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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북한산 숨은벽 등산코스, 숨은벽능선 백운대 중성문 산성탐방센터. 대중교통편

 

오늘의 명산, 절경따라 걷는 길

2023년 1월, '효빈 길을 나서다'의 네번째 책 《오늘의 명산, 절경따라 걷는 길》이 출간되었습니다. 산에도 유명세를 타고 유행을 쫒는 산지들이 있기 마련이다. 요즘은 사진 스팟이나 핫 플레이

0709i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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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신간 《그 산에 그 꽃이 핀다》가 출시되었다.

 

‘산’이라는 캔버스 속 

‘꽃’이라는 팔레트

아름다운 천연의 빛깔을 만나 보자.

 

 

 

필자의 산행과 여행에는 늘 들풀꽃나무와 함께했지만

이번 《그 산에 그 꽃이 핀다》에서는 특히나 그 산에서 피어나는 야생화에 초점을 맞췄다.

 

몇 년 뒤면 공항이 생겨 접근성이 좋아질 울릉도는 특산식물과 희귀식물의 집합체로

그 모든 것이 고유종과 희귀함으로 연결된다.

이른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가덕도와 비금도는 바다를 낀 그림 같은 풍경에 압도당하게 된다.

가덕도 역시 신공항이 생길 지역이라 달라질 모습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함께 뒤따르게 된다.

야생화로 유명한 석병산과 보현산, 덕유산과 소백산, 화악산 등 그 산지마다의 시그니처 같은

야생화 이야기 그리고 미스터리한 숲, 높은 산지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식생이 즐비한

평창 대덕사 계곡도 담겼다.

 

- ‘책을 내면서’ 중

 

 

 

 

어느 곳 하나 소중하지 않고 야생화 만발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그래도 가장 많은 비중을 두어 엮은 것은 울릉도다.

성인봉과 나리분지, 그리고 독도와 관음도 일대를 4월과 6월 두 차례 다녀오며 

육지에서는 접하지 못하는 울릉도만의 특수한 매력을 가득 담을 수 있었다.

 

 

 

 

울릉도 하면 떠오르는 호박엿이 원래는 호박엿이 아닌 이 나무 이름이 잘못 알려진 유래와

보지 못할 뻔했던 헐떡이풀을 어렵게 만난 사연도 전한다.

 

멸종위기종 만큼이나 만나기가 어려워진 우산제비꽃과

울릉도 주민에게 한시적으로 채취가 허용된 울릉산마늘에 대한 이야기

나리분지와 섬말나리 이름이 생기게 된 이야기 등도 실렸다.

울릉도만으로 책 한권을 따로 만들어야 할만큼 이야기가 풍성하다.

 

 

 

 

희귀식물의 보고, 석병산은 한 계절만으로 표현하기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

4월의 석병산 그리고 꽃쟁이들이 가장 많이들 찾는  여름 야생화 편으로 나눠 구성했다.

특히나 여름철 석병산은 말 그대로 희귀식물의 교본이고 집합소를 이룬다.

 

책을 내고나면 늘 아쉬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2024년 신간《그산에 그꽃이 핀다》는 그런 아쉬움을 채우려 최대한 불필요한 요소들은 줄이고,

나날이 달라지는 식물체계에 대해 게을리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야생화 이야기에 집중하려 했다.

산과 여행, 야생화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2024년 2월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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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떠날수 없는 날,새벽에 서둘러 집을 나선다.1년만에 숨은벽에 가보려 한다.

숨은벽의 우람함에 환호 한번 해보고

단풍 물든 숨은벽을 본다면 더욱이나 황홀하겠다.

 

산행코스 : 효자동 국사당 입구~숨은벽능선~백운대~용암문~중성문~산성탐방센터(약 10km)

 

 

 

구파발역 1번 출구로 나와 704번 버스를 타고 효자2동에서 내린다.

사기막골에서 내려 시작해도 되고 34번 버스를 타도 된다.

