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일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날은 갑자기 추워졌고 바람은 거세졌다.
해가 떨어질 무렵 비는 그쳤지만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진종일 찾아볼수 없었던 태양은
일몰때가 되어서야 아주 강렬하게 드러냈다.
그 비바람의 격정을 한곳에 쏟으려는건지
저 먹구름과 석양은 정열적으로 한데 섞였다.
마치 남산 너머의 불구경이라도 하고 있는것 같다.
비 그친 후의 석양이 아름답다는걸 잘 알고 있는지라
일몰시간에 맞춰 베란다를 서성여 본다.
바람 불고 날은 춥고 스산하기 짝이 없다.
쓸쓸함이 가득한 밤이었다.
다음날,
언제 그랬냐는 듯 날은 맑아졌다.
바람은 남아 있지만 가을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는 날씨다.
가까운 한강이라도 나가 걸어보자.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과 저 고층 아파드들 사이에 그나마
한강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서울의 큰 축복이다.
도시가 형성될수 있는 기본 조건중의 하나는 바로 물,
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이 수도로서 제 역할을 할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을 것이다.
담쟁이덩굴도 열매로~
콘크리트 벽 사이.
이런 구조물 속에 한강이 존재한다는것 만으로도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올림픽대교 지나 광진교로~
광진교 위로 올라와 다리를 건넌다.
헬기콥터 한대가 마치 장난감 같다.
워커힐 호텔(W)과 아차산 방향.
우측으로 더 가면 구리..
광진교 이곳이 이병헌과 김태희가 나왔던 아이리스 촬영지란다.
나는 드라마를 안 봐 잘 모르겠다.
광진교 전망대.
오늘은 저기,
왼쪽 멀리 보이는 구리암사대교까지 슬슬 가볼 생각이다.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여유로운 강변.
바람이 많이 잦아들었지만 그래도 남은 바람이 제법 세다.
나무들이 한쪽으로만 출렁출렁~~
광진교에서 바라본 한강변.
아직은 조용하다.
저 안이 무엇을 타는 곳이라 하였는데
타는것은 원래 젬병이라 잘 모르겠다.
뽀리뱅이는 주로 5~6월에 핀다 했는데
요즘은 계절이 따로 없다.
금불초도 오랜만에 본다.
요런 아이들을 보면 심장이 덜커덩.
사상자보단 꽃송이가 큰 벌사상자로 보인다.
그 외 머리 아픈걸로 기억하려면 일찌감치 난 포기~
간밤의 요란한 비바람이 지나가고 날은 맑게도 개었다.
억새와 함께하는 한강과 도심..
물억새라 해야 맞나~ 물억새는 일부러 강가 주변에 조성해 두기도 한다.
억새는 건조한 산과 들에 주로 서식하고
갈대는 습한 강가나 습지에서 자란다.
은백색의 밝은 빛을 띠는 억새와 달리 갈대는 고동색이나 갈색을 띤다.
늘 혼동스런 억새와 갈대.
바람 부는대로 고개를 가눈다.
아름답지만 웬지 쓸쓸하다. 계절 탓인것인지~~
강북쪽.
바람 부는 강변을 걸어본다.
왠 메밀꽃이 이곳에 피었대~~
이게 바로 일본 이름 같던 도꼬마리구나~
생약명은 창이자.
아~~바로 경악을 금치 못했던 바로 그 가시박..
생태계 교란종으로 분리된 아주 고약한 녀석.
그동안 한강에선 환삼덩굴 제거 작업에만 열을 올렸었던것 같은데
오늘서야 제대로 실체를 알았다.
환삼덩굴은 게임이 되지 않았다.
그저 처음엔 호박과 오이의 접목용쯤으로 들여왔던 가시박.
아무곳에나 칭칭 감아대는 그 번식력에 놀라울 따름이다.
몇년전만 해도 나는, 일부러 심어둔 오이나 박 종류의 농작물인줄 알았다.
끝없이 점령한 귀화식물 가시박.
어찌나 한강변 일대를 모두 장악했던지
강가뿐만 아니라 한강까지도 집어 삼킬 기세다.
가시박꽃.
이건 생태계 교란종이랍니다..
