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햇살에 창문 활짝 열어보니
아파트 단지에도 벚꽃이 만개하고 있다.
가족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화분에 물을 주고 커피 한잔 마셔주니 행복 기운 몰려온다.
좀 무심했나~
한달에 두번 정도 물을 주고 있지만 요즘같은 날씨라면 횟수가 좀 늘어나야겠다.
13년전 어느 봄날,
천오백원,이천원을 주고 샀던 미니화분들이 잘 자라준 덕분에
이제는 천장을 뚫을것 같은 크기로 자라났다.
시간이 지나도 더이상 크지 않는것들도 있었다.
게으린 탓에 이쁘고 굵게 자랄수 있도록 가지치기 한번 못해줬다.
아무렇게나 맘껏 원하는대로 뻗쳐 나가보라고~
내가 한것이라곤 큰 화분으로 옮겨준것이 전부~
그런데도 게으른 사람 적응하며 잘 살아준것이 어찌나 고마운지 모른다.
창가에 바짝 붙어 햇살을 받으니
주인장의 손길 없이도 나름 십여년 삶의 방식을 체득했을테지만
기특한건 안쪽으로 자리한 테이블야자다.
커튼을 쳐버리는 날엔 그 빛마저도 볼수 없는데도 꿋꿋이 자라주고 있었다.
게다가 스파티필룸을 빼면
우리집 화분중에 유일하게 꽃 피는 테이블야자 아니던가~
물론 다른 아이들이 꽃을 피웠어도 내가 무관심해 지나쳤는지도 모른다.
처음엔 이게 꽃인줄도 모르고 둥글둥글 떨어져 나뒹구는게
여간 귀찮은게 아니었다.
어느날 문득 드는 생각,
10cm 조금만 새싹이 나에게로 와서 해마다 꽃을 피우고
때로는 내 화풀이 대상이 되어줬을 것이고
내 주절거림도 귀 따갑도록 들어야 했을 것이다.
가끔은 무기력해 축 쳐져있는 나를 그 생명력으로 깨워줬을 것이고
공기정화식물이란 타이틀을 내려놓고라도
십여년 그대들은 나의 가장 큰 벗이었다고~
있는듯 없는듯
늘 그 자리에 있어주어 새삼 행복했고 감사했다고~~
.
.
집 근처 마트에 들러보니 호주산 쇠고기가 반값세일을 하고 있다.
세일을 해서인지 돼지고기보다 싸다.
하기야 요즘 돼지고기값이 워낙 비싸야 말이지~
간만에 혼술할 기회도 찾아왔으니 그냥 지나칠수 없다.
모처럼 스테이크용 소고기와 비싸지 않은 적당한 와인 한병 사가지고 돌아온다.
제법이나 큰 한덩이를 반값 쎄일해 만원 정도에 샀다.
보통때라면 생각지도 못할 가격이다.
간만에 창문 활짝 열어 제끼고 환풍기 팍팍 돌려본다.
음~제법 맛있겠는걸~
먹기 편하게 잘라놓으니 이제야 군침이 돈다.
어머니가 보내주신 비름나물도 꺼내놓고~
이거 하나면 집나간 입맛도 돌아올만큼
밀가루 묻혀 쪄낸 이 꽈리고추찜을 나는 참 좋아한다.
마땅한 반찬이 없을땐
고소한 들기름에 신김치 달달 볶아 내놓으면 그만이고~
김치만 맛있으면 조미료 첨가없이도 훌룡한 한끼 반찬이자 안주가 된다.
고기를 밥하고만 그냥 먹는다~
아~~그건 차마 못할 일이요~
집에서 가볍게 한잔할때는 맥주 한두잔이 전부지만
스테이크용 소고기엔 와인이 딱~
적당히 새콤해진 김장김치는
침샘 자극하는 보조 역할로 끼워주고~
절인 콩잎은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니 한자리 내어준다.
때론 가장 가까운 가족도, 친구도 부담일때가 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때~그래서 가끔은 혼술이 좋다.
오늘 이 기분좋은 한잔에 내일은 좀 쉬어야겠다.
허리가 아플 지경이거나,
배가 고파 도저히 못누워 있을때까지 뒹굴거리다가
잘 시켜먹지 않던 중국집에 전화해
얼큰한 해물짬뽕으로 속을 달래볼 생각이다.
술마신 다음날은 왜 그리 달달한것이 땡기던지~
냉장고속 달콤사르르한 생크림케잌도 원없이 먹어볼 생각이다.
모든 일을 마치고 돌아온 갈증나는 저녁,
시원하게 샤워하고 굳이 제대로 보지 않는 TV도 틀어놓고~
목넘김 좋은 한잔에 행복이 밀려오기도 한다.
재충전을 위해서라도 잠시 휴식을 가져봐도 좋겠다. 좀 쉬어보자.
**다음 블로그가 2022년 9월이면 영원히 종료된다는 통보에 수많은 자료들이 사라질까 두려워
급하게 낯선 티스토리로 옮기니 많은 분들이 남겨주신 소중한 공감과 댓글도 영원히 날아가 버렸다.
이젠 이 글을 우연히라도 보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다음 블로그를 통해 응원주시고 함께해주셨던 님들께 감사한 마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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