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책한권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늘 문장력의 한계를 느끼면서도 정작 읽는것엔 게을렀음이다.
갑자기 책이 보고 싶어졌다.늘 있던 자리에 있던 책 한권...
그런데 어디로 갔는지 아무리 뒤져봐도 없다.
오늘은 다른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몇권씩 같은 책을 사다놓고 누군가에게 주고 싶을땐 그 책을 선물했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가격은 더 저렴하지만 책은 서점에 가서 골라야 제맛이기도 하다.
서점에 가면 사고 싶은책이 많아진다는게 문제긴 하지만
다 뿌리치고 몇권의 책을 사들고 돌아온다.
~책만 보는 바보~~
조선 후기 실학자의 한 사람이었던 이덕무와 그의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덕무가 1761년에 쓴 간서치전이라는 자서전에
작가가 그의 마음을 좀더 들여다 보았다.
10년전 처음 이 책을 접했었다.
아무리 좋은 책도, 어렵고 읽기 힘들면 끝까지 읽기가 힘들어진다.
이 책은 처음부터 나~쉬워요 하면서 아주 편하게 접근해 온다.
하루하루 끼니 때울 걱정을 해야 했던 형편.
그 형편에도 책을 너무도 좋아했던 이덕무.
~햇살과 함께하는 감미로운 책읽기는 어린시절 뿐만 아니라
그 뒤에도 계속되었다.
스무살 무렵,내가 살던 집은 몹시 작고 내가 쓰던 방은 더 작았다.
그래도 동쪽, 남쪽,서쪽으로 창이 나 있어
오래도록 넉넉하게 해가 들었다.
어려운 살림에 등잔 기름 걱정을 덜해도 되니 다행스럽기도 했다.
나는 온종일 그 방 안에서 아침,점심,저녁으로 상을 옮겨가며 책을 보았다.
동쪽 창으로 들어온 햇살이 어느새 고개를 돌려 벽을 향하면
펼쳐놓은 책장에는 설핏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것도 알아채지 못하고 책 속에 빠져 있다가 갑자기 깨닫게되면
얼른 남쪽 창가로 책상을 옮겨 놓았다.
그러면 다시 얼굴 가득 햇살을 담은 책이 나를 보고 환하게 웃어 주었다.
~본문 중에서~
서자 출신으로 관직에 나가기도 어렵던 신분.
그렇다고 반쪽 양반의 핏줄이 몸을 써 일을 하지도 못하는 그 시대 사회 분위기.
글을 읽었으나 뜻을 펼칠 기회가 없었고 그 어느쪽에도 낄수 없었던
그의 외로움들이 베어 나온다.
날때부터 운명을 갈라놓는 신분제도와 굶주림의 고통을 겪어봤던 그와 그의 벗들.
하루종일 일을 하고도 먹을것 입을것 넉넉하지 않았던 조선 백성의 모습과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고통에서 실학이라는 것은 시작되었을 것이다.
책을 좋아하고 이 시대를 걱정했던 그들이 백탑 아래로 모여 들었다.
처남이자 벗이었던 무사 백동수.
대범해 보이지만 엷은 녹색빛이 도는 눈동자가 슬퍼 보이던 박제가.
대범하고 배포 큰 어머니 밑에서 자란 유득공.
그리고 역시나 책을 너무도 좋아했던 어린 이서구..
이서구는 임금과 성이 같은 종친으로 적자였음에도
그와 벗이 됨에 걸림이 되지 못했다..
문턱이 닳고 책장이 닳도록~~
백탑 아래서 맺은 인연은 벗들만은 아니었다..
스승으로 모시게 되었던 연암 박지원과 담헌 홍대용까지.
연암선생 댁은 백탑 아래 이덕무의 집과 그리 멀지 않앗고
남산 아래 사는 담헌 선생의 댁은 연암과 그의 벗들이 자주 찾아가 교류를 나누었다..
성미 급하고 괄괄했다던 연암 박지원은 웃을때마다
무성한 수염이 위로 활짝 퍼지는 모습이 아이처럼 천진해 보였다 한다.
상추쌈을 싸먹을때도 직접 손을 대서 싸먹으면
선비의 체통이 없다 했던 이덕무는
유득공의 이 시를 보면서 손에 쥐어지는 주머니 같은 상추쌈이 먹고싶다 했다.
이 세상의 어떤 사물이나 사람이든 그의 손길과 눈길을 거치면
순식간에 이렇게 유쾌한 생명력을 지니게 된다고 회고하였다.
그래~
상추쌈은 한 입 가득 싸서 볼이 터지도록 먹어줘야 제맛이지~
나는 지금도 처음으로 이 책을 접했을때를 잊지 못한다.
달빛이 뿌려질때면 더 희게 보였다는 백탑.
그 아래로 갓 쓰고 도포자락 휘날리며 모여들던 그와 그의 벗들.
어려운 형편에도 책 한권에 행복해 했고
그 책과 벗들과 진한 우정을 나눴던 모습..
그 백탑 아래 아련한 달빛과 그의 벗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
여러분은 종로 탑골공원에 대해 얼만큼 알고 계시나요~~
어르신들의 쉼터쯤이라 생각하신가요~
우리나라 국보 2호는 무엇인지 아십니까~
다음에 기회가 되면 탑골공원에 가보세요.
그곳엔 국보 2호인 원각사지 3층석탑이 있습니다.
지금의 탑골공원 자리에 조선 세조 11년(1465년)에 세워졌으나
숭유억불정책 속에서도 중요한 사찰로 보호되어 오다가 1504년 연산군은 이 절을
연방원(聯芳院)이라는 기생집으로 만들어
승려들을 내보냄으로써 절은 없어지게 된다.
조선시대의 석탑으론 유일한 형태로 높이가 무려 12m에 이르고
대리석으로 만들어졌으며 탑 구석구석에 표현된 화려한 조각이
회백색과 잘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게 빛을 발하고
표현장식이 풍부한 걸작으로 손꼽힐만 하다.
달빛이 드리울때면 더 희게 보였다던 그 백탑이 원각사지 삼층석탑이다.
이 책을 읽고 당장 가본곳이 탑골공원의 원각사지 삼층석탑이었다.
느껴보고 싶었다. 그 백탑 아래에서~
어쩔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은 대형 유리관에 갇힌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영조의 탕평책을 계승하여 인재를 고루 등용했던 정조는
규장각의 실무를 담당하는 검사관 직을 새로 만들어
이덕무를 포함한 능력있는 서얼 문사들을 임용한다.
눈을 감으면 그 백탑 아래의 이덕무와 벗들이 그려진다.
몇년전에 이 책은 중등교과서에도 실렸다.
여러분에게도, 자녀와 주위 친구들에게도 권할수 있는 좋은 책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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