말도 못하게 많이 퍼졌다는 것~~
어느 기관에선가들 자원봉사로 환삼덩굴 제거한다는 얘기는 몇번 들어본적 있다..
앞으론 야들 먼저 제거해야 할듯~~
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생명이야 없다만 다른 생명에 지장을 주니 그게 문제다.
강으로 내려가 본다.
마치 바다처럼 물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걸 볼때면 나는 늘 신기해 한다.
바람결에 출렁이는게 당연할텐데 말이다.
자줏빛 줄기의 미국가막사리도 강가에 한자리 잡았다.
테크노마트 주변으로도 ~~
워커힐호텔과 그 뒤로 아차산 일대.
며느리배꼽도 무르 익었다.
까마중 열매는 아직 까맣게 익지 못했다.
번식력 좋은 미국쑥부쟁이.
그러고 보면 귀화식물들은 하나같이 적응력이 너무 좋아 탈이기도 하다.
꽃범의꼬리도 한둘 보인다.
한강에 나오면 쉽게 보이는 노란선씀바귀.
혀꽃이 5~6개 정도인 것이 씀바귀.
개망초도 길 옆으로 흔하게들 피었다.
요즘 가장 눈길이 가는건 단연 나팔꽃이다.
환삼덩굴과 미국쑥부쟁이와 엉켜 있는 나팔꽃.
계단에 무더기로 터를 잡은 강아지풀.
하늘은 맑고 바람은 적당히 불어주고
억새와 갈대까지 합세해주니 가을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날이다.
좌측 숲은 생태경관보전지역이라 출입이 금지된 곳이다.
강동구 암사동 한강둔치 일원으로 면적은 126,844㎡ .
한강 본류 중, 채널화 되지 않은 지역으로
연안에 형성된 퇴적부에 독특한 육상 및 연안 생태계 특성을 보여준단다.
수변을 따라 자연적으로 형성된 버드나무 군락과 갈대군락, 애기부들과 낙지다리등
208여종의 식물과
개개비,새매.박새,제비등 36종의 조류.
강하루살이,실베짱이,큰주홍부전나비 등 291종의 곤충류가 서식하고 있고
많은 양서류와 포유류까지..
곳곳엔 화재 장비도 갖추어져 있다.
이곳에 불이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담배를 물고 다니는 사람을 볼때면~ㅠ
비둘기들에게 이제 사람은 경계 대상이 아니다.
사람이 피해 다녀야 할 지경.
우슬이다.
줄기 마디의 총영이 소의 무릎처럼 부풀어 오른다해서 생긴 이름.
억새(물억새)도 원없이 만난다.
물기를 머금어선지 산중에서의 뻣뻣한 억새완 분위기부터가 다르다.
섞여 있는 갈대는 억새보다 키가 더 크고 갈색을 띠고 있다.
예전엔 이걸 갈대라 불렀었다.
그러고보니 억새가 우리 눈에 더 익숙해져 있었던것 같다.
그런데 이름은 갈대라 더 많이 칭했던것 같고..
거의 지고 없는 황화코스모스길도 화사하기만 하다.
시큼한 괭이밥도 열매를 맺었다.
이곳에 특히 많은 건
가을의 대표적인 보라색 열매.좀작살나무다.
생태보전지역 안쪽으로도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
좀작살나무 열매.
작살나무보다 키도 작고 작살나무는 산중에 자생하는 반면
좀작살나무는 공원등에서 조경으로 볼수 있다는 점이 다른점 정도..
세세히 구분하자면 머리 아프니 일단 그 정도만~
잎겨드랑이에 바짝 붙어 꽃이 피면 작살나무.
좀 떨어져 피면 좀작살나무라 하는데 그렇지 않은것들도 있었다.
좀작살나무의 잎은 가장자리의 톱니가 삼분의 일 지점부터 있고
작살나무는 톱니가 전체에 나 있는걸로 구분하기도..
습한 강가 주변으로 온통 벌사상자.
향유도 보인다.
꽃향유는 진보라의 꽃이 꼿꼿하게 서고
향유는 연보라로 꽃이 살짝 옆으로 쳐져 핀다.
눕듯이 휘어지는 향유.
그래도 한쪽으로 치우쳐 꽃이 피는건 꽃향유와 같다.
수크렁길도 가을 냄새가 난다.
