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남진 댓재에서 구부시령까지의 구간이다.
산행코스 : 댓재~황장산~큰재~자암재~환선봉~덕항산~구부시령~예수원
산행거리 : 접속구간 포함 약 15km
산행시간 : 후미쯤에서 느린 걸음으로 4시간 4~50분쯤.
11시가 다 되어 강원도 삼척시 미로면 활기리의 댓재에 도착한다.
환선굴로 이어지는 28번 도로에 위치한 댓재.
큰재까진 5km.
반대편은 지난번 하산한 햇댓등과 두타산.
황장산까진 0.6km의 짧은 거리로 처음부터 오름길이다.
사방이 나무들로 들어차 특별히 조망은 없는 황장산(1,059m)
조선후기 궁에서 쓸 관을 짜기위한 목재를 키우는 봉산.
소나무중에서도 속이 황색으로 단단하고 질좋은 금강송이 주로 쓰였다.
백두대간 포암산 일대에도 황장봉산으로 지정된 황장산이 있었다.
백두대간이란~
한번쯤은 꼭 걸어보면 좋을 길~
현재는 백두산에서가 아닌 진부령에서 시작이지만 언젠가는 그 백두산까지도 이어보고 싶은 길.
흐린 날이다. 흐리다기보단 시야가 흐릿한 날.
바람도 시속 20km가 넘는 날이다.
그래선지 어느 회원님도 쉬고 가시는 분들이 없다.
모두 바람에 실려 날아가셨나 보다.
이미 어제 설악에서 많은걸 보고 내려온지라
크게 바라는게 없는 날이다. 그러니 날씨가 어떻든 상관은 없다.
하산해 할일없이 빈둥거릴테니 그냥 천천히 걷기로 한다.
강원도에 눈소식이 귀하다는게 실감나는 날이다.
오히려 올해는 전북이나 충청도에 눈소식이 더 잦다.
준경묘 갈림길.
이 구간엔 곳곳에 백두대간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고맙긴 하다만 뭐 하나 바뀐것 없이 똑같은 내용을 굳이 ~
차라리 모르는 나무들에 이름표 하나라도 달아주면 나는 더 고마웠을 것이다.
미세먼지는 물러갔다 했는데 왜이리 시야가 안좋은지 모르겠다.
심한 바람으로 서쪽의 나쁜 공기가 동해로 밀려오는 것인지~
이 구간은 정말 평이한 코스다.
알바할만한 곳도 없다.
겨울산행임에도 눈이 쌓여 있지 않으니 특별히 힘들일도 없다.
풍차가 보이는걸 보니 큰재와 귀네미마을이 가까워졌다.
바람 많은 백두대간길엔 어김없이 풍력발전기가 설치되었고~
큰재로 내려선다.
반대방향에서 오는 다른 단체객들도 만난다.
댓재에서 5km 왔고
가야할 덕항산까지는 6.8km.
큰재에서 임도따라 풍차가 있는 고냉지배추밭으로 간다.
바람때문에 정신이 혼미할 정도다.
그 바람때문에 쉬지도 않고, 사진들도 많이 찍지 않고
어찌나 빨리 가버렸는지 회원들은 보이지 않는다.
큰재 지나면서 바라 본 지나온 능선.
현위치, 큰재 지나 귀네미마을의 배추밭 초입.
광동댐이 만들어지면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산이었던 이곳을 개간해 현재에 이르렀다.
널리 알려진 이주단지 귀네미마을의 고랭지채소밭이다.
바람 많은 이곳엔 어김없이 풍차가 세워졌고
매봉산 바람의 언덕이 떠오르기도 하는 곳이기도 하다.
고랭지채소밭의 홀로 선 나무는 몇년전 1박 2일팀에서 이곳에서 촬영을 한 후
더 이름이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날아갈것 같아욤~~
바람이 어찌나 쎈지 서 있기도, 사진 찍기도 힘든 날이다.
