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좀 다운될때는 괜히 시골집에 다녀오고 싶다.
엄마 아버지가 더 보고싶어진다.
아직도 보일러를 틀어야 하는 곳~
그곳에도 이미 봄은 한창이었다.
이웃의 밭엔 무얼 심으려는 것인지 밭고랑이 만들어졌고
밭이랑엔 비닐이 덮혀지고 있다.
구기자를 재배하는 것인지 오미자밭인지~
시골에선 그래도 수입원이 될 약용식물들.
곧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틀리지 않았나 보다.
서울엔 잠잠한 비소식이 이곳엔 곧 시원하게 내릴것 같다.
내가 내려오는 날엔 비가 내린다는 엄마의 말을
입증이라도 하려는듯이 오늘도 어김없다.
비가 내리면 엄마와의 산책이 무산되니 아쉬움이다.
엄마의 뜰엔 양갈래 정갈하게 땋은 여학생 머리같은
금낭화가 주렁주렁 꽃을 피웠고~
좁은 뜰 여기저기엔 더덕과 도라지와
이제 막 올라와 비빔밥으로 제격인 상추와 부추가 한가득이다.
지면패랭이(꽃잔디)는 그렇지 않아도 비좁은 뜰을 혼자 차지하려 퍼져나가고~
하늘매발톱도 꽃을 활짝 피웠다.
이곳 하늘매발톱은 다른 하늘매발톱과 색도 잎도 조금씩 다르게 생겼다.
작년엔 하늘매발톱이 제법이나 많이 보이더니
어떤 아이에게 자리가 밀렸던지 올해는 이게 전부다.
바람이 심해진다.
엄마,비가 내릴려는지 허리가 더 아파온단다.
지금 이 나이에도 조금만 숙였다 폈다를 반복하면
허리가 끊어질듯 아픈데 엄마의 허리는 어떠할지 상상이 가고도 남음이다.
밤에 허리좀 많이 주물러 드려야겠다.
겹백매화도 탐스럽게 꽃을 피웠다.
가끔 아버지가 미울때가 있다.
엄마가 아프면 가장 큰 타격은 아버지일텐데도 엄마 아픈꼴을 보질 못하신다.
매끼 까다로운 식사 챙겨야하지,
그 성격 비위 맞출 사람 엄마밖에 없지~
물론 당신 몸이 편찮으신건 알지만 그래도 행여 엄마가 어디가 좀 아프다 하면
당신이 더 아프다는걸 은근 부각시키려 한다.
자식에게 당신을 더 보여주고 싶으신거다.
애기처럼 자신에게 더 집중이 되는걸 원하는거다.
그럴땐 어찌나 아버지가 미워 보이는지~
자식이 오면 괜히 더 엄살이 심해지신단다..^^
예나 지금이나 그 성격은 죽질 않았다.
엄마 왈~ 몸이 나이를 먹으면 정신도 함께 좀 수그러들어야 하는데
그 총기는 조금도 죽질 않아 피곤하단다.ㅎㅎ
몸은 불편해도 어찌나 정신이 맑은지 젊은 우리들보다 낫다.
하기야 그래서 서로서로 보완하고 사실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평소 엄마 위하는건 멀리 떨어진 자식보단
아버지임을 잘 아는지라 서운한거 조금 있어도 이해하게 된다.
자식은 그저 멀리서 위하는척 하는 마음만 앞설 뿐이다..
예전에는 그런말 한마디 없더니만 요즘엔
너희 엄마가 잘 챙겨주고 맛있는거 많이 해줘
내가 이리 잘 살고 있다~~그런 말씀도 잊지 않고 하신다.
엄마와 자식을 동시에 기분좋게 해주는 말이다.
박태기나무도 집앞 도로공사를 하면서 다 사라지고 하나 남았다.
언제봐도 풍성하고 예쁜 꽃.
겹벚꽃이다.
꽃자루가 긴 벚꽃과의 공감대가 형성되긴 하지만
그것 이외엔 전혀 벚꽃 느낌이 나지 않는 겹벚꽃.
주름잎.(누운주름잎인지는 구분하지 않음.)
집 앞, 노란꽃이 필 삼잎국화 주변으론
자주괴불주머니도 몇개체 보인다.
삼잎국화는 나물로도 먹는다는걸 최근에서야 알았다.
꽃만 봐서는 삼잎국화는 겹황매화와도 많이 닮았다.
현호색과의 자주괴불주머니.
이것은 들현호색으로 보인다.
그러고보니 들현호색은 처음으로 카메라에 담아보는 것이다.
뒷집의 밭에
무슨 꽃이 이리 올망졸망 피었을까~
수줍은 시골 처자 항아리치마 같은 꽃.
정말 궁금하다.
아무리봐도 그냥 꽃만을 보기 위해 심은건 아닌것 같고
무언가 먹을수 있는 열매가 열리는 것으로 보이는데~~
너무 궁금해 작년에 집 근처를 찍어둔 자료를 찾아보니
블루베리 열매가 보인다.
아~맞다..보라색 진주.
블루베리 열매도 아랫부분이 이 꽃처럼 생겼다.
블루베리꽃은 처음 보는 것이다.
진달래과의 산앵도나무속 북아메리카 원산지인 블루베리.
보라색 열매는 안토시아닌과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풍부해
항노화,항당뇨와 항암작용에 우수하다 알려진바 있다.
눈의 피로를 풀어주고
시야를 맑아지게 해준다는 연구발표도 나온 이로운 식품이다.
몇년전부터 블루베리의 우수한 성분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이젠 수입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블루베리를 먹어볼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미국산이 많은 형편.
그 블루베리가 노지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라고 있다니 신기할 뿐이다.
비가 촉촉히 내린다.
비가 내리는 날도 좋지만
그럼 엄마와의 동네한바퀴가 날라가 버린다.
여기저기 이야기하면서 무엇이 나고 있는지 들로~ 낮은 산으로 가봤을텐데~~
집 근처 텃밭이 전부인 엄마에게 저 플라스틱 화분들도 좋은 땅이 된다.
저곳엔 곧 주렁주렁 제법이나 많은 고추가 달릴 것이다.
논이었던 곳이라곤 생각할수도 없을만큼
무시기들이 날라와 늪을 만들어 버렸다.
동네에 농사지을 사람들이 없어진 탓이었다.
엄마의 뜰엔 모란이며 작약이며 다른 꽃들은 아직
꽃봉우리도 맺히지 못했다.
이곳은 5월까지도 보일러를 돌려야 할만큼 쌀쌀하다.
티격태격하는 그 모습일지라도 엄마 아버지 보고나면 위로가 된다.
부모 없는 고향이 어디 예전의 고향이겠는가~
나는 부모 안계신 고향엔 가지 못할것만 같다.
언제라도 막내딸 찾아갈 곳 있게끔 오래오래 살아주세요..
꼭 그래주실거지요~~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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