잎이 줄기를 감싸는 며느리배꼽.
며느리가 들어간 건 하나같이 가시가 촘촘..
잎이 줄기를 감싼다기보단 줄기가 잎을 뚫은것 같다.
익어가는 며느리배꼽 열매.
나무밑에 숨어 있어도 금방 알아요~
서양등골나물이다.
북미 원산지 귀화식물로 번식력 좋고 냇가나 들,
아무곳에서나 잘 자라는 서양등골나물.
특히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서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생태계 교란식물이다.
등골나물보다 키가 작다 했는데
그렇지 않은것도 많다..아주 활개를 치고도 남음이 있다.
내눈엔 가장 여뀌답다 느껴지는 개여뀌.
어렸을때 이 모습을 가장 흔하게 본 이유일 것이다.
붉은서나물도 보이고..
이름답지 않게 백록색을 띠고 있다.
주홍서나물은 주홍색에 고개를 아래로 떨구는게 특징.
낭아초 열매가 주렁주렁~
해안쪽에서 포복해 자라는게 낭아초라 하니
이건 큰낭아초라 부르는게 맞을듯~~
산행지에선 주로 개쑥부쟁이만 많이 보다가
한강에 나오니 그냥 쑥부쟁이가 종종 보인다.
잎의 결각이 거의 없는 개쑥부쟁이에 비해
쑥부쟁이는 톱니같은 갈라짐이 많이 있다.
쑥부쟁이.
비바람이 지난 다음날의 고요~
하늘도 좋고 공기도 좋다.
쥐꼬리망초도 보이고..
쥐꼬리망초과의 한해살이풀.
아무 수식이 붙지 않는 쑥부쟁이가 많이 보이는 한강변.
가새쑥부쟁이가 아닌지도 의심해 본다.
구리암사대교가 가까워졌다.
1년전 개통 된 구리암사대교.
서울 강동과 구리를 잇는 대교로 교통정체가 어느정도 해소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건설 강국이 맞다.
어느새 뚝딱~~
그저 미화 작업쯤이라 생각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저 모든게
아까 초입에 얘기했던 생태교란종 가시박이었다.
강가를 점령했을 뿐더러 다른 생물체에도 자기 모습으로 덮어버렸다.
단순히 땅으로만 퍼지는게 아니었다.
버드나무 위로 휘감겨 달라붙어 나무가 죽고 있었다.
걷어내 보고,가지치기를 하고, 잘라내어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가시박이란게 보통 무서운 놈이 아니었다.
앞으론 가시박 제거가 우선일듯 보였다.
끝없는 강가와 그리고 높은 나무에까지..
한번 기습을 당한 생명체는 살기가 어려워 보인다.
사데풀~오랜만이요~
저런 하늘이 나는 넘 좋다.
비 개인 후 한강에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유유히 지난다.
생태보전지역..
최소한 이것만은 지켜주세요~~^^
부슬부슬~꼬리조팝나무.
다시 되돌아간다.
황화코스모스와 아래론 버드나무와 갈대와 억새가 가득한 한강변.
손톱만한 애기나팔꽃이 아주 앙증맞다.
그 색감부터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진보라색.
그래서 더 아름다운 나팔꽃.
올려다 보니 하늘도 좋고..
어젯밤 기분 같아서는
몇날며칠이고 싸매 누워 있을것만 같더니
기분도 한결 좋아졌다..
넓은 잔디밭도 있고.
백일홍 길도 참 곱다.
겹백일홍도 보이고,갖가지 색의 백일홍이 볼만하다.
자전거 무료 대여소도 있다.
나야 자전거를 못타니 별 관심은 없다만~
어디에나 들어서 있는 커피 체인점.
흰말채나무가 열매를 맺었다.
말채나무는 산중에서 10m정도 되는 키 큰 나무인데 반해
흰말채나무는 3m 정도로 주로 조경수로 심는다.
검은 열매를 맺는 말채나무와 달리 흰색의 열매와
줄기가 붉은색인게 특징이다.
갈대와 억새는 바람결에 쓰러지고.
바람 불어 좋은 날이다..
올림픽대교와 뒤로는 아차산이다.
2호선이 지나는 잠실철교와 테크노마트.
가을날의 산책..
간밤의 앓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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