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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신간 《그 산에 그 꽃이 핀다》가 출시되었다.
‘산’이라는 캔버스 속
‘꽃’이라는 팔레트
아름다운 천연의 빛깔을 만나 보자.
필자의 산행과 여행에는 늘 들풀꽃나무와 함께했지만
이번 《그 산에 그 꽃이 핀다》에서는 특히나 그 산에서 피어나는 야생화에 초점을 맞췄다.
몇 년 뒤면 공항이 생겨 접근성이 좋아질 울릉도는 특산식물과 희귀식물의 집합체로
그 모든 것이 고유종과 희귀함으로 연결된다.
이른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가덕도와 비금도는 바다를 낀 그림 같은 풍경에 압도당하게 된다.
가덕도 역시 신공항이 생길 지역이라 달라질 모습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함께 뒤따르게 된다.
야생화로 유명한 석병산과 보현산, 덕유산과 소백산, 화악산 등 그 산지마다의 시그니처 같은
야생화 이야기 그리고 미스터리한 숲, 높은 산지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식생이 즐비한
평창 대덕사 계곡도 담겼다.
- ‘책을 내면서’ 중
어느 곳 하나 소중하지 않고 야생화 만발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그래도 가장 많은 비중을 두어 엮은 것은 울릉도다.
성인봉과 나리분지, 그리고 독도와 관음도 일대를 4월과 6월 두 차례 다녀오며
육지에서는 접하지 못하는 울릉도만의 특수한 매력을 가득 담을 수 있었다.
울릉도 하면 떠오르는 호박엿이 원래는 호박엿이 아닌 이 나무 이름이 잘못 알려진 유래와
보지 못할 뻔했던 헐떡이풀을 어렵게 만난 사연도 전한다.
멸종위기종 만큼이나 만나기가 어려워진 우산제비꽃과
울릉도 주민에게 한시적으로 채취가 허용된 울릉산마늘에 대한 이야기
나리분지와 섬말나리 이름이 생기게 된 이야기 등도 실렸다.
울릉도만으로 책 한권을 따로 만들어야 할만큼 이야기가 풍성하다.
희귀식물의 보고, 석병산은 한 계절만으로 표현하기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
4월의 석병산 그리고 꽃쟁이들이 가장 많이들 찾는 여름 야생화 편으로 나눠 구성했다.
특히나 여름철 석병산은 말 그대로 희귀식물의 교본이고 집합소를 이룬다.
책을 내고나면 늘 아쉬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2024년 신간《그산에 그꽃이 핀다》는 그런 아쉬움을 채우려 최대한 불필요한 요소들은 줄이고,
나날이 달라지는 식물체계에 대해 게을리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야생화 이야기에 집중하려 했다.
산과 여행, 야생화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2024년 2월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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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가기 전, 부산의 산지에 다녀와야겠다던 계획을 실현해 보기로 한다.
장산이나 승학산~구덕산~백양산을 가볼까 하다가 부산 산지중에
아직 밟아보지 못한 파리봉 상계봉이 남아 있으니 금정산으로 가기로 한다.
산행코스 : 공해마을~파리봉~상계봉~대륙봉~의상봉~원효봉~북문~고당봉~내원암~범어사(약17~18km)
서울에서 아침 6시 30분차를 타고 부산터미널 노포역에 도착해
지하철을 두번 갈아타고 수정역 2번 출구로 나간다.(온천장역에서 203번 버스를 타면 더 수월하겠다.)
수정역에서 금정1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인 산성공해마을에 도착하니
사방에 둘러쌓인 금정산의 기운 때문인지 마을은 참 아늑하면서도 운치가 있었다.
뒤로 오르게 될 파리봉도 보인다. 이미 12시 40분이 넘어서고 있다.
해도 짧아져 금새 어두워질테니 일단은 파리봉과 상계봉을 주 목적으로 오르기로 한다.
공해마을에서 가나안수양관 방향으로 임도따라 오르다가
파리봉이 보이는 산길로 들어서면 된다.마을에서 파리봉까지는 약 1.9km쯤 될것 같다.
그렇게 공해마을에서 30분쯤 오르니 코끼리 같고 미래의 로봇개 같은
온갖 기암들이 즐비한 전망대 데크가 나오고 시원스럽게 조망이 터지기 시작했다.