 

효자2동 버스정류장에서 국사동 입구로 들어서면

늘 굿소리 퍼지던 국사당이 오늘은 조용하기만 하다.

하기야 집에서 5시 40분쯤 첫 지하철을 탔으니 국사당 입구엔 이제야 아침 7시.

 

 

 

국사당 지나 밤골지킴터에서 우측은 밤골계곡으로~

좌측으로는 사기막골과 만나 숨은벽으로 오르게 된다.

잠시 밤골계곡으로 걷다가 계곡 건너 숨은벽능선으로 붙어 걸었다.

이미 북한산에도 아래쪽까지 단풍이 내려온 상태다.

 

 

 

해발이 높은 산의 단풍은 위와 아래의 절정이 겹쳐 오진 않지만

그래도 북한산은 낮은 곳과 정상부 단풍을  거의 동시에 만날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나뭇가지 너머로 갈빛이 아주 진해진 백운대와

좌측으로 마치 족발의 새끼발톱(^^) 같은 숨은벽이 모습을 드러낸다.

눈을 내리 깐 매부리코 가오리 아저씨처럼도 느껴졌다.

보이는대로~느끼는대로~가보자구요.

 

 

 

이제 본격적으로 내 머리위의 숨은벽과 좌측으로 인수봉과 우측의 백운대 정상을 마주할수가 있다.

백운대 아래쪽은 장군봉과 파랑새능선이라 따로이 칭하고 있다.

 

  

 

 

마당바위(해골바위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 철난간이든 돌계단이든

단풍이 이리도 정렬을 해주니 그 길은 실크로드 부럽지 않고

 

 

 

545봉이라 부르는 영장봉을 낀 길도 아름답기 이를데 없다.

좌측 뒤로는 오봉과 도봉산이 지척으로 있지만

오늘은 날이 그닥 선명하지가 않다.물론 아침햇살이 강렬해서이기도 하지만

안개가 낀데다 시야가 좋지 않은 날이다. 다행히 미세먼지는 아니니 무어라도 상관은 없겠다.

 

 

 

 

여전히 색감 곱게 피어 있는 산부추도

 

 

 

팥을 닮은 팥배나무도 단풍 못지않게 아름다움이다.

 

 

 

 

마당바위에 올라서 본 해골바위다.

턱이 길었던 사람이었을거라 막연히 그 해골을 들여다보니

물이 고인 두 눈은 초롱초롱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기까지 하다.

 

 

 

조금은 아찔하지만 이제부턴 스릴 넘치는 바윗길이 이어진다.

얼핏 위험해 보이기도 하지만 마지막 진짜 대슬랩을 빼고는

누구라도 큰 무리없이 오를수 있는 곳인데다 어디나 다 길은 있기 마련이었다.

대슬랩 역시 우회해 돌아가게 되어 있어 걱정은 제로.

 

 

 

바위 무서워하는 나 같은 사람이 오를 정도면

크게 겁내할 것은 없어요.

비탐방로도 아니고 장비를 갖추지 않아도 되니 이만한 암릉코스가 없음이다.

그래도 눈비 오거나 바람 심할땐 조심하시구요.

 

 

 

유일한 녹음 소나무 한그루도 붉음속에선 더욱 빛을 발하고

 

 

 

 

나는 오늘 이 장군봉과 파랑새능선 아래쪽 단풍과 바위 모습에 꽂혀 있다.

늘 어둡게만 보이고 큰 물고기 비늘처럼 느껴지던 바위들이

오늘에서야 화사함에 꽂힌 보석광산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우측으로 길다랗게 희끗거리는 바위가 보이는가.

한번 그리 생각을 해서인지 자꾸 처녀귀신 치마자락처럼 보였다.

으미~무셔라.

오르는 내내 함께할 장군봉과 파랑새능선의 치마귀신에 홀려 갈 것이다.

 

 

 

숨은벽과 우측으론 백운대.

백운대 위의 태극기가 보였지만 너무 빛이 강해 사진상에 잡히질 않는다.