맑은 날이었음 더 한참을 놀다 갔을텐데 얼른 안전한 곳으로 피해야 돼요
산우님도 바람에 휘청휘청~
그런데 이 길을 지나면서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고랭지채소밭이 주민들에겐 삶의 터전일테고
지나는 산객이나 관광객에겐 볼거리가 되어줌에 확실하지만
한가지, 밭을 넓혀갈수록 산은 파헤쳐졌고 백두대간길은 사라지고 있었다.
말 그대로 대간길은 많이도 훼손되었다.
양날의 칼처럼
무엇다 맞다,잘못되었다 판단하기도 어려운 세상이 되버린것만 같다.
무엇이 맞든간에
매봉산 고랭지밭이 그러하듯 이곳도 배추가 한창일땐 아주 장관이겠다.
다른 님들은 바람때문에 이 언덕에 서 있지도
인증샷 찍는건 엄두도 못내실테다.
그런판에 나는 두둑히 찌워둔 뱃심이 있으니 버텨본다.
이왕 온거 할짓은 다하고 가겠다 이거다~^^
나는 이 바람에도 어쨌든 웃어가면서 잘도 버티는데
정작 사진을 찍어주시는 님은 휘청휘청 거린다.
네~ 앉아서 찍으심 좀 낫겠네요.. 그러니 사진도 더 안정적이구요
이제 더는 못버티겠다. 그만 갑시다..정말 날아갈 판이다.
배추밭 임도길과 다시 만난다.
이러다 어느날 산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까도 걱정이다.
한 회원님은 모자가 날라가고 난리가 아니다.
쟈켓 모자를 덮어 쓴다고해도 바람 쎈 날엔 소용도 없다.
그러니 꼭 끈 있는 모자를 쓰시라니깐요
배추밭 임도길 따라가다 다시 산길로 들어서야 한다.
산중의 볼거리임에 확실한 고랭지채소밭.
배추가 한창일때는 관광객들도 많이 찾을것이다.
배추밭은 그 자체로도 풍요로움이 느껴져 좋다.
밭 끝으로 줄이 쳐져 있고 없어진 길로 간신히 지난다.
귀네미마을과 배추밭과 풍차.
바위가 자색을 띠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자암재다.
덕항산보다 유명한 환선굴로 내려갈수 있는 삼거리다.
구부시령 가는길에 있는 새목이고개와 아주 비슷한 길.
이 곳도 새목이라고 불러도 좋을듯 하다.
지각산이란 다른 이름을 갖고 있는 삼척시 신기면의 환선봉(1079m)
삼척시 하장면 숙암리엔 또 다른 지각산(904m)이 있었다.
환선봉과 뒤로는 지나온 고랭지채소밭이 살짝 보인다.
이 아래로는 환선굴과 대금굴이 있는 신기면 대이리의 동굴지대다.
저 배추밭을 지날땐 모르겠더니만 이쪽에서 보니
석회암으로 높이 솟은 산이었다.
그곳에 배추밭이 들어서니 고지대의 대간길이란걸 인지하기가 힘들었음이다.
이제 마지막 봉우리 덕항산으로 간다.
태백 하사미동과 삼척 신기면의 경계에 있는 덕항산(1071m)
덕항산이란 이름보다는 환선굴로 더 알려진 곳이다.
산 전체가 석회암으로 산 아래로는 유명한 동굴들이 많아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흐린탓에 환선굴 입구 상가단지도 뚜렷이 보이질 않는 날.
환선굴에서 오를때의 덕항산과 능선을 따라 대간길을 걸을때의 덕항산은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석회암 산이라는것도 아래에 환선굴이 있다는것도 인지하기 힘들만큼
능선으로는 전형적인 육산이다.
넓은 공터가 있는 새목이고개를 지난다.
산등이 잘록하여 새의 모가지처럼 생겨 새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런 새목이는 오는길에 한번 더 있었다.
오늘 접속구간인 예수원으로 하산할 구부시령이다.
