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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2012년

무등산 설경, 이리 황홀해도 되는거야~

나에게 잠이란, 억지로 청했다가

너무도 쉽게 깨어버리는 유리알 같은 것이었다.곤역스러운 하루의 마무리였다.

 

그런 내가 삼일동안 자고 또 자고

마치 마술에 걸린 사람처럼 잠에 취해 있었다.

오늘 새벽 정신을 차려보니 충청과 호남지역에 많은 눈이 내리고 있단다.

 

반사적으로 월악산에 가고 싶었다. 

날씨가 좋은 날에도 월악산의 철계단에 진절머리를 냈었지만

오늘은 아무도 밟지 않았을 그 철계단을 오르고 싶어졌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올해 첫눈 산행은 무조건 월악산으로  가고 싶었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6시 40분 첫차를 타고 월악산으로 간다.

하지만 일죽이라는 곳까지 갔다가 돌아와야 했다.

수안보에서부터 월악산까지는 쌓인 눈으로 차량이 다니지 못한다는 통보를

뒤늦게서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ㅠ

 

아쉬운 마음이 가시진 않겠지만 지난 무등산

설경이라도 정리하면서 조금 달래보려 한다..

 

2012년 12월 24일 월요일.

혼자 떠나는 길, 일흔번째.

광주 무등산.

 

지난 자취를 기억해두려는 기록일 뿐이다.

많은 사진이 사라진 뒤라 꼭 필요한 정보는 다른 님들 산행기를 참고하시길 바랄께요~^^

 

 

산행코스 : 증심사~ 당산나무~ 중머리재~장불재~ 입석대~서석대~중봉~동화사터~ 증심사

 

 

 

 

 

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잘못 보관한 무지의 소치로 남은 사진이 거의 없다.

그나마 남겨둔 기록과 사진을 보면서 무등산을 기억하려 한다.

 

광주에도 눈이 내렸다는 기상청 뉴스를 들었는데

광주에 도착하니 눈은 다 녹아있고 흔적만 남아있을 뿐이다.

실망 가득한 마음으로 고속터미널 앞에서 증심사 가는 09번 버스를 탄다.

여름에 무등산과 소쇄원, 식영정,

그리고 조계산과 팔영산을 가기위해  한번 왔었던 광주.

그래선지 버스 타는곳도, 광주도 낯설지가 않다.

 

 

 

 

증심사 공원관리사무소에서 4,9km 올라선 곳.

중머리재다. 11시 55분.

여름에 왔을때는 토끼봉으로 해서 중봉 지나 서석대, 입석대를 거쳐 원효사로

내려갔었다. 소쇄원과 식영정을 가기위해선 원효사쪽이

교통도 편하고 가깝다는 얘기를 들어서기도 했다.

 

 

 

증심사 입구만 해도 눈이 없어 서운한 마음이 가득했는데

중머리재에 도착하니 장불재쪽으로

하얗게 뒤덮힌 것이 이내 기대감으로 바뀌고 있다.

 

 

 

 

 

중머리재에서 장불재로 가는길은 온통 새하얀 눈으로 뒤덮혔다.

하늘은 맑고, 눈꽃까지

기대이상의 무등산에 기분은 이미 업되고 있었다.

 

 

 

 

 

흰 눈꽃에, 파란하늘,

내가 바라는 겨울 풍경이다.

빨리 장불재로 가고 싶지만  이런 하늘과 눈꽃을 보고 있는데

걸음이 빨라질수가 없다.

있는대로 느리게 걸으며 감탄사를 자아내 본다.

 

 

 

 

 

 

광주 사신다는 분께서 많은 사진을 찍어주신다.

내가 여름에 왔다가 길을 헤매었던 규봉암쪽도 상세히 일러주신다.

자주 오는 곳이라 보통때는 사진을 찍지 않으신다는 분..

그러나 그분 역시 이 황홀한 눈꽃 앞에서는 그냥 지나치지 못했으리라~

괜찮다 사양하는데도 감사하게도 계속 찍어주시겠다 하니

동행을 하게 된다.

 

 

 

 

 

무어라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보고 있음으로 저절로 흐믓해지는 풍경.

여름의 푸름은 그 푸름만으로도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고

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

가을은 그 길을 걸으며 외로운 시 한수 읊고 싶어진다.

그 길위에서 괜히 센치멘탈에 빠지기도 한다.

 

겨울 설경 앞에서는 아무런 근심도 걱정도 없을것 같다.

그저 따뜻하게 안아줄것만 같다.

사랑하는 사람의 품처럼 나를 맡겨도 될것만 같다..

그래선가 눈 내리는 날엔 더 떠나고 싶어진다..

 

 

 

 

오늘중으로 서석대나 오를수 있으려는지

모두 사라져 없지만, 이날 나는 천장이 넘는 많은 사진을 찍었다.