숨은벽은 가까이서 볼때나 멀리서 볼때나

정점으로 가는 길목에 솟아오른 바위 하나하나마다에도 힘찬 기운 가득 전해진다.

 

 

 

좌측은 인수봉으로 이어지는 악어능선이라 부르고

뒤쪽으론 인수봉 오르는 설교벽 릿지를 구분해 부르는듯도 하다.

악어능선은 장비를 갖추지 않고도 올라갈수 있는건지

다른때 보니 숨은벽 아래에서 좌틀해 악어능선으로 오르는 사람들도 볼수 있었다.

 

 

 

좌 인수봉과 가운데 숨은벽,우측으로 백운대.

오늘은 주변 경관보다 숨은벽 오르며 만나는 이 세 봉우리에 집중해 볼 생각이다.

올라온 뒤쪽으로는 강한 햇살 때문에 눈도 부시거니와 사진도 좋지 못하니

그 너머로 있을 노고산 고령산은 굳이 담진 않았다.

 

 

 

아구 놀랬어요.

또 다시 성큼~스르르 발 없이 달려온 것처럼 그리 옆에 서 있답니까.

올해 가기전에 저 처녀귀신 짝 좀 찾아주시와요~

 

 

 

처녀귀신 걱정할 때가 아니다.

계절 탓일수도 있고 요 며칠 이런저런 일들 때문일수도 있겠지만

좀 지치고 쳐져 있음이 느껴지니 말이다.

 

 

 

나는 가끔 퇴근길 집 앞 편의점에서 가볍게 맥주 한잔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수가 없다.

슬리퍼를 끌고 나가도,헝클어진 머리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

먼 약속 하지 않아도 우울할때 갑자기라도 만나 폭풍 수다를 털어놓을수 있는 친구.

그런 후 내 행동을 후회하지 않아도 되고,뒷말이 새어나가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친구.

그런 친구가 집 가까이 살면 좋겠다.

 

 

 

그런 친구에 남녀가 무슨 상관이고 또 노소가 무에 중요하겠는가.

이런 풍경 앞에 아름답다 맞장구 칠수 있고 말이 통하는 자라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친구 아니겠는가.

 

흘러내리는 암벽에 핀 꽃들, 이 아름다움에 무슨 말을 덧붙일 자신이 없다.

문장력 딸리는 나 대신 고급진 표현 하나씩 날려 주시와요~

제가 넙죽 받아먹겠습니다요.

 

 

 

그저 남성의 강한 힘으로만 느껴지던 숨은벽에 단풍이 물들어가니

그 강인함과 무뚝함이 중화되는 느낌이다.

절대 변하지 않을것 같던 그 남자에게 여인이 생긴 뒤 부드러워진 모습이랄까.

더욱 따뜻한 이미지로 느껴지기도 했다.

 

 

 

아~아무리 그래도 숨은벽 하면 이 우람함 아니란가.

바짝 마르기만 한것도 아닌것이, 그렇다고 비대하게 근육만 키운것도 아닌것이~

묵직함과 힘이 느껴지는 숨은벽은 그야말로 남성 그 자체.

옆에 있으면 든든할것 같고 믿음직스러울것 같고~

마치 미장공이 각 세워 시멘트를 바르다 멈춘듯한 날렵함도 느껴진다.

 

 

 

숨은벽만이 남성처럼 느껴질수도 있지만

다이나믹한 것은 저 악어능선 따라 인수봉 머리로 이르는 꿀렁꿀렁한 매력도 놓쳐선 안되겠다.

백운대에 올라선 본 인수봉은 전혀 다르겠지만

그리고 나만의 생각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쯤에서 느끼는 인수봉 머리는 어느 남근석보다 힘찬 남근처럼도 보였다.

 

 

 

숨은벽 앞에서 많이 보고 많이 놀았다.

