫눈 오는 날 만나고 싶은 사람..

단 한 사람만 있었으면 좋겠다..그래~~단 한 사람이면 된다.

그런 약속이 없어지면서 나는 늙기 시작했다.

맘에 와닿는 말이기도 하고 좀 씁쓸한 이야기가 아닐수 없다.

 

 

 

옛 대관령휴게소에 들어선다.

예전엔 강릉으로 가기 위해선 유일했던 이 길..

이제는 산행객들과 옛추억에 잠긴 이들의 여행지가 되었다.

 

 

 

오늘은 선자령 대신 건너편의 제왕산으로 간다.

올해만 해도 선자령은 너무도 많이 찾았다.

질릴까 두렵다.아껴두고 싶다.좀 더 눈꽃이 이쁜 날 올라보리라

 

 

 

드디어 스패츠와 아이젠도 겨울 개시를 한다.

이제서야 겨울이 실감난다. 야~~진짜 겨울인가 보다~

단풍구경~~언젯적 이야기래~~^^

 

 

 

고속도로 준공기념비로 오를때

바람이 어찌나 거센지 누군가 나를 떠밀고 있는것만 같다.

 

 

 

대관령을 사이에 두고 건너엔 선자령으로~

반대편으론 능경봉과 고루포기산으로 백두대간은 이어진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늦가을의 정취가 가득하더니만

눈 한번에 겨울산으로 바껴 버렸다.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떠나고 싶어 근질거렸을 것이다.

눈쌓인 강원도 설산으로 말이다.

지금 설악산과 국립공원 등 많은 산행지는 산불방지기간으로 출입이 제한되어 있다.

 

 

 

평온해 보이기만한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눈보라가 양쪽에서 볼기를 때려싼다.

 

 

 

 

다시 또 평온을 가장한 하늘과 첫의 기묘한 속임수.

그래~속여도 좋다.첫눈이니까.

 

 

 

왜 사람들은 첫눈을 기다릴까~~

누군가 속시원한 답을 해주면 좋으련만~

무언지 모르겠지만 첫눈이 오면 무언가라도 해야할것 같다.

도심에서의 첫눈이라면 누군가를 만나야 할것 같고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될것처럼 괜히 마음이 센치해지기도 하고.

 

하지만 산에서 맞는 첫눈의 의미는 다르다.세상을 모두 품은듯 날아갈것 같고

그 하얀 세상에 동요되는듯 마음마저 풍요로워지니 산으로 달려오지 않을수가 없음이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 하나..

눈 하나, 입 하나 찍었을 뿐인데 참 능청스럽게도 생겼다.

 

 

 

제왕산으로 간다.

짧은거리라 누구나 쉽게 다녀올수 있는 곳, 제왕산이다.

하지만 전망은 아주 좋다.

능경봉은 고루포기산과 닭목령으로 이어지는 대간길..

 

 

 

첫눈 오는 날 만나자면 누구네 동네 기준으로 만나야 할까

그게 늘 의문이었다.

서울에도 첫눈이라고 공식 발표했지만 산 위에 빼곤 눈 쌓인걸 보지 못했음이다..

약속한 두 연인~~만날수나 있으려나~

 

 

 

만나든, 만나지 못하든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뛰는 날들이 되지 않을까.에구~~딴소리 할때가 아니여~

꽁꽁 여며봤지만 결국 정상의 그 칼바람에 못이겨 모자 하나를 또 날려보내야 했다.

동여매고 부둥켜 안아봐도 그놈의 바람을 이겨낼 재간이 있어야 말이지.

 

 

 

전망대에서 본 건너편의 선자령이 참 아름답다.

늘 저 속에 있다 오늘은 조금 떨어진 선자령을 보고 있다.

 

 

 

왼쪽의 통신중계탑도 보이고 더 올라가면 가운데 새봉(1,071m)과

그 뒤로 선자령(1,157m) 정상으로~

그리고 곤신봉으로 매봉으로 백두대간은 이어진다.

 

 

 

가야 할 제왕산도 아주 가까이에 있다.

제왕산은 왕복 세시간이면 충분한 짧은 산행지다.

대관령에 놀러 왔다 가볍게 산책삼아 둘러보아도 좋을 곳~

 

 

 

구.영동고속도로와 강릉 앞바다.

경포호와 더 우측 끝으론 커피 거리로 유명한 안목항이겠다.

항이란 이름에 무작정 를 먹으러 갔던 곳.

알고보니 온통 커피집들뿐이었던 곳,안목항이었다.