한 발자욱 뗄떼마다 어찌나 눈꽃이 이쁘던지

수없이 찍고 또 찍었다.

 

 

 

 

 

이런 길에서 어찌 후다닥 오르기만 할수가 있겠는가.

그건 자연에 대한 모독이여~^^

 

 

 

 

 

12시 35분쯤 장불재에 도착한다.

하늘은 또 어쩜 이리도 맑은지.

이정표든 어디든 이 설경 속에선 모든게 그림이 되는 순간이다.

 

 

 

 

서석대와 입석대가 보이는 장불재.

서석대와 입석대를 가까이 보는것도 좋았지만

장불재 길은 또 어찌나 이쁘던지.

 

며칠뒤 연말이면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승격됨을 이날 나는

진심으로 축하했고 공감했다.

여름에 찾았을때도 한참 국립공원 승격을 추진중이었다.

무등산은 1972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가

2012년 40년만에 우리나라 21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이 길로 가다보면 서석대 올라가는 길과

중봉으로 가는길이 갈라진다.

그리고 임도를 따라가다 보면 원효사로도 갈수 있다.

 

 

 

 

좌측 뒤로 서석대와 우측뒤로 입석대.

먼저 입석대로 오른다.

 

 

 

 

동행하신 광주 님은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무등산에 대해 진한

애착을 갖고 계셨다.

 

 

 

 

등산은 광주의 심장 같은곳이고 광주시민의 자긍심이라해도 과언은 아닐것이다.

도심에 이런 산이 있다는건, 그것도 국립공원이 있다는건

크나큰 축복이 아닐수가 없다.

네.. 저 같아도 자랑에 자랑을 했을거랍니다.

진심으로 명산임에 틀림없답니다.

 

 

 

 

입석대로 오르면서 가까워지는 입석대의 주상절리.

 

 

 

 

 

활짝 핀 눈꽃의 호의를 받는듯한 입석대.

기술좋은 석공이 일부러 잘라 올려놓지 않고서야..

입석대는 서석대 일원의 주상절리와 천연기념물 제 465호로 지정되었다.

 

 

 

 

서석대로 올라가면서 뒤돌아 본 모습은 장쾌함 그 자체다.

겨울 눈꽃산행은 보통 태백이나 덕유산, 계방산,선자령 등을 이야기하지만

이제부터는 무등산에게도 한자리 양보해야 할듯..

 

 

 

 

장불재 통신탑 모습도 담긴다.

 

 

 

 

 

뒤로 보이는 능선은 어머니의 가슴처럼 완만하고 편안해 보인다.

안양산으로 이어지는 낙타봉과 백마능선이다.

 

 

 

 

서석대로 올라서는 길 시선 돌리는 어디라도

그야말로 환상 눈꽃이니 이건 뭐 나는 그저 동화속에 있는것만 같았다.

 

 

 

 

누군가 얼음조각을 네모반듯하게 잘라

길위에 뿌려놓은것만 같다.

 

 

 

 

 

무등산의 설경은 기대 이상의 것이었다.

여름에 왔을때도 나는 무더위 때문에 고생은 좀 했지만

그래도 꼭 다시 찾고 싶을만큼 그 매력이 충분했었다.

그런데 겨울의 설경이란~와우~

 

 

 

 

군부대가 들어서 있는 정상일대.

일년에 한두번 개방을 한다 들었다.

 

 

 

 

무등산 서석대(1100m)다.

정상을 개방하기 전까지는 무등산의 실질적인 정상인 셈이다.

 

 

 

 

정상부에 올라서니 바람이 매섭다.

그래도 이정도 쯤이야..

소백산 칼바람이나 태백산 바람에 비한다면야 애교수준여유.

 

 

 

 

정상을 개방하면 볼수 있다는 지왕봉과 인왕봉의 주상절리 또한 장관이란다.

그리고 최고봉인 천왕봉(1187m).

 

 

 

 

황홀한 설경 아래로 송신소와 그 아래 자리잡은

광주시내..무등산의 기운이 광주시민에게 그대로 전해질것만 같다.

나도 무등산 기 받고 가유~

 

 

 

 

서석대 전망대로 내려선다.

 

 

 

 

 

바닷속의 해초같다.

말미잘이 이렇게 생겼던가~

 

 

 

 

내려서며 뒤돌아본  정상부.

천상의 문 설경을 보내주셨던 님이 생각난다.

그 천상의 문도 이러지 않았나 싶다.그 님도 보고 싶어진다.

 

부끄러운 말도,잘못된 말도 아님에도 보고싶다 라는 말을 너무 아끼고 살았나 보다.

상대방이 어찌 생각할까 두려워서.오해나 하지 않을까 싶어서.