건의령까지 가거나 아님 무박으로 피재(삼수령)까지 진행하기도 하는데
짧아 조금은 아쉬운 코스다.
아홉 서방이라굽쇼~~
부러워해야 하는것인지~ㅎㅎ
에휴~나같이 게으른 사람은 아홉서방은 커녕
내몸 하나 건사하기도 버겁다~^^
예수원으로 하산하는 길.
예수원은 이제 세번째 밟는 것이다.
다음 구간부터는 코스가 더 짧아진다.
겨울산행은 코스가 짧은 대신, 눈이라도 많이 내리면 좋을텐데
물론 눈이 없다고 걷는 길이 즐겁지 않은것은 아니지만
넘 짧게 끝나는 산행이 아쉬울 따름이다.
하사미교로 내려가기 전에 있는 예수원.
종교적인 건물보다는 오래된 산장 느낌이 난다.
몇개의 동이 있고 규모도 생각보다 크다.
방 창문이 작고 많은걸로 보아 종교인들의 교육장,연수원쯤으로 사용되는것도 같다.
산에서는 특별히 사진찍고 놀만한 곳이 없었다.
귀네미마을의 고랭지채소밭이 있었지만
바람이 너무 쎄서 그 자리를 지키고 서있을수가 없었다.
그러니 요즘은 보기 힘들어진 공중전화 박스에 들어가
진짜로 되는 전화인지 수화기도 들어본다.
뚜뚜뚜뚜~~신호음이 울린다.
사용할수 있는 전화기다.
계속 버튼을 누르지 않으니 여자가 뭐라뭐라해싼다~^^
정말 어디라도 전화를 해볼까
그런데 누구한테 걸어야하지~
이 기분을 전해주고도 싶다만 동전도 없고 카드도 없고.
하산해도 시간은 남아돌테고 할일도 없을테니 이러고 별짓 다해가면서 놀고 있다..
그만 갑시데이~
오늘은 후미 그룹마저도 다들 빨리 내려온다.
바람때문에 지체할수가 없었을 것이다.놀고 있었더니 정말 거의 꼴찌가 되버렸다.
하사미교에서 오늘 일정은 끝이 난다.
이 구간은 눈이 많이 쌓여 힘든 날이 아니라면
5시간이면 충분한 코스다.
대간길은 코스가 길지 않다면 고도가 높은 령이나 재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일반 산행보다도 수월할수 있다.
오고가는 차안이 늘 고행의 시간일뿐 오히려 산행은 힘든것이 없다.
특히나 히터를 많이 틀어놓으면 나는 거의 초주검이다.
건조해 입은 바짝바짝 마르고, 속은 미싯거려 곧 토할것 같고~
그러니 산행때나 하산해서 많이 먹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하철 수준의 난방이면 족할텐데 버스는 그 두세배가 넘는다.
그런데도 춥다 하시는 분들이 있으니 참으로 나는 죽을 맛이다.
쌩쌩 배기가스 뿜어내는 서울이라도 찬바람을 쐬니 살것 같다.
7월, 진부령부터 대간 남진을 시작하고 6개월째가 되었다.
함께한 산우님과 서울 돌아와 처음으로 맥주 한잔을 기울인다.
한잔 하는게 뭐라고 이래저래 오래도 걸렸다.
2015년의 마지막 산행이 되었다.
돌아오는 2016년은 또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어떤 산행을 하고 있을지 아직은 모른다.
가끔은 이 산행을 그만두고도 싶어진다.이 산행보다 더 가슴 뛰는 일이 생긴다면 말이다.
그런일이 쉽게 일어나지도 않겠지만
또 한편으론 그런 설렘이 있는 2016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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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어느때라도 감동하며 경외하며 걷는 길〈설악산의 사계와 야생화〉가 책으로 출간되었답니다.
사계절 오르고 또 오르며 담아낸 오색찬란 설악 이야기에 한권쯤 소장할 가치 있을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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