이곳부터 숨은벽은 전문 장비를 갖춰야 하니 계곡으로 내려갔다가 깔딱고개로 올라갈 것이다.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

그 골 사이로 들어오는 단풍은 최절정기를 맞았으니 아름다움도 끝으로 치닫는다.

 

 

 

백운대 정상쪽으론 이미 단풍이 말라 있지만

중간 능선 아래쪽으론 단풍이 아주 곱다.

 

 

 

온통 다 붉음보단 간간히 붉음과 갈빛과 익어가는 연노랑이 섞인 길이

나는 더 아름답다 느껴졌으니 이것 또한 성격일수도 있겠다 싶었다.

모든게 다 똑같이 일률적인 것보다는 각자의 색이 느껴지는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뭐헌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산너머, 저 산 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뭔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생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
마른 지푸라기 같은 내 마음에
허연 서리만 끼어가고 저 달 금방 져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 턴디


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

뭐헌다요. 뭔 소용이다요.

 

-김용택의 들국-

 

 

그 사람 오지 않음 이 단풍도 다 뭔 소용이단가요.

가을이면 생각나는 김용택의 들국이란 시다.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단풍과 대비되는 오지 않는 사람.

그래서 더욱 원망 섞인 가을일수 있지만

누군가를 애타게 그리워 할 대상이 있다는 것도 행복 아니겠는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쉬 사랑이란 감정이 튀어나오지 않으니 말이다.

 

 

 

암벽 사이에 피어나니 더욱이나 돋보이는 핏빛 물결.

그 정열을 못 이겨 터져 나올것만 같다.

 

 

 

그렇게 깔딱고개를 올라 호랑이굴을 넘어서면 

백운대 가는 길과 만나게 된다.

이 깔딱고개를 넘어서면 초겨울을 만난듯 단풍도 거의 시들어가고 있었다.

 

 

 

백운대 사면과 인수봉 저 가운데 사이로 올라온 것이다.

뒤로는 수락산 기암들 꿀렁거리고 우측으론 불암산이 시작되는 덕릉고개다.

 

 

 

늘 한몸처럼 붙어 다니는 수락산과 불암산.

아침 안개가 짙지만 뒤로는 멀리 화악산 명지산부터

철쭉산행지인 서리산~축령산,봄철 야생화의 보고인 천마산 화야산까지~

일일이 다 거론하지 못할만큼 수도권의 유명한 산들이 저 너머에 모두 밀집했음이다.

 

왼쪽 나뭇가지들 뒤로 백운산장도 살짝 보인다.

말 많았던 국공에 귀속되는 문제는 잘 해결되고 있는지~산장지기 어르신들과 그 집 멍멍이는 잘 있는지~

 

 

 

시작된 백운대 오름길.

햇살을 등지고 큰 암봉이 막아주니 하늘은 블루를 넘어 진하기가 이루 말할수 없다.

백운대 오르는 길은 북한산의 최고 볼거리임에 확실하다.

 

도심속에 이런 거대 바위산이 있다는게 어디 그리 흔한 일이던가.

그러니 외국인들이 서울에 오면 청바지 입고 운동화 신고도 오르는게 이상한 일도 아닐 것이다.

이 커다란 바위 하나만으로도 북한산을 논할수 있고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최고의 걸작 명작임을 주저할 필요도 없겠다.

 

 

 

오묘한 저 무늬들은 또 누가 그려 넣은들 저만이나 하겠는가.

숨은벽이 남성적인 느낌이었다면 백운대 오르며 마주하는 느낌은 풍만함과 여성적인 부드러움이었다.

은밀한 유혹마저 느껴지니 볼수록 신비한 자연이 아닐수 없다.

 

 

 

백운대 오르면서 만나는 오리바위는 늘 농장에서 기르는 기러기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기러기 농장에서 보았던 기억이 오래 남는 이유였을 것이다.

 

이런 툭 튀어나온 바위 형태를 토어 지형이라 한다.