유후~ 요 며칠 미세먼지에 전국이 찌뿌둥하더니만 한차례 비가 내리고
모처럼 미세먼지 없이 깨끗해진 날. 두둥실 구름떼를 보니 기분은 이미 날아갈것만 같다.
왼쪽 가장 높은 봉우리가 금정산 정상인 고당봉이고 그 우측으로 원효봉 의상봉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우측 아래엔 들머리였던 공해마을,가운데는 금성동 산성마을
좌측 끝으로 파란지붕들은 부산시 학생교육원이고 그 아래로 화명수목원이 자리한다.
마을버스 타고 오다보니 화명수목원 일대부터 산성공해마을까지는 슬슬 산책 삼아 걷기에도 참 좋은 곳이었다.
굳이 산정에 오르지 않고도 낙엽 떨어진 길을 걷는 님들의 모습도 보기가 좋았다.
저 뒤로 있는 산들은 어디일까.
가장 높아 보이는 토곡산과 그 우측으로 어곡산,좌측 끝으로는 무척산으로 보인다. 이따 더 자세히 보여질 것이다.
당겨 본 좌 고당봉과 가운데 쑥 들어간 북문과 우측으로 원효봉 의상봉.
금정산 하면 가장 많이 찾게 되는 세 봉우리들이다.
그 중에서도 범어사에서 북문으로 고당봉 오르는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기도 하다.
남도의 특성상 아무래도 상록수가 많다보니
갈빛보단 녹음이 더 강렬하게 전해졌고 겨울이 다가온다는 느낌을 받을수 없었다.
공해마을은 음식점들 많은 유원지였지만
일반 유원지들처럼 정신 사납다기 보다는 정갈하고
마치 전쟁도 가난도 없을것 같은 그런 아늑함이 느껴졌다.
뒤로 가운데서 살짝 왼쪽으로 부산 기장의 달음산도 볼록 올라와 있고, 좌측 끝으론 철마산이겠다.
바위들 보는 재미에 이리저리 둘러보다 뒤돌아보면 고당봉이 계속 함께하지만 조금씩 멀어져갈테다.
고당봉을 가려면 파리봉 상계봉 대륙봉 의상봉 원효봉 거쳐 빙 둘러 돌아가야 하고
공해마을에서 파리봉 말고 바로 남문이나 동문쪽으로도 올라갈수 있다.
고당봉까지 갈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미 1시가 넘은 시간.
어두워질게 뻔하니 중간에 어디로든 하산한다 하여도 서운할것 같지는 않다.
금정산 끝자락의 이 파리봉이 이렇게 매력적이니 말이다.
파리봉(615m)의 파리는 불교 칠보중의 하나로 수정을 뜻한다고도 한다.
금정산 많은 코스 중 유일하게 와보지 못했던 파리봉 상계봉인지라
이곳을 밟은 자체로 기분 좋은 일이 아닐수 없다.
이제부터는 낙동강과 김해평야를 끼고 걸을 것이다.
오늘 일몰이 가까워지면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는 곳이기도 했다.
화명동과 대동화명대교가 보이고, 가운데 앞줄의 산은 백두산이고 그 뒤쪽 둥그스름한 신어산과 우측으론 무척산.
근처 사시는 분들에겐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그러면 맨 좌측 뒤로는 불모산과 용지봉 대암산으로 이어지는 창원 방향이겠다.
전망대가 있는 파리봉 전경이다.
뒤로는 여전히 고당봉 원효 의상봉도 따라왔다. 이제 상계봉으로 가보자.
상계봉 가기 전에 만나는 금정산성 제1망루다.
금정산성(사적제215호)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고 난 후인 1703년(숙종 29년)에
바다를 지키고 국방을 강화시킬 목적으로 금정산에 돌로 쌓은 산성이다.
남해안과 낙동강 하류에 왜구의 침입이 심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신라시대부터 성이 있었다는 견해도 있다 한다.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기 편리한 낙동강 하구와 동래지방이 내려다 보이는 요충지였으니
조선후기 부산 일대를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이라 할수 있겠다.
왼쪽에 이따 지나게 될 망미봉이 보이고, 좌측으로 꺽어져 대륙봉으로 이어질 것이다.
낙동정맥때 만덕고개에서 올라 남문과 대륙봉으로 진행한적이 있었다.
우측 뒤론 장산과 해운대 일대도 들어온다.
해운대는 대륙봉에 올라서면 더욱 가까이 보여질테니 그때 살펴보기로 한다.
