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14년

백두대간 진고개~대관령

효빈. 2014. 11. 12. 22:35

 

2014년 11월 9일 일요일(토요무박)

처음 찾는 산악회.

첫 출발 탑승지부터 나는 헤매고 있었다.

며칠째 꿀꿀한 기분,사실은 너무 가기 싫은 날이다.

어떻해서라도 빠질 여지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자면 애쓰신 회원님에게도 미안하고..

그렇게 진고개를 향해 출발하고 있었다.

 

 

 

산행경로 : 진고개 ~ 노인봉~ 소황병산 ~ 매봉~ 곤신봉~ 새봉~선자령~대관령

산행시간 : 여유있게 8시간 10분쯤.

산행거리 : 약 24km.(재는 방식의 차이때문인지

                    대간을 여러번 하신 분들도 24km가 조금 넘는다는 분들도 계시고

                     27~28km라 하시는 분들도 있다.

                     도통 나는 무에가 맞는건지 모르겠다.

                     재는 방식을 통일시켜 일치화했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보면서..)

              

 

 

새벽 3시가 조금 넘은시간..

평창군 대광령면의 진고개로에 있는 오대산 국립공원 진고개 입구..

노인봉까지는 3.9km.

 

지난주에 이어 세분의 회원님들과 처음 참석하는 산악회.

오늘도 비탐방 관계료 무박산행을 하게된다.

무박산행, 이왕 시작한거 몇구간 남은거마저 끝낼 생각이다.

 

 

 

 

내가 아는 산악회라곤 K산악회와 명산을 갈때 몇번 가봤던

S산악회가 전부였다. 최근 한 회원님의 소개로 비탐방 무박산행을 하기 위해

여기저기 봇물터지듯 따라다니고 있다.

 

주마다 다른 산악회를 가다보니 어디가 어디인지 이름도 기억하질 못하겠다.

산악회마다 색깔도 모두 다르다. 오늘 참석한 산악회는 여유가

넘쳐선지 초반부터 막걸리를 드시면서 진행을 하시고 ..

우리 기준에는 조금 답답하게도 느껴지는 곳이다.ㅎ

 

날이 샐때까지는 선두대장님을 필두로 해서 아주 천천히 진행하기 때문에

힘들게도 위험하게도 느껴지는 곳은 전혀 없다.

그래선지 나는 노인봉 갈때까지도  멍하니 졸면서 앞사람만 보고 걸은것 같다.

 

 

 

 

노인봉 삼거리.

노인봉까지는 300m앞.

노인봉에 올라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내려와야 한다.

화장실에서 쭉 내려가면 소금강으로 우측 화장실 옆으로 철책을 뚫고

지나야 소황병산으로 갈수 있는 길이 나온다.

 

 

 

 

노인봉 정상(1338m)

이곳에 서면 황병산과 소황병산이 보일텐데

아무것도 보이질 않으니 바로 내려서서 소황병산으로 간다.

 

 

 

 

목책을 여러번 지나고

5시 45분쯤 소황병산 감시초소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100m정도 밖에 안되는 소황병산 정상을 안 찍고 가신다니 서운한 마음에

회원님과 소황병산 정상 일대 초원을 뛰어가 본다.

제일 높은 쪽으로 갔으면 됐는데 우리 회원님 트랭글엔 다른곳을

제시하고 있었다. 결국 정상을 찾지 못하고 합류해야 했다.

여유있게 일이십미터만 올라갔으면 됐는데 후미 대장님이 진행하질 않고

기다리시니 어쩔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래도 소황병산 정상 일대를 뛰기 시작하면서

기분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다.

 

 

 

삼양목장 근처로 다가가면서 날은 조금씩 새고 있다.

 

 

 

 

 

뒤돌아보니 여전히 달은 떠있고 앞으로는 여명이 비추고 있다.

 

 

                                              

 

삼양목장 초원으로 진입한다.

 

 

 

 

 

한그루의 멋진 소나무 앞으로 속속 모여드는 사람들.

사람들 실루엣도 참으로 근사한 샷이 되었다.

 

 

 

 

회원님들도 사진 남기기 바쁘시고 나역시 한장..

 

 

 

 

 

하늘의 구름이  왠지 좋은 풍경이 되어줄것 같은 예감이 든다.

 

 

 

 

 

와우 ~ 넘 멋지다.

나는 내가 찍어놓고도 감동을 한다.

 

 

 

 

이건 엽서 사진이 아니여~

내 앞에 있는 저 구름과  이제 올라오려는 붉은 기운과

아무것 없이도 그저 그림인 두그루의 나무..

