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0일 금요일
저녁때는 약속이 있고, 차 막힐게 두려워 멀리는 가지 못하고
가평 명지산에 다녀오기로 한다.
명지산 교통편 :
동서울 터미널에서 가평행 7시 35분차 이용.
동서울터미널에서 가평과 청평행 버스는 매시 05분과 35분에 출발한다.
가평터미널에서 8시 40분 용수동행 버스 이용.
석룡산과 강씨봉도 용수동행 버스를 타면 된다.
익근리 명지산 주차장에서 명지산 정상으로 고고씽~~
9시 20분쯤 산행 시작해 승천사 앞을 지난다.
작년 가을 추석무렵, 야생화도 볼겸 친구와 명지폭포까지만 갔을때
이 길엔 미국쑥부쟁이가 지천이었다.
며칠전, 명지산 생태박물관인가에서 올 여름 새로이 단장하면서
야생화 사진도 아이들 학습용으로 전시를 할건데
지금 마땅한 사진을 구할수 없다며
내 블로그에 가을 야생화 사진을 가져가도 되는지 문의해 주셨다.
실력 없이 찍은 사진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야 기꺼이~
큰까치수염의 열매가 그대로 남아 있다.
여름에 하얀 꽃이 사방으로 퍼져 흔하디 흔해서 귀하게 여기지 않았던 아이가
이 겨울 기쁨으로 다가온다.
익근리 입구에서 명지산 정상까지는 6km.
명지폭포는 바로 아래지만 오늘은 굳이 들르지 않는다.
올라갈수록 눈은 점점 많아진다.
이틀전 강원도 쪽으로만 눈이 내렸다 생각했는데
경기북부쪽에도 제법 눈이 내렸었나 보다.
그렇다면 정상부엔~
벌써부터 음흉한 웃음 발사~ ㅎㅎ
그런데 날이 너무 따뜻한지라 나무위의 눈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다.
아침에 뉴스에서도 온난화 때문에 겨울이 예전보다 많이 짧아졌고
강원도의 스키장들도 울상이라 했는데
올 겨울 산에 다니면서 따뜻한 겨울을 피부로 절감하고 있다.
그러니 눈 오는 횟수도 줄어들고
눈이 내린 다음날도 제대로 된 상고대 구경하기가 쉽지 않음이다.
오늘 제대로 눈꽃을 볼수 있을것 같은 기대에
벌써부터 몸은 들썩들썩~
내가 정상에 갈때까지 녹지 말고 기다려 주세요~ ~제~발~
산발한 머리처럼 보이는 나무가지들.
무엇일까 하고 아래를 보니 열매가~
혹시나 했는데 노박덩굴이다..
노박덩굴 씨방을 모두 내보내고 껍질만 남아 있다.
마치 눈속에서 매화라도 피어나는것 같다.
야생화 초짜인 나 같은 사람에게는 눈 내린 겨울에도
그나마 알아볼수 있게 남아준 요런 아이는 무지 고맙게 느껴진다.
눈은 점점 많아져 기분은 좋아지는데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어디 산행때마다 힘들지 않은 날이 있겠느냐만은 그래도 더 무거운 날이 있다.
나는 요즘 산행이 무지 힘들게 느껴진다.
짧은 거리의 산행도 마찬가지다.
절박함이 사라져서인지 산행 횟수도 점점 줄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이 이제 곧 2주일에 한번이 될 것이다.
그러다 한달에 한번,두달에 한번..그때까지라도 사부작 움직여 볼 생각이다.
올겨울 가장 사랑하게 된 자작나무과의 거제수나무다.
사실 사스래나무와의 구별이 좀 힘들기도 하다.
거제수나무 수피가 좀 더 붉은 빛이고 열매 모양으로 구별하는데
일단 보이기로는 거제수나무로만 추정해 본다.
어쨌든 파란 하늘이 있어야 더 잘 어울리는 나무~
그러니 오늘은 금상첨화요~
와~
드디어 하늘이 열리면서
파란 하늘과 눈꽃에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마지막 500m만 가면 되는데
발은 천근만근, 몸에 쇠뭉치를 달아둔것 같다.