육산으로 이어지다 상계봉이 가까워지면 왕관 같고 성화봉송 불꽃 같은 온갖 뾰족 기암들 도열을 한다.
바위 하나하나마다 작품인양 아름답다.
닭 벼슬을 닮아 이름 지어졌다는 상계봉(640.2m)이다.
다른 곳은 이정표가 잘 되어 있지만 상계봉엔 이정표식이 없어 길이 헤깔릴수도 있다.
상계봉에서 남문과 대륙봉으로 가려면 계속 직진하지 말고 정상에서 제1망루 방향으로 빽하거나
내 우측으로 조그만 오솔길이 있으니 유턴해 진행하면 되겠다.
조금 떨어져 상계봉을 마지막으로 담아보고 남문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우측으로 지나온 상계봉과 좌측으론 백양산이다.
아까 상계봉에서 직진해 하산하면 만덕동인 것이다.
승학산~구덕산~엄광산~백양산은 부산 앞바다와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수 있는 상당히 매력적인 산군이었으니
그 아침 태종대와 영도 위로 떠오른 일출은 두고두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았다.
이제 저 뒤로 어렴풋 가덕도와 거제도 방향도 들어온다.
그렇게 남문으로 내려오니 붉게 익은 참나무(신갈나무인듯)에 취해 잠시 멈춰 쉬어간다.
지나온 파리봉도 상당히 멀어졌다.
좌측이 파리봉,우측으로 원효봉과 고당봉. 아~ 저곳까지 갈수 있을지나 모르겠다.
그래도 늘 계획을 했던 파리봉 상계봉을 밟을수 있었으니 이제부턴 마음 편하게 걷자.
산성고개나 동문 또는 북문에서 빠져도 상관 없겠다.
곳곳엔 빠져나갈수 있는 성문과 여러 통로들이 있으니
어느곳에서나 들날머리를 삼을수 있다는게 금정산의 매력이기도 하다. 북한산처럼 코스가 아주 다양한 것이다.
또한 유순하게 이어지는 갈맷길의 금정산도 걷기에 참 좋은 곳이었다.
그렇게 넓다란 바위가 인상적인 대륙봉에 도착한다.
대륙봉에 서면 해운대 건물들마저 아주 선명히 드러나는데
가운데 해운대의 마린시티와 우측으로 광안대교도 보인다.
시야가 좋은 날이니 좋은 렌즈로 당겨보면 뒤로 대마도도 잡히겠다.
좌 장산,우측으론 금련산 황령산이다.
서울에서 해운대로 오는 버스가 있다. 아침 첫차를 타거나 아님 심야버스를 타고 오랜만에 해운대와 장산을
둘러보겠다 늘 계획을 세워보지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20대 철없던 첫 해운대의 추억이 생각나는 풍경들이다.
산성고개를 지나 동문으로 가는 길,
11월 중순을 넘어서는데도 남도답게 여전히 피어 있는 울산도깨비바늘도 많이 보인다.
울산도깨비바늘은 설상화(혀꽃)가 없는게 특징이고
도깨비바늘은 꽃잎 같은 설상화가 1개에서 5개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쥐똥나무도 곳곳에서 만날수 있고
그 보랏빛이 영롱한 작살나무도 전국 어디서나 흔히 만날수 있는 친숙한 나무다.
가지끝이 작살촉처럼 생겼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
주렁주렁 열매를 늘어트린 계요등도 아름답고
칭칭 감아올린 댕댕이덩굴도 그 진한 색감에 반하지 않을수가 없다.
단풍 하나 볼수 없었던 오늘의 여정에
보상이라도 해주려는 듯, 마지막 단풍의 동문과 어우러짐이 아름답기 이를데 없다.
동문을 지나 의상봉과 원효봉으로 가는 길,금정산의 주요 능선에 진입한다.
제4망루가 보이고 그 우측으로 뾰족 의상봉도 보인다.
그 바로 우측 육산으로 보이는 곳이 원효봉이다.
이제부턴 이 구역의 개성 넘치는 바위들과 부산 금정구와 기장군 방향을 옆에 끼고 걸을 것이다.
누가 이리도 기기묘묘한 바위를 만들어 냈을까.
지난 세월 수많은 사람들과 역사를 지켜봤을 바위는 그 자체로 위대함이다.
무엇보다 미세먼지 없이 시야 깨끗한 날에 밀려드는 먹구름떼도 너무 좋다.