 

 

 

 

세구루였네..

너무 황홀해서 찍고 또 찍어본다.

그런데 다른 님들은 이 장면엔 관심없이 지나치신다..

나중에 후회하실텐데요~ㅎ

         

 

 

 

나에게 오늘 이런 풍경을 제공해 주시다니

나는 흥분해서 얼른 자리를 뜨질 못한다.

 

 

 

 

여기서 산악회 분들 아침을 드신다 하고

이제부터는 날이 밝았으니 개인산행이 가능하다 하니

우리는 계속 천천히 걷는다.

 

 

 

 

멀리 황병산도, 지나온 소황병산도

그리고 야영을 했는지 텐트하나까지..

 

 

 

 

아침이 시작되는 삼양축산 일대도 담아본다.

 

 

 

 

 

서서히 일출의 붉은 빛이 구름사이로 밀려온다.

하지만 저 언덕위까지 올라가  일출시간을 맞추기는 힘들것 같다.

이대로 진행하면서 그저 즐겨보기로 한다.

 

 

 

 

황병산 아래로 이른 아침의 삼양목장 축산도 가까이에 담아보고.

 

 

 

 

 

 

어제도 젓소들이 나와 풀을 뜯었던 것인지

길 곳곳에는 소똥이 질펀했다.

우리 회원님 걸으면서 김흥국인가~ 으아~ 소리를 내야했다.

 

 

 

 

목초지 옆 소나무 밭에서 우리 회원님 세분이서 간단하게

아침을 드시고, 나는 오로지

얼른 저 떠오르는 태양 가까이에 가고싶어 먼저 올라가 있겠다 

양해를 구하고 걸음을 서둘러본다.

             

 

 

 

뒤돌아본 황병산 아래의 모습.

 

 

 

 

 

오름 끝으로 초소가 있고 안내 방송이 나오는 곳.

나무숲을 헤치고 들어가 구름사이에 숨으려하는 태양앞에 선다.

마치 일출이 아닌 일몰을 보는듯도 하다.

 

 

 

 

다시 목초지로 내려서서

 

 

 

 

 

황병산과 삼양축산이 보이는 곳에서 다시 만난 회원님이 인증샷도 찍어주시고..

 

 

 

 

 

다시한번 황병산과 축산을 담고..

 

 

 

 

 

8시 10분전쯤 매봉(1173.4m)에 도착한다.

누군가 매직으로 써놓은 매봉석 하나.

이곳에서 조금 옆으로 가면 진짜 매봉 삼각점은 따로 있다고 한다.

 

 

 

 

다시 선자령을 향해 내려서는 길..

사진을 찍으면서도 나는 감탄사를  연발한다.

 

 

 

 

 

아침 햇살에 잿가루를 뿌려 놓은듯 은빛물결이 수묵 담채화를 보는듯 하다.

오늘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매봉을 지나 드넓은 초원이 이어진다.

기분은 최고조에 오른다.

 

 

 

 

기분이 좋아져 마구 뛰어보고 빙글빙글 돌아본다.

회원님, 나 미친여자처럼 보여요~

회원님  왈 ~ 아뇨.. 정신나간 여자처럼 보여요.. ㅎ

미친 여자나 정신나간 여자나 아무거나 상관 없답니다

저는 지금 그저 좋거든요~

 

 

 

 

며칠째 꿀꿀했던 기분이 싹 사라지는 순간이다.

잠시 누군가를 미워했던 마음도, 나를 괴롭혔던 마음도

모조리 날아가 버린다..

별일도 아닌 일에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상대에게 화가 난게 아니라

나 자신을 질책하고 있었음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이제야 숨통이 트인다..

살것 같다.정말로 살~것 같~다~

회원님, 데려와 주셔서  넘넘 고맙습니다~^^

 

 

 

 

인간이 만든 조형물인 이 풍차마저도

이 대자연과 어우러져 하나의 풍경으로 손색이 없다.

 

 

 

 

 

끝없이 펼쳐지는 풍력발전기와 광활한 목초지.

이곳을 걷고 있음이 지금 난 행복하다.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

내가 찍었지만 넘 운치 있다.

 

 

 

 

 

이 장면을 보고도 멋지다 못 느끼시는 분이라면

지나치게 강하거나 아님, 넘 외로우신 분일거라~

      
  농담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이문재-    

 

 

 

최고의 하늘이다. 눈쌓인 선자령이 조금도 부럽지 않다.

 

 

 

 

 

지나온 나즈목이 방향으로..