토어란 차별적인 침식,풍화작용이 지표면에 연결되어

독립적인 형태로 노출된 바위덩어리를 말하는데

비봉 옆의 사모바위나 숨은벽의 해골바위가 북한산의 대표적인 토어지형이다.

 

 

 

오리바위 왼쪽 뒤로는 만경대, 오른쪽은 노적봉으로~

노적봉 뒤로는 보현봉,문수봉,장군봉,나한봉 등으로 이어지고~

 

 

 

이르게 시작했음에도 이미 사람들 발길 많이들 늘어났지만

그래도 줄 서 기다리지 않으니 주말 도심산행이 쾌적하게까지 느껴진다.

 

 

 

백운대에서 보는 인수봉은 북한산행의 백미이기도 하다.

그리 위압적이지도그렇다고 너무 작지도 않는 딱 이대로의 걸작.

왼쪽 뒤로는 오봉과 도봉산 수뇌부들이 그대로 드러나고, 왼쪽 오봉 뒤로 민머리 사패산 암봉도 보인다.

 

 

 

백운대 정상, 사람 서 있는 아래 바위를 보고 깜짝 놀랬다.

왜 그전엔 다니면서도 이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지.

어느 영화속의 유령인듯 눈코입이 정확히 보이고 미이라에서 보았던 모습처럼도 보였다.

 

 

 

3.1운동 암각문이 새겨져 있는 836m 백운대다.

흰구름 두둥실 백운대라~

백운대와 인수봉 그리고 만경대의 세 봉우리가  큰 삼각형 모양으로 보여 삼각산이라 불리던 북한산.

그 삼각산 옛이름을 찾자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또한 국공에서 쓰고 있는 이름을 따로 역행해 부르기도 그렇다.

 

 

 

어쨌든 거기 앉은 님 조망이 끝내주지요~

근교산행을 오면 좋은 점이 바로 이거다.

시간에 쫓길일이 없어 좋고, 마냥 멍때리고 앉아 있어도 된다는 점.

하산 후 마음 맞는 사람과 막걸리 한잔과 지글거리는 파전에 취할수도 있고

먼 산행길에선 다 하지 못하는 긴 수다를 나눌수도 있다는 점.

뒤로는 왼쪽 만경대와 오른쪽 노적봉. 노적봉 뒤로는 보현봉,문수봉,장군봉,나한봉이 이어지고~

 

 

 

좌측 뒤 뾰족 보현봉,문수봉에서 가운데 뒤쪽으론 사모바위,비봉, 향로봉으로 비봉능선이~

그 앞라인 가운데서 우측으론 의상능선이 이어진다.

오늘은 더욱이나 희뿌연해 암봉들이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지만

비봉능선 의상능선은 직접 그 속을 거닐때 만족도가 훨씬 좋은 능선들이기도 하다.

 

태조 이성계의 왕사였던 무학대사가 조선의 후보지를 찾아 순례할때

백운대로부터 맥을 밟아 만경대에 이르러 서남 방향으로 가 비봉에 이르렀을때

거기 한 석비가 있었는데 무학이 길을 잘못 들어 여기에 이른다~라고 적혀 있어

길을 바꾸어 내려가 궁성터(경복궁)를 정하였다 한다.

그리고 비봉엔 신라시대의 진흥왕순수비가 있는데

진품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기고 실물과 같은 크기의 복제품이 세워져 있다.

 

 

 

예로부터 범상치 않았던 북한산임은 남겨진 유물과 흔적들이 말해주고 있음이다.

좌측은 의상능선 첫 봉우리인 의상봉,우측은 낮은 곳이 원효봉이고 더 높고 뾰족이 염초봉이다.

나즈막해 보이는 원효봉이지만 저곳에서 바라보는 백운대와 만경대 풍경도 아주 볼만하다.

 

 

 

원효봉 넘어 염초봉으로 오르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위험해 차단해 놓은 상태다.

우측 뒤로는 북한산 조망처로도 훌륭한 노고산이다.

 

 

 

수백명이 앉아도 될만큼 정상 아래의 너른 바위가 아직은 한산한 편이다.