좌측 뾰족 계명봉도 오랜만에 반갑고 그 뒤로 억새산행지 천성산도 보이기 시작했다.
맨 가운데 솟은 산이 자연휴양림이 있는 양산 대운산으로 보인다.
가운데 볼록 올라온 곳이 기장의 달음산일 것이고
좌측 백록담처럼 생긴 산은 철마산이다.
조금씩 저녁빛이 스며들고 있는 가덕도와 거제도 방향이다.
좌측 지나온 상계봉 파리봉 능선뒤로 뾰족 올라온 봉우리가 가덕도 연대봉일테고
맨 뒷줄 일자로 뻗은 거제도도 어렵지 않게 보인다.
가운데 볼록 올라온 보배산과 그 우측으론 굴암산 불모산 용지봉 대암산으로 창원땅이 이어지는 것이다.
억새산행지를 따로이 갈 필요도 없겠다.
소소하게 펼쳐지는 억새밭과 조금씩 드리우는 노을빛은 사진에 보이는 것보다 몇배는 더 아름다웠다.
왼쪽 뒤로 뾰족봉이 가덕도 연대봉이다.
제4망루에 다다르니 좌측으로 고당봉 정상도 온전히 드러났고
가운데 원효봉과 우측에 있는 의상봉도 한눈에 들어오는 명당자리에 선다.
3시 반이 넘은 시간,
동절기 해넘어가는 시간이 이르다 보니 하나 둘 하산들을 하고 거의 사람을 만날수 없다가
4망루 너른 공터에서 드론을 띠우는 사람이 보였다.아마도 사람 없는 이 시간을 맞췄을 것이다.
의상봉이다. 금정산의 최대 장점 하나를 꼽으라 한다면
걷기 좋은 유순한 길이 이어지다가도 봉우리들엔 멋드러진 기암들이 자리한다는 것이다.
기암괴석도 너무 과하면 걷기에 피곤하고 그렇다고 기암 하나 없는 산은 또 밋밋할수 있으니
그 조화로움이 아름답고도 질리지 않는 금정산을 만들었을 것이다.
의상봉에서 뒤를 돌아보니 우측 지나온 파리봉 상계봉부터
가운데 대륙봉을 지나고 동문을 거쳐 이곳에 이른 것이다.뿌듯함도 덤으로 따라왔다.
뒤로는 부산의 또 다른 이름인 해운대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장산과 금련산이 호위하듯 해운대 좌우를 감싼다.우측 뒤가 태종대와 영도 방향이다.
남도 바닷가 산지답게 소사나무도 자주 보이고
아직 피어 있는 개쑥부쟁이에게도 마음을 줘본다.
먹구름이 밀려온 하늘. 원효봉을 담으며 올라서니 그야말로 장관이 연출된다.
동해에 떠오르는 햇빛을 받아 갓 피어난 매화처럼
화려한 자태의 빛으로 수놓는다 하여 으뜸의 새벽 원효봉이라 불렀다 한다.
흔히 쓰이진 않지만 원효봉의 효(曉)자가 새벽 효를 쓰는 것이다.
조선시대 새벽종이 울릴때 먹는 국,효종갱이 새벽효를 쓰는 것처럼.
또한 원효봉은 김유신장군이 낭도들을 훈련시킬때의 일화들도 전해져 내려오니
경주 단석산에도 그러했듯 화랑으로서의 김유신의 활동상을 볼수 있는 대목이다.
높은 언덕배기 이곳에 올라 일몰과 일출을 접했을 젊은 김유신이 막연히 그려지기도 한다.
저 낙동강 줄기와 빛으로 그려지는 절경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았을 것이고
또한 조선시대 수많은 군사들의 피땀도 함께 서렸을 것이다. 역사와 함께한 금정산이었을 것이다.
4시 20분. 드디어 북문에 이른다.
그래도 핵심답게 북문쪽에는 하산하는 사람들도 간간히 보여지니 활기가 느껴졌다.
일몰시간은 5시 20분.이젠 하산을 시작해야 어두워지기전에 내려설수 있을 것이다.
처음 계획은 북문까지 올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족하다 했는데 생각보다 3~40분 이르게 도착했다.
그럼 정상을 못오를 이유는 사라졌다.
하산시엔 어두워져도 상관 없으니 고당봉으로 올라보자.