또 괜한 자존심때문에~

 

 

 

가끔 댓글에 보고싶다 라는 표현을 해주시는 님들을 볼때마다 나는 참

용감하고 대단한 분들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수가 없다.

남들 이목 때문에, 괜한 자존심 때문에라도 쉽게 할수 없는 말을

자연스럽게 할수 있다는 것.

 

그분들은 어쩌면 자신감이 넘치거나

그런 표현이 어색하지 않는 자연스런 환경에서 자랐거나

감정표현에 솔직한 분~ 여하튼 나는 그분들이 참 대단하고 감사하다 느꼈다..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었던 말,

그리고, 듣고 싶은 말

보고 싶었습니다..보고 싶습니다.

 

 

 

 

녹용~ 녹각

 

 

 

 

 

무등산 정상부.

어느 곳에서 봐도 황홀한 날이다.

 

 

 

 

 

서석대 전망대로 내려서는 길, 눈꽃은 절정을 이룬다.

광주시민께서 셔터를 수없이 눌러주신다.

아마도 광주를 좀 더 친절한 도시로 기억되게 하고 싶으셨을 것이다.

네.. 광주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고 돌아왔답니다.

님 영향이 지대했답니다~^^

 

 

 

 

 

 

내게 당신은 첫눈 같은 이

 

처음 당신을 발견해 가던 떨림

당신을 알아가던 환희

 

당신이라면 무엇이고 이해되던 무조건,

당신의 빛과 그림자 모두 내 것이 되어

가슴에 연민으로 오던 아픔,

이렇게 당신에게 길들여지고 그 길들여짐을 나는 누리게 되었습니다.

 

나는 한사코 거부할랍니다.

당신이 내 일상이 되는 것을.

 

늘 새로운 부끄럼으로

늘 새로운 떨림으로

처음의 감동을 새롭히고 말 겁니다.

 

사랑이,

사랑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이던가요.

.

.

 

당신 하나로 밤이 깊어가고 해가 떴습니다.

피로와 일상속에서도 당신은 나를 놓아주지 아니하셨습니다.

기도,명상까지도 당신은 점령군이 되어버리셨습니다.

 

내게,

아, 내게

첫눈같은 당신.

 

-김용택-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후의 시간들도 소중하겠지만

처음 그 사람을 알아가던 그 설렘이 있을때가 나는 좋다.

 

그 사람 하나로 밤이 깊어가고 해가 떳다 한다.

기도와 명상마저도 점령해버린 그런 사람.

힘든 시간도 있겠지만 그 사람으로, 삶의 활력이

그리고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원동력이 될수 있을테다.

 

 

 

 

입석대 일원과 천연기념물 제 465호로 지정된 서석대다.

마치 해금강 한쪽을 산위에 올려 놓은듯 하다던

철썩철썩~ 최남선의 말처럼 어느 바닷가 기암절리 같기도 하다.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승격됨에 큰 공헌을 했을 서석대..

 

 

 

 

눈꽃에 휩쌓인 서석대는 한여름에 본 그것과는

너무도 달라 있었다.눈꽃의 화려함으로 변신한 서석대.

바위에도 꽃이 피는구나.

 

 

 

 

시인묵객과 문장가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나는 그저 아름답다라는 말밖엔 무어라 더 표현할수가 없다.

 

 

 

 

누에봉과 중봉으로 가는 갈림길.

눈 쌓인 무등산은 어느곳 할것없이 모두 장관이었다.

 

 

 

 

중봉으로 내려가는 길.

 

 

 

 

 

중봉으로 오가는 저 길을 잊지못해 사실은

무등산에 다시 오고 싶었다.

가을이면 억새로 또 다시 장관일 길.

 

 

 

 

중봉과 송신소.

 

 

 

 

 

화순군의 산군들과 멀리 보이는 저수지는

화순 한천면 금전리의 금전저수지란다.

 

 

 

 

중봉으로 가면서.

정상과 중봉사이의 완만한 억새길.

이 길을 걸을때 나는 정말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일반 산행시간보다도 많이 지체됐지만 시간은 뭐 상관도 없다.

어디에 메인것도, 시간이 정해진것도 없다.

이렇게 아름다운 무등산을 언제 또 딱 맞춰 찾아볼수 있겠는가.

 

 

 

 

지금 다시봐도 나는 저 길이 참 좋다.

다시 걷고 싶어진다.

 

 

 

 

 

중봉(915m)에서의 사진이 마지막이다.

동화사터로 내려가 증심사로 하산을 마친다.

대부분의 사진이 사라진 뒤라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난 이대로도 이날을 기억하는데 부족함은 없다.

 

무등산의 설경은 초콜릿만큼이나 달콤했고

한동안 잊혀지지 않는 겨울산이 되었다.

나는 이날의 무등산 설경을 잊지 못해

조만간 새벽차를 타고 광주로 가고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