 

 

 

가운데 풍차가 돌아가는 곳이 대관령(832m)이다.

구 영동고속도로는 강릉으로 이어지고~차창밖으로 손을 내밀고 강릉에서 이 길을 넘을때

향기 가득 솔내음이 베어 났다던 어느 이웃님 생각이 나는 곳이다.

건강이 많이 안좋으셨던것 같은데 지금은 어떠신지 모르겠다.

이름만으로도 설렘이 있는 대관령이다.

 

 

 

전망대가 있던 지나온 길과, 왼쪽으론 능경봉.

 

 

 

돌탑에 쌓인 흰눈도 하늘의 흰구름도,

사탕처럼 달달할것만 같다.파란하늘도 이쁘다.

 

 

 

제왕솟대바위.

 

 

 

 

정상부에 올라서서  대관령과 지나온 방향으로 서 있는 소나무 하나.

 

 

 

 

이리 평온해 보이는데 실상은 완전 무셔~~

사진 한장 찍으려다 대관령으로 날라갈뻔 했다.

 

 

 

첫번째 정상 표지가 있는 곳의 고사목과 돌탑.

 

 

 

 

대관령의 동쪽 낙맥에 위치한 제왕산(841m)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와 왕산면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고려말 32대 우왕(1364년~1389년)이 피난와서 성을 쌓았다는 유래가 전하고

주변에 기왓장과 성곽돌 무지와 노거송 여러그루가 발견된다.

 

이곳의 상제민원 계곡은 사계절 아름답고

참나무 숲과 소나무가 우거져 산림욕으로 호평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영동고속도로 양쪽에 선자령과 마주하고 계곡에는 대관령휴양림과 임간수련장 등이 들어서 있다.

 

 

 

조금 더 올라가면 하나 더 있는 정상석.

 

 

 

 

이런 칼바람에 쓰러지지 않고 잘도 버텨주고 있다.말 그대로 뿌리 깊은 나무의 위력이다..

그러니 어디 인간이 이 자연을 이겨보겠다고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얘기다.

꽁꽁 여민 모자도 날라가 버리고

이 나무들에 의지하지 않고선 서 있을수가 없다.

 

 

 

오늘, 이 정상부에선 더 이상의 사진은 불가.

작년 2월의 제왕산 사진 몇장으로 대체한다.

 

 

 

 

산행거리도 짧은데다 눈 많기로 유명한 대관령과 선자령이 있어

겨울이면 더욱 인기가 좋은 제왕산이다.이 인상 깊었던 나무도 오늘보니 다른 나무 같다.

이때는 그저 아름답다였다면 오늘 칼바람 앞에 서니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오늘 현실은 잠시도 서 있지 못하고 빠르게 자리를 떠야했다.

그렇지 않음 안드로메다로 날아가요~

 

 

 

다시 대관령으로 가면서 본

왼쪽 능경봉과 오른쪽으로 대관령.

 

 

 

서설과 흰구름과 파란하늘..

마치 장독대 위에 쌓인 포근한 흰눈 같다.

시골에서의 아침, 눈을 떴을때 그런 풍경이 보고 싶어진다.

 

 

 

선자령 지나 백두대간은 곤신봉과 매봉을 향해 간다.

그 풍력발전기와 끝없는 목초지가 펼쳐지는 곳.

언제 걸어도 좋은 길이다.당분간은 조금 아껴둬야겠다.

 

 

 

나처럼 대관령 눈소식을 기다렸던 이웃님.

어제오늘 대관령으로 떠나신다 했는데 오셨으려나~

대중교통으로 왔다면 나처럼 동서울터미널에서 타셨을텐데.

7시 30분차엔 안 타셨으니~어쩌면 타고도 못본척 했을지도 모른다~ㅎㅎ

지금 저 선자령 어딘가 서 계실지도 모르겠다.아마 그 된바람에 고생 좀 하실낍니다.

 

 

 

왼쪽 대관령에서부터 오른쪽 끝 새봉까지.

마지막으로 한번 더 담아보고 대관령으로 되돌아간다.

 

 

 

고속도로 준공기념비 앞으로 다시 내려선다.

이 정도면 서설의 기분은 충분히 만끽했음이다.

 

 

 

횡계로 나가는 2시 버스를 기다리다 슬슬 또 발동 걸려 걷는다.

시원한 칼바람 맛을 보고나니 이제야 살것 같다.

대관령으로 놀러 오세요~양떼목장도 좋구요.

선자령의 풍차와 드넓은 목초지의 설경,아주 근사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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