예전에는 왜 명지산을 얕잡아 봤는지 모르겠다.
나만 그런것인지, 이렇게 힘든데 말이다.
이제 드디어 제대로 된 명지산 설경이 시작된다.
감히 말하지만 올겨울 최고의 설경을,
기대하지도 않았던 명지산에서 만난다.
눈꽃이 아무리 이쁜들 하늘이 이렇게 맑지 않다면
상고대도,눈꽃도 빛을 보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늘은 그 모든걸 받쳐줄수 있는 최고의 배경이다.
그러니 내가
하늘, 그대를 사랑하지 않을수가 없답니다.
감탄사만 연신 쏟아낸다.
와우~~
솔잎 하나하나에도 촘촘히 눈송이들이 채워졌다.
그래~ 이래야지..
겨울 산이라면 이런 눈꽃 정도는 봐줘야지~
올 한해 쓸 감탄사를 오늘 다 남발해 버릴것만 같다.
아까 500m라고 했던게 가도가도 끝이 없는 느낌이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숨이 꼴깍 넘어갈것만 같다.
만약 이런 황홀한 설경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미련없이 하산했을수도 있다.
정상을 100m 남겨둔 명지 2봉 갈림길이다.
정상에 갔다가 2봉으로 갈 생각이다.
왔던길로 하산하는 것만큼 지루한건 없음이다.
정상 가기 전,나무 사이뒤로 전망대가 있는곳.
말 그대로 눈꽃터널이다.
카메라 앞에서 어색한 미소를 짓지 않아도
저절로 웃음이 난다.
사슴 뿔도 뭐 이 정도는 돼~줘야 사슴뿔이라 쳐주지~^^
난 오늘 완전 기고만장이다.
이런 눈꽃을 봤으니 잘난체 있는대로 해본다.
초코파이 광고처럼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저 바라보며~~
그 사이 힘든것도 잊었다.
이런 풍경 앞에서도 힘들다 투덜된다면 산에 다닐 자격 박탈이요~
무게를 못이겨 한쪽으로 굽어 있는 이 아이에겐 미안하지만
보는 눈은 즐겁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명지산 제 2봉과 3봉.
제 2봉과 우측으로 제 3봉 방향.
그리고 귀목고개로 내려설 것이다.
시야가 좋은 날은 아니다.
명지산 3봉 능선이 내려와 귀목고개 지나 귀목봉과 만난다.
연인지맥과 한북정맥이 공존하는 곳.
뒤로는 한북정맥 청계산이 이어지지만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아름답다.
뾰족한 청계산을 조금 당겨보지만 흐릿하다.
마음 같아선 그려 넣어주고 싶다.
귀목봉에서 우측으로는 지난번 걸었던 한북정맥 강씨봉과 도성고개로 이어질테다.
도성고개 지나 민둥산과 개이빨산도 얼른 다시 걸어보고 싶은데
몸도 시간도 따라주지 않고~
전망대에서 바라본 명지산 정상.
황홀한 명지산이다.
어느 님, 남김을 주실때마다 굿 해주시듯이
오늘은 정말 굿이다~ 베리 굿입니다요~
눈쌓인 나무 하나하나 하찮고 볼품없는게 없다.
하나같이 근사한 작품으로 재탄생~
명절을 맞아
두손 모아 절이라도 하시려는 건지~
전망대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고
이제야 바로 위 정상으로 간다.
손에 손 잡고~~
정말 장관이다.
눈꽃도, 파란 하늘도 서로에게 민폐 끼치지 않으려는 듯
최고의 상태를 만들어 내었다.
저 뚫려 있는 하늘 위에서 누군가 보고 있다면
말하리라~
고맙습니다~
당신은 올 겨울 최고의 날을 만들어 주셨군요~
그리고 보고 싶습니다.
이 길을 걸을땐 감탄하고
지금 이 글을 쓰면서는 감동하며 다시 느껴본다.
정상 바로 아래다.