풍력기 밑으로 바람이 어찌나 세던지 선자령은 선자령이었다.

 

 

 

 

넘 시원하고 날아갈것 같다.

오늘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나는 한동안 침울한 기분을

떨치지 못했을수도 있다. 단연코 나의 기분을 상쇄시켜준 최고의 날이다.

 

 

 

 

하나 둘, 산악회 분들도 목초지를 지나고 있다.

 

 

 

 

 

일출명소 동해 전망대에 도착한다.

가야 할 선자령 방향.

 

 

 

 

화장실 앞의 이정표.

이곳에서부턴 에코그린 캠퍼스 목도라 해서

바람의 언덕이며 숲속의 여유,사랑의 기적,

초원의 산책, 마음의 휴식등 말만 들어도 힐링이 될것 같은

다섯개의 공기좋고 풍경 좋은 길이 조성되어 있다.

 

 

 

 

동해전망대를 지나며 뒤돌아 본 모습.

 

 

 

 

우리는 지금 바람의 언덕길을 걷고 있다.

곳곳이 영화 촬영지였던 만큼 아름다움이 검증되고도 남음이 있는 곳..

 

 

 

 

파란 하늘과 나무 한그루가 있는 풍경.

이 대초원위엔 그 무어라도 빛이 되고 그림이 될수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지 앞에서..

이 아름다운 초지에서 전쟁신은 너무 가혹하다.

 

 

 

 

차단막이 설치된 곳으로 대간길은 이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차단막엔 수많은 리본이..

 

 

 

 

이 초원을 그냥 지나치가 넘 아쉽다.

마지막으로 한장.

 

 

 

 

임도 옆으로 곤신봉석이 세워져 있다.

조금은 어색한 일이기도 하다.

곤신봉(1,131m)

 

 

 

 

목장 임도를 지나 선자령으로 간다.

 

 

 

 

 

길다랗게 세워진 선자령석도 조그맣게 보인다.

 

 

 

 

곳곳엔 초원위로 멋진 소나무가 보는 눈을 즐겁게 해주고..

 

 

 

 

이제 선자령 정상에 300m만 오르면 되는 삼거리다.

 

 

 

 

 

선자령 오르기전 마지막 전망처에서.

오늘 걸었던 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눈꽃이 아름답던 올 3월, 이곳이 너무 황홀해

사진을 마구 찍었던 기억이 난다.

대관령에서 선자령만 왔다 간다면 이곳이 최고의 전망처이기도 하다.

 

 

 

 

오전 10시가 다 되어

드디어 선자령 정상(1,157.1m)에 선다.

 

 

 

 

 

대관령으로 하산길, 마치 텐트촌에 온듯하다.

이곳에서 야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되고..

이 풍경 또한 이채롭다.

 

 

 

 

이곳에서의 하룻밤, 생각만으로도 황홀할것 같기는 하다.

드넓은 초원과 그 위로

하늘의 총총한 별을 보면서 맞는 저녁시간.

좋은 님과 그 시간을 같이 한다면 평생토록 잊지 못할

하룻밤이 될것이야 말해 무엇~

그런데 이곳에 텐트를 쳐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대관령으로 하산길은 길 옆으로 나무 안내도를 세워

이곳에서 자생하는 야생화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3월에 이어 4월 우연히 들른 선자령, 겨울 눈꽃 산행지로만 생각했던

편협한 생각을 모조리 바꾸게 한 순간이었다.

갖가지 야생화가 지천이었고 특히 얼레지가 온산에 퍼져 있어

그 기쁨은 이루 말할수가 없었다.

 

눈꽃이 화려할때와 비교하면 조금 황량해 보일수도 있지만

이런 풍경은 이런 풍경대로 또 괜찮다.

 

 

 

 

 

대관령쪽에서 가볍게 올라오시는 분들도 많이 보인다.

 

 

 

 

 

대관령 국사당석 앞에서 산행은 끝이 난다.

오늘 역시, 4월 이곳을 찾았을때처럼 굿소리가 울려 퍼진다.

 

 

 

 

점심을 먹고 늦어지는 산악회 시간을 때우려 잠시 양떼목장까지 걸어본다.

8시간이 넘는 그리 짧지 않은 산행.

하지만 힘든 구간도 없었을 뿐더러 선자령의 드넓은 초원과

날아갈듯 시원한 기분탓이었는지 두시간의 산행을 마친양

몸도 마음도 가벼울 뿐이다.

 

가난한(^^) 백수에게 맛있는 저녁을 대접한

언젠가 이글을 보게 될지도 모를 13년지기 p에게도 감사 인사 전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