북문에서 고당봉까지는 1km. 금샘을 거쳐 오르면 0.3km쯤 추가하면 되겠다.
고당봉 정상 아래 바위틈에서 새어 나와
온천천과 대천천의 발원지가 되고 부산시민의 원천이라고 하는 고당샘이다.
금정산엔 곳곳에 샘물이 많아 부산시민이라면 굳이 생수 준비없이 올라도 되겠다 싶었다.
금샘으로 가는 길, 어기영차~
이런 모습은 늘 웃음을 유발시킨다.괜히 바위가 간지러워 하고 있을것만 같다.
그래도 최선을 다한 야들이니 귀엽게 봐주라구.
작은 힘도 뭉치면 큰 산을 무너뜨릴수 있다 하잖여.
체력이 많이 고갈되어 북문에서 금샘 오르기까진 힘들다 힘들어~를 수없이 연발해야 했다.
산행시작 전 초콜릿으로 당 충전한게 먹거리 전부였고
사진놀음을 할때 빼고는 꾸준히 걸었으니 힘들때가 되긴 되었다.
고요한 금샘에 올라서니 이젠 내 세상이 되었다.시간도 여유로워졌다.
이곳에서 맘껏 누리고 쉬었다 정상으로 오르려 한다.
바람이 심해진 이유도 있고 좀 더 지나야 노을빛을 볼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종실록지리지와 동국여지승람에 금샘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자.
‘금정산 산정에는 바위가 하나 있는데 높이는 3장(9m), 둘레는 3m로 꼭대기엔 우물이 있는데
이 우물엔 늘 물이 가득하여 가물어도 마르지 않고 금빛색을 띤다.
옛날 황금색 물고기가 오색구름을 타고 범천으로 내려와 헤엄치고 놀았다하여 금샘으로 불렀고
범어사의 창건설화가 시작된 곳이다.~라고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었고
황금색 물고기가 노닐던 금샘은 생명의 원천,창조의 모태인 다산을 기원하는 성소였다 한다.
또 다른 기원처였던 정상 바로 아래 고모당도 있다.
이제 정상으로 가보자.
좌측은 북문에서 올라오는 길이고 우측 계단은 장군봉쪽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우측으로 돌아 올라갈 것이다. 좌측 고모당 건물도 보인다.
뒤돌아보니 가운데 지나 온 금샘이 보이고 우측 바위는 마치 북한산 사모바위를 닮기도 했다.
아래로는 한국5대사찰이라는 범어사가 자리하니
곳곳에 수놓은 기암괴석과 유서 깊은 금정산성과 고찰 등 명산의 조건을 두루 갖춘 것이다.
금샘 뒤로는 계명봉이다.
장군봉과 갑오봉 능선 뒤로 천성산이 보이는데
좌측 뒤로 있을 영남알프스는 구름이 덮여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정상으로 오르는 철계단 앞에 서니
어찌나 바람이 심히 불던지 벗어 놓았던 자켓을 꺼내 입어야 했다.
나그네의 옷을 벗긴건 바람이 아니라 햇빛이라 하더니만 맞는 말이었다. 바람이 불면 여미게 되니 말이다.
그렇게 정상 고당봉(801.5m)에 올라서니 바람이 어찌나 심하던지
카메라는 흔들리고 휘청 날아갈것 같으니 잠시잠시 바위뒤로 숨어 있어야 했다.
몇년전에 왔을때와 정상석이 바뀌었다 했더니 벼락을 맞아 교체한 것이라 한다.
먼저 오늘 우측에서부터 좌측으로 걸었던 봉우리들도 집어보고
뒤로는 그 자체로 부산임을 말해주는 해운대와 영도,오륙도,태종대도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본다.
가운데가 해운대,좌측으로 장산,해운대 우측의 산이 금련산과 황령산,
맨 우측 뒤로가 태종대와 영도 봉래산이다.
마치 부처님 누워있는 옆모습처럼도 보이는
우측 파리봉에서부터 상계봉 지나고 좌측 대륙봉을 거쳐 산성고개로 내려선 것이다.
뒤로는 좌 황령산,태종대,영도 봉래산, 그리고 우측으로는 엄광산 구덕산 승학산과
구덕산 앞에 뾰족 백양산으로 낙동정맥이 이어지는 것이다.
내 머리 바로 위로 낙동강 줄기에 자그마하게 을숙도도 보인다.
을숙도를 지나면 낙동강은 남해로 흘러드는 것이다.