드디어 명지산 정상에 선다.
해발 1,267m.
경기도에서 화악산 다음으로 높은 경기 제 2봉.
100대 명산이자 계곡의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곳,
한 여름 명지폭포와 계곡으로 시원함이 절정에 이르는 곳.
그리고 오늘 겨울 풍경도 하나 추가요~~
서울 근교산행으로 전철로,버스로 교통편이 좋아
사계절 상관없이 많이들 찾는 곳~ 명지산이다.
정상에서 다시 보는 명지 2봉과 3봉.
3봉 지나 연인산, 백둔리로..
또는 귀목고개에서 상판리나 적목리로~
그리고 귀목봉에서 청계산으로~ 강씨봉으로~
명지 2봉에서 내려온 능선이 안부 지나 백운봉과 만난다.
가운데 뒤로 보이는 산은 그리 유명하지 않은 수덕산이겠다.
수덕산 뒤편이 몽가북계의 북배산 계관산일텐데 시계가 불량해 보이질 않는다.
각호산에서 민주지산으로 굴곡진 곡선과도 닮은 사향봉 능선.
능선 우측 끝에서 두번째 솟은 곳이 사향봉이다.
뒤로 보이는 산이 경기 제 1봉인 화악산이다.
화악산 중봉에서 우측으로 내려오고
사향봉 뒤쪽으로 완만해 보이는 능선이 애기봉이다.
그 속에 있을땐 왜 애기봉일까 했는데 멀리서 바라보니 그 느낌이 있다.
화악산에서 좌측으로는 석룡산이다.
시야가 좋은 날이라면 좀더 뚜렷하게 보일텐데
아침까지 조금씩 눈발이 날리고 흐렸던지라 아직 날이 완전히 개이질 않았다.
완전 신났다~
명지산에 와도
정상석 주변은 몇명 서있지도 못할 정도로 비좁고
겨울철엔 위험하기까지 해서 인증샷을 잘 찍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비좁기는 커녕 뛰어 놀아도 되겠다.
그렇다고 뛰어 놀면 안되용~ 위험하답니다~^^
이렇게 이쁜 하늘과 내 차지가 된 명지산 정상.
어찌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명지 2봉이나 연인산을 가기 위해선 100m 아래
아까 왔던 길로 내려가야 한다.
이 눈꽃터널이 있는 곳에 내려왔을때 어느 산객분이
내 노리끼리한 티셔츠를 보고 국공 직원인줄 알고 깜짝 놀랬다 한다.
국립공원도 아닌데 뭐 잘못이라도 하셨나요~ㅎ
북한산에서 딱지 끊는 사람들을 많이 봐서 괜히 움찔하셨다 하신다.
우리도 어렸을때 경찰을 보면 이유없이 그랬던것처럼~
명지 2봉으로 가려고 진행해보지만
아무도 지나지 않았고 푹푹 빠지는 눈길을 도저히 뚫을 자신이 없다.
2년전 겨울에도 2봉 3봉으로 가다가 러셀 안된 길에서
알바를 오지게 해야했다.
오늘은 굳이 2봉으로 가지 않기로 한다.
아쉬울게 없는 날이다.
익근리로 하산하는 길.
이제야 올라서는 사람들이 몇명 늘어난다.
명지계곡의 설경을 보면서 산행을 마친다.
명지 2봉으로 돌아 왔으면 시간이 얼추 맞을텐데 버스시간이 애매하게 되었다.
경찰차가 명지산 입구쪽으로 들어가길래
분명 가평으로 나갈테니 얻어타려 했는데 경찰차 대신 다른 차가 나온다.
아까 정상 밑에서 만난 분이다.
가평까지도 감사한데
그분도 댁이 서울 명일동이라고 집 앞까지 태워주시고 가셨다.
뒷좌석에 앉으라는 배려까지.덕분에 편하게 돌아왔답니다~
기대없이 떠난 명지산은
올겨울 최고의 설경이었노라 나는 자신있게 말한다.
봄엔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벌써부터 명지산의 봄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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