여유로운 도심 산의 오전 풍경이다.

마지막으로 인수봉과 좌 뒤 도봉산과 그 우측으로 수락산 불암산도 담아본다. 

 

 

 

보통은 백운봉암문(위문)에서 하산길이 짧은 좌측 도선사 방향으로 하산을 했었는데

오늘은 우측 산성탐방센터로 내려갈 생각이다.

 

일제때부터 위문이라 불러 우리에게도 익숙했던 위문의 본 이름은 백운봉암문이다.

백운대와 만경대 사이에 위치한 암문으로 북한산성 성문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암문은 비상시에 병기나 식량을 반입하는 통로이자 구원병의 출입로로 활용된 일종의 비상출입구였던 것이다.

국공에서도 백운봉암문이라 바꿔 안내한지 오래. 이제는 위문 대신 백운봉암문이라 부르자구요.

 

 

 

와우~정말 곱다 고와.

산성탐방센터 방향으로 내려서는 길에도 단풍이 절정을 맞았다.

단풍은 역시 숲으로~속으로 들어와 봐야 그 진가 제대로 느낄수가 있다.

바로 직진해 내려가지 않고

좌측 대동문과 북한산대피소 방향으로 갔다가 태고사쪽으로 내려갈 것이다.

 

 

 

같은 백운대이면서도 숨은벽 오르며 보는 모습,

백운대 아래에서 보는 모습,또 대동문 방향으로 가면서 보는 모습은 또 다른 형태로 매력을 뿜어내고 있다.

활짝 핀 박쥐의 날갯짓인듯 오묘한 행위예술가의 작품인듯.

백운대 오르는 사람들과 그 위 마당바위에 앉은 사람들도 보인다.

 

 

 

그 아래로 염초봉 원효봉과

북한산에 많고 많은 사찰 중 대동사 상운사도 그 아래에 자리한다.

 

 

 

 

북한산 대피소 지나 내려서는 길도 아래쪽으로 아래쪽으로 단풍이 절정이다.

붉음과 노랑과 선홍빛까지 형형색색의 단풍길 감상하면서 내려가 보자.

 

 

 

 

 

이 가을에 한 번이라도

타오르지  못하는 것은 불행하다

내내 가슴이 시퍼런 이는 불행하다

 

단풍잎들 일제히

입을 앙다문 채 사색이 되지만

불행하거나 불쌍하지 않다

 

단 한 번이라도

타 오를 줄 알기 때문이다

너는 붉나무로

나는 단풍으로

온 몸이 달아 오를 줄 알기 때문이다

 

사랑도 그와 같아서

무작정 불을 지르고 볼일이다.

 

폭설이 내려 온몸이 얼고

얼다가 축축이 젖을 때 까지

합장의 뼈 마디에 번쩍 혼불이 일때까지   

 

-이원규의 단풍의 이유-

 

 

 

그래~

이 가을에 한번이라도 타오르지 못한다는건 불행한 일이다.

한번쯤은 무작정 질러보고 싶은 욕망인들 왜 없겠는가.

피가 식었을까~

두근거리는 마음과 설렘이 다 사라졌을까 두려운 마음도 이 가을 앞에 선다.

 

 

 

끝없이 이어지는 단풍숲을 거닐고

중성문과 대서문을 지나 산성탐방센터로 내려와 산행을 마무리 한다.

 

 

 

 

붉음과 갈빛으로 중무장한 북한산은

오늘도 그렇게 일상에 지친 객들을 말없이 맞아주고 있었다.

 

**다음 블로그가 2022년 9월이면 영원히 종료된다는 통보에 수많은 자료들이 사라질까 두려워 

급하게 낯선 티스토리로 옮기니 아무런 친구 관계가 없음에도 수백명씩 남겨주신 댓글과

공감도 모두 날아가 버렸다. 이젠 우연이라도 이 글을 보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다음 블로그에서 응원주시고 함께해주셨던 님들께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