낙동강이 남해에 합류하다.그 자체로 괜한 찡함이 있지 않은가.
날은 흐리지만 정갈한듯한 은은한 빛도 좋다.
가끔은 무채색 옷이 화려하진 않지만 차분해 보이면서도 오히려 멋스럽게 보이듯 말이다.
저물어가는 푸르딩딩함이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
왼쪽 앞줄은 백두산,가운데 솟은 신어산과 우측으론 무척산이다.
가운데 신어산 뒤로는 세겹 네겹 다 집어볼수 없겠지만 분명히 지리산도 잡혔으리라.
좌측 뒤로는 창원 불모산과 용지봉 대암산 능선이다.
왼쪽 무척산,낙동강 건너 우측으론 나즈막한 줄기 오봉산과 그 뒤로는 토곡산과 어곡산이다.
토곡산과 어곡산 사이, 조그맣게 삼각형 모양으로 올라온 산은 금오산이 아닌가.
아~ 먹물을 풀어놓은듯한 저 황홀한 색감 좀 보라.
그 감색 먹물을 뚫고 사투를 벌이는 저 노을빛도
그 아래 너울치듯 겹겹이 쌓인 산자락들도 한폭의 그림이 되었다.
말로 형용할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그리고 무채색밖에 없던 남해와 거제와 창원땅 위로도
와우~뷰티풀~ 수묵화도 수채화도 자연의 이 자연스러움은 따라하지 못하리라.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는 막바지 빛과
저 굽이지는 낙동강과 김해공항의 너른 들판까지 모든것이 조화롭게 하나의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아무 기교를 부리지 않고도 이렇게나 아름다울수 있는 것이다.
뒤로는 가덕도가 어여 오라 손짓하는것만 같으니 언젠가 다녀가겠노라 무언의 약속도 해보게 된다.
가운데 뾰족이 가덕도 연대봉이고
그 뒤로 길다란 거제도는 언제나 다시 가고픈 아름다운 곳이다.
잠시 후 외국인 몇명이 올라와 판타스틱을 외치고 또 외치고 수없이 셔터를 누르고 또 누른다.
왜 아니 그러겠는가.
실제 두 눈으로 보는 전경은 이보다 훨 강렬했으니 내 최근 산행 중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 생각했다.
해외에 우리나라는 도심의 즐길거리나 전자,통신 등으로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자연에 대해서는 거의 전무한 상태니 아쉬움이 아닐수 없다.
님들,추위도 바람도 이길만큼 아름다운 순간이지요~
맘껏 원껏 즐기다 가시와요~
그리고 우리땅 부산엔 이런 멋진 명산이 있다는 것도 잊지말고 전해주시구요~
손은 시렵고 떨어진 체력에 힘이 부치기도 하지만 이런 하늘을 두고는 감히 내려서질 못하겠다.
익숙한 서울 산도 아니련만 하산할 걱정도 지금은 모두 잊었고 그저
감탄사로는 다 채워지지 못할 숨을 토해내야 했다.
고당봉 아래 고모당도 둘러보고
결국 캄캄해져서야 하산을 시작할수 있었고 내원암 거쳐 범어사로 내려서는 길,
어두운 그 길이 익숙하진 않았지만 내 불빛과 간간이 사찰의 고즈넉함만이 길을 밝혔으니
그 기분은 또한 너무도 신선한 고요함이었고
범어사에서 범어사역으로 도로따라 내려가는 길도 밤의 운치를 더해주기 충분했다.
뷰티풀이란 말밖엔 더 이상 채워넣을수 없는 아름다운 부산 금정산이었다.
범어사에서 부산종합터미널(노포역) 가는 90번 마을버스를 타고
터미널에서 동서울행 7시 40분차를 탈 수 있었다.
서울서 당일 대중교통으로 이 코스를 마칠수 있었던 것도
건강한 몸으로 이 땅을 누빌수 있음에도 감사함이 밀려왔다.다시 찾을 그날을 위하여 화이팅이다~^^
**다음 블로그가 2022년 9월이면 영원히 종료된다는 통보에 수많은 자료들이 사라질까 두려워
급하게 낯선 티스토리로 옮기니 수백명씩 남겨주신 댓글과 공감도 모두 날아가 버렸다.
이젠 우연이라도 이 글을 보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다음 블로그에서 응원주시고 함께해주셨던 님들께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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